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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150화 (150/200)

150화 세계 최강의 헌터 (3)

“하압!”

미스터 도노반의 검술은 복싱을 연상케 했다.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며 파고 들어와 전광석화 같은 일격을 날렸다. 방어하고 반격하려고 하면 금방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다.

치고 빠지면서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아웃복서 같은 느낌이었다.

‘내 방어가 조금만 허술해져도… 목이 달아난다!’

스피드 위주의 공격을 펼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워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도노반의 근력 스펙은 +300 이상일 것이다. 게다가 에테르 코어의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있다.

마검 티르빙의 공격력도 엑스칼리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공격 하나하나가 무거워서 막아 낼 때마다 온몸에 충격이 느껴질 정도였다.

“흐읍!”

기회를 살피면서 정령마법으로 화염 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도노반은 더 이상 기습에 당하지 않았다.

스피드를 살려 마법 공격을 피하거나 받아치면서 끊임없이 서민혁을 몰아붙였다.

‘역시 만만치 않군……!’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있는 걸 제외하면 딱히 특수한 능력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식 헌터 전투술의 정석을 지키면서 물리 공격만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민혁을 상대로 완전히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서민혁!”

하지만 미스터 도노반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민혁을 칭찬했다.

“모하메드도 브래들리도 다 쓰러져 있는데, 너 혼자만 잘 버티고 있군! 칭찬해 주마!”

“칭찬해 주셔서 고맙군!”

서민혁은 검기를 발생키며 도노반의 공격을 튕겨 냈다.

하지만 도노반의 자세는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일류 복싱 선수 같은 풋워크로 서민혁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이대로 가면 내가 지겠는데.’

아군인 모하메드와 브래들리는 일찌감치 쓰러져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서민혁 혼자서 도노반을 상대해야 한다.

평상시의 도노반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겠지만, 에테르 코어의 백업을 받고 있는 도노반은 솔직히 대적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돌파구를 만들까.’

그렇게 서민혁이 고민하고 있었을 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한 놈이구나.’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데이모스의 목소리였다.

‘마력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다.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군.’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그러고 보니 도노반은 아까 고차원 지성체가 부여해 주는 기운을 컨트롤하는 것하고 비슷하다고 말했다.

‘데이모스 님, 설마 도노반도 고차원 지성체와 계약하고 있던 걸까요?’

‘그건 아니다.’

‘그렇습니까?’

‘이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결국 하나밖에 없겠군요.’

도노반은 마력을 능숙히 다룰 수 있다.

모든 무한서고를 제어하는 메인 서버에 개입하여, 강제로 브레이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자기 부하들은 고차원 지성체와 계약시켰으면서 자기 혼자만 계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노반도 마도 언어를 익힌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네.’

물론, 서민혁처럼 모든 언어를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언어를 해석할 수 있다면 마도서를 해석해 마법부터 익혔을 테니까.

‘도노반이 어떻게 마도 언어를 익혔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그걸 물어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군요.’

‘그렇지.’

‘뭔가 더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으십니까?’

어째서인지 데이모스가 침묵했다.

시스템적인 거라고 답변을 거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침묵해 버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왜 그러시죠?’

‘계약자여.’

다시 데이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남자를 쓰러뜨리면 네 궁금증은 대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다.’

‘시스템적인 부분이라 답변 못 해 주던 부분을 답변해 줄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까?’

‘너는 알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수수께끼의 해답을.’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니 뭔가 더 도와주실 수 있는지나 대답해 주시죠.’

‘뭔가 더 도와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지금 교착 상태인 거 안 보입니까?’

‘좋다.’

데이모스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이르지만, 다음 단계를 허용해 주마.’

‘다음 단계?’

‘흑강의 다음 단계다.’

흑강.

데이모스가 서민혁에게 부여해 주는 검은색의 불꽃.

다른 고차원 지성체와 계약한 헌터들도 비슷한 오라를 사용하지만, 데이모스의 흑강은 성능이 더 우월했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가 존재한단 말인가?

‘이름은 백강(白鋼)이라 한다.’

‘백강…….’

‘본래 더 시간을 끈 다음에 허용해 주려고 했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다.’

데이모스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편이 먼저 에테르 코어의 마력을 끌어 쓰는 반칙을 저질렀다. 그럼 우리도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그 순간.

서민혁의 육체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온몸의 혈관에서 불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 것이다.

“윽……!”

입술을 깨물며 휘청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노반이 이 틈을 노려 공격해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뭐지?”

도노반은 경계하면서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몸을 웅크리면서… 백색의 빛을 발산하기 시작한 서민혁을.

‘제어해 봐라. 이미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모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서민혁은 자신의 육체에서 발산되는 백색의 빛을 제어하려 했다.

요령은 흑강의 불꽃을 제어할 때와 똑같았다.

기운을 잘 갈무리해서 육체 표면에 압축한다.

몸 전체, 그리고 무기까지 백강의 기운으로 코팅하는 것이다.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도노반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민혁이 새로운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고차원 지성체의 오라인가? 아니, 그런데…….”

도노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민혁을 쳐다봤다.

