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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42)화 (42/208)

NIS의 천재 스파이 (42)

최관우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는 바다.

“주민들이 로드리게스 패밀리에 이미 외부인의 진입을 알리기 전에 내부에 잠입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 거냐?”

최관우의 물음에 차은성이 말없이 하늘을 힐긋거렸다.

순간.

최관우가 움찔하더니.

“너어…… 설마……?”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차은성이 최관우를 보며 씩 미소 지었다.

잠깐이란 시간이 흐르고, 최관우가 반신반의했다.

“그게 가능할까?”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만큼 수당은 따따불입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슬쩍 웃었다.

“그건 고맙지만…….”

최관우는 수당에 기뻐할 수 없었다. 차은성의 침투 방법이 너무 의심스러웠다. 가능한지 의문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잘될 겁니다.”

“그래도…….”

최관우가 말을 흐렸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로드리게스 패밀리 애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벼락 치듯이 치고 들어가, 제일 먼저 갇혀 있는 35명의 인질부터 확보하려면 그 수밖에 없습니다.”

“하긴.”

“우리가 진입하면 주민들이 로드리게스 패밀리에게 알릴 것이고. 우리가 인질이 있는 장소에 다다를 때쯤이면 로드리게스 패밀리가 인질들을 사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으음.”

최관우가 침음을 흘렸다.

인질 구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이다. 그리고 둘째로 시간이다.

인질이 있는 곳에 최대한 빨리 도착. 인질들을 확보, 안전하게 퇴출하기까지. 무조건 최단 시간 내로 끝내야 한다.

인질 구출이 그런 이유로 어렵다.

차은성은 사격하는 이들을 돌아봤다.

“야시경하고 소음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 확실하게 챙기십시오.”

“그거야 기본이고.”

최관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다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아.”

“압니다. 그래서 지원을 요청한 겁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Bullet ―K!

국방부와 국정원이 대주주다.

*    *    *

이틀 뒤. 작전 실행 당일.

느긋하게 책상에 앉아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 중인 마흔 후반의 이.

로드리게스.

성난 눈빛을 연방 희번덕였다.

“알렌라스 님. 그러게 처음부터 절 건드리지 마셨어야죠. 이제까지 사병으로 실컷 부려 먹고, 약을 취급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이 공격하다고 해서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절 버리시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

“대통령 핑계는 그만 대시지요, 알렌라스 님. 제가 바봅니까?”

“…….”

“필리핀을 지배하는 것은 알렌라스 가문을 포함. 각 주를 대표하는 몇몇 소수 가문이잖습니까? 대통령은 그저 명목상이잖습니까?”

“…….”

“아닌 말로, 마르코스 가문이 아키노 가문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싫어서, 아키노 전 상원 의원을 공항에서 암살할 정도면 말 다 한 것 아니겠습니까?”

“…….”

“제 요구는 명백합니다. 이제 필리핀에서 살 수 없으니 사면과 함께 국외로 나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아울러 몸값으로 남은 생애 동안 제…… 그리고 아이들 뒤도 봐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알렌라스 가문이나 다른 가문분들에게 그 어떤 피해도 가지 않을 겁니까? 약속드리겠습니다.”

로드리게스가 힘주어 말했다.

한때는 충성했던 알렌라스 가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약을 빌미로 사병 조직인 자신들을 치자, 알렌라스 가문이 매정하게도 버렸다.

그 때문에 조직의 자금줄이 마르고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거기에 더해 경찰이 강하게 압박해 와 어쩔 수 없이 고급 주택단지 습격과 대규모 인질 납치 및 구금이란 일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알렌라스 님, 잊지 마십시오. 제게 상납 장부가 있다는 걸 말입니다.”

“…….”

“언론에 까발려 버리면, 알렌라스 가문과 두어 개의 다른 가문은…….”

“…….”

“네에. 협박으로 들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사면과 해외 출국할 수 있게만 해 주십시오. 예에에.”

