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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48)

“그건 저도 의문이에요. 굳이 CIA 거점에 김병두를 억류해 둘 필욘 없잖아요.”

김아름이 말하며 차은성을 돌아봤다.

“보통 비즈니스 제트기를 보내 대상자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지 않습니까?”

황민준이 말하자 이내 우형광이 말했다.

“김병두가 말을 안 듣든지. 아니면 뭔가를 알아내려고 하든지…… 뭐, 그런 거 때문이 아닐까요?”

차은성이 씹던 햄버거를 삼키며 말했다.

“형광이 말이 맞아.”

“…….”

“김병두가 만약 자신이 납치되었고 CIA가 망명으로 조작하려고 한다고 말할 경우.”

“…….”

“문제가 심각해져.”

“…….”

“그러니 김병두를 설득하여 망명이란 형식을 확실하게 취하게 하거나.”

“…….”

“어디까지나 내 예상일 뿐이지만.”

차은성이 눈을 반짝였다.

“김병두가 운용하는 비자금을 빼돌리려면 관련 계좌 번호나 비밀번호가 필요해. 그런데 아직 김병두가 그런 정보를 말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면.”

“…….”

“그런 상황에서 김병두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는 건 아니지.”

차은성의 말에 노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김병두의 신병을 확보한 이상. 미국으로 데리고 가는 건 정해진 수순일 것 같은데.”

차은성이 손을 뻗어 콜라 잔을 집었다.

“지금쯤이면 CIA도 많이 당황하고 있을 겁니다. 선배.”

“…….”

“북한 애들이 그들의 거점 중 하나인 바트만 컴퍼니를 쳤으니까요.”

“…….”

“북한 애들이 어떻게 해당 거점을 알아낸 건지, CIA가 알아보려고 아마 안달복달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문제가 심각해지겠는데.”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경우에라도 우리가 관여했다는 것을 CIA가 알아서는 안 됩니다.”

“하긴. 그나저나 우리가 북한 애들을 도와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

“CIA 애들이 알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

“외교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어.”

“…….”

“그럴 경우, 우리가 덤터기 쓰고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노태준이 우려라는 감정을 내색했다.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CIA는 몰라야죠. 그 때문에 우리 팀이 이번 일을 맡은 겁니다. 회사에서도 이번 작전에 있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철저히 감추라고…….”

“쩝.”

“끄응. 능력이 좋아도 문제야.”

“하아아.”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불안해했다.

“그런데.”

노태준이 차은성을 보았다.

“김병두가 운용하는 자금 말인데.”

“…….”

“모르긴 몰라도, 최소 미화 몇억은 될 것 같은데. 그걸 우리가 가로챌 수는 없을까?”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무립니다, 선배.”

차은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칫 돈 욕심에 무리수를 두었다가 우리가 CIA에 노출이라도 된다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해당 자금은 보나 마나 CIA가 빼돌리려고 할 겁니다. 그 과정에,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차은성은 공연히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어 마시던 콜라 잔을 내려놓았다.

“내일 새벽에 바로네로 이동해야 합니다.”

일찍 자라.

차은성의 무언에 다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삐죽이고 얼굴을 찌푸려 은연중에 불만을 내보였다.

*    *    *

다음 날 로마 교외의 와인 농장과 레스토랑을 겸한 바로네.

상당히 떨어진 언덕에 차은성이 노태준과 함께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각기 망원경으로 바로네와 주변을 살폈다.

“잠입은 힘들겠는데.”

“동감입니다, 선배. 저 정도의 감시 시스템이면 접근 도중에 발각되고 말 겁니다.”

“북한 애들이 저런 감시 시스템을 알까?”

“글쎄요.”

“비라디스 빌딩을 공격하는 것처럼 했다가는 죄다 몰살당할 것 같은데.”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은성아.”

노태준이 불렀다.

“네. 선배.”

“아름이와 민준이를 배낭여행자로 위장시켜 바로네 내부를 살펴보면 어떨까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

노태준의 말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차은성이 반대했다.

“응? 아니라고.”

“네.”

차은성이 망원경의 조도를 조정하며 말을 이었다.

“……와인을 매입하려는 구매자나 레스토랑을 찾는 이로 위장하여…… 의심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이들 모두 CIA 요원일지도 모릅니다.”

“…….”

“CIA 요원들이 득실대는 곳에 아름이와 민준이를 들여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보기만 하면 내부를 알 수 없는데…….”

노태준이 아쉬워했다.

차은성이 망원경을 떼며 노태준을 돌아봤다.

“우리보다는 북한 애들이 걱정입니다. 봐하니 바로네가 CIA 핵심 거점인 것 같은데. 어떻게 저런 곳에서 김병두를 빼내 올지…….”

차은성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궁금해. 북한 애들이 어떻게 바로네를 공격. 김병두를 빼낼지 말이야.”

노태준이 말하며 궁금하다는 눈빛을 반짝였다.

*    *    *

밤이 찾아왔다. 어둠이 온 세상에 내려앉았다.

“음.”

차은성이 침음하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렇다 할 것이 잡히지 않았다.

차은성이 손을 들어 이어폰을 두어 번 가볍게 툭툭 쳤다.

“형광아.”

“네. 팀장.”

“별 이상 없어?”

“네. 팀장. 이상 없습니다.”

“알았다.”

