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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99화 (199/308)

199화

어둠에 사무친 영역.

그 아득한 깊이에 신들조차 이 장소를 극도로 혐오했다.

그리고 이 말은 뱀조차 감시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역중력 마법을 시전했습니다.]

그 때문에 건우는 오랜만에 마법을 시전해 허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슬슬 손안에 있는 것은 풀어 보지 그러냐?

세이비어의 충고를 따라 건우는 주먹을 풀었다.

스스스스.

손에 줄곧 갇혀 있는 것은 이번 보상으로 지급 받은 새벽의 금빛이었다.

그것은 마치 정령처럼 의지를 갖춘 듯 허공을 춤추듯 떠다녔다..

그러다…….

쇄액!

갑작스럽게 속도를 높이며 어디론가 향했다.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

“뭐 무난하게요.”

건우는 싱긋 웃으며 단숨에 속도를 높였다.

마나기관을 발동한 상태에서는 어떤 시련이든 극복할 수 있다.

쇄액!

그것을 증명하려는 건지, 건우는 단숨에 새벽의 금빛을 따라잡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어디 가? 장난꾸러기.”

?!!

당황한 듯 새벽의 금빛은 사방팔방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 금빛은?”

“예쁘다.”

“누가 저 금빛을 쫓고 있는 것 같은데?”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저걸 무슨 수로 따라잡냐?”

“탑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현상 중 하난가?”

허공에 널려 있는 수많은 계단.

그곳을 오르고 있던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지금의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새벽의 금빛이 남겨 놓은 자취는 무척이나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쇄액!

그러나 건우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은 숨 가쁘게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었다.

장난스럽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새벽의 금빛.

‘틀림없어. 저건 차이트가 남겨 둔 흔적이야.’

[경고! 알 수 없는 힘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물러나주십시오.]

건우는 시스템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대로 힘의 영역에 진입했다.

카앙!

그와 동시에 눈부신 빛이 건우의 시야를 덮쳤다.

스스스스스.

“……이건.”

혹시 모를 불미스런 상황을 대비해 마법을 준비할 때.

건우의 눈앞으로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장막처럼 어둠이 거두어 지자, 황폐한 폐허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가운데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신전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 건지…….

스스스스.

신전의 주변을 감싼 기이한 궤적과 금색의 구체의 힘으로 신전은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마치 원자 모형을 보는 것 같구나.

“그리고 회귀의 링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건우는 더 이상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신전 안에 발을 내밀었다.

바로 그 순간, 평소와 다른 시스템 창이 생성됐다.

[‘어릿광대’가 신전에 온 당신에게 반가움을 느낍니다.]

‘이게 성좌 시스템.’

성좌들이 탑의 아래층을 주시하기 위한 시스템.

성좌에게 선택받은 플레이어는 어떤 업적을 쌓느냐에 따라 성좌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필모어의 기록서대로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건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던졌다.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이 자식아. 이상한 짓 하지 말고 튀어나와.”

[‘어릿광대’가 당신의 불손한 행동에 불쾌감을 느끼며 언행의 시정을 요구합니다.]

“죽는다.”

-죽는다.

심신일체.

건우와 세이비어는 서로 한 몸이 된 듯 어릿광대에게 대노했다.

[‘어릿광대’가 당신의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에 감명해 혜택을 하사하기를 희망합니다.]

빠직!

“누가 버르장머리 없어!”

어이가 없어 발끈하는 순간.

우웅.

신전의 제단에서 금빛의 구체가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건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남겼다.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다는 거냐? 차이트.”

시스템은 더 이상 어떤 말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시스템에서 언급한 어릿광대는 분명 차이트일 것이다.

-어떤 제약을 받고 있는 건지 몰라도 녀석은 성좌 시스템을 부분, 부분 이용해 우리에게 간섭하는 것 같구나.

“일단 여기는 꽝이라는 거네요.”

-마냥 꽝은 아닌 것 같구나. 어쩌면 녀석이 남겨 둔 흔적은 널 위한 걸지도 몰라.

“그럴까요?”

건우는 제단까지 다가가 금빛의 구체를 손으로 집었다.

[‘나선의 경계’를 획득하셨습니다.]

<나선의 경계> 액티브

-등급: EX

-설명: 침입불가의 절대방패. 시간의 신, 차이트가 남겨 둔 권능 연계 스킬, 발동 시, 시전자 외 시전자가 지정한 타깃 주변에 나선의 경계가 형성됩니다.

-스킬 획득 조건

1) 회귀의 링 외에 복원 권능을 갖춘 플레이어일 것.

2) 마나기관을 갖춘 플레이어일 것.

-숙련도: 하 60%

“EX급 스킬?!”

예상치 못한 등급에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허허허, 차이트. 이 자식 예상치 못한 힘을 여기에 숨겨 두고 있었군.

세이비어 역시 넋이 나간 것처럼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차이트가 종말 전쟁 때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혹 지금 같은 미래를 대비해 둔 게 아닐까.

“하하하하하, 이거 참 올라갈 의욕이 샘솟네요.”

건우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다시 역중력 마법을 구현했다.

-길을 찾기 어렵구나.

다시 렌과 럼이 있는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세이비어가 진심으로 고민하는 찰나.

건우는 역중력 마법으로 몸을 붕 띄우며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길은 확실히 외웠으니까요.”

쇄액!

말을 마치기 무섭게 건우는 쏜살처럼 렌과 럼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

튜토리얼이 끝난 직후.

콰앙!

관리자 리발의 방에는 지진이 일어난 듯 모든 것이 폭삭 가라앉고 부서져 있었다.

두 개의 시스템 창 너머에서는 불길한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치직.

-쓸모없는 새끼!

