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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59)화 (59/208)

NIS의 천재 스파이 (59)

“아무래도 놈들이 저희의 급습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

면피하려는 부하의 말에 하르비가 흠칫했다.

“저희의 급습을 사전에 몰랐다면 달튼 소령을 포함, 용병들이 그들의 아지트를 빠져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부하가 넌지시 CIA를 에둘러 언급하며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르비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CIA가 CMC의 뒤를 봐 주고 있다는 것은 텔아비브에서도 안다. 그러니 부하의 말처럼 CIA가 사전에 급습에 관한 정보를 알고 CMC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급습 작전이 실패했다!

그렇게 보고하면 상부에서도 뭐라 질책하기 힘들 것이다.

“으음.”

하르비가 침음을 흘렸다.

그사이.

부하가 하르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NIS 팀을 맡은…… 텅 비었다고 합니다.”

“그쪽도!”

하르비가 당황했다.

차은성 팀 쪽은 CIA가 해당 정보를 알려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

“아무래도 뭔가 낌새를 챈 것 같습니다만.”

하르비는 허탈했다.

“하긴…….”

나직이 중얼거리며 차은성을 생각했다. 예전에 미국에서 우연히 함께 작전을 한 적이 있다. 우군이라면 등을 맡겨도 될 정도로 든든하지만 적이라면 위험천만 그 자체다.

이번 일에 있어 차은성과 해당 팀, 아르티펙스의 제거는 하르비의 뜻이 아니었다.

텔아비브에서 내려온 명령이었다.

제거!

과거 차은성이 모사드. 그것도 키돈 요원을 죽인 적이 있다. 그 때문에 텔아비브에 있는 키돈 요원이 속한 가문에서 움직인 것 같다.

‘음…….’

하르비는 모사드의 특징 중 하나를 생각했다.

패밀리.

가족 구성원이 모두 다 모사드 요원인 경우가 왕왕 있다. 아버지가 모사드 부국장이면 자녀들이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아마도 죽은 키돈이 속한 가문이 힘을 쓴 것 같긴 한데.

“휴우우.”

하르비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손을 들더니 허공에서 앞뒤로 흔들었다.

나가!

하르비의 무언에 부하가 움칫하더니 서둘러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이어 문을 향해 돌아섰다.

*    *    *

하르비가 생각하는 사이, 문이 열렸다 닫혔다.

“흠.”

하르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차은성이라면 이번 일에 대한 보복을 필히 하려고 할 것이다.

“끄응.”

차은성의 보복을 피하려면 상응하는 뭔가를 제시, 협상해야 한다. 차은성의 화를 가라앉힐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하르비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생각나는 것이 있긴 한데, 다소 꺼려진다. 무척 민감한 정보이기에.

*    *    *

“죄송합니다.”

“알아챘을 줄은 몰랐습니다. 팀장.”

황민준과 우형광이 머리를 숙였다.

달튼과 함께 아지트에서 빠져나간 용병들을 미행한 황민준과 우형광. 그런데 그만 미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달튼과 용병들이 알아채고는 황민준과 우형광을 공격했다. 그 바람에 그만 놓치고 말았다.

“휴. 어쩔 수 없지. 그만 잊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은성의 속은 무척 쓰렸다. 미리 주의하라고 당부했었는데.

차은성이 김아름을 돌아봤다.

“아름아. 장비는 어때?”

김아름이 차은성에게 말했다.

“얼마 못 챙겨 왔어요. 팀장.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론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김아름이 하소연했다. 와히브는 사우디의 토후국이다. 그 때문에 필요한 장비를 구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설사 구한다고 해도, 구입처가 제한적이다. 자칫 장비 구매로 인해 자신들이 노출될 수도 있다.

차은성이 말했다.

“내가 암시장에서 어떻게든 필요한 장비를 조달해 볼 테니, 당분간은 현 장비로 좀 버텨 줘.”

“예?”

김아름이 놀란 듯 눈을 치떴다.

“팀장!”

황민준과 우형광이 동시에 차은성을 불렀다.

“팀장. 와히브에 아는 암거래상이 있어요?”

김아름이 호기심에 물었다.

“아니. 여기저기 알아봐야지.”

“아, 네에.”

김아름의 말에 차은성이 황민준과 우형광을 돌아봤다.

“당분간은 쉬도록 해.”

“그런데 팀장.”

우형광의 말에 차은성이 쳐다봤다.

“C포인트는 언제 마련해 두신 겁니까?”

궁금한 모양이다.

차은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일이야. 그러니 만에 하나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두지 않을 수 없어……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우리 바닥에서 동료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돼! ……머리에 총알구멍 나고 싶지 않으면!”

차은성은 말하며 찝찝했다. 자신의 말은 스스로에게도 공히 적용된다. 하르비를 믿는 것이 아니었다.

“…….”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들 새겨듣는 듯 얼굴이 살며시 경직되었다.

*    *    *

이틀 후. 전통 시장 야라디안 뒷골목.

네 개의 골목이 만나는 곳에 작은 카페가 있고, 길 우측에는 세 개의 아담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매우 외진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곳에 세 사람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카이바 대령. 알 하르비, 차은성.

앉은 테이블에 세 사람이 각기 소지한 총기와 커피 잔이 놓여 있었다.

이는 상대에게 적의가 없음을.

자신이 현재 비무장 상태임을 알리는 행위였다.

차은성은 차가운 눈으로 하르비를 쏘아봤다.

“은성.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았으면 하는데.”

