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1)화 (11/208)

NIS의 천재 스파이 (11)

“태광 그룹이라고 알지?”

박영광의 물음에.

“네.”

차은성이 대답했다.

“태광 그룹 산하에 태광 중공업이라고…… 사장이 그룹 회장 구대업의 동생인 구대성인데, 그 양반에게 구승찬이라고 아들이 달랑 하나밖에 없어.”

“…….”

“……개차반이야.”

“…….”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20~30억을 날린 모양인데. 거기서 그쳤으면 어떻게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

“……뽕에 해롱거리다가…… 카지노에서 만난 여자와 그 짓거리를 하다가…… 뽕 때문인지, 실컷 즐기다가 그만…….”

“…….”

“문제는 구승찬과 함께 있다가 죽은 여자가 하필이면 죽림방 산하 단도회 회주 육두시의 정부였어. 그 때문에 육두시의 눈이 뒤집혀…… 마카오에서 고립되어 현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현지 경찰에 잡히면 100% 유치장에서 시체로 발견될 것이 뻔해…….”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설마, 저더러 마카오로 가서 구승찬이라는 개차반을 서울로 데리고 오라고 오더를 내리시려는 건 아니죠?”

차은성의 물음에.

“…….”

박영광이 말없이 걸음을 멈추더니 차은성을 돌아봤다.

맞다!

무언의 시인에, 차은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화냈다.

“그 뽕쟁이를 왜에에 회사가 나서서……!”

이해할 수가 없다!

회사 직원도 아니고, 엄연히 뽕쟁이에다가 살인 용의자다.

그런데 뭐 때문에 회사가 나서서 마카오에서 서울로 데리고 오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닌 말로, 국가 공권력이 한 개인을 보호 및 비호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닌가?

그와 같은 차은성의 항변이 이어졌다.

박영광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어, 품속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더니 입에 한 개비 물었다. 그러곤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연후, 깊이 빨아들였다가 하얀 연기를 뿜었다.

후우우.

차은성을 똑바로 볼 면목이 없는지, 박영광이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게…… 태광 그룹은 현 정부와 여당 정치자금줄들 중에서 세 손가락에 들어. ……특히 태광 중공업은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 건조와 엔진을 독점 건조 및 생산하는…… 그만큼 군, 정부, 여당과 밀착되어 있어.”

“…….”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리려고 태광 중공업 사장 구대성이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위에 엄청 기름칠을 한 모양이야.”

“…….”

“청와대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1차장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바람에 원장님도 뭐라 말씀을 못 하시고 모르는 척하시는 상황이야.”

차은성은 어이 상실이었다.

사장이 말 한 마디 못 한다면 무조건 청와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후우.

박영광이 하얀 담배 연기를 뿜었다.

“삼촌!”

차은성이 힘주어 박영광을 불렀다. 아버지 차명인의 동기이자, 아버지를 여읜 어린 자신을 키워 준 또 한 사람의 아버지다.

“나도 이런 오퍼를 은성이 네게 전하긴 싫지만.”

박영광이 말끝을 끊었다. 차은성이 눈을 반짝였다.

“뭔가 약점이라도 잡히셨습니까?”

설마라는 심정을 담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영광은 돈을 받아먹을 사람이 아니다. 설사 돈을 받아먹었다고 해도, 필시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절대 혼자 호의호식하려고 자신을 팔 사람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박영광이 한탄조로 말했다.

“1차장이 홍콩 지부 요원 둘을 차출, 마카오로 보내…… 구승찬을 홍콩으로 이동시킨 다음, 항공편으로 서울로 데려오려고 했는데.”

“…….”

“어제 두 요원이 노상강도를 당한 것으로 위장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됐다.”

박영광이 피우던 담배를 발치에 툭 떨어뜨렸다. 그러곤 발로 비벼 껐다.

“은성이 네가 오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1차장이 또 요원을 마카오로 보낼 테고. 그럼 단도회 애들이 요원들을 죽일 거야.”

“…….”