노이즈가 낀 음성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며, 면목이 없습니다.”

관리자, 리발은 오들오들 떨며 몸을 사리고 싶다는 충동을 가까스로 이겨 냈다.

여기서 섣불리 발을 빼려고 했다가는 저들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뒤이어 다른 창에서 또 한 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솔로몬. 할 말이 있나?

그의 대화 상대는 리발이 아닌 솔로몬이었다.

솔로몬은 고인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조아렸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반드시 당신들을 직접 뵙겠습니다.”

-겨우 튜토리얼을 통과하지 못하는 네 녀석을 인정할까보냐. 그동안 지원했던 후원금은 두 배로 불려서 바쳐야 할게다. 군자금도 모자랐는데, 잘 됐지. 흥!

꽈악!

격분이 치솟았지만 솔로몬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스템 창 너머에 있는 존재들은 탑에 현존하고 있는 10대 강자였다.

솔로몬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는 랭킹 10위, 철혈의 군주, 필리프 4세로…….

이번 사건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당사자였다.

그는 일전에 솔로몬을 통해 구족의 혈서를 회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혈족을 증명할 수 있는 족보는 회수는커녕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빠득!

지금 그 사실에 그는 극심히 분노하고 있다.

-어떤 자식이 짐의 혈족과 혼을 건드렸지? 당장 이름을 밝혀라!

콰아아아앙!

시스템 창 너머에서 발출되는 엄청난 힘에 다시 한번 방이 요란스럽게 흔들렸다.

꿀꺽.

솔로몬은 고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최건우라고 합니다.”

이름을 듣는 순간, 필리프 4세의 분노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크흐흐흐흐.

대신 흘러나온 것은 건우를 향한 조롱과 비웃음이었다.

-가소로운 놈. 이 탑에서 날 건드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 주지.

‘끝났군.’

그의 말투를 들은 고블린 관리자, 리발은 건우에게 애도를 표했다.

평소에도 거친 성격을 내보이던 그가 이렇게까지 침착하게 분노하는 것은 반드시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결의를 표하는 것이다.

***

탑의 2층.

건우가 도달한 곳은 리안테라는 대도심이었다.

중세의 도시와 유사한 건축양식이 군데, 군데 눈에 띠었다.

건우는 그중 경관이 가장 좋은 여관에 50포인트를 지불하고 방을 잡았다.

“우리 여관은 기껏해야 3포인트밖에 안하는데, 여기는 너무 비싸.”

렌은 투덜거리며 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긴. 렌의 여관이 음식도 더 맛있고 위생적으로도 좀 더 깔끔하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건우는 이전에 머문 렌의 여관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쯧쯧 정착할 것도 아니면 군소리 말아라.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

오랜만에 유령의 모습을 드러낸 세이비어가 말했다.

“그나저나 럼 아저씨는 지금 뭐하고 있어요?”

렌은 창틀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럼을 흘깃 쳐다보았다.

“이래보여도 전에는 농부였으니까, 그냥은 못 보고 지나가거든.”

럼이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건우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2층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럼.”

필모어의 기록서에 2층에 대한 정보 역시 수록되어 있으나.

그것은 까마득한 옛날의 정보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현세의 정보와는 분명 차이는 있다.

다행히도 그 정보의 차이는 럼이 메워 주고 있었다.

럼은 착잡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사실상 1층부터 10층까지는 필리프 4세의 지배권에 놓여 있습니다. 그 때문에 1층부터 9층까지는 전쟁의 재화를 마련해 10층에 전달하게 돼 있습니다. 그 중 2층은 가장 많은 재화를 수탈당해 빈민가도 많고 물가도 말도 안 되게 높은 거죠.”

“한마디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거네.”

건우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질문을 건넸다.

“……녀석의 적은 누구지?”

각 층의 재화를 끌어모아 전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 규모가 상상도 안 되는 대규모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한 럼의 답은 예측을 훨씬 뛰어넘었다.

“……적은 측정불가입니다.”

“무슨 말이지?”

“필리프 4세는 탑을 정복하겠다는 야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은 랭킹 9위와 연합해 40계층을 침공할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전쟁을 벌이겠다는 거네.”

“그는 지독한 전쟁광이니까요.”

“…….”

그 한마디로 건우는 필리프 4세란 인간이 어떤 녀석인지 깨달았다.

탑을 지배하겠다는 야욕은 어디까지나 핑계.

녀석은 진정한 목적은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전장을 원하는 것이다.

“전쟁 중독자라는 거네.”

“아마 아내는 그 미친광이의 교섭을 위해 희생양으로 끌려갔을 겁니다.”

럼은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고.

건우는 그런 그에게 빵을 던져 주었다.

“……?”

빵을 받아 든 럼은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짓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아내를 되찾겠다는 사람이 왜 이리 의욕이 없어. 없던 의지라도 끌어내야 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건우의 말에 눈을 부릅뜬 럼은 우걱우걱 빵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요.”

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럼을 바라보고 있을 때.

싱긋.

건우의 입꼬리가 얄궂게 올라갔다.

오싹!

‘또 시작됐군.’

불길한 징조를 느낀 세이비어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렌. 마침 너에게 훈련을 해 줄 적절한 스승을 찾았어.”

“누군데? 럼 아저씨?”

렌이 귀를 쫑긋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스스스스.

인비저블을 해제한 케이론이 렌의 눈앞에 드러났다.

“으아아아아악!”

깜짝 놀란 렌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찍었고 건우는 손에 턱을 괴며 말했다.

“수업료는 딱히 필요 없어. 아파도 치료는 해 줄 거니까 도망가면 안 된다.”

씨익.

그 음산한 웃음에 렌은 운명을 직감했는지 미미하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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