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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86화 (86/200)

86화 사냥감은 독점해야 하는 법 (3)

“그으으으…….”

“크어어어…….”

다양한 종류의 오크 좀비들.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놈들이기 때문에, 좀비 특유의 육탄 공격이 인간 좀비보다 위협적이었다.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서민혁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확실히 숫자가 많아.’

서민혁은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많은 좀비를 동시에 만들어 내다니, 대체 어떻게 마법을 쓴 걸까.

서민혁도 사령마법으로 좀비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이렇게 많은 좀비를 부리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오크 좀비라면… 마력을 다 쏟아부어도 서른 마리 정도가 한계일까.’

현재 서민혁의 사령마법은 6레벨.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심화 마도서를 입수했지만, 요새는 사령마법을 쓸 기회가 별로 없어서 7레벨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서민혁은 자기가 7레벨, 8레벨에 도달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좀비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오크 네크로맨서의 사령마법이 엄청나게 뛰어난 건가? 10레벨 이상?’

서민혁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크 네크로맨서가 그렇게 고도의 사령마법을 사용한다는 건 부자연스럽다.

오크 종족이 사령마법에 특화된 종족인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면… 모종의 방법으로 힘을 끌어올리고 있는 거야.’

로드 계열의 마도 보조기구를 사용한다든가.

마법진을 그려서 거대한 마법적 의식을 진행했다든가.

아니면…….

‘아까 퀘스트 설명에 있었던… 사령의 진수.’

퀘스트의 특별 보상으로 사령의 진수라는 아이템이 있었다.

예전에 서민혁은 사령의 근원이라는 아이템을 입수한 적이 있다.

그 효과는 언데드 몬스터에게 소량의 마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마력 부담 없이 언데드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이었다.

사령의 진수도 그처럼 사령마법을 보조해 주는 아이템일 것이다.

‘그렇다면 꼭 얻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날렵한 오크 여러 마리가 서민혁한테 달려들었다.

좀비 주제에 몸놀림이 매우 민첩했다.

‘오크 어쌔신이 좀비가 된 건가?’

서민혁이 업화의 단검을 휘둘러 놈들의 목을 날려 버리자, 이번에는 오크 챔피언 좀비가 여러 마리 달려들었다.

‘뚫기가 쉽지 않겠는데.’

지금 서민혁은 눈앞에 보이는 성벽 위로 올라가려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크들이 우글거리면 성벽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오크들을 일일이 처리하는 건 너무 시간이 걸린다.

‘다른 헌터들은… 다들 뒤처진 상태.’

서민혁은 마력기관을 사용해 주위의 마력을 살폈다. 이걸로 다른 헌터들이 어디쯤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실프의 힘을 빌리고 있는 서민혁에 비하면 다들 한참 뒤처진 상태였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서민혁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SS랭크 무기인 막야를 쓸 때가 된 것이다.

“끄으으으!”

“끄어어어!”

“꺼어어어!”

세 마리의 오크 챔피언 좀비가 동시에 달려드는 걸 보고, 서민혁은 칼을 휘둘렀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좀비 세 마리의 목이 날아갔다.

‘이걸 다른 헌터들 눈앞에서 쓸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막야를 장비하면서 서민혁이 본래 공격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앞을 가로막는 오크 좀비들을 쉴 새 없이 베어 넘기며, 질풍처럼 성벽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쓰러진 오크 시체를 발판삼아 뛰어올랐다.

도약 강화 마법을 사용하면서.

“……!”

아우성대며 팔을 뻗는 오크 좀비들을 피해 높이 도약한다.

성벽 위에 착지하기에는 조금 모자랐지만, 서민혁은 막야의 칼날을 성벽에 박아 넣어 피켈처럼 사용했다.

그 상태에서 한번 더 뛰어오르는 것으로, 서민혁은 마침내 성벽 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크르르르!”

“크오오오!”

성벽 위에는 오크 좀비가 아닌 일반 오크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서민혁은 막야를 휘둘러 놈들을 차례차례 처치했다.

“크르르!”

바로 그때, 시야 한구석에서 오크 몇 마리가 활을 당기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서민혁은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아리엘 블레스의 자동 방어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르르……!”

팟! 팟! 팟!

바람을 가르고 날아온 화살은, 바람의 자연력을 압축하여 만든 방벽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S랭크 장비인 아리엘 블레스는 원거리 물리 공격을 방어해 준다. 최대 6개까지 동시에 방어해 주기 때문에, 궁수가 6명을 넘어가는 게 아니면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

‘지상에 있는 헌터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서민혁은 최근 샐러맨더와 연습한 새로운 화염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샐러맨더에게 화염을 준비시킨 뒤, 언더스로로 던졌다.