“은성이 너도 알다시피 마카오는 삼합회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야. 경찰, 공항, 호텔 등등. 모든 것이 삼합회에 속해 있어. 게다가 마카오에는 우리 한국 공관이 없어. 그래서 중국 대사관을 통해야 하는데. 중국 애들은 마카오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생각해. 한마디로 말해 중국 공안이나 국안부 등 죄다 삼합회와 한통속이라고.”

“…….”

“CIA나 한때 홍콩을 가졌던 영국 MI6도 마카오에서는 힘을 못 써. 그런데 우리라고 다를까?”

“…….”

“두 요원이 죽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무엇보다도 단도회주 육두시의 눈이 뒤집혔어. 무조건 구승찬을 잡아 죽이려고 해. 우리 요원 둘을 죽인 것만 봐도 그 개자식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지.”

박영광이 착잡한 눈빛을 띠었다.

“은성이 네가 오퍼를 거부하면, 요원들이 또 죽어.”

“…….”

“네게 오퍼를 내리긴 싫지만, 요원들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마냥 지켜볼 수만은…… 휴우우.”

박영광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오고 싶지 않았지만, 올 수밖에 없었다. 아주 죄 없는 요원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막고 싶기에.

박영광이 처연한 어조로 말했다.

“조직은 늘 소속 요원들의 복종과 희생을 요구한다.”

차은성이 순간 버럭 소리치며 옆으로 돌아섰다.

“니기미 시파아아알!”

욕이 절로 나온다.

“1차장. 그 개애새끼를!”

차은성은 엄청 화났다.

예전부터 사내에서 정치질로 유명한 1차장이다. 늘 안테나가 여의도 의사당에 고정되어 있고, 외교 안보 수석에게 꼬리 치기에 바쁘다.

그 때문에 늘 직원들의 뒤 담화 대상이었다.

빠드득!

차은성이 잇몸을 드러내며 이를 갈아붙였다.

1차장이 눈앞에 있다면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엄청 난다.

“은성아…….”

박영광이 불렀다.

차은성이 힐금거렸다.

“예전에 네가 내 제의를 받아들이며 한 말!”

“기억합니다. 해요!”

차은성이 목청을 높였다.

박영광이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사지에 고립되어, 회사의 지원을 일절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죽었었지.”

“삼촌!”

차은성이 힘주어 박영광을 불렀다.

“너 같은 사람이 두 번 다시 없어야 하지 않을까?”

“삼촌!”

차은성이 다시 힘주어 박영광을 불렀다.

박영광은 개의치 않았다.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알아. 회사 직원도 아니고, 그런 개차반을 살려서 서울로 데려오기 위해 내가 움직이는 것이 개좆같다는 거!”

“…….”

“죽은 요원들.”

“…….”

“다들 기혼자다.”

박영광이 죽은 요원들에게 아이들이 있음을 말했다.

제2, 제3의 차은성이 생길지도 모른다!

박영광의 말에.

“…….”

차은성은 뭐라 말하지 못했다. 침묵하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박영광을 쏘아보았다.

“아주!”

자신이 오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말하는 박영광이다.

박영광이 차은성을 힐긋거렸다.

“해!”

“삼촌…….”

차은성이 처연한 어조로 박영광을 불렀다.

“구승찬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을지도 모르는 요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차은성은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 오퍼를 거부하면 1차장이 틀림없이 요원들을 다시 마카오로 보낼 것이다. 그럼 해당 요원들이 죽을 것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마카오라면.

상대가 삼합회라면.

삼합회가 요원들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마카오에 도착한 요원들이 하루는커녕, 채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움직이면 적어도 요원들이 추가로 죽진 않는다.

꽈, 꽉.

차은성이 분한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양손을 말아 주먹 쥐었다.

정말이지 마음 같아서는 1차장과 그 뽕쟁이 구승찬을 죽이고 싶다!

*    *    *

몇 시간 후.

고급 가죽 의자를 뒤젖힌 1차장 윤희상이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하하하. 네에.”

“…….”

“저희 요원들 중에서 최고의 요원을 마카오로 …….”

“…….”

“이번에 제가 매우 힘들었다는 점을 꼬오옥 좀 알아주십시오. 예, 예에에.”

