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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3)화 (23/208)

NIS의 천재 스파이 (23)

“저 자식, 뭐야?”

노태준이 놀라 물었다.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봤다.

‘다행인가?’

아직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은성아.”

노태준이 차은성을 불렀다. 그러자 차은성이 돌아봤다.

노태준이 눈짓으로 우형광과 황민준을 가리켰다.

“네가 나서야겠다.”

차은성이 말없이 우형광과 황민준을 바라보았다.

퍼퍼퍼퍽.

정동현과 주먹다짐 중인 우형광과 황민준.

거의 대등하다. 둘이서 정동현과 치고받으며 싸우는데, 정동현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뭔 변호사가, 국정원 요원들보다 더 싸움을 잘하냐? 아주 난다, 날아.”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천천히 말했다.

“배운 놈입니다.”

“응?”

노태준이 앞으로 걸어가는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이종격투기 같은 것을 꽤 오랫동안 배운 모양입니다.”

“빨리 처리해라. 혹시라도 누가 보게 되면 골치 아파져.”

“네에. 선배.”

차은성이 대답하며 오른손을 어깨 위로 들었다.

흔들흔들.

좌우로 움직였다.

*    *    *

퍼억.

우형광의 얼굴에 정동현의 주먹이 꽂혔다. 일순 우형광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뻑.

그러자 정동현이 몸을 좌로 돌렸다. 그러곤 황민준의 가슴을 발로 찼다.

“큭!”

황민준이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정동현이 몸을 돌려 뒤돌려 차기로 황민준의 얼굴을 걷어찼다.

뻐억.

얻어맞은 황민준이 도로 바닥에 쓰러졌다.

쿠당탕.

연후.

정동현이 우형광을 향해 돌아섰다.

찰나.

퓻…… 퍽!

어둠 속에서 날아온 탄환이 정동현의 오른발 무릎에 박히자 살과 피가 튀었다.

극렬한 고통에 발을 절뚝이며 정동현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이어 맥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퓻…… 퍽!

다시 탄환이 정동현의 왼발 무릎에 박혔다.

“우아아악!”

정동현이 비명을 지르며 우로 몸을 뉘었다.

*    *    *

노태준이 급히 달려와 차은성의 오른손을 잡았다.

“은성아!”

매우 당황한 목소리였다.

차은성이 노태준을 보았다.

씩.

미소 지었다.

“선배.”

“너, 미쳤어! 여기서 총을 사용하면 어떻게 해!”

노태준이 목소리를 높이며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천만다행일까?

아직까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운이 좋은 걸까?

한편.

“……아아아악!”

정동현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노태준이 돌아보며 언성을 높였다.

“조용히 시켜!”

“네에.”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우형광과 황민준이 대답한 후, 서둘러 정동현에게 다가갔다.

*    *    *

끽…… 끼이이익.

나직한 쇳소리가 울렸다.

내장이 제거된 통돼지들이 갈고리에 걸려 매달려 있었다. 통돼지들 사이에서 정동현이 갈고리에 매달려 좌우로 흔들거렸다.

대롱대롱.

정면과 좌우에 차은성, 노태준, 황민준이 서 있었다.

서너 걸음 떨어진 우측 콘솔 앞에 우형광이 서 있었다.

“정동현.”

차은성이 매달린 정동현을 보았다.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 아니면, 냉동 창고에서 얼어 죽게 될 거야.”

“으으…….”

매달린 정동현이 신음하며 차은성을 보았다.

“개기고 싶으면 얼마든지 개겨도 돼.”

“…….”

“참고로.”

“…….”

“대한민국에서 한 해 최소 2천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실종돼.”

“으으…….”

“너 하나 죽는다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진 않아. 그저 실종자 한 명이 늘어날 뿐이지.”

“미, 미친 새끼…….”

정동현의 말에 차은성이 씩 웃었다.

“변호사시니깐 우리가 경찰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거야.”

“으으…… 내, 내게 왜 이러는 거야?”

“호오.”

차은성이 의외라는 눈빛을 띠었다.

