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24화 (24/200)

24화 아주 크게 해먹을 수 있을 거야 (2)

“하아압!”

천지원은 기합 소리를 내면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천지원의 근력 스탯은 +65, 리자드맨 워리어 쯤은 단번에 두 동강 낼 수 있다.

“다들 나만 따라와! 이대로 밀어붙이자고!”

“네, 팀장님!”

북두성 길드의 부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우렁찬 소리에 만족감을 느끼며, 천지원은 고개를 치켜들어 윈도우를 확인했다.

[도마뱀들의 방어선]

* ▒▒▒▒ 랭크: A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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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천지원은 번역 어플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초 마도어를 읽을 수 있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래에 적혀 있는 괴상한 글자들은 해석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이 퀘스트가 A랭크라는 것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해석학자 놈들, 빨리 다른 언어들도 해독해 내란 말이야.’

물론, 윈도우에 적힌 퀘스트 설명을 읽지 못하는 건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리저드맨을 사냥하고 있는 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게 어떤 퀘스트인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퀘스트는… 몬스터를 많이 잡으면 많이 잡을수록 보상이 들어오는 퀘스트!’

이렇게 ‘전쟁’처럼 진행되는 퀘스트는 개개인의 성적에 따라 보상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천지원이 리자드맨 100마리를 잡으면 100마리 분량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00마리를 잡으면 그 두 배의 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길드는 다들 앞다투어 적과 싸우고 있다. 다른 길드보다 더 많은 적을 사냥해서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새는 어느 길드가 더 많은 몬스터를 사냥했는지 집계해서 순위도 매기고 하니……!’

북두성 길드는 업계 4위.

3위 안에 들어가는 성적을 내면 언론에서도 보도해 주고 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된다.

한편 5위 이하로 떨어지면 개망신이다. 포럼이나 헌터넷에서 맨날 조롱당할 것이다.

‘가뜩이나 요새 헌터넷에 우리 길드를 조롱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여기서 성과를 내야 해!’

5위인 태산 길드, 6위인 졸리 로저 길드에게 뒤처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천지원이 부하들을 독려하려 했을 때, 근처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윽……!”

물론, 진짜 폭풍은 아니다.

업계 2위인 아수라 길드의 허태웅 길드장이 커다란 쌍도끼를 휘두르며 리자드맨들을 날려 버리고 있었다.

역시 S랭크 헌터답게 엄청난 전투력이었다.

“돌격! 돌격이다! 모조리 쓸어버려!”

“네, 길드장님!”

아수라 길드는 엄청난 기세로 리자드맨을 도륙했다.

그 모습을 보며 천지원은 살짝 기가 죽었다.

‘오늘도 아수라 길드를 제치는 건 무리겠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이번에는 전장 한가운데에서 함성이 들렸다.

업계 1위인 크루세이더 길드, 3위인 대룡방 길드가 완벽한 대형을 유지하며 리자드맨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4위만 지키자, 4위만…….’

그렇게 생각하며 천지원이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을 때.

다른 헌터들의 머리 위를 훌쩍 뛰어넘어, 적진 깊숙이 파고들어 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해골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보니 졸리 로저 길드 같았다.

붉은 단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면서 혼자서 돌진하고 있었다.

‘쯧쯧, 저러면 안 되는데.’

천지원은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졸리 로저는 너무 콩가루 길드다. 저렇게 전투 대형을 무시하고 혼자서 달려 나가게 내버려 두다니…….

‘길드원을 잘 이끌어 주는 것도 필요한데 말이야.’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지만, 저렇게 혼자서 앞서나가면 결국 적들에게 둘러싸여 죽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었지만, 다른 길드까지 신경 써 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우리 애들 챙기기에도 바쁘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천지원은 바스타드 소드를 치켜들었다.

이름 모를 해골 마스크의 명복을 빌면서.

* * *

‘슬슬 마스크는 벗어도 되겠지.’

서민혁은 해골 마스크를 벗었다.

졸리 로저 길드 사람들하고 섞여 있을 때라면 모를까, 이렇게 혼자 움직이고 있을 때 해골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오히려 더 눈에 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돌파해 볼까.’

수없이 많은 도마뱀 인간이 서민혁을 가로막고 있다.

리자드맨 중에서도 일반 전사 계급인 리자드맨 워리어다.

