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34)
그러자 보안 요원과 두 요원이 급히 뛰었다. 이내 차은성을 지나 유리문 안쪽, 좌측으로 후다닥 내달렸다.
차은성이 그들을 보곤 씩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브라운백을 돌아보았다.
“갑시다.”
브라운백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 * *
곧.
애애애애애애앵!
여기저기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다.
다다다다.
내각 조사실 요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돌연 발생한 연이은 폭발로 내각 조사실은 엄청 혼란스러웠다. 다들 심하게 허둥지둥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틈을 이용, 차은성과 브라운백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올라갔다.
그리 오래지 않아.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온 차은성과 브라운백이 태연하게 좌로 돌아섰다.
* * *
출입을 통제하며, 출입자의 보안 심사를 맡은 몇몇 보안 요원.
그들 중 한 명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차은성을 보았다.
“어?”
요원은 뜻밖이라는 눈빛을 띠며 어안이 벙벙한 기색을 지었다.
얼마 전에 차은성이 심사를 통과, 들어갔던 터라 얼굴을 기억한다. 그런데 복장이 바뀌었다.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 * *
차은성은 보안 요원들을 향해 라이터 하나를 휘익 던졌다.
마카오에서 구매한 후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은 라이터였다. 허공을 날아간 라이터가 이내 보안 요원들 발치에 툭 떨어졌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라이터에 내장된 폭약의 양이 매우 적어 폭발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터 내부에 있는 미세한 파편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직경 3미터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으아아악!”
“크악!”
“아아악!”
파편에 당한 보안 요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차은성은 정면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뛰어!”
그 말에 브라운백이 반응했다. 즉각 사력을 다해 로비 입구로 뛰었다.
다다다다다.
로비를 오가던 내각 조사실 요원들이 해당 광경에 멈칫멈칫하는 한편, 폭발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다들 바닥에 바짝 엎드리거나 몸을 낮췄다.
그러는 동안.
차은성은 브라운백의 뒤에서 뛰며 상의에서 스미스 & 웨슨 자동 권총을 꺼냈다.
복도에서 죽인 요원. 룸에서 쓰러뜨린 두 요원.
그들의 총과 탄창을 수거했다. 스미스 & 웨슨 자동 권총은 그중 하나다.
차은성은 좌우를 번갈아 보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탕.
총성이 연이어 울리고.
“아아악!”
“크억!”
“꺽!”
내각 조사실 요원 몇 명이 당했다. 그들은 피를 흘리며 로비 바닥에 쓰러졌다.
차은성이 사격하자, 브라운백 역시 상의에서 권총을 꺼냈다. 역시나 예의 요원들에게서 수거한 총 중 하나였다.
타타타타탕.
총성이 메아리쳤다.
* * *
밖으로 나온 브라운백이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그사이.
승용차가 다가오더니 큰 소리와 함께 차체가 옆으로 틀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서킷장에서 드리프트 하는 것 같았다.
끼아아아아악.
차가 서자 운전석 차창이 내려졌다.
“빨리.”
황민준이 브라운백을 바라보며 독려했다.
브라운백은 그새 주저했다. 생면부지의 황민준이다. 적아가 불분명하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탈 수는 없었다.
주저하는 브라운백의 뒤에서 차은성이 답답하다는 심정을 담아 외쳤다.
“고!”
타라는 말이다.
그러자 브라운백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빨리!”
차은성이 그를 재촉하며 뒤돌아섰다. 그러곤 자동 권총을 들어, 뒤따라오는 내각 조사실 요원들을 쐈다.
타타타타탕.
한편.
황민준이 재차 브라운백을 독려했다.
“빨리 타! 이 멍청아!”
브라운백이 돌아보던 고개를 바로 하며 차를 향해 뛰었다.
“팀장!”
황민준이 차은성을 불렀다.
차은성이 돌아서며 전력을 다해 뛰었다.
* * *
삽시간에 브라운백에 이어 차은성을 태운 차가 급발진 했다.
부아아아아앙.
쏘아진 화살처럼, 무섭도록 빠르게 속도를 올리며 시야에서 멀어졌다.
뒤쫓아 밖으로 나온 내각 조사실 요원들은 일순간 닭 쫓던 개들이 되어 버렸다.
다들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심정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냈다.
* * *
얼마 후.
도로를 주행하는 차내에서 차은성은 황민준으로부터 무선통신 장비와 이어폰을 건네받았다.
몸에 장비를 장착하고 귀에 이어폰을 끼웠다.
“형광아.”
“네, 팀장.”
“바로 시작해.”
“알겠습니다.”
차은성이 우형광에게 지시하는 동안.
브라운백이 지켜봤다. 뭐라 묻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흐르고 있어 묻지 않았다.
* * *
늦은 오후.
돌연 나가다쵸 전역이 정전되었다. 한순간에 전기가 나가 버리자 사람들이 당황했다.
“뭐, 뭐야?”
“갑자기 전기가 왜 나가?”
“어, 어?”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들을 통제하던 신호등 역시 작동을 멈췄다.
끼이이익.
“아, 안 돼에에!”
콰, 콰, 쾅.
“아아악!”
차들이 급정지하고 크고 작은 접촉 사고와 차량 충돌이 연거푸 일어났다.
* * *
한편, 내각 조사실 본청은 정전으로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 급히 비상 발전설비가 돌아갔다. 하지만…….
콰, 콰앙.
평소 쓰지 않아 노후화된 비상 발전설비가 돌연 폭발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게 되었고, 내각 조사실 본청은 사실상 마비되었다.
비상 발전설비의 폭발은 CIA의 백업 중 하나였다.
* * *
차은성은 나가다쵸를 벗어나기 전에 차를 버렸다. 틀림없이 내각 조사실에서 경시청에 연락, 차량을 추적할 것이다.
