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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26화 (26/200)

26화 아주 크게 해먹을 수 있을 거야 (4)

콰아아앙!

화염 저항, 근력 강화, 투척 강화.

생체마법을 3연속으로 사용하여 날리는 유사 파이어볼.

그것이 직격한 순간,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키에에에에에엑!”

마력의 절대 수치가 높아졌기 때문인지 불꽃의 위력 자체도 향상된 상태였다.

물론,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부족하다. 그래도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은 상당한 대미지를 입은 것 같았다.

“키아아아악!”

괴물은 10미터가 넘는 거체를 비틀면서 서민혁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죽음을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

해골병과 시체병이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키에엑!”

괴물이 한쪽 앞발을 거칠게 휘둘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스켈레톤 하나가 박살 났다.

하지만 그런 광경 앞에서도 언데드 병사들은 조금도 주춤하지 않았다.

스켈레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리자드맨 좀비들은 팔을 치켜들고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한 번 더.”

샐러맨더가 어깨 위에서 폴짝 뛰었다.

또다시 화염구가 생성되었고, 서민혁은 두 번째 유사 파이어볼을 날렸다.

화염구는 또다시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에게 정통으로 명중했고, 다시 한번 끔직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에에에에에엑!”

여기서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의 움직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생명의 위기를 느꼈기 때문인지, 제대로 두 팔을 치켜들고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콰쾅!

네 마리 있던 리자드맨 좀비 중에서 세 마리가 단숨에 고깃덩이가 되었다.

공격에 맞춰서 스켈레톤들이 팔뚝을 공격했지만, 공격력이 부족했는지 작은 상처도 내지 못했다.

‘볼케이노 스콜피온의 독은… 통하지 않겠지.’

이 정도 강적은 독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웬만큼 강한 독이 아닌 이상 중독시키는 건 어려울 것이다.

“꼬맹아, 한 번만 더!”

샐러맨더가 ‘조금만 더 힘내 볼게요!’라고 말하는 듯이 온몸에 힘을 줬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큰 불덩이가 생성되었고, 서민혁은 곧바로 그걸 집어 던지려 했다.

하지만 그때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땅을 박차고 이쪽으로 돌진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쾅! 쾅! 쾅!

주위가 흔들릴 정도의 돌진.

10미터 크기의 괴물이 전력을 다해 달려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남아 있던 스켈레톤은 하나만 빼고 다 박살 났고, 리자드맨 좀비들도 발로 밟혀 다진 고기가 되어 버렸다.

‘순간 가속.’

그 상황에서 서민혁은 3레벨 생체마법을 사용했다.

이미 근력 강화는 사용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괴물의 돌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그 머리 위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키에엑?!”

서민혁이 갑자기 이렇게 높이 뛰어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황스러웠는지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은 고개를 젖힐 뿐 제대로 공격도 하지 못했다.

그 징그러운 얼굴을 향해, 서민혁은 들고 있던 화염구를 날렸다.

거리가 가까워서 투척 강화 마법은 쓸 필요도 없었다.

콰쾅!

정확히 얼굴에 명중했고, 괴물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 했다.

‘아직 멀었어.’

샐러맨더에게 지시를 내려 칼날에 불꽃을 발생시켰다.

남아있는 마력을 활용해 검기를 만들며 괴물의 배후로 쇄도한다.

‘근력 강화… 2중첩!’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의 무방비한 등짝.

그곳을 향해 불의 검기를 두른 칼을 휘둘렀다.

“키아아아아악!”

괴물은 몸부림쳤지만, 서민혁은 화산의 단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현재 서민혁의 근력 수치는 +55. 여기에 근력 강화 마법을 2중첩으로 사용하면 +100에 근접한 근력을 낼 수 있다.

수치상의 공격력이 78인 화산의 단검에 불꽃의 검기까지 부여했으니…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키에에에에엑!”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이 갑자기 입을 떡 벌렸다.

그 순간 입에서 혀가 길게 뻗어 나왔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몸길이만큼 늘어나는 혀였다.

“……!”

서민혁의 사각을 노리고 뻗어 오는 혀끝.

하지만 서민혁은 +50의 감각 수치 덕분에 그 공격을 미리 감지한 상태였다.