“어째서 네가 그런 경지에 도달한 것이지?”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서민혁은 엑스칼리버를 치켜들었다.

백강의 기운으로 코팅된 엑스칼리버는 그야말로 성검 같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단 싸움을 끝내고 천천히 듣겠어.”

“……!”

서민혁에게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사실을 눈치챈 도노반이 마검 티르빙을 치켜들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서민혁도 성검 엑스칼리버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래, 이건…….’

서민혁은 백강의 의미를 이해했다.

백강의 기운을 몸에 둘렀다고 해서 흑강보다 공격력, 방어력이 큰 폭으로 향상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민첩성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내 주위에 흐르는 마력이 더 세밀하게 느껴져. 그리고 보다 정확히 컨트롤할 수 있어.’

백강을 구성하는 입자 하나하나가 마력이 흐르는 통로가 되었고, 마력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 되어 있었다.

‘그래, 이 상태를 목표로 나를 육성했던 건가.’

이제야 서민혁은 깨달았다.

그동안 흑강을 사용했던 건 이 백강을 제대로 다루기 위한 연습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나한테 마법사로서 성장하기 위한 과제를 내려 줬었지.’

흑강으로 파워나 스피드를 강화할 수 있었던 건 그냥 부차적인 것이었다.

백강을 활용해 마법사로서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오르게 하는 것이 데이모스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달려드는 도노반을 향해 서민혁은 엑스칼리버를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전신의 백강을 활성화시켰다.

‘괴력 구현…….!’

콰아앙!

압도적인 마력으로 강화되고 있던 도노반이 뒤로 밀려났다.

허를 찔린 표정을 짓는 도노반을 향해 서민혁은 다시 공격을 펼쳤다.

‘신속 구현, 난무 구현……!’

파파파파팟!

지금까지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공격이 펼쳐졌다.

“으윽!”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서는 도노반.

팔뚝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긴 했지만 몸통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

아직도 도노반은 건재했다.

‘전자마법으로 공략해 보면 어떨까.’

‘알겠습니다.’

서민혁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금까지는 거의 대부분 무기를 사출하거나 원격 조종하는 용도로 썼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자마법, 전자기장 제어… 4단계!’

파직!

눈앞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전자마법에 의해 도노반을 향해 지향성을 지닌 전격(電擊)을 날린 것이다.

서민혁이 최초로 사용한 ‘번개 속성의 공격 마법’이었다.

“크아아악!”

도노반은 전자마법의 속도에 대응하지 못했다.

자기를 향해 날아온 번개를 피하지도 못했고 방어할 수단도 없었다.

온몸이 감전된 도노반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곳곳에 화상을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력을 두르고 있어서 대미지가 경감된 모양이군요.’

‘그렇지. 일반인이라면 저걸로 즉사했을 것이다.’

지금 도노반은 분명히 대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노반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대미지를 입은 몸으로 풋워크를 펼치면서 계속해서 서민혁에게 맞섰다.

“여기서 내가 무너질 수는 없다……!”

투지(鬪志).

조금도 꺾이지 않고 공격을 펼치는 도노반의 의지를 보면서 서민혁은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도노반이 이렇게 싸우는 건 단순히 서민혁을 꺾겠다는 투쟁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까 도노반이 말했던 목표… 제대로 된 헌터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이상 때문에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인정할 수 없어.’

서민혁에게는 도노반처럼 뚜렷한 사상은 없다.

세상을 이러이러하게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갖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강한 헌터라고 해도… 세상 모든 사람의 운명을 자기 입맛대로 조종할 권리는 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민혁은 신호를 보냈다.

샐러맨더가 지니고 있던 자연력이 해방되면서 화염의 창이 만들어졌다.

실프가 지니고 있던 자연력이 해방되면서 바람의 칼날이 만들어졌다.

샐러맨더 스피어와 실프 커터가 좌우 양쪽에서 도노반을 덮쳤다.

“크윽!”

화염의 창이 왼쪽 어깨에 꽂혔고, 바람의 칼날이 오른쪽 이마를 찢어발겼다.

대미지 자체는 왼쪽 어깨가 컸지만, 이마에서 출혈이 발생하면서 도노반의 우측 시야를 가렸다.

‘원래 머리는 조금만 찢어져도 피가 철철 흐르는 법이지.’

서민혁은 도노반의 우측에서 파고들었다.

물론, 도노반은 그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처하려 했다.

도노반의 날카로운 공격에 엑스칼리버가 튕겨져 나갔지만, 사실 이것도 페이크였다.

‘환영마법……!’

순간적으로 분신을 만들어 도노반의 의식을 혼란시켰다.

평상시의 도노반이라면 분신 같은 건 금방 간파하겠지만,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자기 감각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드디어 빈틈을 보였군.’

머릿속에서 데이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판을 내라, 계약자여.’

데이모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민혁은 도노반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이미 서민혁의 두 손에는 간장과 막야가 들려 있었다.

다급히 반응한 도노반의 칼날이 어깨를 스쳤지만, 그 정도는 서민혁도 예상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도노반이 거칠게 욕설을 뱉는 소리를 들으면서.

서민혁은 간장과 막야를 도노반의 가슴에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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