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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2)화 (22/208)

NIS의 천재 스파이 (22)

착각하지 마! 우린 경찰이 아니야

차은성이 말했다.

“가장 확률이 높아.”

“…….”

“범죄 현장에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아. 그리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자가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다면 필히 이동을 해야 하는데, 늦은 밤에 걸어서 이동할까? 심야 버스를 탈까? 아님 택시를 탈까?”

“…….”

“바보가 아니라면 요즘 사방 천지에 카메라투성이라는 것을 알 거야.”

“자신의 차로 이동했다! 그 말입니까? 팀장.”

우형광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이 자차로 움직였을 거야.”

“그럴 리가요?”

“…….”

“아니, 범죄를 저지르려는데 자신의 차를 이용한단 말입니까?”

차은성의 말에.

우형광이 차은성과 생각이 다름을 밝혔다.

피식.

차은성이 웃더니 우형광에게 물었다.

“자차가 아니라면 넌 어떤 수단을 이용했다고 생각해?”

“뭐, 렌터카나 도난 차량. 아니면 대포차 같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았을까요?”

“렌터카는 기록이 남아. 범죄를 저지르는 놈이 자신을 추적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려고 할까?”

“…….”

“그리고 도난 차량이나 대포차의 경우, 도로를 주행하면 필히 서울시 교통관제센터의 각 카메라에 잡혀. 그렇게 되면 교통관제 시스템에서 해당 차량이 도난 차량이나 대포 차량이라고 자동 알림과 경고가 떠.”

“…….”

“그럼 그 즉시 인근 지구대에서 출동할 텐데.”

차은성의 말에 우형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형광아.”

“네. 팀장.”

“필드에서 활동하면서…… 일상생활에도 신경을 써야 해.”

“…….”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어. 불과 몇 개월 만에 예전에 없던 것들이 생겨나고 시스템이 엄청난 속도로 업그레이드돼.”

“…….”

“서울시 교통관제 시스템!”

“…….”

“우습게 보지 마라!”

“…….”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하면 서러워서 울 정도로…… 세계 톱클래스의 시스템이야.”

“알겠습니다, 팀장.”

차은성이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을 돌아봤다.

“움직여! 빨리!”

말하며 양손을 가슴 어름으로 들었다. 그러곤 재촉하듯이 손뼉을 쳤다.

짜, 짜, 짝.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돌아서더니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차은성은 말없이 세 남녀를 지켜봤다.

*    *    *

아무 성과 없이 이틀이 지났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각종 기계로 둘러싸인 책상에 앉은 차은성. 머리에 VR 헤드셋을 쓰고 양손에는 장갑을 끼었다.

지난 이틀 동안 우형광이 장착했던 캠들의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으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리며 양손으로 한 영상을 확대했다.

그자가 골목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동영상.

골목 좌측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중 가장 앞쪽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의 운전석 유리. 선팅이 되어 있었다.

‘혹시 모르지.’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해당 유리를 확대했다. 그러자 흐릿한 형태가 나타났다.

코, 입술, 턱.

순간.

“빙고!”

차은성이 자신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씨이익.

찾았다!

*    *    *

잠시 뒤.

유리벽 앞에 차은성이 서 있었다.

“그래. 확인해 봤어?”

“네. 팀장.”

귀에 댄 폰 너머에서 김아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리긴 하지만 윤곽은 확인 가능해요. 팀장.”

“검색해 봐.”

“팀장. 그게요.”

김아름이 난감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문제 있니?”

“실은…… 저희가 지금 활동 중지 중이라서. 회사 서버에 접속해야 검색이 가능한데. 접근 코드가 없어요.”

“알았다. 잠시 뒤에 다시 통화하자.”

“네.”

김아름의 대답을 끝으로 차은성이 통화를 끝냈다. 이어 박영광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폰 너머에서 박영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전화를 다 하고.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삼촌.”

“왜에?”

“도움을 청할 일이 있습니다.”

“…….”

