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90화 (90/200)

90화 폭군을 사냥하라 (3)

4레벨 생체마법 ‘돌격 강화’.

이걸 사용할 수 있는 시점에서 오크 타이런트의 생체마법 실력은 서민혁과 동격 혹은 그 이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서민혁도 4레벨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라라……!”

오크 타이런트가 양팔을 치켜들고 돌진해 왔다.

육체 능력이 뛰어난 오크 타이런트가 생체마법까지 쓰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서민혁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민혁이 쓸 수 있는 마법은 생체마법만이 아니다.

‘시체병 생성.’

오크 타이런트의 무자비한 손이 서민혁에게 도달하기 직전.

근처에 쓰러져 있던 오크 저거너트의 시체가 오크 타이런트를 덮쳤다.

“……!”

아까 파이어 블래스트를 맞고 숯덩이가 된 오크 저거너트.

육체의 질량은 오크 타이런트 이상인 폭주전차가, 좀비로서 되살아나 자기 주군에게 달려든 것이다.

‘오크 저거너트뿐만이 아니지.’

미간에 막야가 꽂혀서 절명했던 오크 위저드, 몸통에 치명상을 입어 죽었던 오크 몽크도 일어났다.

목이 날아간 오크 제네럴은 좀비로 만들지 못했다.

“그라라라!”

오크 타이런트가 오크 저거너트를 밀쳐냈다. 하지만 그 순간 오크 몽크가 좀비답지 않은 재빠른 움직임으로 달려들었다.

생전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오크 몽크가 손을 뻗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오크 타이런트는 그 팔을 밀쳐내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오크 몽크의 머리를 붙잡았다.

“……!”

그리고 오크 몽크를 집어 들어, 자기한테 느릿느릿 달려들던 오크 위저드에게 집어 던졌다.

오크 위저드는 그 충격에 육체가 파괴되었고, 오크 몽크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라……!”

오크 타이런트는 아까 떨어뜨렸던 대검을 집어 들어, 아직 쓰러지지 않은 오크 저거너트를 향해 집어 던졌다.

부러진 칼날이 오크 저거너트의 목에 정확히 꽂혔고, 오크 저거너트도 완전히 침묵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서민혁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

서민혁의 머리 옆에 불타는 검이 떠있는 걸 보고, 오크 타이런트가 눈을 크게 떴다.

‘업화의 단검에다가 샐러맨더의 화염을 압축시켜서…….’

아크데몬을 쓰러뜨렸을 때와 같은 전법.

무기에다가 검기 이상의 화염을 압축시켜, 폭발적인 위력을 지닌 원거리 병기로 사용한다.

‘실프의 힘을 빌려서, 사출.’

파아앙!

굉음과 함께 사출되는 화염의 검.

오크 타이런트는 눈을 부릅뜨고 받아치려 했다. 뒷걸음치며 피하지 않았던 건 폭군의 자존심 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오크 타이런트의 실수였다.

오크 타이런트의 커다란 주먹이 격돌한 순간, 업화의 단검에 압축되어 있던 화염이 폭발했다.

“그라라……!”

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오크 타이런트의 우반신을 집어삼켰다.

아크데몬에게 날렸을 때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력이다.

그때보다 마력이 늘었고 정령마법의 레벨도 올랐으며, 무엇보다 업화의 단검 자체가 불꽃을 방출하는 화염 속성 무기였기 때문이다.

“실프!”

그리고.

화염을 터뜨린 업화의 단검이 다시 한번 위로 솟구쳤다.

경악하는 오크 타이런트의 눈앞에서 우아한 궤도로 허공을 날아다니다가, 다시 한번 오크 타이런트에게 쇄도했다.

‘예전에 아크데몬이 했던 걸 흉내 낸 거지.’

아크데몬은 마치 무협 소설의 이기어검술처럼 자기 칼을 조종했다.

서민혁은 실프의 힘을 이용해 그걸 재현한 것이다.

“그라라!”

업화의 단검이 오크 타이런트의 어깨를 스쳤다.

물론, 치명상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빈틈은 만들 수 있었다.