크게 몸을 날려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샐러맨더에게 화염구를 준비시켰다.

‘화염 내성을 쓰기에는 마력이 부족해……!’

손바닥이 타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서민혁은 화염구를 투척했다.

목표는 혀를 뻗느라 크게 벌린 괴물의 입이었다.

전력을 다해 투척한 화염구가… 괴물의 입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콰아앙!

엄청난 폭발.

체내에서 터진 유사 파이어 볼의 대미지를 견디지 못하고,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이 앞으로 쓰러졌다.

“키에에에엑…….”

괴물은 잠시 헐떡였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돌연변이 도마뱀 사냥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유산 보관고가 개방됩니다.]

[특별 보상으로 ‘어보미네이션의 송곳니’를 획득합니다.]

윈도우를 확인하며 서민혁은 털썩 주저앉았다.

“아파 죽겠군…….”

화염구를 던지느라 착지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땅을 굴러야 했다. 뿐만 아니라 손바닥도 다 타 버렸다.

서민혁은 인벤토리에서 A급 포션과 B급 포션을 한 개씩 꺼내서 마셨다. 그러자 온몸의 근육통이 치유되고 화상 또한 사라졌다.

‘다치고 나서 빨리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상처 치료 포션은 정말 유용하단 말이지.’

활력 회복 포션도 하나 들이켜자, 몸 상태가 상당히 회복되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력을 모조리 써 버렸기 때문에 자기 회복 마법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좀 기다리면 회복되겠지.’

서민혁은 마지막으로 남은 스켈레톤에게 망을 보라고 시킨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까부터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송곳니’에 손을 뻗었다.

[어보미네이션 팽]

* 랭크: A

* 공격력: 86

# 돌연변이 리자드맨의 송곳니 중 하나. 인간이 손으로 잡고 무기로 쓰기에 좋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의 이빨은 아주 삐죽빼죽했다.

그중에서도 마치 ‘단검’처럼 생긴 송곳니 하나가 빠져서 특별 보상으로 주어지는 모양이었다.

‘무기라는 거지?’

시험 삼아 송곳니 뿌리 부분을 잡아보고 휘둘러 봤다.

길이는 화산의 단검보다 약간 짧아서 30cm 정도다.

손잡이 부분만 잘 보강하면 단검으로 쓸 만할 것 같았다.

‘공격력 수치가 86… 부가 효과는 없지만 공격력 자체는 화산의 단검보다 높아.’

이건 예상하지 못한 보상이다.

서민혁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어보미네이션 팽을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그리고…….’

서민혁은 본격적인 클리어 보상을 챙기기로 했다.

아까 리자드맨 어보미네이션이 쓰러지면서 그 뒤쪽에 있던 문이 저절로 열렸다. 진짜 보물 창고의 문이 열린 것이다.

‘유산 보관고라고 했지?’

서민혁이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상자였다.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 보니… 상자 안은 금화로 가득 차 있었다.

‘엄청나군.’

가까이 가서 손을 대자 금화는 저절로 사라졌다.

물론, 그냥 사라진 건 아니다. 크레딧으로 자동 변환되어 서민혁의 건틀릿에 입금된 것이다.

보관고 안에는 금화 말고도 다양한 보물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금은보화는 크레딧으로 자동 변환되었지만, 몇몇 예술품들은 그냥 그 자체로 인벤토리에 넣어야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곳에 있는 보물들의 가치는 30억이 넘어.’

일반 서민들은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거액.

서민혁은 그걸 퀘스트 하나 클리어하고 손에 넣은 것이다.

‘만약 내가 길드에 들어갔다면, 이렇게 독차지하지는 못했겠지.’

길드 공략팀에 참가하여 이 퀘스트를 공략했다면, 이 수십 억짜리 보물들은 길드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서민혁에게도 보수는 주어졌겠지만 1억도 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서민혁은 혼자서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이 퀘스트를 공략했다.

그 결과 모든 것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뿐만이 아니지.’

이 보관고에 있는 건 이런 금은보화뿐만이 아니다.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 이곳에 있었다.

‘저거 같군.’