‘먹어라.’

낮게 깔리면서 날아간 불꽃이 적들의 발밑에서 갑자기 솟구쳤다.

바닥에서 치솟은 불꽃에 휩쓸린 오크 궁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끄에에엑!”

격투게임 등에 나오는 소위 ‘지면 장풍’과 비슷한 감각이다.

서민혁은 일단 ‘파이어 웨이브’라고 가칭을 붙이기로 했다.

‘오버핸드 스로로 날리는 파이어 볼, 언더핸드 스로로 날리는 파이어 웨이브, 적절히 조합해서 쓰면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민혁은 나머지 오크들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슬슬 오크 네크로맨서가 있는 곳에 가까워졌다.

“크오오오오!”

그때 서민혁의 앞을 가로막는 오크가 있었다.

오크 챔피언보다 훨씬 더 몸집이 큰 오크다.

중무장을 하고 있고, 얼굴 생김새도 왠지 모르게 노련해 보인다.

‘오크 제너럴이 또 나타났어?’

제너럴, 즉, 장군이라는 클래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놈은 상당한 강적이다. 육체 능력뿐만 아니라 무기를 다루는 실력도 훌륭하다.

아까도 크루세이더 길드가 시선을 끄는 사이에 배후를 쳐서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서민혁은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아까처럼 힘 조절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서민혁은 앞으로 뛰쳐나가면서 샐러맨더에게 지시를 내렸다.

“크오오!”

오크 제너럴이 짧게 포효하며 거대한 곡도(曲刀)를 휘둘렀다.

하지만 칼날과 칼날이 부딪힌 순간, 폭발음이 발생하며 오크 제너럴이 밀려 나갔다.

“크어어어?!”

막야 자체가 갖는 반탄력에 화염의 검기가 더해져, 오크 제너럴의 공격을 완전히 튕겨 내 버린 것이다.

‘꺼져라.’

서민혁은 무방비해진 오크 제너럴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첫 번째 공격으로 오크 제너럴의 갑옷을 파괴한 뒤, 두 번째 공격으로 그 가슴에 칼날을 꽂았다.

‘화염 방출……!’

화염의 검기를 해방시킨 순간, 오크 제너럴의 가슴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오크 제너럴이 뒤로 쓰러졌다.

“크으으으…….”

“크르르르…….”

주위에 있던 오크 가디언, 오크 워리어 등이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쳤다.

오크 제너럴의 부하인 것 같았는데, 자기들 상관이 순식간에 죽어 버린 걸 보고 공포를 느낀 것 같았다.

“도망치려고?”

서민혁은 오크들에게 말을 걸었다.

냉담한 목소리로.

“그렇게는 안 되지.”

“끄에에엑!”

파팟! 쉬익! 푸욱!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숨통을 끊었다.

하지만 서민혁은 시체를 그 자리에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발로 차서 성벽 아래로 떨어뜨렸다. 좀비가 되어 덤벼들면 귀찮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민혁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성벽 위에 망루처럼 솟아오른 구조물이 있었는데, 거기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기다.’

서민혁은 실프의 힘을 빌리며 그쪽으로 움직였다.

가까이 접근하자 비로소 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크 네크로맨서, 맞지?”

“…….”

그는 다른 오크들과는 달리 하얀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얼굴에 주름도 많아서 노인처럼 보였다.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고, 로브 같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어 딱 봐도 ‘마법사’ 같은 느낌이었다.

‘어두침침한 마력이 느껴져. 이놈이 틀림없어.’

오크 네크로맨서 주위에는 호위병이 둘 있었다.

다만 살아 있는 오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크 좀비도 아니었다.

뼈만 있는 오크 스켈레톤이었다.

‘스켈레톤 두 마리… 전투력이 어떨까.’

그때 오크 네크로맨서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오크 스켈레톤들이 칼과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이놈들…….’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려든 해골병들.

그들이 칼을 치켜드는 모습을 보며, 서민혁은 근력 강화와 민첩 강화를 동시에 사용했다.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니다!’

콰앙!

첫 번째 스켈레톤이 휘두른 칼에서 충격파가 발생했다.

서민혁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어서 달려든 두 번째 스켈레톤이 서민혁의 가슴을 향해 칼끝을 찔러 넣었다.

‘순간 가속!’

서민혁은 다시 한번 마법을 사용했다.

판단이 조금만 늦었어도 해골병사의 칼에 가슴이 꿰뚫렸을 것이다.

‘왜 이리 강해?’

아마 생전에도 훌륭한 오크 전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강한 스켈레톤을 만들 수는 없다.

스켈레톤이 되면 전투력은 어느 정도 하향 평준화되니까.