‘근력 강화, 민첩 강화, 돌격 강화……!’

서민혁은 오크 타이런트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왼쪽 팔은 부상을 입었고, 오른쪽 팔도 화염 공격에 숯덩이가 되었다.

오크 타이런트의 양팔은 이제 제 역할을 못 한다.

“근력 강화, 체력 강화!”

하지만 오크 타이런트는 투지를 드러냈다.

상처투성이인 팔을 치켜들며 서민혁을 공격하려 했다.

마력을 쥐어짜면서 싸우려 하는 모습에 서민혁은 전율했다.

지금 이런 상태가 되어도, 오크 타이런트의 전투력은 서민혁을 능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민혁은 이를 악물었다.

조성조의 가르침 그리고 자신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오크 타이런트를 향해 막야를 휘둘렀다.

시커먼 칼날이 번뜩일 때마다 피가 튀었다. 오크 타이런트의 두터운 피부를 뚫고, 크고 작은 상처를 계속 적립시켰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크 타이런트는 반격하려 했다. 육중한 주먹은 서민혁의 근육에 대미지를 입혔고, 무시무시한 손톱은 서민혁의 피부를 찢어발겼다.

하지만 조금씩 전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자세를 무너뜨려서……!’

오크 타이런트의 오른쪽 가슴.

그곳에 빈틈이 보였다.

격렬한 공방 끝에 만들어 낸 빈틈.

서민혁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라라!”

하지만 오크 타이런트도 놓치지 않았다.

새카맣게 타 버린 오른팔을 치켜들어, 서민혁이 자기 가슴을 찌르기 전에 머리를 분쇄하려 했다.

‘순간 가속……!’

그 순간.

서민혁은 가속했다.

막야를 오크 타이런트의 가슴에 찔러넣고, 암흑마법의 검기를 해방시키면서 오크 타이런트의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갔다.

오크 타이런트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갔다.

그 대신 서민혁이 움직이면서 방출한 암흑마법의 불꽃이 오크 타이런트의 가슴부터 등까지 처참한 상처를 입혔다.

“그라라……!”

누가 봐도 치명상.

하지만 이 상태에서도 오크 타이런트는 마지막 발악을 했다.

체력 강화 마법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

서민혁이 할 수 있었던 건, 전력을 다해 받아치는 것뿐이다.

“……!”

자신을 향해 날아온 오크 타이런트의 주먹.

서민혁은 막야를 휘둘러 튕겨 냈다.

오크 타이런트의 마지막 발악은 결국 서민혁에게 닿지 않았고.

시뻘건 피를 뿜으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서민혁의 승리였다.

* * *

[오크 폭군 토벌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108억 5,000만 크레딧을 획득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봉인 마도서를 획득합니다.]

[특별 보상으로 ‘????’를 획득합니다.]

퀘스트 클리어를 알려 주는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서민혁은 S랭크 포션을 연달아 마셨다.

목숨은 건졌지만 서민혁도 대미지가 꽤 심했다. 오늘 포션만 10억 원어치 이상을 마시게 되는 것 같았다.

방어구도 아까 오크 타이런트의 주먹에 박살 났고, 이번에는 비용이 꽤 컸다.

‘얻은 게 더 크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민혁은 마도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

제목을 확인한 순간 서민혁은 탄성을 질렀다.

“심화 생체마법 이해……!”

틀림없었다.

그동안 서민혁이 찾아다녔던, 5레벨 이상의 생체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중급자용 심화 마도서가 분명했다.

“이거만 있으면… 5레벨에 도달할 수 있어!”

사령마법과 정령마법은 심화 마도서를 입수해서 현재 6레벨에 도달한 상태지만, 생체마법은 줄곧 4레벨이었다.

이제 이걸 읽으면 5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생체마법을 5레벨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면…….”

얼마 전 한강에서 만났던 노인.

중국의 SS급 헌터 위세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마도서를 공부하면서 생체마법을 계속 수련하면… 언젠가 SS급 헌터하고도 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만 있자, 그런데 오크 타이런트는 왜 4레벨까지의 생체마법만 썼던 거지?’