하르비의 말에 차은성이 눈짓 하며 카이바 대령을 가리켰다.

“저쪽이 없었다면 당신 머리에 9mm 탄이 박혀 있었을 겁니다.”

차은성이 살의를 감추지 않았다. 보란 듯이 내보이며 강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하르비가 움찔하더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부 지시였으니깐 날 탓하지 말라고.”

“상부 지시?”

차은성이 반문하며 내심 흠칫했다.

모사드.

그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사이.

하르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사드!”

역시나 차은성이 예상한 것을 언급하는 하르비였다.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예전에 자네에게 당한…….”

하르비가 말하다 멈칫했다. 카이바 대령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차은성이 태연하게 말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던 일입니다.”

“자네 입장에서야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이해해. 하지만 유족들은 아니지.”

“유족들이 명령에 관여한 겁니까?”

차은성이 짐작 가는 것이 있어 물었다. 그러자 하르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기랄!’

차은성은 내심 신경질적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죽인 키돈 요원.

신원이 확실하지 않으면 키돈 요원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모사드의 요직에 가족 중 누군가가 앉아 있을 것이고, 그가 명령에 관여한 것이 틀림없다.

차은성이 생각하는 사이.

카이바 대령이 하르비와 차은성을 번갈아 보았다.

“두 신사분.”

정중한 음성.

“아무리 우리 와히브가 사우디의 토후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한 국가입니다. 그런데 타국 요원들이 양해나 묵인도 없이 마음대로 입국해서 이렇게 활동 중인 것은 저로서는…….”

카이바 대령이 은근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러자 하르비가 카이바 대령을 돌아봤다.

“우린 그쪽의 요청에 응한 것뿐입니다.”

카이바 대령이 하르비를 마주 봤다.

“그게 아닐 텐데요.”

“대령.”

“…….”

“피차 선수끼리, 피곤한 입씨름은 하지 맙시다.”

하르비의 말에 이어.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세 사람의 목적은 무샤드 왕자의 암살을 막는 것이니까요.”

차은성이 말하고 나섰다.

카이바 대령이 재차 하르비와 차은성을 번갈아 봤다.

“암살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카이바 대령의 물음에 차은성이 하르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르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양손을 바깥으로 젖혔다.

“우린 실패했어.”

선선히 인정했다.

“훗.”

차은성이 실소하며 카이바 대령을 돌아봤다.

“대령님.”

“…….”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카이바 대령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무엇을 원합니까?”

차은성이 씩 웃으며 천천히 말하자, 이내 카이바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샤드 왕자님이 서명하신 친필 서한을 리야드의 한국 대사관으로 보내죠. 그럼 되겠습니까?”

차은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나타났다.

그러자 하르비가 재촉했다.

“말해 보지.”

차은성이 하르비와 카이바 대령을 번갈아 보았다.

“두 분, 낚시를 해 보셨습니까?”

하르비와 카이바 대령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라는 무언의 물음이 어린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차은성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으며 담담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바위 밑에 숨은 물고기를 꾀어내기 위해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미끼로, 수면 아래에 드리워야…… 물고기가 달려들어 덥석 미끼를 무는 법입니다.”

카이바 대령이 눈을 반짝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그의 말에 하르비가 피식 웃었다. 차은성의 의도가 훤히 읽힌다.

그사이.

차은성이 명쾌한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깐이란 시간이 흐르고, 차은성의 설명이 끝났다.

카이바 대령이 수긍의 눈빛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요.”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죠. 그리고 무샤드 왕자의 주변에 외부로 정보를 유출하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차은성이 CMC와 달튼을 입에 올렸다. 전날 달튼이 부하들과 함께 대전차지뢰로 무샤드 왕자를 죽이려 했다. 달튼이 어떻게 무샤드 왕자의 일정이나 동선을 알고 있었을까?

차은성의 언급에 카이바 대령이 당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깜빡했다.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    *    *

잠시 뒤.

카이바 대령이 급히 일어나 돌아갔다. 무샤드 왕자의 주변에 있을 정보 유출자가 무척 신경 쓰이는 눈치다.

남은 차은성과 하르비.

천천히.

차은성이 테이블에 놔둔 글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해합니다. 하르비. 텔아비브에서 명령이 떨어졌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요.”

“…….”

“은성…….”

하르비가 부르며 대응하듯 앞에 있는 총기로 손을 뻗었다. 서로 총격을 주고받기 직전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듭니다. 하르비.”

차은성이 서늘한 눈빛을 띠었다.

하르비가 급히 말했다.

“자, 잠깐만.”

차은성이 멈칫거리며 하르비를 보았다.

그새 하르비가 왼손으로 상의 안쪽을 내보였다.

난 현재 비무장이야!

하르비가 그렇게 행동으로 말했다.

오른손으로 안쪽 상의 주머니에서 하르비가 SD 카드를 꺼냈다. 그러곤 차은성에게 휙 던졌다.

“이것으로 퉁 치지.”

차은성이 날아온 카드를 왼손으로 탁 잡아챘다.

“뭡니까?”

차은성이 묻자 하르비가 상의를 바로 하며 양손을 내렸다.

“이란, 중국, 북한으로 이어지는 커넥션.”

차은성이 흠칫하더니 카드를 보았다.

피식.

실소하며 하르비를 보았다.

“서운함이 봄눈 녹듯 녹는군요.”

“끄응.”

하르비가 앓는 신음을 흘렸다. 은근 얄미운 차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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