말한 후, 차은성이 황민준과 노태준을 불렀다.

이상 무!

두 사람 역시 별다른 일이 없음을 말했다.

차은성은 고개를 돌려 김아름을 보았다.

“아름아.”

“잡히는 게 없어요. 팀장.”

“알았다.”

차은성이 말하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23시.

차은성은 다시 모니터를 보며 이혜란과 북한 노동당 33호실 요원들을 생각했다.

‘움직일 텐데…….’

차은성은 조바심이 묻어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혜란이 이끄는 북한 노동당 33호실 요원들.

그들이 바로네를 공격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될 텐데.’

김병두가 CIA 손아귀에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그를 빼내야 한다.

“으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리며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    *    *

자정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팀장!”

김아름이 급히 불렀다.

“무슨 일이야?”

차은성이 김아름을 쳐다봤다.

“정체 미상의 소형 기체가 다수 바로네로 접근 중이에요.”

“응?”

“영상 띄웁니다.”

김아름의 말에 차은성이 급히 테이블 화면을 보았다.

어둠!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적외선 모드로 전환해 봐.”

“네.”

김아름이 키보드를 조작하자 화면이 바뀌었다.

삼각형의 날개. 강렬한 열을 발생하는 둥근 팬. 그리고 사람인 듯한, 앉아 있는 형태.

차은성은 눈에 보이는 광경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동력 글라이더?”

차은성이 당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의외다!

이내 차은성이 픽 웃더니 손을 들어 이어폰을 두어 번 두드렸다.

“모두 주목!”

“…….”

“기다리던 북쪽 애들이 왔다.”

“…….”

“동력 글라이더로 현재 바로네를 향해 저공비행 중이다.”

차은성이 노태준, 황민준, 우형광에게 말하는 사이.

김아름이 급히 말했다.

“바로네. 외부 유입 전기 차단됩니다!”

차은성이 멈칫하더니 놀란 눈빛을 띠었다.

“호오.”

뜻밖이다.

이혜란이 이런 방식으로 바로네를 공격할 줄은 몰랐다.

“추가 정보가 들어왔다. 북쪽 애들이 바로네의 외부 유입 전기를 차단했다. 다들 은폐 후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 이상!”

“알겠습니다.”

“네. 팀장.”

“OK.”

우형광, 황민준, 노태준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차은성이 눈을 반짝이며 김아름을 보았다.

“바로네. 비상 발전은?”

“진행 중인 것 같아요. 팀장.”

“계속 지켜봐. 그리고 세팅된 각 카메라. 정상 작동 중이지?”

“네. 이상 없이 정상 작동 중이에요. 하지만 바로네의 감시 시스템 때문에, 거리를 둬서…….”

김아름이 말끝을 흐렸다. 보다 선명하고 명확한 영상을 확보하기 어렵다.

“상관없어. 영상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어. 일단, 각 카메라 영상을 화면에 띄워 봐.”

“네. 팀장.”

김아름이 대답하며 키보드를 조작했다. 그러자 테이블 화면의 영상이 바뀌었다. 일정한 사이즈로 다수의 작은 영상이 떴다.

차은성은 그중 바로네 입구 쪽 영상들을 손으로 터치했다. 이어 해당 영상들을 확대했다.

“제법이야.”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눈웃음쳤다.

동력 글라이더들이 접근하는 동안, 바로네의 외부 유입 전기를 차단했다.

비상 발전이 돌아가는 동안 감시 시스템은 잠시 다운된다. 그 틈에, 언제 나타났는지 다수의 오토바이에 탑승한 33호실 요원들이 바로네로 접근 중이었다. 그 기세가 사뭇 맹렬하다.

33호실 요원들이 한 손으로 오토바이를 조종하며 다른 쪽 손으로 사격했다. 어둠 속에서 다수의 빛줄기가 바로네로 이어졌다. 총탄이 바로네로 빗발쳤다.

바로네 내에 있는 CIA 요원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33호실 요원들의 접근을 막고자 즉각 강력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습당한 탓에 다소 두서가 없었다.

“으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렸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비라디스 빌딩에 이어 바로네를 33호실 요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필히 CIA가 의문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개입했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아야 할 텐데.’

차은성은 불안을 느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어난다면 미리 관련 대비를 해 두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삼촌이 그 정도 대비도 안 했을까?’

차은성은 박영광을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에 그 나름 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아무래도 삼촌에게 연락을 해야겠어.’

심중 중얼거리며 차은성이 화면을 둘러봤다.

“이런!”

33호실 요원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 바로네로 돌진.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다.

무슨 가미카제 특공대도 아니고.

폭발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토바이에 폭약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다.

그사이.

하늘에서 동력 글라이더를 이용한 33호실 요원들이 낙하했다.

공중과 땅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33호실 요원들의 공격.

차은성은 오토바이의 자폭 공격에 어이가 없었다.

“나보다 더 과격하네. 이것 참. 허!”

절로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총격. 그리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총류탄과 RPG. 이어지는 폭발과 섬광들.

33호실 요원들이 아주 작정을 한 것 같다.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공중과 땅에서 동시에 가해지는 공격을, 바로네 내에 있는 CIA 요원들이 막기 어려울 것 같다.

해당 공격은 연이어졌다. 그로 인해 바로네에서 검은 연기가 하나둘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한편으로 여기저기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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