서민혁은 사파이어로 장식된 궤짝을 하나 찾아냈다.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었지만, 리자드맨 배틀액스로 여러 번 내리치니 자물쇠는 박살 났다.

“…….”

침을 삼키며 뚜껑을 열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옅은 푸른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이게 바로… 아리엘 블레스!’

아리엘 블레스.

이건 수백억, 아니, 수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서민혁이 이 50번 무한서고를 노렸던 진짜 이유였다.

[아리엘 블레스]

* 랭크: S

* 물리적 원거리 공격을 자동 방어한다. 동시에 6개까지 전개 가능.

# 바람의 자연력을 응축한 방벽을 전개하는 자동 방어 시스템. 소유자가 방어, 회피 동작을 취하지 않았을 때 자동 전개된다. 먼 거리에서의 저격, 후방에서의 기습 등을 방어할 때 유용하다.

회귀하기 전… 처음 이 반지가 발견되었을 때 세상 사람들은 이 반지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S랭크 장비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도, 그 아래에 적힌 설명은 전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반지를 입수한 길드에서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 보면서 이 반지의 효과를 검증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효과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 반지는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이런저런 악행을 저질러 악명이 높았던 어떤 헌터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헌터를 죽이려던 저격수의 탄환을 완벽히 막아 내면서, 그 진짜 효과가 드러나게 되었다.

‘이 반지는 각종 원거리 공격을 자동 방어해 주는 특수한 장비야.’

예를 들어 고블린 궁수 하나가 멀리서 화살을 날렸다고 하자.

그러면 이 반지가 공격을 자동 감지하여 공기를 압축한 방어막을 만들어 준다. 화살은 그 투명한 방어막에 막혀서 그냥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이건 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무한서고 바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저격수가 원거리에서 저격소총을 쏴 대도 자동으로 막아 주는 것이다.

‘케빈 레이 한센은 이걸 얻으면서 날개를 달게 되었지.’

몇 년 후, 세상에는 ‘칠악(七惡)’이라 불리는 7명의 헌터들이 악명을 떨치게 된다.

그중에 케빈 레이 한센이라는 놈이 있었는데, 그는 본래 근접전에서 압도적인 전투력을 자랑하는 SS급 헌터였다.

아리엘 블레스를 손에 넣은 것이 바로 이 케빈 레이 한센이다. 가뜩이나 근접전에서 강한데 원거리 공격을 자동 방어하는 아이템까지 얻어 버렸으니, 그야말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걸 얻었으니… 이게 그놈한테 들어갈 일은 없다.’

서민혁은 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마치 맞춘 것처럼 잘 맞았다.

“가만 있자…….”

효과를 시험해 보려면 무방비한 상태에서 원거리 공격을 당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서민혁은 남아 있는 스켈레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창, 나한테 한번 던져 봐.”

주머니에서 샐러맨더가 ‘주인님 지금 제정신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스켈레톤은 그냥 명령을 수행했다.

“……!”

휘익!

날아오는 창을 보면서 서민혁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어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맞아야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윽!”

파앙!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창이 튕겨져 나갔다.

얼핏 보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방어막이 완전히 투명했기 때문이다.

“정상 작동하는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깜짝 놀란 샐러맨더를 쓰다듬어 주면서 서민혁은 생각에 잠겼다.

‘케빈 레이 한센은 이 반지의 정확한 효과를 알아내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했지. 하지만 나는 이미 효과를 파악했어.’

해석 능력 그리고 그동안 배워 온 마법적 지식 덕분에 이 자동 방어 시스템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물리적 원거리 공격을 자동 방어한다는 건 화살이나 총탄 같은 것만 막아준다는 뜻이다. 정령마법으로 날리는 화염구 같은 건 막아 줄 수 없다.

동시에 6개까지 전개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방향에서 6개를 넘어서는 공격이 날아오면 막아 낼 수 없다.

‘그리고 이 방벽이 정말로 바람의 자연력을 이용하여 전개되는 거라면…….’

앞으로 정령마법을 더 공부하고 바람의 정령과 친해진다면, 이 자동 방어 시스템을 보다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 세계에 악명을 떨쳤던 케빈 레이 한센보다… 내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헌터 업계를 주름잡던 기라성 같은 헌터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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