고블린 워리어나 오크 워리어에 비하면 민첩한 편이고, 무기도 좋은 걸 들고 있다. 하지만 방어력은 조금 빈약하다.

‘그냥 밀어붙이면 뚫을 수 있겠어.’

서민혁은 이미 근력 강화와 민첩 강화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다가 4레벨 생체마법을 더해 주기로 했다.

‘돌격 강화.’

3레벨 생체마법인 투척 강화와 마찬가지로, 전신의 근육이 재조정되기 시작했다.

다리 근육뿐만 아니라 몸통의 코어 근육까지 강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민혁은 럭비 선수처럼 무서운 기세로 달려 나갔다.

“캬아아아악!”

서민혁을 막기 위해 달려드는 리자드맨들.

하지만 서민혁은 조금도 주춤하지 않았다. 칼을 휘두르면서 한 놈씩 쓰러뜨리고, 때로는 그냥 몸통으로 밀쳐서 날려 버렸다.

어차피 목적은 이놈들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이다. 일일이 숨통을 끊을 필요도 없고 그냥 돌파하면 된다.

“캬오오오오!”

그러던 도중 다른 리자드맨들보다 명백히 몸집이 큰 놈이 나타났다.

몸 크기는 1.5배 정도. 근육도 울퉁불퉁하고, 무기도 커다란 도끼 같은 걸 들고 있다.

‘리자드맨 챔피언인가.’

고블린 챔피언 등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육체 능력을 지닌 영웅적 존재.

이놈을 그냥 뿌리치고 지나가는 건 어려워 보였다.

‘순간 가속.’

서민혁은 마법을 사용하며 리자드맨 챔피언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오른쪽 옆구리에 칼침을 놓아 준 뒤, 그대로 배후로 움직여 그 등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캬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리자드맨 챔피언이 무릎을 꿇었다.

덕분에 결정타를 먹이기 쉬워졌다.

파앗!

바람을 가르며 쇄도한 화산의 단검이 리자드맨 챔피언의 목을 찢어발겼다.

그걸로 끝이었다. 리자드맨 챔피언은 피를 뿜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확실히 더 강해졌어.’

지금 서민혁은 샐러맨더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블린 챔피언이나 오크 챔피언 등보다 강한 힘을 지닌 리자드맨 챔피언을 순식간에 처치할 수 있었다.

스탯이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민혁이 생체마법을 사용한 전투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리품이나 가져갈까.’

서민혁은 리자드맨 챔피언의 도끼를 집어 들었다.

괜찮은 무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자드맨 배틀액스]

* 랭크: B

* 공격력: 64

# 무용이 뛰어난 리자드맨이 사용하는 대형 도끼. 그 무게와 크기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상당히 육중하다.

단검과는 다른 용도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서민혁은 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러면…….’

서민혁이 고개를 돌려 보자, 주위에 있던 리자드맨들이 주춤하며 뒷걸음쳤다.

챔피언을 순식간에 죽여 버린 서민혁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잘됐네.’

덤벼들지 않는다면 굳이 싸울 필요도 없다.

잔챙이들은 다른 헌터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서민혁은 도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 * *

도시 내부는 조용했다.

바깥 방어선에는 지금도 헌터 길드와 리자드맨 경비대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재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거리의 풍경은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럴 뿐이지.’

이 도시의 지하수로에는 리자드맨들이 우글대고 있다.

축축하고 어두운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하 수로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너도 축축하고 어두운 곳이 좋아?”

그렇게 말을 건네자, 그동안 주머니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샐러맨더가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얘기를 제대로 못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민혁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니, 됐어.”

쓴웃음을 지으며 샐러맨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불의 정령이기도 하고, 적어도 축축한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탐색부터 하자.”

서민혁은 근처에 보이는 주택으로 들어갔다.

겉모습은 그럴 듯해 보였지만 내부는 완전히 폐가였다.

책이 잔뜩 꽂혀 있는 책장도 있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전부 다 같은 책이었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한 권 꺼내서 살펴보니 ‘지하수로 연구’라는 책이었다.

딱히 지도가 그려져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곳 공략에 힌트가 되는 내용이 많이 적혀 있었다.

‘지하수로 탐색도 해 보고 싶지만… 나중에.’

