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급 헌터가 된 해석학자-20화 (20/200)

20화 너, 최대 화력 낼 수 있어? (3)

서민혁은 눈을 의심했다.

지난번 화산 지대에서 입수한 ‘화산의 단검’은 공격 시 30% 확률로 화염 속성 추가 대미지라는 부가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격이 명중했을 때 랜덤으로 불꽃이 발생하여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먹이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거, 네가 해 준 거야?”

서민혁이 묻자, ‘그래요!’라고 말하는 듯이 샐러맨더가 고개를 까닥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방금 정령과의 유대감이 상승하고 정령마법도 2레벨이 되었다고 알림이 떴는데, 그거랑 관계가 있는 걸까.

쿵, 쿵, 쿵!

그때 그레이트 우드 골렘이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멍 때리고 있으면 저 초거대 골렘에게 밟혀 죽게 된다. 서민혁은 다급히 몸을 피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불꽃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마력이 소비되지는 않는다.

‘내 정령이… 나한테 엄청난 버프를 걸어 줬다는 얘기겠지!’

유적의 돌기둥을 타고 뛰어올랐다.

그러자 초거대 골렘의 커다란 손이 서민혁을 향했다.

서민혁은 근력을 강화시키면서 화산의 단검을 휘둘렀다.

콰앙!

불꽃을 뒤집어쓴 칼이 골렘의 손가락을 크게 상처 입혔다.

골렘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서민혁은 다른 돌기둥 위로 도약했다.

‘먹힌다!’

화산의 단검이 화염을 두르게 되면서, 공격력이 훨씬 향상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나무로 된 우드 골렘이다. 더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서민혁은 대담하게 움직였다.

근력 강화와 민첩 강화를 사용하면서, 돌기둥 위를 뛰어다니며 그레이트 우드 골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키가 20미터쯤 되니까, 2미터도 안 되는 나는 쥐새끼만 하게 보이겠지.’

그레이트 우드 골렘에 비교하면 서민혁은 정말 쥐새끼만 한 크기의 존재다.

하지만… 재빠르게 움직이는 쥐새끼를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일까?

‘이놈은 다른 골렘들과 마찬가지로 민첩성이 낮은 편이야. 그리고 몸집이 워낙 크니까 내 자잘한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지.’

그리고.

계속 쫓아오는 그레이트 우드 골렘에게서 도망 다니면서 서민혁은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그레이트 우드 골렘은 이 스톤헨지 같은 돌기둥 유적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

‘자기 공격이 돌기둥에 부딪힐 것 같을 때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어.’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레이트 우드 골렘이 유적의 수호자 같은 거라면 유적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싸우느라 유적을 다 박살 내 버리면 본말전도다.

‘그렇다면 더 쉽지.’

서민혁은 이 사실을 이용해 더 교묘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그레이트 우드 골렘은 엉거주춤하면서 버벅거리는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빈틈을 보이는 그레이트 우드 골렘을 향해, 서민혁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수없이 많은 불꽃이 작렬하고, 골렘의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다.

‘잘되고 있어. 하지만…….’

몸 곳곳에 불이 붙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초거대 골렘을 보면서 서민혁은 부족함을 느꼈다.

특별 보상은 15분 이내에 잡아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속도로는 어려울 것 같았다.

‘상대가 너무 커.’

일반 우드 골렘들처럼 뒷골 아래쪽을 노려보고 싶었지만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돌기둥을 발판으로 쓰면서 근력 강화를 사용하면 그 높이까지 뛰어오르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 부담이 컸다.

‘자칫하면 파리채에 잡히는 파리 꼴이 될 수 있어.’

하지만 이대로는 저 초거대 골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꼬맹아!”

‘불렀어요?’라고 말하는 듯이 샐러맨더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너, 최대 화력 낼 수 있어?”

샐러맨더가 이해를 못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보다 마음이 더 잘 통하게 되었다고 해도, 어려운 얘기는 잘 못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불, 더 세게! 강하게! 있는 힘껏!”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요!’라고 말하는 듯이 샐러맨더가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서민혁의 어깨 위로 올라오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윽……!’

