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63)
NIS 사이버국 산하 7팀.
넓은 룸 곳곳을 첨단 장비들이 독차지했다.
140인치 어림의 모니터 앞에 박영광, 차은성을 비롯하여 몇몇 이들이 서 있었다.
모니터에는 입국장과 기차 차량 내부 영상이 몇 떠 있었다.
“얼굴 확보! 신원 조회에 들어갑니다.”
인근에 있는 다수의 콘솔 중 한 콘솔에 앉은 이가 소리쳤다.
이어.
“출입국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서울 시내 각 호텔 및 숙박업소에 긴급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인터폴. 적색 리스트. 검색 시작합니다.”
“서울시 교통관제 시스템과 방범 시스템에 접속. 용의자 영상 정보, 등록합니다.”
“각 편의점 및 원격 제어 기능이 있는 수도권 블랙박스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경찰 시스템에 긴급 수배 경보 발령합니다.”
주변 콘솔에 앉아 있는 다수의 요원이 목청을 높였다. 각자 무엇을 하는지 말하며 그들 모두 바삐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인터넷이 국가와 사회 전반에 자리를 잡은 이래, 각 시스템에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뒷문이 은밀히 만들어졌다. 해당 뒷문에 관한 권한은 모두 NIS 사이버국이 가지고 있다.
국내 활동을 총괄하는 내국에 속한 사이버국은 의외로 광범위하게 활동 중이었다.
* * *
박영광이 우측에 서 있는 차은성을 돌아봤다.
“걱정할 것 없어. 얼굴을 비롯하여 영상 정보를 확보한 이상. 소재지를 파악하는 것은 금방이야.”
“프롭니다.”
차은성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박영광과 주위에 서 있는 이들이 흠칫거렸다.
“불시에…… 음향 무기에 당했다고는 하지만. 제가 놓쳤습니다. 게다가 절 백업하던 요원들도 놓쳤습니다.”
쉽지 않다!
차은성이 에둘러 그렇게 말했다.
그때였다.
“확보!”
돌연 한 콘솔에 앉은 직원이 고함쳤다.
삽시간에 해당 직원에게 모든 이목이 돌아갔다.
“현재 탑승 수속 중!”
“…….”
“인천발 대만행 JAL 303편…… 출발 예정 시각은 15분 훕니다.”
직원의 말에 박영광이 버럭 소리쳤다.
“뭐야?”
어처구니가 없다. 공항 분소를 호출한다고 해도, 15분 후면 이륙하는 항공기를 어떻게 할 수 없다.
그사이.
차은성이 고함쳤다.
“관제탑에 연락해! ……해당 항공기에 테러 용의자가 탑승했다고!”
“…….”
“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활주로 열어 주지 말라고 해에에에!”
박영광을 비롯하여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그새.
차은성을 돌아서더니 매우 다급하게 뛰어갔다.
“은성아!”
박영광이 차은성을 불렀다.
“…….”
차은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박영광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어 예의 직원을 돌아보며 재차 소리쳤다.
“공항 소방서 호출해.”
“예?”
“소방 차량으로 활주로 막으라고 해. 빨리!”
“예, 예에에.”
직원이 대답하며 급히 고개를 바로 했다.
* * *
NIS 로비 출입구.
계단 아래에 고급 외제 세단이 정차했다.
끽.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수행 비서인 듯한 이가 서둘러 뒷문을 열었다.
내리는 한우종 회장.
그때.
다다다다.
나는 듯이 차은성이 계단을 내려왔다.
“응.”
한우종 회장이 양손으로 정장 단추를 잠그며 무심코 차은성을 보았다.
NIS 정문 로비 앞이다. 하니, 눈에 보이는 차은성은 NIS 직원일 것이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한우종 회장이 중얼거리며 호기심의 눈빛을 띠었다.
그새.
비서가 차 문을 닫다가 차은성을 보았다.
“어?”
어리둥절해진 비서다.
차은성이 운전석으로 뛰어갔다. 삽시간에 이르더니 차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곤 우격다짐으로 앉은 운전기사를 강제로 밖으로 끌어 내렸다.
“어, 어.”
기사가 매우 당황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타앙.
차은성이 운전석에 앉더니 차 문을 닫아 버렸다.
비서가 당황한 어조로 고함쳤다.
“뭐하는 짓이야!”
한우종 회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황당하네!
* * *
끼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듯 세단이 격한 소리를 내며 좌로 돌았다.
부와아아아앙.
그러곤 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기사와 비서가 세단을 뒤쫓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서어! 서라고!”
“야아! 야아아아!”
한우종 회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NIS 정문 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차를 도둑맞았다.
어처구니가 없네!
한우종 회장이 그런 눈으로 멀어져 가는 세단을 바라보았다.
세단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작은 점으로 화했다.
* * *
미친 듯이.
도로를 마구잡이로 질주하는 고급 세단.
시민들의 신고가 들어가기 전, 주요 교차로마다 설치된 교통관제 카메라가 이를 먼저 포착했다.
* * *
서울 교통관제소.
“저 미친놈은 뭐야?”
정면 벽 전체를 독차지한 대형 모니터를 본 관제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근 지구대, 출동 지령 내릴까요?”
옆에 있는 직원이 물었다.
“당장 내려.”
“네.”
