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지배권을 인정해 드릴 것입니다 (1)
한국에 돌아온 뒤, 서민혁은 현재 전력을 점검했다.
[서민혁]
* 근력: +180
* 체력: +170
* 민첩: +180
* 감각: +170
* 마력: +180
도쿄 브레이크 퀘스트의 클리어 보상은 민첩과 감각 보너스였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가 부여해 준 특권을 이용해 여러 무한서고를 순회하여 능력치 보너스를 긁어모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서민혁은 근체민감 합계 +700에 도달하게 되었다.
‘사실 요새는 생체마법 때문에 스탯 올라가는 게 별로 실감이 안 난단 말이지.’
이어서 서민혁은 현재 습득하고 있는 마법을 정리해 봤다.
# 정령마법: 8레벨
# 사령마법: 8레벨
# 생체마법: 7레벨
# 암흑마법: 4레벨
# 전자마법: 3레벨
# 환영마법: 3레벨
조기에 심화 마도서를 손에 넣은 정령마법과 사령마법은 8레벨에 도달한 상태다. 뒤늦게 심화 마도서를 얻은 생체마법도 일본에서 7레벨에 도달했다.
아직 심화 마도서를 얻지 못한 암흑마법은 4레벨, 김진우에게서 얻어낸 마도서로 배운 전자마법과 환영마법은 3레벨이었다.
‘이번에 생체마법이 7레벨에 도달했으니… 전투력이 더 향상될 거야.’
이어서 서민혁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SS랭크 무기들을 정리했다.
# 간장: 공격력 421
# 막야: 공격력 421
# 아메노하바키리: 공격력 984
# 아론다이트: 공격력 1,221
사이즈가 작은 쌍검이어서 그런지 간장과 막야의 공격력은 다른 무기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함께 사용하면 공격력이 증폭되어 실제로는 수치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 주며, 공격 하나하나를 빠르게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잔챙이를 처리할 때 알맞은 무기다. 또한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투척용 단검처럼 던지기에도 좋고, 전자마법을 사용하면 이기어검술처럼 공중을 날아다니게 할 수도 있다.
한편 아메노하바키리는 용종 및 유사 용종, 즉, 드래곤 계열의 몬스터에게 추가적인 대미지를 준다. 평상시에는 우선도가 떨어지는 무기이지만, 화이트 드래곤이나 야마타노오로치 같은 적을 상대할 때는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다.
그리고 김진우를 쓰러뜨리고 얻은 아론다이트는 1,000을 넘어가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무기로, 순수한 파괴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제법 사이즈가 큰 장검이기 때문에 속도전에는 불리하다. 잔챙이를 처리할 때 이 정도 공격력은 굳이 필요 없기도 하고, 주로 보스급 몬스터와의 결전에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국면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어.’
현재 서민혁은 평상시에는 생체마법으로 육체 능력을 끌어올리며 간장과 막야로 잔챙이들을 사냥한다.
남들 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정령마법으로 화염 공격도 하며, 적들의 숫자가 많을 경우에는 사령마법으로 시체병을 만든다.
강력한 보스급 적이 나타났을 경우, 전자마법으로 간장과 막야를 날리면서 싸운다. 상황에 따라 아메노하바키리나 아론다이트를 꺼내기도 하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경우 암흑마법으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여기에 데이모스가 흑강의 기운까지 부여해주면 파워도 스피드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어려움 없이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러면 지금 상태에서 내 과제는…….’
정령마법이 8레벨에 도달했는데 요새는 많이 써먹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에 정령을 데려가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옛날에 비해 활용법을 발전시키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정령마법이 결정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다른 공격법을 많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정령마법의 활용법을 발전시켜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민혁은 고개를 돌렸다.
샐러맨더와 실프가 책상 위에서 서로 몸을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 태평한 놈들을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하고 있었을 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김민철 교수님?’
김민철 교수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지난번에 서민혁이 힌트를 던져 준 ‘이데아 보편어의 숫자 표기법’을 오늘 정식으로 공개한다는 얘기였다.
또한 샹그릴라 연합어와 아르카디아 계약어의 숫자 표기법도 상당 부분 알아냈기 때문에 그것도 같이 발표한다는 것 같았다.
‘샹그릴라 연합어와 아르카디아 계약어도?’
이건 서민혁도 조금 놀랐다.
그건 전혀 힌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데아 보편어의 숫자 표기법을 힌트로 삼아 해독한 모양인데, 서민혁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교수님은 대단하셔.’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언어도 자력으로 해독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민혁은 김민철 교수의 성공을 기원하며 답장을 보냈다.
‘가만 있자,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김민철에게서 받은 ‘정령마법의 첫걸음’ 복사본을 생각해 냈다.
처음 입수한 마도서였던 ‘정령마법의 진리’와 대동소이한 내용이었지만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걸 응용하면… 되려나?’
복사본은 지금 가지고 있다.
그걸 활용하면 새로운 활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바로 시작해 볼까.’
서민혁은 간만에 마도서 공부를 시작했다.
* * *
“안녕하세요!”
서민혁이 CS컴퍼니로 얼굴을 내밀자 직원들이 인사를 했다.
자리에 앉으니 비서 역할을 하는 박나영이 쪼르르 달려와서 프린트를 내밀었다.
“부대표님! 최근 국내외의 헌터 관련 소식을 정리한 거예요! 섹션별로 나눠놨으니까 한번 훑어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주요 일간지에서 들어온 인터뷰 요청인데 한번 검토해 주세요!”
평소처럼 활기차고 밝은 성격이다.
