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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65)화 (65/208)

NIS의 천재 스파이 (65)

Foxhunting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하이츠.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에 화이트가 요가를 중단하고 오른손으로 수건을 집어 들었다. 얼굴의 땀을 훔치며 그녀는 문으로 걸어갔다.

*    *    *

이르러, 문 상단에 있는 작은 렌즈로 밖을 보았다.

택배 직원.

화이트는 의아했다.

‘사람이 그새 바뀌었나?’

처음 보는 이였다.

화이트는 경계하며 문을 열었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흐르고.

화이트가 서명한 판을 직원에게 건넸다.

“여기.”

직원이 작은 박스를 건넸다.

화이트는 내심 자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나, 라고 생각하며 경계심을 풀었다.

오른손의 수건. 왼손으로 건네받은 박스.

화이트의 양손이 묶였다.

순간.

휙.

직원이 건네받은 판을 화이트의 얼굴로 던졌다. 이어 허리 뒤춤으로 손을 돌려 총을 꺼내려 했다. 일련의 동작이 몸에 익은 듯 매우 능숙하고 빨랐다.

“…….”

크게 놀란 화이트는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녀는 직원의 동작에 즉각 대처했다. 고개를 옆으로 젖혀 판을 피하고 박스를 직원의 얼굴로 던졌다. 이어 수건을 휘둘러 직원의 총을 내쳤다.

박스를 피하는 직원이 당황하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 와중에도 직원은 손에서 총을 놓지 않았다.

그는 화이트에게 총을 겨누며 서둘러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화이트는 허용할 수 없었다. 허용은 곧 그녀의 죽음이었기에.

화이트는 몸을 돌려 회전하며 왼발을 돌려 찼다.

퍼억.

직원의 가슴을 차자.

“엇!”

직원이 뒤로 떠밀리듯 재차 물러났다.

화이트는 직원의 총이 신경이 쓰이는지, 수건으로 총을 쥔 직원의 오른손을 둘둘 말아 당겼다. 이어 좌로 비켜서며 우측 어깨를 내밀었다. 그러곤 어깨와 몸으로 직원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쾅.

“악!”

직원이 충격에 뒤로 튕겨 나갔다. 그 바람에 직원이 그만 총을 놓고 말았다. 재빨리 떨어지는 총을 낚아챈 화이트.

망설임 없이 총을 직원에게 겨눴다. 프로 살인 청부업자답게 한 실력 하는 그녀였다.

“너, 뭐야? 왜 날 노려?”

화이트가 소리치며 마음속으로 의심했다. 직원이 그녀처럼 살인 청부업자가 아닌가, 라고.

*    *    *

잠시 뒤.

타아앙.

화이트가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는 엄청 화난 얼굴이었다.

“빠드득. 차은성!”

총을 내리며 이를 갈았다.

두어 번의 총격에 직원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화이트는 일련의 전모랄까,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차은성이 NIS 명의로 현상금을 걸었다.

미화 5백만 불.

생사 불문의 오픈 계약으로 기한은 한 달이었다.

살인 청부업자 마담 화이트를 잡거나 죽이는 자에게 해당 금액의 돈을 지불한다.

현재 현상금을 노린 동종업자라고 할 수 있는 살인 청부업자들과 바운티 헌터들이 미친 듯이 그녀를 찾고 있다.

화이트는 죽은 직원을 보았다. 예상대로 청부업자였다. 어떻게 자신이 있는 아파트를 알고 왔는지 모르겠다.

화이트는 급히 뒤돌아섰다. 안가인 아파트가 노출되었다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살고 싶다면…….

*    *    *

사흘 후. 라스베이거스 프레몬트.

고급 여성 의류 전문점 내부를 거닐듯 화이트가 천천히 돌아다니며 진열된 다수의 옷을 둘러봤다.

내부에는 꽤 사람이 많았다.

화이트는 옷을 고르며 주위를 힐금거렸다.

경계했다.

