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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257화 (257/308)

257화

배틀 콜로세움 토너먼트가 벌어진지 열흘 차.

오늘은 8강 진출자들이 다시 한 번 일기투합을 벌이는 날이었다.

그리고 8강 진출자들에게 주어지는 대기실에서는…….

“아얏!”

“아파도 참아.”

니파는 단호한 표정으로 몸 곳곳에 부상을 입은 렌에게 약초를 조합해 만든 연고를 발라 주고 있었다.

평소라면 건우의 복원을 통해 회복하면 그만이지만.

늑대수인의 재생력으로 충분히 아물 수 있는 상처이기 때문에 복원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건우는 팔짱을 낀 채, 렌의 안색을 살폈다.

패배한 게 분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얼굴에 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속은 후련하냐?”

그런 의미에서 내뱉는 질문에 렌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나는 한참 부족하구나라고 느꼈어. 근데 패배했는데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

지금까지 만난 적은 서로 죽이기 위해 비겁한 행위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소인배들과 달리 스파르타쿠스는 진심으로 렌에게 경의를 표하며 싸움에 임했다.

그로 인해 부상도 상당히 심했지만.

그런 투쟁의 혼백의 가진 자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어찌 기쁘지 않을 쏘랴.

평소라면 졌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훈련을 시켰을 법한 케이론도 이번만큼은 크게 나무라거나 위로를 하지 않았다.

케이론 역시 알게 모르게, 스파르타쿠스의 진가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한 여인에게만은 렌의 패배가 다르게 보였나보다.

쿠구구구구.

라페아의 분노에 바람의 정령들이 오들오들 떨며 그녀의 주변에서 묘한 풍파를 불러일으켰다.

스멀스멀.

그로 인해 라페아의 적금발이 기묘하게 뻗치며 그녀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해 주었다.

“스파르타쿠스라고 했지. 감히 내 귀여운 동생의 얼굴에 흠집을 내다니. 가만두지 않겠어!”

-진정해! 라피. 너무 앞서 가고 있다고.

오죽하면 평소 그녀의 감정에 잘 공감해 주던 엘퀴네스도 진땀을 흘리며 그녀를 만류하고 있었다.

렌은 불안한 눈빛으로 건우의 팔꿈치로 살짝 건우의 허리를 치며 말했다.

“……말려 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건우는 익숙한 듯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라피. 내 이야기 좀 들어 줄래?”

“시끄럽다. 난 지금 당장 스파르타쿠스를…….”

아주 드물게 쌍심지에 불을 키며 분노한 라페아가 건우에게 등을 돌린 순간.

스윽.

그녀의 입가에 차가운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와닿았다.

움찔!

깜짝 놀란 라피는 그대로 어깨를 떨었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남자 대 남자 승부였어. 깔끔하게 승패는 갈라졌고, 렌도 크게 다치지 않았어. 여기서 뭐라고 하는 건, 렌에게 실례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서지 않겠다.”

라페아는 새침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아이스크림을 빼앗은 뒤, 그것을 혀로 살짝 핥았다.

이 방법은 라페아가 단 것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 그녀가 화를 낼 때마다 달래기 위해 쓰는 방법 중 하나였다.

세이비어는 능수능란해진 건우를 보며 감상을 말했다.

-이 자식 이제 선수가 다 돼가네.

지그시.

니파와 렌 역시 눈매를 좁히며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괜스레 민망해진 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렌. 그나저나 마지막에 스파르타쿠스가 뭐라고 한 거야?”

“아, 그거.”

렌은 의식을 잃기 직전, 스파르타쿠스가 자신에게 남긴 말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눈을 뜨면 즉각 이곳을 떠나라고 했어.”

“……역시 그런 건가.”

그 말을 들은 건우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심에 잠겼다.

좀처럼 보기 힘든 건우의 심각한 낯빛에 니파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아니야. 아무것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건지, 건우는 마지막으로 렌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렌. 너는 스파르타쿠스를 어떻게 생각해?”

“일전에 말했잖아?”

새삼스럽게 왜 또 그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냥. 난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넌 알 것 같으니까.”

“나도 본 지 얼마 안 됐어.”

“알아.”

건우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미소를 유지하자, 렌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냥, 굉장히 정직하고 전사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품고 있는 사람 같았어.”

렌의 답변에 건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패배하겠네.”