로드리게스가 통화를 끝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배신한 알렌라스 가문에게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살려면, 사면을 받고 무조건 국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알렌라스 가문을 포함한 몇몇 가문이 움직여 줘야 한다.

“빌어먹을!”

로드리게스는 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었다. 이내 잭다니엘 병을 들더니 입에 물며 고개를 뒤젖혔다.

꿀꺽, 꿀꺽.

목울대가 급하게 위아래를 오갔다.

목숨을 건 도박이다!

알렌라스 가문을 창구로 하여 정부와 인질 석방 협상 중이다.

무사히 필리핀 밖으로 몸값을 가지고 나갈 수 있게만 해 주면, 인질들을 풀어 줄 생각이다.

하지만 거부하면 인질들을 다 죽이고, 가지고 있는 알렌라스 가문을 포함한 몇몇 가문에 마약 판매 자금 일부를 상납한 장부를 언론을 통해 까발려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렌라스 가문과 몇몇 가문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해당 가문에 속한 상원 의원들과 주지사들 모두 사퇴해야 할 것이다. 해당 가문의 가주들은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고.

대통령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몇몇 정적 가문을 이 기회에 영구히 없애 버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야 그들도 살 테니까.

*    *    *

로드리게스가 입에 문 다니엘 병을 내려놓는 찰나.

끼이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정면의 문이 열렸다.

로드리게스가 의아한 눈으로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열리는 문 틈새로,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 내밀어졌다.

총구!

순간.

“흑!”

로드리게스의 얼굴 가득 놀람이 나타났다. 휘둥그레진 눈동자에는 다급함이 그득 샘솟았다.

벌떡.

로드리게스가 앉은 의자를 박차고 황급히 일어났다. 동시에 오른손을 허리 뒤로 돌렸다. 보나 마나다. 총을 꺼내려는 것이다.

“아서.”

낭랑하고 짧은 영어에 이어.

퓻…… 퍼억.

내려놓은 다니엘 병이 산산이 부서졌다. 터지는 것처럼.

로드리게스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를 쏠 수 있었지만, 쏘지 않았다.

경고임을 모를 수 없다. 움직이면 사살한다!

로드리게스가 천천히 허리 뒤에서 오른손을 뗐다. 이어 완만하게 양손을 어깨 위로 들며 문을 바라보았다.

GSG 9의 위장복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자가 천천히 들어왔다.

“잠시 얘기를 나눌까?”

차은성이 로드리게스에게 말하며 눈웃음쳤다. 대가리 사냥은 언제나 즐겁다!

*    *    *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하얀 꽃들이 피었다.

고공 강하.

헬멧과 야시경을 쓴 경무장의 이들이 낙하 중이었다. 그 수가 40여 명 어림이다.

최관우는 아래를 보며 야시경의 감도를 조절했다.

‘야광 처리를 해 두었으니,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다니오에 사전 잠입한 차은성의 말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최관우는 아래를 보며 착지할 곳을 찾았다. 시야에 다니오의 크고 작은 집들이 보인다. 하나같이 다닥다닥 붙어, 매우 복잡한 느낌을 준다.

‘응?’

최관우가 반색의 낯빛을 띠었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네모난 천.

최관우는 자신도 모르게 씨익 미소 지었다.

‘머리 좋은데.’

내심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들어 이어폰을 툭툭 두어 번 쳤다.

“마크 확인!”

최관우가 신속하게 무선통신망을 통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이내 부하들의 대답이 들렸다.

“마크 확인!”

“마크 확인!”

일사불란하게 다들 각자의 낙하지를 확인했다고 알려 왔다.

“이제부터 착지 시까지 사격 자유!”

“…….”

“적의 총성이 울릴 때까지 소음기 사용.”

최관우가 재빨리 말하자.

“예, 캡틴.”

“알겠습니다. 캡틴.”

부하들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래에 있는 로드리게스의 부하들. 그들의 눈을 모두 피할 순 없다. 운이 좋다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미리 잠입한 아르티펙스의 팀원들을 믿어 볼 수밖에!’