옷을 사려고 점포에 들른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아, 확인을 위해 눈에 띈 의류 전문점으로 들어왔다.

화이트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흘 전.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다. 전 미국의 청부업자들과 바운티 헌터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다. 그 때문에 화이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의뢰 기간인 한 달을 보내려 했다.

한 달만 지나면 자신은 안전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주위를 힐금거리던 화이트가 흠칫했다.

각기 다른 세 방향에서 걸어오는 세 사람.

셋 다 긴 코트를 입었다. 겉으로 봐서는 별다른 티가 나지 않지만, 코트 내에 총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화약과 총기와 같은 쇠 냄새에 민감했다.

걸어오는 세 사람이 묘하게도 화약 냄새를 풍기는 것 같았다. 복장도 신경이 쓰인다.

화이트가 불안한 마음에 옆으로 돌아섰다. 그녀는 위치를 바꾸려 했다. 그런데 예의 세 사람이 위치를 바꾸는 화이트를 따라붙었다. 대번에 그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화이트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며 의류 전문점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한데, 세 사람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돌연.

휘, 휘익.

세 사람이 코트 자락을 젖혔다. 아니나 다를까? 한눈에 총기가 보인다.

그들은 각자의 총기를 들어 양손에 쥐더니 입구로 걸어가는 화이트를 겨냥했다.

순간.

꽈, 꽈, 꽝.

산탄총이 묵직한 총성을 토하고.

투타다다다다다.

자동소총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쏟아지는 총탄 세례가 걸어가는 화이트에게 쏟아졌다.

“꺄아아악!”

“엎드려!”

“우아아악!”

점포 내에 있는 이들이 비명과 고함을 마구 지르며 분분히 흩어졌다. 그들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급히 이리저리 뛰었다.

*    *    *

화이트는 몸을 날렸다.

그녀의 주변에 있는 몇몇 마네킹과 옷이 걸려 있는 행거들이 총탄에 산산이 부서졌다.

화이트는 바닥에 미끄러지듯 하며 이내 한 기둥 뒤에 이르렀다.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기둥에 착 붙었다.

연후.

상의에서 총기를 꺼내며 우를 힐금거렸다.

총격을 가하며 천천히 기둥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

퍼퍼퍼퍼퍽.

기둥 우측에서 총탄이 마구 튀었다.

화이트가 몸을 찔끔거리더니 이내 그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화이트의 사격은 프로다웠다. 채 얼마 되지 않아, 예의 남자가 짧은 비명과 함께 꼬꾸라졌다.

털퍼덕.

화이트는 기둥 뒤로 몸을 숨기며 재빨리 탄창을 갈아 끼웠다. 이어 허리 뒤춤으로 손을 돌렸다.

그녀가 꺼낸 것은 1회용 라이터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금속 막대였다.

꾹꾹.

상단을 두 번 누른 후, 화이트가 상체를 숙이며 두 막대를 바닥으로 던졌다.

휘, 휙.

막대는 바닥을 지나 앞쪽으로 수 미터 미끄러졌다. 그러곤 그새 다가온 다른 남자 근처에서 폭발했다.

콰, 쾅!

귀가 멀 것 같은 강렬한 폭음이 터지고 섬광이 번쩍였다.

소형 그리네이드였다.

CIA 출신답게 꽤 유용하고 쓸 만한 휴대용 무기를 소지한 화이트였다.

폭음과 섬광에 두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급히 눈을 감았다.

“악!”

“와악!”

두 남자는 총을 든 채 손을 들어 양쪽 귀를 틀어막았다. 폭발과 섬광으로 그들은 일시적으로 시력과 청력을 상실했다.

그사이.

화이트가 기둥 좌측을 빠져나오며 두 남자에게 총격을 가했다.

타타타타탕.

탄창 하나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두 사내는 화이트의 총격에 맥없이 당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악.”

“으아악.”