차은성, 황민준, 브라운백은 오토바이로 도쿄만으로 향했다. 다행히 브라운백이 오토바이를 탈 줄 알았다. 할리 데이비슨의 나라 출신다웠다.
바아아앙.
도로를 내달리며 차은성은 김아름과 통화했다.
“아름아.”
“네. 팀장.”
“길을 터 줘. 그리고 다른 도로들은 모두 마비시켜.”
“네.”
김아름과의 통화가 끝난 직후, 차은성, 황민준, 브라운백이 내달리는 정면이 시원하게 뻥 뚫렸다. 해당 방향의 모든 신호등에 올 직진 신호가 떴다.
그런 한편으로 다른 신호등의 기능이 마비되어 인근 도로 전체가 마비되고 말았다.
빠앙…… 빵…… 빠아앙.
경적이 쉼 없이 울리고, 차창 밖으로 운전자가 머리를 내밀었다.
“가자고.”
“왜 이래?”
다들 화냈다. 돌연 잘 가던 앞차가 하나둘 서더니 움직일 생각을 도통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뒤차의 운전자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 * *
오토바이로 도로를 지나며 차은성이 노태준을 불렀다.
“태준 선배.”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해요.”
“알았다.”
노태준과 통화한 후 차은성은 오토바이 액셀을 당겨 속도를 높였다.
바아아아아앙.
차은성이 탄 오토바이를 선두로 황민준과 브라운백이 탄 오토바이가 도로를 스쳐 지나갔다.
* * *
경시청 교통관제소에 난리가 났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신호등들이 마비야?”
관제관이 악을 써 댔다.
관제 요원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들은 마비된 신호등의 기능을 복구하려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들 우왕좌왕했다.
* * *
한국처럼 일본도 119다. 해당 지령실은 갑자기 쏟아지는 전화에 북새통이었다.
“뭐라고요?”
“지하철역에서 독가스가 나온다고요?”
“그, 그럴 리가?”
“사, 사람들이 마구 쓰러져요?”
지령실 직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느닷없이 각 지하철역에서 독가스가 나온다니.
“빨리 확인해 봐. 어서!”
상급자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사건 이후, 일본인들에게 지하철은 하나의 공포였다. 그런 지하철역에서 독가스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노태준에게 놀아났다. 의도적인 위장 전화와 오인한 주민들의 신고 전화로, 지령실의 신고 체계가 마비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 * *
몇 시간 동안,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내각 조사실 본청과 경시청을 집어삼켰다.
총리 관저에 들어가 있던 내각 조사실장 사토 키요시가 본청으로 돌아오고, 간부들이 비상소집령에 의해 본청에 당도했을 때.
이미 차은성, 황민준, 브라운백은 도쿄만에 당도했다.
김아름, 노태준, 우형광은 해당 시간대에 공항에 도착했다.
* * *
꽈앙.
키요시 실장이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자 테이블 좌우에 앉은 간부들이 일제히 몸을 움찔거렸다.
“니들!”
키요시 실장이 간부들을 둘러봤다.
“뭣들 하고 있었어?”
이성을 잃은 듯 보일 정도로 엄청 격노한 키요시 실장이.
“본청에 잠입해서 야코프를 데리고 도주했어!”
언성을 높였다.
야코프. 샘 브라운백의 위장 신분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우리 요원들이 죽었어!”
“…….”
“또 본청 내에서 다수의 폭발이 일어났어!”
“…….”
“그런데 정전으로, 경시청에 즉각 연락하지 못해 놈들을 추적하는 것이 어처구니없게도 한참 늦어 버렸고. 기껏 올린 소득이 달랑 차 한 대야. 그것도 모든 흔적이 다 지워진 중고 승용차!”
키요시 실장이 매우 격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부릅떴다. 말하며 마구 침을 튀기는 모습이 분노에 치를 떠는 것 같았다.
“니들은…… 이런 개망신이 어디에 있어! ……내각 조사실이 어떤 곳인데에에!”
키요시 실장이 회의실이 떠나가라 거듭 소리쳤다. 얼마나 소리를 크게 지르는지, 입안 깊숙이 있는 목젖이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찾아!”
“…….”
“반드시! ……찾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
“…….”
“죽은 시체라도 상관없으니깐!”
“…….”
“내 앞에 갖다 놓으란 말이야아아아!”
키요시 실장이 목이 터져라 다시금 소리쳤다.
“예에!”
간부들이 동시에 목청이 찢어져라 외쳤다.
* * *
얼마 후.
내각 조사실과 경시청의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이 총동원되었다.
그들은 차은성, 샘 브라운백, 황민준을 찾느라 혈안이었다. 도쿄 도심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호텔, 게스트 하우스 등등.
* * *
어둑어둑한 도쿄만.
한 대의 요트가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외해로 향했다.
요트에는 황민준, 차은성, 브라운백이 타고 있었다.
차은성이 자동 운항으로 요트를 세팅한 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흠. 발견했는지 모르겠군.’
팀원들의 안전한 출국을 위해 의도적으로 몇몇 흔적을 남겼다.
지금쯤이면 굶주린 사냥개처럼 도쿄 시내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흔적을 발견하고 예의 흔적을 타고 추적해 오는 동안, 외해로 나가 있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팀원들이 무사히 서울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각 조사실과 경시청의 이목을 끌어 주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 중인 차은성의 안색은 무척 흐렸다.
우측에 앉은 샘 브라운백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저…….”
말을 붙이려 했다. 하긴 묻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차은성이 샘 브라운백을 돌아봤다.
“묻고 싶은 것이 많죠?”
빙긋 웃었다.
그러자 샘 브라운백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