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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8)화 (18/208)

NIS의 천재 스파이 (18)

“크크큭. 구승찬이 거세를 당했다 이거지!”

박영광은 주위의 눈들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또 참았다.

“비방이라고 하더군요. 약과 침술로 구승찬의 거시기를 굳이 자르지 않고도…… 아마 죽을 때까지 서지 않을 거랍니다. 아울러 자식도 보지 못하고요.”

“끄, 끄윽!”

박영광이 웃음을 참으며 얼굴을 으그러뜨렸다.

“태광 중공업 구대성 사장이 나중에 대가 끊긴 것을 알면, 모르긴 몰라도 엄청 충격 받을 겁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차은성이 말하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앞에 있는 종이컵을 들었다.

후룩.

커피를 마시는 차은성을 박영광이 지켜봤다.

“여자를 안고 싶어도 서지 않으니 미치겠구나. 큭큭큭.”

“지은 죄가 있는데. 그리고 목숨은 구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크큭. 그래도 그렇지. 죽을 때까지 고자라는 건…… 푸후후훕!”

박영광이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차은성은 눈웃음치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한 대가야.’

선행에는 행운이란 상이 주어지지만, 악행에는 벌이 주어질 뿐이다.

*    *    *

도박. 마약. 강간. 살인을 저지른 구승찬이다.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저지른 범죄이고, 뒤에 태광 그룹이 있으니.

국내에서 과연 응분의 법적 대가를 받을지 의문이다.

보나 마나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은 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입국 전에 받았다.

*    *    *

커피를 마시며 차은성은 화용진을 생각했다.

―죽이는 것은 잠깐이죠. 하지만 거세시키면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겁니다. 그리고 구승찬 외에 다른 아들이 없으니 대가 끊기겠죠.

―…….

―대인. 구승찬을 죽이는 것과 거세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구승찬에게 엄혹하겠습니까?

화용진은 깊게,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번에 거세를 택했다.

“죽는 그 순간까지 고통을 받고 집안의 대가 끊긴다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로군그래. 후후후.”

중국인과 한국인이나, 아들과 대를 잇는 것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한다.

*    *    *

커피를 반 이상 마신 차은성이 주의 깊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서울로 돌아왔음에도 마음을 놓지 않는 차은성이었다.

연후.

차은성이 품속에서 아주 작은 메모리칩을 꺼냈다.

스윽.

테이블에 내려놓고 박영광에게 밀었다.

“뭐냐?”

그러자 박영광이 물으며 주변을 흘낏거렸다. 동시에 손을 뻗어 칩을 신속하게 상의 우측 호주머니에 넣었다.

일련의 동작이 보통 빠른 것이 아니었다. 소매치기 뺨칠 정도였다.

엄호하듯이.

차은성은 그새 주의 어린 눈으로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국내에서 암약하는 삼합회 하부 조직망에 관한 정봅니다.”

박영광이 흠칫하더니 주변을 힐긋거렸다.

“어떻게 입수한 거냐?”

“죽림방 방주에게서…… 죽은 두 요원의 목숨값으로 받아 낸 겁니다.”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두 요원은 해당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마카오로 위장 잠입. 작전 중에 사망한 겁니다.”

“…….”

박영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죽은 두 요원의 명예. 그리고 사후 처리 및 보상을 염두에 둔 차은성이다.

“차후에 감찰실에서 알게 되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박영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

“그 정도 건으로 1차장의 목이 날아가진 않을 겁니다.”

“하긴. 뒤에 여당 당 대표와 외교 안보 수석이 있으니…….”

박영광이 말끝을 흐리며 은근 분노라는 감정을 드러냈다. 1차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음을 모를 수 없다.

“감찰실에서 애먼 삼촌이나 국장님을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휴우.”

박영광이 한숨을 쉬었다.

조직의 생리가 그렇다. 누군가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차은성이 그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1차장에게는 감추고 싶은 치부일 겁니다. 크진 않지만, 적절한 때에 사용하십시오.”

“짜식. 나와 국장까지 염두에 두고 죽림방주에게서 받아 낸 거냐?”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씨익.

무안한지,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그런 차은성에게서 박영광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엿보인다.

어색한 분위기에 차은성이 화제를 돌렸다.

“CIA 애들은 어떻습니까?”

차은성의 물음에 박영광이 흠칫하더니 앞에 있는 종이컵을 들었다. 한입에 식은 커피를 털어 넣고 빈 종이컵을 내려놨다.

“아직도 무반응이야.”

“그래요?”

차은성의 물음에 박영광이 고개를 까닥였다.

“아무래도 둘 중 하나 같긴 하다만.”

“둘 중 하나라면?”

“조용히 넘어가거나. 걔네들 고전적인 수법대로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 너희 팀에게 보복하거나.”

“으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렸다.

