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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222화 (222/308)

222화

‘젠장! 청부 대상에 이런 괴물은 없었다고.’

쭈뼛쭈뼛.

전신에 오한이 스쳐 지나간다.

‘침착하게 대응해야 돼. 최대한 정보 전달을 늦춰서 방비할 시간을 만들어야 돼.’

서문강은 곧 차분한 척, 웃음을 띠며 건우에게 말했다.

“알고 싶으신 부분은 뭡니까?”

“됐다.”

“네?”

콰아아앙!

건우는 발끝에 힘을 주어 단숨에 서문강의 내공을 파괴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이 개자식!!”

서문강은 눈물을 주륵 흘리며 건우를 증오스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콰앙!

건우는 냉혹한 눈빛으로 그의 머리를 찍어 누르며 말했다.

“쓸데없이 시간 끌 때가 아닌 것 같거든. 그 와중에도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잔머리 굴리는 모습도 영 아닌 것 같고. 살고 싶었으면 신발을 핥을 기세로 저자세로 기었어야지. 멍청한 놈아.”

-오! 방금 발언. 진짜 쓰레기 악당 발언인 것 같았어.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킬을 시전했다.

[메모리 리딩을 시전했습니다.]

“끄으으윽!”

손을 통해 서문강의 기억이 건우의 뇌리 속으로 전달됐다.

시간은 불과 2시간 전으로 흘러갔다.

장소는 니파가 머물고 있는 객실.

침대에서 잠을 취하고 있던 칼은 방에 침입한 인기척을 감지하고는 단검을 빼 들었다.

그러나 방안에 잠입한 숫자는 이는 서문강을 제하더라도 무려 다섯이었다.

그들은 각자 칼의 손과 발을 구속하고.

얼굴과 몸 등을 가격해 기절시켰다.

그리고 당연한 듯 기절한 칼을 업어 들고 신속히 자리를 이탈했다.

“장소는 머천트인 데부의 저택. 그곳 지하에 있는 우리에 있는 수상한 거랑 칼을 같이 가둬두려는 건가?”

“그게 무슨 말이야? 칼이 어떻게 된 거야?”

자세한 경위는 모르지만, 건우가 스킬을 통해 무언가 알아냈다는 것을 직감한 니파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건우의 손을 붙잡았다.

건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살폈다.

‘전혀 딴사람 같네.’

낮에 봤을 때는 한없이 사람을 경계하고 날을 세우더니, 지금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이비어는 쯧 혀를 차며 말했다.

-홀로 엄청난 절망을 저 가녀린 어깨에 지고 있는 거다. 라페아처럼 강하지도 않은 녀석이. 그 와중에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는 동료가 해코지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좀 도와줘라.

‘안 그래도 도와줄 거예요.’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니파에게 말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칼이 있는 곳으로 가자.”

“으, 응.”

순수하게 건네는 도움의 손길에 니파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인연이 있지 않는,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도와줄 수 있는 거지?

그녀는 점차 증폭되는 의문을 참지 못하고 건우에게 물었다.

“왜, 왜 날 이렇게까지 도우려는 거야?”

-흐음. 하긴 이기적인 놈은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구나.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세이비어 역시 의심의 어투로 말했다.

‘그런가요?’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반문했고.

세이버는 확신의 어조로 입을 뗐다.

-너 설마……

‘서, 설마 뭐요?’

-저 여자한테 한 눈에 반했냐?

“…….”

엉뚱한 말에 건우는 이마를 만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은 혼자 헛다리를 짚는 걸지도 몰라서 말씀드릴 수 없어요.’

-뭔가 이유가 있기는 있구나.

세이비어의 지적에 건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뒤, 진중한 표정으로 니파에게 말했다.

“난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야.”

“…….”

당혹스러운 니파는 한순간, 말문을 잃었다.

건우는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자각하고는 입을 뗐다.

“아,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생기겠구나. 그러니까…….”

설명을 하려는 찰나.

“죽어라!!”

머리에 피를 한가득 흘린 서문강이 건우의 목을 향해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위, 위험해!!”

그의 갑작스런 기습에 니파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건우의 몸을 밀치려고 했으나.

덥석! 콰앙!

그보다 일찍 건우가 그의 이마를 붙든 채, 벽에 있는 힘껏 찍어 눌렀다.

