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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107화 (107/200)

107화 드래곤 사냥이 어려운 세 가지 이유 (3)

다시 방문한 소비엣스키 무한서고는 여전히 추운 날씨였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대지에 진입한 서민혁은 곧장 화이트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케르자코프 지국장이 제공해 준 정보대로, 화이트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산악지대에는 몬스터들이 우글거렸다.

‘기본적으로 드래곤은 자기 권속(眷屬)으로 인식한 몬스터들은 잡아먹지 않아.’

조성조가 보유하고 있던 장서 중에는 드래곤의 생태에 관한 책도 있었다.

드래곤은 다른 몬스터를 잡아먹지만, 자기 둥지 근처에서 머무르며 자기한테 복종하는 몬스터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부재중일 때 둥지를 지켜 주는 경비병으로 활용한다는 것 같았다.

‘그건… 드래곤의 둥지에 그만큼 대단한 보물이 있다는 뜻이지.’

케르자코프 지국장이 서민혁을 불러들인 건, 서민혁과 나눠 먹어도 충분히 자기들 이득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드래곤 사냥은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러면… 여러분.”

서민혁은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러시아 헌터 요원들이 스무 명 정도 대기하고 있었다.

“미리 말씀드렸듯이 전투는 저 혼자서 할 겁니다. 그래도 잔챙이들이 여러분을 덮칠 수도 있으니, 그때는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각종 전리품을 챙기는 건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이번에 서민혁은 금전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은 러시아 측에 넘기기로 했다.

그냥 금은보화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이나 연구 등에 사용되는 희귀 물질들도 러시아 헌터들이 챙길 것이다.

이미 서민혁은 금전적으로는 여유롭다. 그런 건 굳이 아득바득 챙길 필요가 없었다.

“그 대신,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물건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제 인벤토리에 넣겠습니다.”

서민혁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자기가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것뿐.

그 판단은 자기가 직접 할 테니, 러시아 측은 어떤 참견도 하지 말라는 것이 서민혁의 요구였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긴장한 표정의 러시아 헌터들을 뒤로하고, 서민혁은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했다.

* * *

서울 종로구, 서고관리국.

그곳에서 조성조와 제갈환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쯤 서민혁 헌터가 러시아에서 드래곤 사냥을 시작했겠군요.”

“그래, 오늘 시작한다고 했어.”

“조성조 씨, 사실 저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책상 위에 올려둔 자판기 커피를 집어 들며 제갈환이 말했다.

“서민혁 헌터가 화이트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드래곤과 싸워 본 적이 없어서요.”

“하긴 서고관리국에 있으면 드래곤과 싸울 일은 없겠지.”

“조성조 씨는 드래곤과 싸워 본 경험이 있으시죠?”

“그래, 한 번뿐이지만 말이야.”

조성조가 현역 헌터였고 제갈환이 갤럭티카 길드에 있던 시절에는 드래곤 자체가 매우 희귀했다.

“드래곤 사냥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야.”

“어떤 거죠?”

“일단…….”

커피를 홀짝이며 조성조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첫째, 드래곤이 사는 곳에는 몬스터들이 엄청 많아.”

“그렇다고 하더군요.”

“내가 몬스터라면 드래곤이 사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텐데, 참 이상하단 말이지.”

드래곤의 둥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많은 몬스터들을 돌파해야 한다.

일반적인 보스 퀘스트 공략보다 더 어렵다.

“둘째, 드래곤은 비행 능력을 지니고 있어.”

“그건 확실히 큰 문제군요.”

“슬슬 대미지가 들어간다 싶었는데 갑자기 날아오르면 골치 아프지.”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에 내려와 있을 때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뭡니까?”

“그냥 드래곤이 순수하게 매우 강하다는 거야.”

드래곤은 다른 몬스터들을 능가하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녔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몸집이 크기 때문에 동작 하나하나가 위협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드래곤을 사냥할 때는 S급 헌터 10명 이상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곤 하지. 아니면 SS급 헌터를 투입하거나.”

“그렇다면…….”

“이번 드래곤 사냥은 서민혁이 정말로 SS급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조성조는 남아 있는 커피를 전부 들이켰다.

“나는 이미 그녀석이 SS급 수준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지.”

“조성조 씨…….”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고, 우리들 일이나 하자고.”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조성조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프린트 더미를 두들겼다.

“크루세이더 놈들이 과연 어떤 놈들인지… 함께 고민해 보잔 말이야.”

“알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길드로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크루세이더 길드.

그 가면을 벗기기 위해 두 남자가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 * *

“크르륵……!”

길목을 지키고 있던 오크 집단을 몰살시킨 뒤, 서민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산을 오르면서 전투를 치르다 보니 이 추운 날씨에서도 땀이 흘렀다.

‘드래곤 사냥이 어려운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지. 그중 첫 번째가 이렇게 둥지 앞을 지키고 있는 몬스터들이지만…….’

그동안 서민혁은 수많은 몬스터들을 해치우며 전진했다.

화이트 드래곤의 영역을 침범하는 서민혁을 막기 위해 몬스터들을 결사의 각오로 달려들었지만, 서민혁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러시아 헌터들은… 한참 뒤처져 있는 건가.’

그렇게 파죽지세로 전진하고 있는 서민혁하고는 달리, 러시아 헌터들은 상당히 뒤처진 상태였다.

몬스터 때문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산을 오르는 속도 때문이었다.

‘알아서 잘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서민혁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2시간 전, 화이트 드래곤이 둥지로 돌아오는 걸 러시아 헌터들이 목격했다. 그러니 화이트 드래곤은 둥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잠들어 있을 것이다.