선을 넘지 않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잘 처리해 주고 있기 때문에, 서민혁 입장에서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조성조 대표는 지금 뭐 하고 있지?”
“아, 지금 면담을 하고 계세요.”
“면담?”
“그게…….”
박나영이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크루세이더 길드에 있던 은미라 씨가 오셨어요.”
“은미라 씨가?”
은미라는 크루세이더 길드의 공략4팀 팀장이었던 사람이다.
S급 헌터인데 실력도 괜찮고 인성에도 문제가 없다.
조성조가 영입하려고 애를 쓰던데, 드디어 성사가 되는 모양이다.
“요 일주일 사이 우리 회사하고 S급 헌터 2명, A급 헌터 12명이 계약했어요.”
“상당하네요.”
“이 정도면 북두성 길드는 물론이고 아수라, 대룡방하고도 맞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무래도 직접 비교는 어렵죠.”
CS컴퍼니는 길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솔로 헌터들과 계약하여 거래하는 회사다.
하지만 조성조는 계약한 헌터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여 유사 길드처럼 운영할 계획이 있는 것 같았다.
“길드들은 초보 헌터들을 육성한다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수행하기 어렵죠.”
“하지만 중요한 퀘스트를 공략할 때나 강력한 몬스터를 잡을 때는 우리가 나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죠.”
박나영은 조성조의 구상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 * *
“저희 CS컴퍼니가 다른 길드들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회의실에서 조성조는 은미라와 마주 앉아 있었다.
“초보 헌터들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건 길드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네… 그렇죠.”
“헌터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길드들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길드들이 없으면 무한서고는 난장판이 되겠죠.”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은미라를 보면서, 조성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길드 시스템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어떤 거지요?”
“일단 길드를 이끄는 간부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그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는 길드원 전체가 휘둘리게 됩니다.”
“…….”
은미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크루세이더 길드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였기 때문이다.
“크루세이더뿐만 아니라, 아수라와 대룡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평범한 길드원들도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죠.”
“네, 맞아요…….”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있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다 보면 자기가 진짜 무슨 왕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
“저는 예전부터 길드들이 그렇게 돌아가는 게 불만스러웠습니다.”
이번에 조성조가 길드를 만드는 걸 고려하다가 결국 포기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언젠가 권력에 취해 실수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재 한국에 있는 길드들은 여러 고난이도 전투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고난이도 전투라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죠. 7번 무한서고의 데몬들이나 53번 무한서고의 오크들처럼 무한서고 안에 강력한 집단이 존재하는 경우라든가, 드래곤처럼 강력한 개체와 싸워야 하는 경우라든가…….”
“아…….”
“지금까지는 크루세이더 길드가 그런 고난이도 전투를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크루세이더 길드도 해산되었고, 그 역할을 해 줄 집단이 필요합니다.”
크루세이더를 대신할 수 있는 집단.
그것은 아수라도 아니고 대룡방도 아니다.
“은미라 씨, 저희 CS컴퍼니에서는 고난이도 전투를 전담하는 팀을 만들려고 합니다.”
“팀이요?”
“네, 길드보다 느슨한 형태로… 실력 있는 헌터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형태죠.”
“그러면…….”
“이건 훗날 한국에서 브레이크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때를 대비한 것이기도 합니다.”
“……!”
분명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브레이크가 발생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한 정예부대를 만들어 놓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 팀은 서민혁 씨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건가요?”
“서민혁과 함께 나서게 되는 경우에는 그렇게 되겠죠.”
중요한 보스급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서민혁이 잔챙이들까지 상대하고 있으면 비효율적이다.
그때그때 주위 헌터들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서민혁과 호흡을 맞춰 줄 수 있는 팀이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것하고는 별개로, 국내에서 저희가 나설 만한 퀘스트나 몬스터가 있으면 서민혁의 참가와 무관하게 투입하게 될 겁니다.”
“…….”
“최종적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예부대로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성조의 말을 듣고, 은미라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은미라가 조성조 앞에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 * *
조성조는 은미라와의 계약을 잘 마무리 지은 것 같았다.
‘역시 성조는 수완이 뛰어나.’
회귀하기 전에도 조성조는 브로커로 이름을 날렸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헌터였다는 이름값도 있었지만, 수완 자체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조성조가 대표로 앉아 있는 한, CS컴퍼니는 끝없이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 나도 여러모로 움직이기 쉬워질 테고 말이야.’
다만 서민혁한테는 욕심이 있다.
조성조가 헌터로서도 부활해 줬으면 한다는 욕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하메드 하산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개인실에 앉아있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부대표님!”
박나영이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금 들어온 소식이에요!”
“뭐죠?”
“미국 엔터프라이즈 길드에서 한국에 헌터를 파견했어요!”
“엔터프라이즈 길드에서?”
미스터 도노반이 이끄는 엔터프라이즈 길드.
거기서 한국에 헌터를 왜 보냈단 말인가.
“누가 온 겁니까?”
“SS랭크 헌터인 브래들리와 알티도어예요……!”
브래들리 그리고 알티도어.
브래들리는 얼마 전에 일본에서 만나 비밀리에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알티도어가 문제였다.
‘알티도어… 엔터프라이즈 길드의 2인자잖아?’
서민혁은 기억하고 있다.
알티도어도… 회귀하기 전에 악명을 떨쳤던 칠악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브래들리도 그가 고차원 지성체와 계약한 동료 중 한 명이라고 확인해 줬다.
“그 사람들이 왜 왔답니까? 한국에 본격 진출하겠답니까?”
“그, 그런 게 아니고요!”
박나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대표님을… 엔터프라이즈 길드에 스카웃하려는 목적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