최관우가 심중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저격수?”

“네.”

“저격수들은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각자의 위치 잡는다. 알겠나?”

“예썰.”

“알겠습니다. 캡틴.”

부하들의 대답에 최관우가 방심하지 말라며 주의를 상기시켰다.

“예, 캡틴.”

“명심하고 있습니다. 캡틴.”

부하들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최관우는 소리 없이 웃었다. 이어 다시 내려다봤다.

불안하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평소라면 절대 이런 곳에 강하하지 않는다.

혹시, 하는 마음에 불안해진 최관우가 재차 부하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착지! 조심해!”

“예에.”

“네. 캡틴.”

“알겠습니다.”

부하들이 즉각 대답했다.

그들 역시 지금의 강하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대답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진한 불안과 긴장이 배어 나왔다.

달동네에 고공 강하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강하 전문가가 지금의 광경을 본다면.

“죽으려고 환장했어!”

아마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아연실색할지 모른다.

*    *    *

최관우는 트램펄린 천과 가까워지자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다.

찰깍.

그러자 최관우와 낙하산이 분리되었다.

휘이이이이.

바람에 낙하산이 뒤로 밀려나고.

최관우는 그대로 아래로 뚝 떨어졌다. 그는 주저 없이 몸을 뒤젖혔다. 보다 넓은 면으로 천에 밀착하려 하였다.

일순.

출렁.

천이 아래로 처지더니 강한 탄성으로 최관우를 위로 튕겼다.

최관우는 재빨리 서며 주위를 살폈다.

“흑!”

좌측.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자가 급히 우측 어깨에서 AK 소총을 끌렀다.

그 순간.

소총을 끄르던 자의 목이 뒤젖혀지고 이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휴우우.”

최관우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천에 내려서는 사이.

“조심하십시오.”

통신망에서 우형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관우가 피식 웃었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우형광의 대답에 최관우가 서둘러 자세를 바로 하더니 야시경을 밀어 올렸다. 그리고 신속하게 천을 벗어났다.

*    *    *

곳곳에서 강하하는 최관우의 부하들이 트램펄린 천을 이용해 낙하 충격을 최소화했다. 이어 신속하게 야시경을 밀어 올리고 각자의 무기와 장비를 챙긴 후 천에서 벗어났다.

다들 사전 명령받은 대로, 다니오 중심 곳곳으로 흩어졌다.

*    *    *

차은성으로부터 지휘권을 위임받은 최관우는 두 부하와 함께 다니오에서 가장 높은 옥상에 서 있었다.

그는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며 명령했다.

“대기 팀.”

“네.”

“출발해.”

“알겠습니다.”

“엄호 팀.”

“네, 캡틴.”

“대기 중입니다.”

“엄호. 확실하게 해 줘. 알겠지?”

“네에.”

“걱정 마십시오. 캡틴.”

“지원 팀.”

“예에. 캡틴.”

“대기 중입니다.”

“인질들이 미니밴에 탑승. 다니오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알고 있지?”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또 그런 건 잘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부하들의 여유로운 대답에 최관우가 소리 없이 웃었다.

“각 팀.”

“네에, 캡틴!”

“방심하지 마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너희들은 대한민국 최고 최강의 전투부대다. 해당 긍지와 자부심에 걸맞은 활약을 해 주길 바란다.”

“예, 캡틴.”

“네, 캡틴.”

부하들의 대답에 최관우가 눈웃음쳤다.

“저격수.”

“네. 대기 중입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잠시 뒤 정전이 되면, 즉각 사살해.”

“예.”

“네.”

저격수들의 대답이 들렸다.

최관우는 심호흡했다.

“후, 후우우.”

사전에 미리 잠입한 아르티펙스가 전기를 차단함과 동시에 인질 구출 작전이 시작된다. 그 때문에 최관우는 심중 긴장했다. 비단 그만이 아니라 부하들 역시 긴장했다.

단 한 명의 인질도 죽지 않고,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다니오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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