순식간에 벽 한곳이 허물어져 와해됐다.

“커, 커헉!”

동공을 잃은 서문강은 헛숨을 들이켜며 가까스로 호흡을 몰아쉬고 있었다.

건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끼며 그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어차피 이런 일이란 걸 알고 시작한 거잖아. 남에게 더럽고 추잡한 일을 했으면, 너도 응당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했어야지.”

“…….”

그 말을 귀담아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서문강은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기절했다.

건우는 니파를 흘깃 보며 말했다.

“가자.”

“으, 응.”

니파가 고개를 끄덕이자, 건우는 질풍처럼 발을 박찼다.

가까스로 건우의 뒤를 쫓은 니파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 등을 지켜봤다.

***

뚝. 뚝.

이슬이 한없이 떨어진 것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며 형성된 파문의 소리가 고막을 미묘하게 자극했다.

“끄응.”

칼은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디지?’

구타로 인한 고통이 아직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전장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칼은 혼란을 접어 두고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현재 있는 장소는 대저택의 지하로 추정됐다.

발목까지 닿는 얕은 물이 지면을 덮고 있었고,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불쾌감이 마음속에 울렁거렸다.

“뭐지? 이 우리는?”

그중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반경 1km 반경을 덮고 있는 철제 우리였다.

납치를 당했으니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리고 칼이 의문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우리가 쓸데없이 넓어.”

비상식적으로 넓은 우리였다.

물론 좁은 것보다는 낫지만,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넓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찰박, 찰박.

바로 그때 우리 밖으로 등불과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이런 내 돈을 떼먹은 데다 내 등에 칼침을 꽂으려는 꼬맹이를 드디어 보게 되는 구먼.”

거대한 풍채의 값비싼 옷을 걸치고 있는 그는 얼마 전에 조우한 거래 상대, 머천트 데부였다.

그는 자신들의 호위와 함께 칼을 보며 힘껏 비웃었다.

“안녕. 어린 엘프야. 잠은 이제 좀 깬 것 같구나.”

“……?!”

그의 발언에 렌은 머리에 두르고 있던 로브를 빼앗겼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숲을 연상시키는 녹색의 머리.

그리고 엘더리아에서 사는 주민임을 인증해 주는 엘프의 귀.

하지만 분노와 증오가 담긴 칼의 눈빛에서는 찾아 엘프 특유의 고결한 긍지가 결여돼 있었다.

“이거, 이거 20층으로부터 도망친 패잔병들을 만나게 되는구나.”

데부는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힘껏 칼을 괄시했다.

빠득!

칼은 이빨을 갈며 쇠창살을 향해 돌진했다.

콰앙!

당연 부술 수 없을 터지만 칼은 철창 우리를 손으로 집으며 소리쳤다.

“우린 안 졌어!!”

갈급한 그 외침에 결코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어차피 너희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었던 것은 그분의 자비 때문이 아니더냐? 19층에 도달했을 때, 너희는 모든 일이 제대로 안 풀렸지?”

“…….”

그의 발언에 19층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칼은 무언가 깨달은 듯 동공이 커졌다.

“지원군을 불러도 응하는 플레이어는 없었지. 아니 오히려 지원한다고 했을 때도 다 음산한 목적을 너희에게 품었지? 그게 왜인 줄 아냐?”

“입 닥쳐!!”

칼의 윽박에도 데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20층의 군주님께서는 너희 엘프를 노예로 팔 준비를 하고 있는 거란다. 바로 이 데부를 통해서 말이지.”

예상치 못한 화제언급에 칼은 눈을 둥글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20층에 벌어진 내부 전쟁을 통해서 나는 충분한 재화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미 그분은 너희들에 대항 흥미를 잃고 이 전쟁을 끝내려고 하고 있지. 처음에는 엘더리아의 주민인 너희를 몰살시키려고 했지만. 이 데부의 말을 듣고 너희들의 목숨을 살려 주기로 했지. 너희들은 훌륭한 상품이니까.”

데부는 두꺼운 혀를 내밀며 켈켈 웃음을 터뜨렸다.

탐욕에 물든 그 모습에 칼은 진심으로 혐오와 증오를 느꼈다.