“보통은 우리에게 누구냐고 묻는데, 왜 이러냐고?”

“팀장.”

노태준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차은성이 오른손을 들었다 내렸다.

―잠시 말없이. 가만히 있어 주세요! 선배.

차은성의 무언에 노태준이 입을 다물었다.

*    *    *

황민준과 우형광은 차은성을 돌아봤다. 은근한 긴장의 눈빛을 띠는 두 사람이었다.

*    *    *

“정동현.”

“너어…….”

“세 건의 범행…….”

“닥쳐!”

차은성이 물으려 하는데 정동현이 사력을 다해 소리쳤다.

“뭐, 예상한 말이야.”

차은성이 미소 지으며 우형광을 돌아봤다.

“형광아. 집어넣어.”

“네.”

우형광이 대답하며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

기계 작동음과 함께 정동현이 다른 몇몇 통돼지와 함께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 안 돼에에에.”

정동현이 소리치며 몸을 버둥거렸다. 몸을 좌우로 뒤틀고 두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냉동 시설의 온도는 보통 ―18도 내외다. 장기간 해당 온도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은 필연이다.

정동현은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며, 서서히 자신의 몸이 얼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    *

잠시 뒤.

정동현이 밖으로 나왔다.

“으으…….”

신음하는 정동현의 머리, 어깨, 눈썹, 신은 구두 등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차은성이 정동현을 보곤 실소했다.

“정동현.”

“…….”

“대화를 나눌 생각이 이제 들어?”

정동현이 차은성을 보았다.

“너.”

“…….”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

“와우!”

정동현의 말에 차은성이 놀랍다는 듯 눈을 치떴다.

“무서워 죽겠네.”

차은성이 말하며 우형광을 돌아봤다.

“집어넣어.”

차가운 목소리!

“네.”

우형광이 대답과 함께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

예의 작동음이 울리고 정동현이 뒤로 밀려났다.

“이 개에에세키야아아아아아!”

정동현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차은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태연하게, 창고로 들어가는 정동현을 바라보았다.

*    *    *

한참 후.

거의 얼어 죽기 직전인 정동현이 밖으로 나왔다. 의식이 매우 흐릿한 정동현은 차은성의 물음에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살고 싶어!

정동현은 생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집어넣어!”

차은성이 차갑게 말하자, 다시 우형광이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

정동현이 다시 뒤로 밀렸다.

“말했잖아. 다 말했다고!”

창고가 떠나가라.

정동현이 외치고 또 외쳤다.

차은성은 지독히도 냉정했다.

*    *    *

냉동 창고 한편에 차은성이 서 있었다. 차은성은 귀에 폰을 대고 박영광과 통화 중이었다.

“……음.”

폰 너머에서 박영광의 신음이 들렸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차은성이 물었다.

“안 이상, 가만 내버려 둘 순 없어. 그리고 이번 건은 경찰이나 검찰이 다룰 만한 사안이 아니야.”

“그럼?”

“처리 팀 보낼 테니깐, 정동현 넘겨.”

“정동현이 대종 로펌과 정관식…… 조치하셔야 할 겁니다.”

“걱정할 것 없어.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면 돼.”

“차량 화재로 위장하실 생각이십니까?”

“요즘 외제 차 엔진 룸 화재로 인터넷이 시끌시끌해……. 도로 주행 중에 엔진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고…… 삽시간에 불길이 운전자와 차량을 태워 버렸다는 식으로 처리하면…….”

“…….”

“사체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불에 심하게 타 버림…….”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말했다.

“DNA나 치과 기록 등 사체 확인이 가능한 것들, 손보는 거 잊지 마십시오.”

“네가 지금 날 가르치는 거냐?”

“하하. 아닙니다.”

“걱정할 것 없어. 관련 회사 전문 팀이 붙을 테니깐.”

차은성은 살며시 웃었다.

회사에 공작을 위한 몇몇 전문 팀이 있다. 자신이 팀장으로 있는 아르티펙스 역시 그 팀들 중 하나다.