“잘 안 들리는데?”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 다음 경기를 보자고.”

건우의 시선은 대기실에서 형성된 스크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솔로몬과 스파르타쿠스가 서로를 응시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

콜로세움의 결투장.

세간에 호응을 받고 있는 두 남자가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스파르타쿠스의 눈빛은 여느 때처럼 냉철했고, 맞은편에 있는 솔로몬은 광기와 여유 섞인 웃음을 내비추고 있었다.

피식.

시합이 선언되기 전.

솔로몬은 입꼬리를 비틀며 스파르타쿠스에게 말했다.

“이번 한 번만 이기면, 검투노예에서 해방된다는 데, 기분은 어때? 나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것 같은데.”

“신참 주제 말이 많군.”

스파르타쿠스는 고개를 추켜세우며 무덤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방진 놈!’

솔로몬은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제아무리 스파르타쿠스가 이 콜로세움의 챔피언이라고 해도 그 자신은 탑 내 최강 클랜의 클랜원이자, 최강의 루키다.

‘네놈은 처참하게 죽여 주마.’

살기가 들끓자, 솔로몬의 입가에 광기가 실렸다.

“시합 시작!”

이윽고 시합이 선언되자, 오른손에 있는 비스트666의 마서가 제멋대로 팔락이며 주변에 수많은 마수가 소환됐다.

히이잉!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마수는 블랙바이콘과 그의 등에 탄 흑색의 창기병, 총 7기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블랙바이콘은 거침없이 경기장 바닥을 두들기며 스파르타쿠스에게 돌진해 뿔을 들이댔다.

잠시 눈을 감던 스파르타쿠스는 그 뿔이 가슴을 찌르려는 찰나.

콰앙!

수도로 블랙바이콘 한 기의 뿔을 박살 내버렸다.

히이잉!

균형을 잃은 블랙바이콘은 그대로 쓰러졌고 낙마한 흑색의 창기병은……

서걱!

번개같이 휘두른 스파르타쿠스의 검에 목에 베여 나가떨어졌다.

피식.

솔로몬은 얄궂게 웃으며 입을 뗐다.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몬스터의 일종이라서 말이지?”

서걱!

바로 그 순간, 목을 잃은 기사의 몸이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스파르타쿠스를 향해 창을 내찔러 왔다.

듀라한(Dulachan)

목이 없는 기사의 망령으로 구천을 떠도는 언데드 몬스터.

예상치 못한 고위급 몬스터 소환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스파르타쿠스 주변으로 퍼져나간 검격이 난잡하게 듀라한을 썰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지면에 뒹굴던 듀라한의 머리를……

콰앙!

그대로 발로 걷어차자 또 한 기의 듀라한의 몸이 통째로 터져나갔다.

콰앙!

상당히 강한 마나가 실렸는지, 듀라한의 갑주 파편이 솔로몬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주륵.

실선처럼 생긴 상처에 솔로몬은 그대로 눈이 뒤집혔다.

“네까짓 놈이 감히 내 얼굴에 흠집을 내?!!”

팔락! 팔락!

분노에 맞춰 비스트 666의 마서의 책장이 넘어가며 곧 페이지에 있던 어떤 그림이 그대로 소환됐다.

카아아아앙!

이번에 소환된 건, 하늘을 순회하는 거대한 와이번이었다.

콰앙!

피아식별을 못하는지 경기장 지면을 단숨에 부서 버리며 블랙바이콘과 듀라한을 날려 버린 녀석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화륵!

어느새 입가에 맺힌 화염을 단숨에 스파르타쿠스에게 쏟아 냈다.

척!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스파르타쿠스에게 지금의 상황은 사소한 위기에 불과했다.

그는 곧장 들고 있는 방패를 위로 추켜세우며 그 밑으로 숨었다.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앙!

이윽고 와이번의 화염이 스파르타쿠스의 방패에 쏟아졌다.

치이이이익!

엄청난 고열로 인해 방패가 시뻘겋게 달구어졌지만.

스스스스.

프로텍트 스킬을 이용해 부가적인 피해를 막아내는 스파르타쿠스에게 상처는 존재할 수 없었다.

“짜증나는 새끼.”

빠득!