서민혁은 자신의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열기 내성과 근력 강화, 투척 강화를 사용할 마력만 남겨 두면 된다.

그리고 서민혁이 고개를 치켜든 순간.

“……!”

하늘에 커다란 불덩이가 떠 있었다.

화염구 형태가 아니다. 마치 불꽃의 창처럼 길쭉한 형태였다.

‘뭐야 이거? 파이어 볼이 아니라… 파이어 스피어? 플레임 스피어?’

뭐든 좋다.

원하는 화력이 나와 주기만 하면 된다.

“큭……!”

서민혁은 그 불꽃의 창을 손으로 잡았다.

열기 내성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손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중첩을 할 마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나머지 마력은 근력 강화와 투척 강화에 써야 했으니까.

“하아압!”

기합을 지르며 불꽃의 창을 내던진다.

이런 걸 던지는 건 처음이라 컨트롤이 부정확할 것 같았다. 그래서 뒷골 아래쪽을 노리지는 않았다.

잘못해서 빗나가기라도 하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민혁은 보다 맞추기 쉬운 표적을 향해 불꽃의 창을 던졌다.

쿠쿠쿠쿠쿵!

공기를 가르고 날아간 불꽃의 창이 명중한 곳.

그건 바로… 그레이트 우드 골렘의 한쪽 다리였다.

콰아아앙!

표면을 뚫고 깊숙이 박힌 불꽃 창이 폭발하면서 골렘이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된 골렘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주위에 설치되어 있던 돌기둥들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콰콰콰쾅!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돌기둥들.

그 사이에서 그레이트 우드 골렘이 경직되었다.

자기가 보호해야 할 돌기둥 유적을 무너뜨려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레이트 우드 골렘을 유지하고 있는 마력이 끊긴 탓이다.

‘아까 책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거든.’

저 거대한 골렘을 소환한 건 이 돌기둥 유적이고, 거체를 유지하기 위한 마력도 돌기둥에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돌기둥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으니 에너지 부족 상태가 된 것이다.

서민혁은 무너진 돌기둥을 발판 삼아 골렘 위로 올라탔다.

그 등을 타고 올라 뒷목 위에 두 다리로 섰다.

“후우…….”

마력은 완전히 고갈되었지만 아직 근력 강화가 적용되고 있다.

단숨에 결판을 내야 한다.

“……!”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두터운 나무를 뚫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골렘의 핵을 파괴한다.

사력을 다해 휘두른 단검이 깊숙이 박히며, 뭔가 펑 하는 소리가 들린 순간.

굉음과 함께… 그레이트 우드 골렘의 거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윽……!”

마치 목조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서민혁은 다급히 근처 돌기둥 위로 피신하며, 그레이트 우드 골렘이 박살 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후.

[초거대 나무 인형 퇴치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7억 2,000만 크레딧을 획득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봉인 마도서를 획득합니다.]

[특별 보상으로 ‘다그다의 반지’를 획득합니다.]

[생체마법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현재 4레벨입니다.]

수많은 알림과 함께 서민혁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 * *

보스 퀘스트를 클리어한 뒤 서민혁은 바로 27번 무한서고를 떠났다.

괜히 미적거리다가 아수라 길드에게 들키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전리품 확인은 사무실로 돌아와서 하기로 했다.

“일단 반지 먼저 볼까.”

특별 보상으로 획득한 다그다의 반지.

그것은 검은색 금속으로 되어 있는 투박한 반지였다.

[다그다의 반지]

* 랭크: A

* 마력 회복 속도 증가.

# 끝없는 자원을 생산하는 솥뚜껑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반지.

켈트 신화에 나오는 다그다의 가마솥 ‘운드리’를 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건지, 아니면 마법 문명이 정해 놓은 설정인 건지는 모르겠다.

“실버스미스 아머 같은 건 실버스미스 길드에서 만들었다고 자동으로 설명이 입력되는 것 같던데…….”