관제관의 지시에 직원이 대답하며 급히 돌아섰다. 그러곤 눈에 보이는, 앞에 있는 마이크를 잡아당겼다.
* * *
얼마 되지 않아.
광란의 질주 중인 세단의 뒤에 두 대의 경찰 순찰차가 나타났다.
“아아…… 23보 5670…… 23보 5670…… 차 세우세요. 가로 차 세우세요.”
경찰들이 정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차은성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그러자 RPM이 무섭게 올라가고 엔진이 굉음을 토했다.
바아아아앙.
세단은 무슨 로켓 부스터를 탄 듯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순찰차와의 거리가 확 벌어졌다.
“저, 저.”
“저 사람, 약한 거 아냐?”
“빨리 뒤쫓아 가.”
“지원 요청해. 지원 요청.”
순찰차에 탄 경찰들이 마구 소리치며 부산을 떨었다.
* * *
바아아아앙.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은 앞서 주행하는 차량들 좌우를 요리조리 오갔다. 마치 뱀처럼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각 차선을 매우 날렵하게 오가며 앞으로 달려 나가는 세단.
그 때문에 도로를 주행 중인 타 차량들이 혼란에 빠졌다.
각 차량이 너도나도 속도를 늦췄다. 이내 운전석 차창이 내려지고, 운전하던 이들이 냅다 고함쳤다.
“야아, 이 미친놈아. 여기가 무슨 경기장인 줄 알아.”
“그렇게 속도 내고 싶음 서킷장에나 가아아아.”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
“야아아. 이 살인마 새끼야아아아.”
엄청 성난 외침들이 쏟아졌다.
이내.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 탓에 도로의 차량 흐름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뒤따르는 두 순찰차는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다.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의 속도를 따라붙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은 목숨을 걸고 광란의 폭주를 하고 있었다.
자칫 무리하게 따라붙었다가 대형 교통사고라도 나면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 같아 추적을 자제했다. 어차피 인근 지구대에서 지원이 있을 테니,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경찰 순찰차들에 의해 정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사거리.
전후좌우로 다양한 차량들이 오가는 교차로 우측.
과아아아아아.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이 나타났다. 1차선을 타고 교차로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입하는 세단이다.
그러는 사이.
옆에 있는 2, 3차선을 주행 중이던 차량들이 하나둘 서기 시작했다.
끼익, 끼이익.
신호등에 정지신호가 들어왔다. 그런데 세단이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로 진입 중이다.
교차로 정면.
우측에서 보면 좌우다. 해당 좌우에서 교차로로 진입하려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렸다.
빠앙…… 빠아앙…… 빠, 빵.
난데없이 교차로로 진입한, 차은성이 운전하는 세단을 보고는.
끼익, 끼이익.
너도나도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정지했다.
다들 행여 교통사고라도 날까 봐 매우 조심했다.
* * *
맹렬한 속도로 교차로로 진입한 세단.
정면에 버스가 있었다. 미처 서지 못한 버스는 서둘러 속도를 줄이는 중이었다.
세단이 버스의 우측 앞부분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버스와 불과 몇 미터의 거리를 두고 세단이 우로 방향을 틀었다.
끼아아아아악.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도로 바닥에 진한 스키드 마크가 생겼다.
세단은 도로를 미끄러지며 우로 급회전했다.
드리프트!
일순간 세단이 버스와 나란히 섰다. 버스 우측과 불과 1미터 어림의 간격이었다.
일순간.
부와아아아앙.
세단이 총알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전문 레이서가 생각날 정도로 뛰어난 운전 실력이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세단은 버스의 주행 방향. 앞쪽으로 질주했다.
* * *
교통관제소.
직원들이 전면 모니터를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잠깐 동안 정적이 흐르고.
관제관들과 직원들이 고성을 질렀다.
“저런 미친놈!”
“경찰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저대로 두면 곧 대형 교통사고야.”
“도로에 저런 미친놈이 달리도록 놔둘 순 없어!”
관제관들과 직원들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100% 대형 교통사고가 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선임 관제관님.”
한 직원이 돌아보며 소리쳤다.
* * *
잠시 후.
“국장님.”
“…….”
“말씀하신 것은 대통령이나 국빈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전입니다.”
관제관이 저항했다. 하지만 이내 폰 너머에서 들린 임범철 국장의 말에.
“네, 알겠습니다.”
처연한 어조로 대답하며 수화기를 내렸다. 그러곤 쳐다보는 다른 관제관들과 직원들을 돌아봤다.
“지금 세단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중이야.”
“…….”
“공항까지 세단이 신호에 걸리지 않고 곧바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신호를 직진으로 돌려!”
선임 관제사의 말에 관제관들과 직원들이 깜짝 놀라 반문했다.
“예에?”
“예?”
“서, 선임 관제관님?”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임 관제관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NIS 긴급 협조 요청이야!”
그의 외침에 관제관들과 직원들이 움찔움찔했다.
조금은 이해가 된다. 공항까지 직진 신호를 주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빈에게나 해 주는 일종의 의전이다.
하지만 NIS의 긴급 협조 요청이라면, 이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다.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움직이지 않고!”
선임 관제관이 버럭 소리치자.
“예에.”
“알겠습니다.”
“네에.”
관제관들과 직원들이 대답하며 각기 뒤와 옆으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