서민혁은 문득 의문을 느꼈지만, 곧바로 깨달았다.

보스라고 해서 봉인 마도서를 읽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괜히 봉인 마도서라고 하는 게 아니니까.’

북한에서 싸웠던 타우로스 팰러딘도 북한 헌터들이 버리고 간 마도서를 읽고 공부했다고 했다.

봉인 마도서는 보스 퀘스트가 클리어할 때까지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놈들은 대체 어떻게 마법을 배우는 걸까.’

마도서로 공부한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무한서고를 뒤져 봤지만 봉인 마도서를 제외한 마도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기들 종족의 선배 마법사들한테 구전(口傳)으로 배우는 걸까.

‘다음에 말이 통하는 몬스터가 있으면 한번 물어봐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민혁은 고개를 들었다.

방금 오크 타이런트가 쓰러지면서 옥좌 뒤에서 쿠쿵 소리가 들렸다.

비밀방의 문이 열린 것 같았는데, 특별 보상인 ‘????’는 아무래도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오크 타이런트에게서 느껴지던 마력… 그건 오크 타이런트 개인의 것이 아니었어.’

오크 타이런트와 싸우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오크 네크로맨서에게 공급되던 막대한 마력은 오크 타이런트의 것이 아니었다. 오크 타이런트도 어딘가에서 마력을 공급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력의 원천은… 저 비밀방에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이 퀘스트의 특별 보상인 걸까?’

서민혁이 ‘????’라고 인식한 건 그 부분의 글자를 해석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냥 그 부분만 숨겨져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뭔가 정말로 대단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상당히 수상하단 말이지.’

데이모스도 각성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으로 이 53번 무한서고의 특별 보상을 지정했다.

그리고 회귀하기 전에 크루세이더 길드가 이곳의 보스 퀘스트 정보를 은닉했다는 의혹도 있다.

‘대체 뭐가 있는 걸까.’

혹시 몰라서 서민혁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체력과 마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걸 기다린 뒤, 비밀방을 향해 이동했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어두컴컴했지만 +120의 감각 스탯 덕분에 야시 증폭 마법 없이도 주위를 판별할 수 있었다.

‘강렬한 마력이 느껴져.’

점점 다가갈수록 이런 감각을 어딘가에서 느껴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여기에는 뭐가 있는 걸까.

서민혁은 긴장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

커다란 제단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둥근 구체가 안치되어 있었다.

강렬한 마력은 거기서 느껴졌다.

“이건가?”

서민혁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저게 아이템이라면 손을 가까이 한 순간 윈도우가 출현할 것이다.

그러면 무슨 아이템인지 알 수 있다.

“……!”

하지만 서민혁이 손을 댄 순간.

아찔한 감각과 함께 서민혁의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계약자의 각성 (3)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마력 보너스 +50이 부여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데이모스의 광휘’를 획득합니다.]

계약자의 각성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 윈도우가 출현했지만 내용을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이게 대체… 뭐야?!’

서민혁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

지금 지하실은 거대한 마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마력이 서민혁을 집어삼키려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서민혁은 필사적으로 견뎌 내려 했다.

마치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들어온 게 다행이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경솔하게 들어왔다면 의식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래도 견뎌 내기 어려웠다. 엄청난 마력의 파도에 익사할 것 같았다.

“……!”

그 순간.

서민혁은 자신의 손끝을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가까스로 눈을 떠서 확인했다. 그곳에 사람은 없었다.

다만… 샐러맨더와 실프가 필사적인 표정을 지으며 서민혁의 손가락을 붙잡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윽……!”

서민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힘을 동원해 이 마력의 파도에서 벗어나려 했다.

전력을 다해 자신의 마력을 컨트롤하여, 주위의 마력도 컨트롤하려 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샐러맨더와 실프의 감각이 서민혁의 의식을 유지시켜 줬다.

“……!”

소리 없는 기합 소리를 지른 순간.

폭풍우가 치는 바다처럼 격렬하던 마력의 파도가… 엄청난 섬광과 함께 폭발하듯이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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