서민혁은 거기로 쳐들어가 화이트 드래곤을 해치우면 된다.

‘그러면 슬슬…….’

어제 서민혁은 생체마법 6레벨에 도달했다.

숙소에서 쉬면서 연습해 본 새로운 마법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기척 차단.’

적지 않은 마력이 소모되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서민혁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서민혁은 알 수 있었다.

자기 내부에 존재하는 마력의 기척이 제대로 은폐되고 있다는 것을.

‘잘 되고 있는 것 같네.’

서민혁이 마력기관을 사용해 다른 헌터나 몬스터를 감지하듯이, 드래곤 같은 고등 생명체도 다른 생물의 마력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위세호가 자기의 기척을 숨겼던 것처럼, 마력을 감춰서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는 마법도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6레벨 생체마법인 기척 차단이었다.

‘마력반응 뿐만 아니라 체온이나 호흡음 등도 숨겨 주지.’

맨살을 만져보니 서늘했다.

적외선 카메라 같은 걸로 찍어 봐도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기척이 충분히 은폐된 것을 확인한 뒤, 서민혁은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일부러 험한 길을 골라 나아가자, 비로소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화이트 드래곤은 커다란 동굴 속에 둥지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

‘식사 중이었군.’

눈처럼 하얀 색의 드래곤이 바닥에 웅크리고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잘 보니 먹이는 서리거인이었다.

‘그래, 서리거인 정도는 되어야 속이 든든하겠지.’

서민혁은 화이트 드래곤을 면밀히 관찰했다.

몸길이는 40에서 50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몸을 지니고 있어, 웬만한 공격으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아메노하바키리가 필요한 거지.’

984의 공격력 수치를 지닌 SS랭크 무기, 아메노하바키리.

순수한 공격력은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간장&막야에는 못 미치지만, 용종 및 유사 용종에게는 추가 대미지가 들어간다.

‘시작하자.’

서민혁은 기척 차단을 유지한 채 화이트 드래곤의 배후로 접근했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이 서리거인을 우물우물 씹다가 꿀꺽 삼키는 타이밍에 맞춰서, 인벤토리에서 아메노하바키리를 꺼냈다.

“크르르?”

SS랭크 무기인 아메노하바키리의 마력을 감지한 걸까.

서리거인을 꿀꺽 삼킨 화이트 드래곤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신속 구현, 괴력 구현.’

서민혁은 5레벨 생체마법으로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의 왼쪽 허벅지를 향해 아메노하바키리의 거대한 칼날을 휘둘렀다.

“크르륵!”

화이트 드래곤의 허벅지 뒷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햄스트링이 끊어졌을 것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인데 말이다.’

‘그런 표현은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머릿속에서 들려온 데이모스의 말에 대꾸하면서 서민혁은 뒤로 물러섰다.

역시 아메노하바키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공격 한 번에 드래곤의 한쪽 다리를 무력화시켰다.

“크라라라라!”

화이트 드래곤이 분노하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서민혁은 재빠르게 이동, 화이트 드래곤의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날개!’

아메노하바키리가 번뜩였고, 이번에는 오른쪽 날개 연결 부위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드래곤 사냥이 어려운 이유 중 두 번째가… 비행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지.’

서민혁도 화이트 드래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걸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둥지 안에서 기습한 것이다. 동굴 안이라면 날개를 퍼덕이지 못하니까.

하지만 동굴 밖으로 도망쳐서 날아오를 가능성도 있었기에, 일단 다리를 먼저 공격해 이동력을 저하시켰다.

그 다음 날개까지 공격하여 비행 능력을 확실히 봉쇄한 것이다.

“크라라라라!”

고통을 느끼는지 화이트 드래곤이 몸을 뒤틀었다.

습격자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쩍 하고 입을 벌리는 모습이 보였다.

‘브레스가 오겠군. 막을 수 있겠나?’

‘막는 게 아니라, 아예 차단하겠습니다.’

데이모스에게 대꾸하면서 서민혁은 도약했다.

드래곤들은 입에서 강력한 마법적 공격을 뿜어 댄다. 이걸 브레스라고 하는데, 화이트 드래곤은 냉기 브레스를 사용한다.

냉기 저항 마법 같은 걸로는 버틸 수 없다. 그러니 아예 브레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괴력 구현!’

서민혁은 화이트 드래곤의 입 안으로 아메노하바키리를 투척했다.

쇄애애액!

바람을 가르며 초고속으로 날아간 아메노하바키리.

그 칼끝이 화이트 드래곤의 이빨을 깨부수고 입천장에 꽂혔다.

“크라라락?!”

경악하는 화이트 드래곤.

허둥지둥 앞발로 아메노하바키리를 뽑아내려 하는 그 모습은 어딘가 어수룩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화이트 드래곤은 드래곤 중에서도 지능이 가장 낮다고 책에 적혀 있었다.

‘드래곤 사냥이 어려운 마지막 이유… 그건 드래곤이 순수하게 강한 생명체라는 것이었어.’

화이트 드래곤은 확실히 강했다.

지금까지 무한서고 안에서 싸워 본 어떤 몬스터보다 강했다.

하지만… 현재의 서민혁한테는 이제 더 이상 위협적인 적이 아니었다.

‘해치운다.’

이미 서민혁은 더 높이 도약하여 화이트 드래곤의 눈높이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 화이트 드래곤의 안면에, 미리 뽑아 둔 간장과 막야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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