어쨌든 마력 회복 속도가 증가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마력을 보다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니까.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을 해 봐야 알겠지만, 무한서고에 다닐 때는 항상 끼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번째 전리품인 마도서.

이건 조금 예상 밖이었다.

생체마법이나 정령마법처럼 무슨무슨 마법을 가르쳐 주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소드마스터 입문이라니… 대체 뭐야?’

서민혁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도서라면서 갑자기 왜 소드마스터가 튀어나오는 건가.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안 그래?”

책상 위에 있는 샐러맨더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샐러맨더는 아까 슈퍼에서 사 온 사과 조각을 갉아먹는 중이라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지난번에 마도서를 읽어 본 바에 의하면, 정령은 영양 공급은 필요 없지만 자연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자연력이 풍부한 곳에서는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인공적인 건조물 안에서 지낼 때는 신선한 음식물을 주기적으로 먹여 주면 좋다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읽어 보기는 읽어 봐야지.”

서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책을 폈다.

소드마스터 입문은 제목 그대로 검사를 위한 책이었다.

서문에서부터 검사의 마음가짐 등을 설명하고 있어 기운이 빠졌다.

“정신론을 배우고 싶어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데.”

투덜거리면서도 책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

어느새 서민혁은 책을 한 페이지씩 꼼꼼하게 읽고 있었다.

카발라 진리어로 적혀 있는 내용들은 분명 검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혁은 그 내용에 매료되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서민혁에게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드마스터…….’

소드마스터라는 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검을 휘두르면서 검의 이치를 깨닫게 된 달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소드마스터가 되면 단순히 검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특별한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마도서에서는 그 능력을 사용하는 전투법에 대해 매우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지금 내가 이런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해.’

당연한 얘기지만 서민혁은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단검을 다루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책에 적혀 있는 것처럼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써먹을 수 있어.’

서민혁은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마도서들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건 정말로 검의 이치를 터득한 달인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파 오는 걸 느꼈지만 그래도 서민혁은 계속 읽었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오로지 책에만 집중했다.

“…….”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해도가 상승했다는 알림도, 마법을 습득했다는 알림도 뜨지 않았다.

하지만 서민혁은 확신을 갖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잠깐 나가자.”

서민혁은 샐러맨더를 데리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잠들어 있던 샐러맨더가 ‘벌써 아침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시험해 봐야 해.’

목적지는 가장 가까운 무한서고였다.

이미 늦은 밤이어서 한적했다. 직장에서 퇴근한 뒤 무한서고를 찾은 겸업 헌터들이 종종 보일 뿐이었다.

서민혁은 안쪽으로 들어가, 다른 헌터들이 근처에 없는 걸 확인했다.

‘좋아.’

인벤토리에서 화산의 단검을 꺼낸 뒤 샐러맨더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그레이트 우드 골렘을 상대할 때처럼 칼날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이 상태로는… 그냥 불꽃이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올 뿐이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오늘 공부한 소드마스터 입문의 내용을 적용한다면…….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

서민혁은 정신을 집중했다.

화염구를 손으로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실존하고 있는 ‘마법적인 불’을 강하게 의식했다.

‘소드마스터는… 마법사가 아니어도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어.’

책에 적혀있던 소드마스터의 특별한 힘.

그것은 마력을 방출하여 자신의 검을 강화하는 능력이었다.

물론 지금 서민혁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

하지만… 지금 샐러맨더가 마법적인 화염으로 서민혁의 무기를 강화해 주고 있지 않은가.

“……!”

마침내 무분별하게 일렁이던 불꽃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정돈되면서, 마치 압축되듯이 칼날 표면에 모여든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불꽃이 솟구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불의 검’이 되었다.

‘검기(劍氣)다.’

소드마스터 입문에 적혀 있던 마력을 활용해 검을 강화하는 기술.

그 기술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으로, 서민혁은 샐러맨더가 선사해 준 불꽃의 힘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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