책을 인벤토리에 수납한 뒤 서민혁은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도시 중앙에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귀족 저택이나 관공서 같았는데, 보스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저기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서민혁은 보스 퀘스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내 목적지는… 도시 구석에 있는 교회.’

십자가 같은 게 지붕에 세워져 있으니 아마 교회가 맞을 것이다.

서민혁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도중에 순찰 중인 리자드맨 워리어와 조우하기도 했지만, 소란이 발생하기 전에 신속히 숨통을 끊었다.

‘여기군.’

굳게 닫혀 있는 교회 문을 열어젖히자 음산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서민혁의 눈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교회 안에는 수없이 많은 해골이 널브러져 있었다.

“…….”

리자드맨의 해골은 아니다. 전부 다 인간의 해골이다.

이곳은 이 도시가 리자드맨들에게 습격당했을 때… 도시를 지키던 기사들이 마지막 사투를 벌였던 곳이니까.

‘그리고…….’

서민혁은 말없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무로 된 단상을 옆으로 밀어내고, 인벤토리에서 리자드맨 배틀액스를 꺼냈다.

‘단검보다는 이게 더 낫겠지.’

배틀액스를 높이 치켜든 뒤, 바닥을 향해 내리쳤다.

그렇게 여러 번 도끼로 찍자… 바닥이 무너져 내리면서 비밀 통로가 드러났다.

‘이래서 저 사람들이 이곳을 마지막 결전 장소로 삼은 거지.’

지하로 내려가자 작은 은신처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성인 남자의 해골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아마 이 도시를 지배하는 귀족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리자드맨을 피해 여기로 도망쳤지만, 결국 나오지 못하고 여기서 굶어죽었다… 그런 설정일까.’

도시를 꼼꼼히 조사하면 자세한 스토리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서민혁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해골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였다.

“…….”

서민혁은 목걸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목걸이에 박혀 있는 보석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통치자의 광휘]

* 랭크: A

* 근력, 체력, 민첩, 감각에 +10 보너스.

* 소모성 아이템.

효과를 확인하고 서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튜토리얼에 입수했던 탐색자의 광휘와 마찬가지로 근체민감에 각각 +10의 보너스를 주는 아이템이었다.

‘역시 거대 도시형 무한서고야.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지.’

서민혁은 즉각 통치자의 광휘를 건틀릿에 설치하고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서민혁]

* 근력: +55

* 체력: +40

* 민첩: +45

* 감각: +50

* 마력: +50

이제 근체민감 합계 +190이다.

A급 헌터의 최저조건인 +200에 거의 근접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진행해 볼까?’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지만, 서민혁의 목적은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서민혁은 은신처에서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바깥이 소란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야 왔군.’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걸 깨달은 리자드맨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숫자가 제법 많다. 물론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머릿수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상대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파이어 볼로 다 쓸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유사 파이어 볼은 폭발음도 발생하고 너무 눈에 띈다.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처리해야지.”

지금 리자드맨들은 이 교회를 포위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하지만 서민혁은 차분했다.

‘원래 이렇게 적들에게 일방적으로 포위당하는 상황은 별로 안 좋아.’

서민혁은 동료 없이 혼자서 싸우는 타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들에게 포위당하면 상당히 불리해진다.

물론, 지금은 많이 강해졌기 때문에 아까 방어선을 뚫었을 때처럼 한쪽 방향으로 돌파하려고 하면 포위망을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적들을 모조리 괴멸시키는 걸 목적으로 할 경우… 서민혁은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앞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할 일이 더 많아질 거야. 대비책이 필요해.’

서민혁은 이 50번 무한서고에 대비해 2주 동안 힘을 길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능력치 보너스만 얻고 다녔던 건 아니다.

혼자서 마도서를 읽으면서 마법도 열심히 공부했다. 직접 입수한 기초 생체마법 입문, 정령마법의 진리, 소드마스터 입문뿐만 아니라… 조성조에게서 빌린 마도서도.

‘그래서 이 마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거지.’

조성조에게 빌렸던 마도서.

그 제목은 바로… 사령술사의 교본.

“해골병 생성.”

서민혁이 짤막하게 말한 순간.

먼 옛날 리자드맨들에게 희생당했던 기사들이 다시금 칼을 잡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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