박영광이 잠시 침묵했다.

“너어…….”

“사정이 있습니다.”

“무슨 사정?”

“그것이…….”

차은성이 연지를 언급하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경각 후.

설명이 끝나자 박영광이 불같이 화냈다.

“니들!”

“…….”

“자숙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삼촌!”

“니들이 무슨 경찰이야? 왜 경찰 흉내를 내고 지랄이야, 지랄이!”

폰 너머에서 박영광이 엄청 고함쳤다.

“그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경찰에 맡기면 되잖아.”

“삼촌…….”

“나서긴 왜 나서! 지금 니들 활동 중지 중이라는 걸 몰라!”

“…….”

“그렇지 않아도 1차장이 너를 어떻게 해 보려고 하는 판국에, 알아서 빌미를 던져 줘!”

박영광이 거듭 언성을 높였다.

“…….”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잘 들어.”

“…….”

“1차장이 구승찬 건을 알았어. ……안 서는 게 삼합회와 무슨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저를 의심합니까?”

“너를 의심할 정도로 1차장이 머리가 획, 휙 잘 돌아가는 인간인 줄 알아?”

“그런데…….”

“화풀이!”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움찔했다.

“삼합회를 어떻게 하긴 힘들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

“끄응.”

“그러니깐 조심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이미…….”

“망할 자식!”

“부탁드립니다. 일전의 빚을 갚는다 생각하시고 좀 도와주십시오.”

“얼씨구.”

“삼촌……. 제가 삼촌에게 도와 달라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전화한 적이 있었습니까? 네에?”

“방귀 뀐 놈이 어디서 성내고 있어.”

“삼촌…….”

“콱! 그냥!”

“좀 도와주십시오.”

“내가 너 때문에!”

박영광이 화냈다.

차은성은 살짝 웃으며 박영광에게 회사 서버의 접속 코드를 부탁했다.

“알았어. 이번만이야!”

“네에.”

차은성이 대답하며 통화를 끝냈다. 이어 폰을 품속에 집어넣은 후 창밖을 보았다.

한겨울.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    *

빌딩.

김아름이 말했다.

“……정동현!”

“…….”

“……해외 유학파로, 올해 서른셋입니다. 현재 대종 로펌 소속 파트너 변호사로…… 부친이 정관식 전 법무부 차관보입니다…… 그리고 대종 로펌 대표인 박대종의 차녀와…….”

김아름이 설명을 마치며 차은성을 돌아봤다.

“거주지가 옥계 3동이 아니라 옥계 1동이에요. 팀장.”

김아름이 살짝 미소 지었다.

차은성은 못 들은 척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변호사라?”

“그 형사 말이 맞군요.”

황민준이 말하자 우형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개 변호사가 내 미행을 알아챘다고?”

우형광의 말에 차은성이 눈을 반짝이더니.

“이제부터 알아보면 돼!”

감정을 배제한 어조로 말했다.

그때.

……삐, 삐, 삐.

경고음이 연이어 울렸다.

그러자 다들 김아름을 보았다.

“잠시만.”

김아름이 말과 함께 뒤돌아서더니 부리나케 뛰어갔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김아름이 영상을 확인한 후, 차은성을 돌아봤다.

“태준 선배예요.”

김아름의 말에 차은성, 황민준, 우형광이 찰나 흠칫거렸다.

*    *    *

연지 때문에 뒤늦게 빌딩을 찾은 노태준.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제외한 팀원들이 모여 있는 것에 의아해했다.

“너희들!”

노태준이 화내려 했다.

“선배. 제가 연락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차은성이 말했다.

그러자 노태준이 차은성을 쳐다봤다.

“팀장!”

팀원들이 있어 팀장으로 지칭했다. 한데 다소 성난 목소리였다.

“휴우.”

차은성이 한숨을 쉬었다.

“선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지 일입니다. 선배가 냉정해질 수 없다는 거, 여기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날 배제했다?”

노태준의 말에.