화이트는 황급히 탄창을 다시 갈아 끼웠다. 그러곤 양손에 쥔 자동 권총으로 쓰러진 두 남자를 겨냥하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어 확인 사살 했다.

타탕.

연후.

황급히 매장 입구로 돌아서더니.

후다닥.

뛰었다.

*    *    *

나흘 후. 애리조나 피닉스.

띵.

출입 벨 소리와 함께 화이트가 다이너로 들어왔다.

그녀는 곧바로 테이블 바 우측에 있는 구석진 자리로 가 앉았다.

측면으로 보면 다이너 내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다소 늦은 오후라 그런지 다이너 안에는 화이트 외에 다른 손님이 없었다.

이내 앞치마를 한 백인 여성이 화이트에게 다가왔다.

화이트는 간단하게 오믈렛과 커피. 그리고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백인 여성이 고개를 끄덕인 후 뒤돌아섰다.

“후우.”

화이트는 한숨을 쉬며 마음을 조금 놓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 쫓겨 다녔다. 다들 현상금에 눈이 멀어 화이트를 죽이려 달려들었다. 단 한순간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청부업자들과 바운티 헌터들의 추적에 화이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지칠 대로 지쳤다!

지금도 그렇다.

마음 놓고 밥을 먹을 수 없어 무작정 눈에 띄는 다이너로 들어왔다. 다행히 다이너 내에는 그녀 외에 사람이 없었다.

안전하게, 잠깐이지만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연후 다시 이동해야 한다.

*    *    *

잠시 뒤.

허겁지겁 나이프와 포크로 배를 채우는 화이트의 귀에, 예의 벨 소리가 들렸다.

화이트는 입안의 베이컨을 씹으며 슬쩍 돌아봤다.

서로 대화하며 들어오는 두 남자.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 같았다.

그들은 화이트와 우 대각을 이루는 테이블로 가 마주 보며 앉았다.

이내 앞치마를 한 여성이 나타나 그들의 주문을 받았다.

*    *    *

몇 분 후.

화이트가 오믈렛을 조금 남기고 커피 잔을 들었다. 서너 모금 마시려는데.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서니 사이드 업과 토스트를 먹던 두 사내가 돌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상의에서 총기를 꺼내며 화이트를 겨눴다.

커피를 마시며 화이트가 고개를 조금 숙인 틈을 이용한 기습 공격이었다.

화이트는 급히 손에서 잔을 놓으며 우측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휘익.

그녀가 바닥을 구르는 사이. 커피 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자잘한 파편들이 불특정한 방향으로 마구 튀었다.

바닥을 두어 번 구르며 화이트가 매우 민첩한 동작으로 상의 안쪽에서 총을 꺼냈다.

*    *    *

그러는 동안.

타타타탕.

두 사내는 방금 전에 화이트가 앉았던 자리에 총탄을 퍼부었다.

“꺄아아아악.”

앞치마를 한 백인 여성이 놀라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몸을 숨겼다.

*    *    *

그사이.

바닥에 드러누운 화이트가 두 사내에게 총격을 가했다.

타타타타탕.

삽시간에 탄창이 반쯤 비었다.

“크억!”

“아악!”

화이트의 사격에 당한 두 사내가 비명을 지르더니 테이블과 소파에 힘없이 쓰러졌다.

털퍼덕, 풀썩.

화이트는 급히 일어났다. 그녀는 계산을 뒤로하고 급히 입구로 뛰었다.

후다다닥.

빨리 다이너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화이트의 심리를 압박했다. 화이트가 확인 사살을 잊을 정도로 압박은 매우 심했다.

노출되었다!

*    *    *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화이트는 계속 도망쳤다. 피닉스, 투손, 엘패소. 그 어디를 가든 안전한 곳이 없었다. 그녀를 죽이려는 청부업자들과 바운티 헌터들이 그야말로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5백만 불이라는 거액에 그들 모두 눈이 멀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화이트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아는지, 화이트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청부업계의 동향과 바운티 헌터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득불 한 여인에게 연락.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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