“……2차장이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겠다.”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회사의 국내 담당 대빵이 2차장이다.

얼마 전에 삼합회 하부 조직망에 관한 정보를 건넸다. 거기다 정동현을 넘겨주면, 2차장의 입이 찢어질 것이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고, 어쩌다 월척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결과가 좋으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간다. 알겠지?”

“네에.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함부로 끼어들지 마라. 응!”

“네에에.”

차은성이 길게 대답을 뺐다.

“대답은 청산유수지.”

“있죠. 며칠 동안 애들 고생했는데 회식비라도…….”

“돈 얘기라면 그만 끊어라.”

매몰차게 말하는 박영광이었다.

“삼촌!”

차은성이 급히 불렀다.

그러자 박영광이 주의를 주었다.

“마! 사적으로는 삼촌이지만, 공적으로 내가 네 상사야. 깍듯하게 국장보라고 안 부를래!”

“아, 예에. 국장보님.”

“입금. 없어!”

“어…….”

차은성이 급히 말하려 하였다.

뚜우우우.

그런데 박영광이 한발 먼저 전화를 끊었다.

차은성이 귀에서 폰을 떼었다. 그러곤 손에 쥔 폰을 바라보았다.

“와…… 어이가 없네. ……얼마 전에 통화할 때는 경찰 아니라고 뭐라 하더니만, 지금은…… 사람이 이렇게 확 달라지나?”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슬쩍 미소 지었다.

빙긋.

이해한다.

이번에는 상당한 가치의 정보를 확보했다. 그러니 아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것이면 된다. 그리고 활동 중지 상태인 자신들이 이번 일을 처리한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    *    *

잠시 뒤.

저벅저벅.

노태준이 걸어와 서며 물었다.

“어떻게 됐어?”

“처리 팀 보내 준답니다.”

“잘됐네.”

“선배.”

“응.”

“괜찮으신 거죠?”

차은성이 물으며 노태준의 안색을 살폈다.

“휴우우우.”

노태준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하늘이 도왔어. ……죽은 애 엄마가 연지를 보살핀 것 같기도 해.”

“…….”

“연지가 정동현 그놈에게 당했다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

“그게 다 선배의 감 덕분입니다. 어떻게 몽타주의 눈매와…….”

“천우신조야. 그렇게 따지면, 재교육 받은 덕분이라고 말해야겠지만.”

“이젠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정동현은 두 번 다시…….”

차은성의 말에 노태준이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정동현이 실종되면 대종 로펌이나 정관식 전 차관보가 가만 안 있을 텐데.”

“후후.”

차은성이 실소했다.

“아무리 대종 로펌이나 정관식 차관보라고 해도.”

“…….”

“회사에서 공적으로 움직인 이상, 어쩔 도리 없을 겁니다.”

“하긴 처리 팀이 움직였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사라지긴 하지.”

노태준은 정동현이 사망 처리될 것이라는 걸 몰랐다.

차은성이 말하며 걸음을 뗐다.

“가시죠.”

“어딜?”

노태준이 우로 비켜섰다.

차은성이 그의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며칠 동안 애들 고생했잖습니까?”

“그래서.”

“곧 처리 팀이 올 테니깐 정동현 넘기고 애들이랑 간만에 회식이나 하시죠. 아참. 연지도 부르고요.”

“이 밤에 연지까지?”

노태준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이 걸어가며 툭 던지듯 말했다.

“오늘 회식은 한우 치마 살, 제비추리, 채끝살 등 특수 부윕니다.”

그러자 대번에 노태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늘 지갑 던지는 거냐?”

“예에. 먼지만 풀풀 날리게 몽땅 다 비울 참입니다.”

“좋지.”

노태준이 활짝 웃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앞서 걸어가는 차은성을 뒤따랐다.

“연지가 모처럼 한우 고기로 배 채우겠다.”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말없이 빙긋 웃었다. 고기를 원 없이 먹을 정도로 많은 돈이 나오지는 않는다. 위험수당이 꽤 많이 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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