“…….”

“그럼요. 하하하하.”

희희낙락한 윤희상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며칠 내로 멀쩡한 모습으로 서울에 도착할 겁니다. 하하하. 네에. 그럼.”

통화를 마친 윤희상이.

귀에서 뗀 폰을 책상으로 휙 던졌다.

툭.

폰이 떨어지고, 의자를 젖힌 채 윤희상이 천장을 보더니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이래서 다들 돈, 돈 하는 모양이야. 풋.”

윤희상이 중얼거렸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자본주의의 병폐 중 하나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말이다.

윤희상이 히죽 웃었다.

“대단해. 아암. 대단하고말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리겠다고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당 지도부에 그렇게 돈을 마구 뿌리다니. 허!”

놀랍고 어이가 없다!

그런 한편, 구대성의 부정에 마음 한편으로 짠함을 느낀다.

윤희상의 중얼거림에서 그와 같은 감정이 배어 나왔다.

그 역시 떡고물을 먹었다.

“나쁘지 않지. 이번 일로 가외의 돈도 벌고, 여당 당 대표와 외교 안보 수석에게 눈도장도 찍고…….”

눈을 감은 윤희상이 살며시 입가에 들뜬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원장직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경쟁자인 2차장 선우종에게 한 방 먹였다.

윤희상은 희희낙락이라는 감정을 가감 없이 얼굴에 하나 가득 띄웠다.

죽은 두 요원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    *    *

며칠 후.

마카오 직항 노선. 일등석 의자에 차은성이 앉아 있었다.

곧 이륙이다.

왼손에 태블릿을 들고 왼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오른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지 않았다. 주변의 소리를 들으려는 의도에서다.

차은성은 태블릿을 보며 박영광이 건네준 정보들을 훑어봤다.

“으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렸다.

보고 있는 정보 때문일까? 감이 좋지 않은 차은성이다.

육감이 매우 위험하다고, 주의하라고 머릿속에서 경고한다.

하고 싶지 않다!

이번 임무를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싶다.

당장이라도 항공기에서 내리고 싶지만, 요원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

‘빌어먹을!’

차은성이 태블릿을 끄고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리고 왼쪽 귀에서 이어폰을 꺼내더니 테이블에 신경질적으로 휙 던졌다.

연후.

차은성이 좌석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휴우.”

한숨을 쉬었다.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제까지 맡은 임무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임무다.

눈이 뒤집힌 단도회주 육두시다. 아무래도 정부가 단순한 정부 이상인 것 같다.

‘도대체 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카지노에서 처음 만난 구승찬과 짝짜꿍한 것을 보면 그리 좋은 여자 같지는 않은데, 왜 단도회주 육두시는 그런 정부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걸까?

‘요원을 둘이나 죽이면서까지, 구승찬을 악착같이 죽이려는 이유가 뭐지?’

의아하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으음……. 눈이 뒤집힌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명예 때문일까? 아니면 모욕당했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도 아니면, 삼합회 내에서의 명망이나 위상 때문일까?’

머릿속으로 단도회주 육두시를 생각했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차은성은 단도회가 속한 죽림방을 생각했다.

그들이 움직이고 자신이 죽림방을 상대하는 최악의 상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자신이 없어!’

혼자서 죽림방을 상대한다?

미친 짓이다.

제임스 본드라고 해도 죽림방을 혼자 상대한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수십, 수백 번은 죽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삼합회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속한 회사도 죽림방과 비교하면…….

처진다!

한국 내에서라면 몰라도, 삼합회의 안방인 마카오라면.

‘끄응.’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앓는 신음을 흘렸다.

답이 없다!

마카오의 공항, 출입국 직원들, 세관, 경찰, 선착장 등등.

마카오의 모든 것이 삼합회와 연결되어 있다. 아닌 말로 형이 삼합회 조직원이면, 동생이 공항 직원이거나 경찰, 이런 식이다.

‘게다가 장비를 일절 지원받을 수 없고. 총기도…….’

차은성은 암담했다.

회사의 간접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장비와 총기 등 필요한 것을 일절 제공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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