‘오크 스켈레톤 주제에 이렇게 강하다는 건 이상한 일이야.’

그렇다면 답은 한 가지.

저 네크로맨서가 특별히 강화한 스켈레톤이라는 것이다.

서민혁이 읽은 마도서에도 언데드 몬스터를 강화시키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이 정도로 강하다는 건……. 꽤 공을 들였다는 건데.’

계속해서 달려드는 두 마리의 오크 스켈레톤.

그들을 상대하면서 서민혁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다.

지난번에 다크사이드 아머를 잃은 뒤 새로 S급 방어구를 장만했지만, 10억이 넘는 값을 지불한 것치고는 영 시원치 않았다.

‘이대로 계속 공격을 받으면 위험하겠는데.’

서민혁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실프에게 눈짓을 했다.

그 순간, 오크 스켈레톤의 칼날이 서민혁의 목덜미를 노렸다.

“어이쿠.”

서민혁은 일부러 깜짝 놀란 척하며 뒷걸음쳤다.

그리고 성벽 끄트머리에서 발을 헛디딘 것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

오크 스켈레톤들은 그 시점에서 움직임을 정지했다.

이걸로 습격자가 제거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크르르!”

바로 그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오크 네크로맨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목소리에 반응해 오크 스켈레톤이 다시 움직인 순간.

성벽 끄트머리에서 시커먼 빛이 번뜩였다.

“……!”

해골병사 한 마리의 발목이 날아갔다.

그 원인은 갑자기 번뜩인 검은색 칼날.

암흑마법의 검기로 코팅된 막야 때문이었다.

일부러 추락한 척하면서 스켈레톤들의 눈을 속인 뒤, 암흑마법을 사용해 검기를 전개한 것이다.

‘일단 한 놈.’

서민혁은 실프의 힘으로 날아오르며 막야를 휘둘렀다.

한쪽 발을 잃고 휘청대는 스켈레톤의 머리를 박살 내고, 성벽 아래로 추락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한 놈을…….’

혼자 남겨진 오크 스켈레톤이 달려들었다.

서민혁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 내려 했지만, 암흑마법의 검기로 코팅된 막야는 방패를 단번에 두 조각 냈다.

‘해치운다.’

근력 강화와 민첩 강화를 동시에 발동.

오크 스켈레톤의 칼을 튕겨 내고, 그 상완골까지 절단한다.

한쪽 팔을 잃은 해골병이 반쪽이 된 방패를 휘두르며 반격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가속.’

어느새 서민혁은 오크 스켈레톤의 배후에 있었다.

오크 스켈레톤이 뒤돌아서 달려들려 했지만, 그와 동시에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다.

서민혁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해골의 척추를 끊어 놓은 것이다.

“…….”

우당탕 흩어지는 뼈다귀들.

그 광경에 오크 네크로맨서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어때, 사령술사.”

서민혁은 다시 오크 네크로맨서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어가 아닌, 카발라 진리어로.

“이걸로 끝이야?”

“이놈……!”

오크 네크로맨서의 입에서도 카발라 진리어가 튀어나왔다.

“엉터리 마법이나 쓰는 주제에 건방지구나!”

오크 네크로맨서가 지팡이를 높이 치켜든 순간, 주위에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성벽이 흔들렸다.

‘뭘까.’

특별 보상을 얻으려면 오크 네크로맨서가 마법진을 펼치는 걸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바로 달려들지 않고 있었던 건데, 이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와…….”

무심코 감탄사가 나왔다.

성벽 아래에 잔뜩 있던 오크 시체들.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인간형의 거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플레시 골렘이잖아?’

플레시 골렘.

이름대로 살덩이로 만든 골렘이다.

다만 서민혁이 알고 있는 플레시 골렘과 비교하면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났다.

지난번에 싸웠던 그레이트 우드 골렘과 마찬가지로 20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레이트 플레시 골렘인가.’

콰앙!

서민혁이 관찰하고 있는 사이, 시체 거인이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다.

성벽이 무너져 내리며 파편이 튀었다.

‘파워가 엄청나잖아.’

오크 네크로맨서는 어느새 플레시 골렘의 머리 위로 이동해 있었다.

“너도 시체 거인의 일부로 만들어 주마, 인간 마법사여!”

네크로맨서의 무시무시한 목소리와 동시에, 시체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다시 한번 날아왔다.

“누구 맘대로.”

냉담하게 대꾸하며 서민혁은 무너져 내리는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도망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검게 빛나는 막야를 들고, 실프의 힘을 빌려 시체 거인에게 쇄도한다.

다른 헌터들이 도착하기 전에 사냥을 끝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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