“선배. 그보다는……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차은성이 슬쩍 노태준의 주의를 돌렸다.

노태준이 놀란 듯 눈을 크게 치떴다.

*    *    *

차은성이 테이블 앞에 서 있는 팀원들을 돌아봤다.

“잡아 와.”

말하며 차은성이 황민준과 우형광을 번갈아 봤다.

그러자 황민준과 우형광이 서로 돌아보았다. 이어 두 사람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팀장. 현직 변호삽니다.”

“아무 증거도 없이 잡아 오는 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팀장.”

황민준과 우형광이 말했다.

“팀장, 두 사람 말이 맞아요. 심증은 있지만 증거가 없어요. 그러니 그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현장을 급습하여 현장에서 그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이어 김아름이 말했다.

그러자 차은성이 노태준을 보았다.

“선배.”

노태준의 의견을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놈을 찾아가 죽이고 싶지만.”

“…….”

“애들 말이 맞아. 증거도 없이 현직 변호사를, 그것도 아버지가 전 법무부 차관보이고 미래 장인이 국내 10대 로펌 중 하나인 대종 로펌의 대표라면 범행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는 것이 좋아.”

노태준이 팀원들과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

“후우.”

차은성이 심호흡하며 오른손을 들었다. 이어 머리를 긁적이며 담백한 어조로 말했다.

“다들 착각하고 있는데.”

노태준,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우린 경찰이 아니야!”

차은성의 말에 팀원들이 서로 돌아봤다.

*    *    *

심야. 옥계 1동.

차 안에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방금 전에 통과했어요. 아마 40초쯤 후에 나타날 거예요.”

스피커로 통화를 전환한 폰에서 김아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차은성이 물었다.

“차량 번호는?”

“네에. 124 나에 ××××예요.”

“알았다.”

차은성이 말하며 운전석을 보았다.

“형광아.”

“네에. 팀장.”

“나타나는 즉시 들이받아라.”

“예?”

놀란 우형광이 뒤돌아봤다.

“팀장.”

조수석에 앉은 황민준과 뒷좌석 왼쪽에 앉은 노태준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누가 그러더라고.”

“…….”

“경찰 흉내 내지 말라고.”

“끄으응.”

우형광, 황민준, 노태준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차은성의 말대로 자신들은 경찰이 아니다. 증거 따위에 연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차은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합류했다.

황민준과 우형광에게 맡겨 둘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자가 우형광의 미행을 알아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은성이 함께 움직이려 하자, 노태준 역시 합류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    *    *

잠시 뒤.

맞은편에서 헤드라이트 빛이 보였다.

차은성이 눈을 반짝였다.

“나타났다!”

순간.

다들 앞을 바라보았다.

*    *    *

콰아앙!

온 세상이 떠나갈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도 인근 주택에서 나와 보는 이가 없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이도 없었다.

고급 주택가 도로를 오가는 행인들이 뜸하다. 하여 소리가 울렸음에도 돌아보는 이가 없었다.

삭막한 인심이 절로 생각나는 도로가였다.

*    *    *

덜컥.

운전석 차 문을 열고 정동현이 내렸다.

“뭐야?”

고함치며 손을 들어 목덜미를 만지는 시늉을 했다.

*    *    *

들이받은 차에서, 차례대로 차은성을 비롯한 세 사람이 내렸다.

탁.

차은성이 차 문을 닫으며 말했다.

“형광아. 민준아.”

“네. 팀장.”

“일단.”

“…….”

“패!”

“예?”

우형광과 황민준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팀장.”

노태준이 차은성을 불렀다.

“조져!”

거침없는 차은성이었다.

“예에.”

“알겠습니다.”

우형광과 황민준이 동시에 대답하더니.

후다닥.

정동현에게 뛰어갔다.

*    *    *

정동현은 목덜미에서 손을 내리며 뛰어오는 우형광과 황민준을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했다.

뭔 일인가 싶어 우형광과 황민준을 바라보며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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