“봐라. 너희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뛰어난 미색을 가지고 있고, 숲에서 부르는 너희들의 노랫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지. 또한, 마나에 타고난 적응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사로서도 훌륭한 소양을 갖추고 있어. 이런 값어치 있는 상품들을 죽이다니 정말 탄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 데부는 감히 군주님께 기회를 달라고 해서 너희를 살리게 된 거지.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스윽.

잠시 말을 끊은 데부는 칼과 눈높이를 맞추며 속삭였다.

“나는 너희들의 구세주인 거야.”

히죽.

그리고 더없이 음흉한 웃음을 내비쳤다.

“…….”

칼의 눈 밑에는 그늘이 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녀석의 손에 놀아났단 말인가.

하루, 하루를 포기하고 싶어도 꿋꿋이 버텨왔단 것은 한 줌의 희망이 있다고 믿어서거늘.

모든 게 농락당해 온 생이란 말인가.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칼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주륵.

부모를 잃은 뒤로 눈물을 쏟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늘.

속절없이 기강이 무너지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스스스스스스.

그런 칼을 향해 얕은 수면에 잠든 무언가 깨어났다.

홱!

불길한 기척에 등을 돌리니, 바인 스네이크 수백 마리가 득실득실 모습을 드러냈다.

쇠창살을 타고 긴 혓바닥을 내민 녀석부터…….

수면에서 아지랑이처럼 구불거리며 튀어나온 녀석까지…….

그들의 고개는 모두 칼을 향하고 있었다.

“아, 저건 그분의 잔해란다. 너희들 같은 어리석은 잔당을 퇴치하기 위해 스스로 발을 내민 거지.”

새애애애애액.

바인 스네이크들은 데부의 설명에 만족한 듯 불길한 소리를 자아냈다.

데부는 바인 스테이크를 향해 양손을 벌리며 말했다.

“자, 식사시간입니다. 만찬은 아니지만 충분히 배를 채워 주셨으면 합니다.”

쇄애애애액!

그 말에 무리를 이루던 바인 스네이크들이 칼을 덮쳤다.

“으아아아악!”

칼은 저항도 못해 보고 몸을 웅크렸다.

바로 그 순간.

스윽, 찰박, 찰박.

“칼!!”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니파가 튀어나와 칼의 몸을 감쌌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그녀의 모습에 데부는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잇몸을 드러내며 비웃었다.

“어차피 끝이야. 멍청한 놈들. 부질없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거늘.”

발설 직후.

[파이어 볼을 시전했습니다.]

[파이어 볼을 시전했습니다.]

[파이어 볼을 시전했습니다.]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앙!

우리 내에서 형성된 수많은 파이어 볼이 바인 스네이크들을 덮쳤다.

키에에에에엑!

바인 스네이크들은 화염에 젖은 상태로 일제히 몸부림 쳤고.

스윽.

데부의 바로 뒤편으로 건우가 모습을 드러내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 그러면 네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범을 보여 주면 되겠네.”

“……?!”

갑작스런 건우의 등장에 데부를 비롯한 호위들이 눈을 부릅떴다.

챙강!

숙련된 병사답게 그들은 일제히 건우를 향해 칼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쇄액! 카카카카캉!

팬텀 스피릿 소드가 그린 궤적에 몸과 병장기가 싹둑 잘려 나갔다.

불똥과 함께 토막 난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건우를 쳐다보다……

덜그렁.

그대로 차가운 시체가 되어 얕은 수면에 얼굴을 묻었다.

“히, 히익!”

그제야 지금이 보통상황이 아니란 것을 직감한 데부는 서둘러 발을 떼려고 했지만.

꽈아아악!

우악스럽게 뒷목을 잡은 건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쇠창살로 밀려났다.

[팬텀 케이프 전용스킬, 영체화를 시전했습니다.]

“그, 그만둬. 으아아악!”

마치 빛이 된 것처럼 자신의 몸이 쇠창살을 투과하는 것을 깨닫지 못한 데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타악.

건우는 그런 데부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입을 뗐다.

“눈을 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음성에 데부는 눈을 떴다.

키에에에에엑!

눈을 떠보니 화염에 젖은 바인 스네이크가 살려고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피식.

건우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그에게 압박의 한마디를 남겼다.

“편하게 죽는 법이 어떤 건지, 보여 줘야 된다?”

22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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