“크게 걱정할 건 없어. 회사 차원에서 단행한 보복이었으니깐. 무엇보다도 원장님이 직접 내린 명령이야.”

“…….”

차은성은 침묵했다.

“그리고.”

박영광이 주위를 힐금거리며 말했다.

“니들 활동 말인데.”

“…….”

“아무래도 최소 6개월은 걸릴 것 같다.”

“삼촌!”

차은성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쉿!”

박영광이 주의를 주었다.

“국장님 판단이야. 그 정도 기간을 두고 CIA 놈들 반응을 보자는 거야.”

“그래도 너무 걸리는 거 아닙니까?”

“마아! CIA 애들 일곱이나 죽인 걸 생각해. 그게 지금처럼 조용히 넘어갈 사안이야?”

“제기랄!”

차은성이 화냈다.

“휴우우. 어쩌겠냐? 우리 한국에게는 미국이 상전인데.”

박영광이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말했다.

“아무튼 이번 작전은 네 덕분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것만 해도 어디냐?”

차은성이 감정을 추스르며 박영광에게 물었다.

“계좌에 입금…….”

“썩을!”

박영광이 인상 썼다.

“저, 목숨 걸었다고요. 이번에 죽을 뻔했단 말입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박영광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딜 가려고?”

“네?”

차은성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박영광을 보았다.

“재교육 중에 나왔잖아.”

순간.

“……삼촌! 빠드득!”

차은성이 앉으며 이를 갈았다. 맞은편에 앉은 박영광을 무섭게 쏘아봤다.

“어쭈!”

박영광이 실소하더니.

“열심히 교육받아라.”

말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돌아섰다.

차은성이 걸어가는 박영광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빼 줘도 되잖아요.”

맥이 빠지는 듯 힘없이 다시 앉았다.

털썩.

*    *    *

조금 떨어진 우측 테이블에서 두 남녀가 일어났다. 그들은 앉아 있는 차은성에게 돌아섰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두 남녀를 본 차은성이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염병!”

실컷 부려 먹고는 다시 교육받으러 가란다. 마카오에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는데.

망할!

*    *    *

3개월 후. 서울 옥천동 한 골목.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 골목은 무척 어두웠다. 보안등의 흐릿한 빛이 골목을 밝혔다.

저벅저벅.

가방을 멘 여고생이 힘없이 걷고 있었다.

“아아……. 새벽별 보고 집 나와, 새벽별 보며 집에 가는 고교생의 비애!”

여고생 연지는 푹푹 한숨을 쉬었다.

“휴, 휴.”

*    *    *

멀찍이 떨어진 뒤에서 누군가가 연지를 뒤쫓고 있었다.

어둠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충분한 거리를 둔 탓에, 연지는 그를 알아채지 못했다.

*    *    *

잠시 뒤.

T 자형 골목을 연지가 지나쳤다.

그녀를 본 노태준이 순간 반색했다.

순간.

“연…….”

손을 들며 딸을 부르려다 멈칫했다.

딸을 뒤따라 누군가가 휙 지나쳤다.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남자.

2월.

겨울이라 사내의 옷차림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얼굴을 감추고 딸을 뒤따르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노태준이다.

세상이 어디 보통 험한가?

노태준은 불안한 마음에 이내 뛰기 시작했다.

다다다.

혹시라도 사내가 딸을 추행하거나 해코지할까 걱정되는 부정에, 노태준의 마음이 매우 조급해졌다. 자연 뛰는 속도가 빨랐다.

*    *    *

골목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연지를 뒤쫓던 남자가 흠칫하더니 급히 우로 돌아섰다. 그러곤 어둠 속으로 자신을 감췄다.

*    *    *

뛰는 소리를 들은 연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흐릿한 보안등 빛에 비치는, 급히 뛰어오는 노태준.

“아빠?”

연지가 긴가민가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연지를 본 노태준이 오른팔을 머리 높이 들었다. 그러곤 좌우로 휙휙 크게 흔들었다.

“여어어. 우리 공주님.”

소리쳐 연지를 불렀다.

그러자 연지가 급히 홱 고개를 바로 했다.

“차암!”

창피하다.

다행히 골목에 다른 이들이 없어 다행이다.

“내 나이가 몇인데 공주님이야! 꼰대!”

연지가 연이어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노태준이 뒤에서 소리쳤다.

“같이 가!”

그러자 연지가 힐긋 뒤돌아봤다.

“빨리 와요!”

예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부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어둠 속에서 예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제기랄!”

투덜대는 남자.

아쉬워하는 눈빛을 띠며 부녀가 걸어간 방향을 돌아봤다.

“간만에 즐기려고 했더니.”

남자가 중얼거렸다.

“재수 더럽게 없어.”

미련이 남는지, 잠시 해당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을씨년스러웠다.

소름이 확 돋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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