스파르타쿠스가 예상치 못한 전술의 대가라는 것을 깨달은 솔로몬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스파르타쿠스는 그런 솔로몬에게 진심 어린 한마디를 내뱉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루키가 나한테 도전을 해 왔다. 네 녀석의 힘은 그들보다 더 강할 테지만 네놈은 아직 풋내기에 지나지 않아.”

“웃기고 자빠졌네.”

피식.

솔로몬은 스파르타쿠스의 도발에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뭐지?’

그 웃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스파르타쿠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솔로몬은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건 결투 따위가 아니야. 반역을 꾀하는 반역자를 처형하는 자리지.”

“네놈! 설마!”

휘둥그레 눈을 뜬 스파르타쿠스는 무의식적으로 스크린을 쳐다봤다.

스크린에 비춰진 아이작 클라디우스는 스파르타쿠스를 향해 비웃으며 관람석 전체에 음성을 전파했다.

“아, 그 말대로 이곳은 하찮은 검투노예가 나에게 반역을 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는 자리지. 네놈의 행동은 일찌감치 예의주시했었느니라.”

발언을 마침과 동시에 스크린에서는 반역을 꾀하려고 움직임을 주모하던 검투노예들이 피투성이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모두 스파르타쿠스의 뜻에 가담했던 자들이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경기를 관람했던 관중들은 동요와 공포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어떻게든 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었다.

일순간 스파르타쿠스의 머릿속에 많은 고뇌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농락당했다.

스파르타쿠스가 아이작 클라디우스를 간파한 것처럼…….

아이작 역시 스파르타쿠스를 향하 의심을 놓치지 않았다.

빠직!

그 사실을 깨닫자 스파르타쿠스는 피가 거꾸로 솟을 것만 같았다.

“아이작!!”

그 때문에 목청껏 원수의 이름을 힘차게 외친 순간.

푸욱!

무심코 뒤에서 날아온 은빛의 섬광에 등과 북부가 관통 당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격통에 스파르타쿠스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토혈을 쏟아 냈다.

“네, 네놈! 설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솔로몬을 쳐다봤다.

솔로몬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너의 홈그라운드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없었어. 아쉽지만 지금의 내 실력으로 널 죽이기 부족하니, 도움을 받기로 했거든.”

“비겁하게 1대1 결투에서…….”

파르르르.

스파르타쿠스는 꺼져 가는 안색으로 분한 듯 몸을 떨었다.

그런 그에게 솔로몬이 말했다.

“결투라니. 이건 그저 죄수를 처형하는 자리일 뿐이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솔로몬의 등 뒤로 거대한 사마귀 몬스터, 맨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식욕이 한껏 돋는지 자신의 칼로 스파르타쿠스를 찌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솔로몬은 음산한 웃음을 내비치며 스파르타쿠스에게 말했다.

“잘 가.”

“젠장, 네놈들!! 어디까지 전사의 긍지를 더럽히는 것이냐!!”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가.

스파르타쿠스가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느닷없이 관람석 쪽에서 떨어진 두 물체로 인해 경기장의 거대한 흙먼지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이대로 또 당하는 건가.’

탐욕에 눈이 먼 권력자로 인해 마음속으로 줄곧 지켜왔던 전사의 긍지도 이제 끝이 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터진 굉음과 함께 자신의 앞에 일어난 광경에 스파라타쿠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그의 맞은편에 있던 솔로몬도 마찬가지였다.

“조, 조커.”

“아, 알데바란님.”

그들의 앞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건우와 알데바란이 대치하고 있었다.

건우는 사인참사검 적으로 솔로몬의 목을 찌를 참이었다.

빠드드드득!

하나, 그 검신을 손으로 낚아챈 알데바란은 강한 악력으로 검신에 균열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알데바란 역시 은빛의 창으로 스파르타쿠스의 머리를 꿰뚫으려고 했으나.

끼기기기긱!

건우의 반대편 손에 집힌 사인참사검 청으로 인해 일격이 무산됐다.

알데바란은 긴장한 어조로 건우에게 물었다.

“……네놈은 누구지?”

반면, 건우는 싸늘한 어조로 알데바란과 솔로몬을 노려보며 말했다.

“두 마리 다 한꺼번에 덤벼. 내가 누군지 알려 줄 테니까.”

발설직후.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스스스스.

균열이 일어났던 사인참사검의 적의 내구도가 완전히 복원되며 원래의 형체로 돌아왔다.

25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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