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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83화 (183/308)

183화

방대한 술식을 코어에 입력하는 도중.

[경고! 현 역량에 맞지 않는 레벨로 탑의 진리에 접근하셨습니다.]

[신의 형벌로 ‘매순간의 죽음’이 내려집니다.]

왈칵!

불길한 시스템 문구와 함께 건우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찌익!

몸 곳곳의 근육이 갈기갈기 찢겨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것은 지난날, 세피아의 아이스 에이지를 막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느낌으로 비유하자면, 건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과 맞먹은 고통을 1초에 한 번씩 체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힘겹게 세이비어의 이름을 읊조리자,

[마력공유를 시전했습니다.]

등 뒤에서 세이비어가 모습을 드러내며 건우의 작업을 도왔다.

-정신을 잃지 마라.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테니.

“……알고 있어요.”

세이비어의 조력으로 작업속도는 3배 가까이 빨라졌다.

우웅! 우웅! 우웅!

그 결과, 입력한 술식이 원하는 위치에 자리매김을 하며 조금씩이지만 진리를 뒤틀어 놓고 있었다.

완성 시간까지 앞으로 30초.

그때까지 신의 형벌은 자비 없이 지속된다.

살점이 찢어져도 건우가 멈출 기미를 안 보이자…….

빠직!

이번에는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찾아왔다.

“크아아아아악!”

좀처럼 느껴 보지 못한 고통에 건우는 비명을 내질렀다.

뇌리 속에 사념은 소리쳤다.

포기하고 싶어!

그만두고 싶어!

그와 동시에 편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뇌리를 정복했다.

까득!

건우는 가까스로 비명을 집어삼킨 뒤, 아랫입술을 깨물어 피를 냈다.

지금의 작업은 궤변을 진리로 바꿔버리는 악질적인 버그를 심는 행위다.

처음부터 이 정도 부작용 따위는 감수한 일이었다.

문제는 바로 밑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콰르릉!

방대한 뇌운에 올라탄 손오공이 상승기류를 타고 단숨에 코어에 접근하고 있다.

파직!

먹구름에 머금은 전류는 언제든지 건우에게 쏟아질 기세였다.

팔짱을 낀 손오공은 고개를 추켜세우며 건우에게 종언을 알리는 말을 쏟아 냈다.

“우매한 놈. 신에게 반항한 대가다. 먼지가 되어 사라져라.”

파직! 콰아아아앙!

이윽고 근두운에서 집약된 뇌기가 일제히 코어에 쏟아졌다.

건우는 대응태세도 취하지 않고 직격 직전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그와 동시에…….

[코어의 복원이 끝났습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거대한 전광에 묻혀 사라졌다.

***

쿠구구구구.

다시 한번 코어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다행히 손속을 두었기 때문에 코어는 엄청난 속도로 복원을 진행하고 있었다.

손오공은 뇌운을 탄 상태로 주변을 시찰했다.

“끝난 건가?”

통상의 플레이어라면 일격에 즉사할 테고 7성급의 몬스터라 하여도 타격을 입힐 만큼 강대한 일격이다.

스윽.

바로 그 순간.

코어의 글귀배열이 완전히 끝나며 다시금 크리스탈 같은 광채로 돌변했다.

[코어의 복원이 끝났습니다.]

[플레이어 ###(임시지정)가 지정한 해당 층에는 5성급 이상의 몬스터, 플레이어가 들어서지 못하는 제약이 부가됩니다.]

[플레이어 ###(임시지정)와 마주한 관리자들은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해당 플레이어의 정보를 공개 및 누출할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 ###(임시지정)가 부여한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플레이어 ###(임시지정)를 제외하고 탑 내 시스템 기능이 3일 동안 다운됩니다.]

“뭐가 어쩌고 저째?!”

손오공은 경악하며 코어를 바라보았다.

스륵.

코어의 광원과 함께 새로운 제약의 법칙이 탑 내에 줄기차게 뻗어 나갔다.

두둑!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제천대성의 이마에 핏대가 두드러졌다.

이것은 굴욕이다.

하찮은 하계의 인간이 천하의 제천대성을 제쳐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다니.

“네놈!!”

손오공은 화안금정을 극대화시키며 단숨에 건우의 위치를 탐색했다.

팔락.

벼락에 파묻혀 사라질 줄만 알았던 건우는 사인참사검을 든 채, 손오공의 바로 뒤에 있었다.

사르르르르.

머리 위에 떠 있는 모래시계는 이제 곧 완전히 밑바닥으로 가라앉기 일보직전이었다.

‘기적아. 일어나라.’

건우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끝내며 입을 열었다.

싱긋.

입꼬리에는 절망 대신 웃음을 걸었다.

“신고식은 화려하게 치렀네.”

“입 닥쳐!”

콰아아아앙!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의봉이 집채만큼 커지더니 건우를 습격했다.

[블링크를 시전했습니다.]

건우는 아슬아슬하게 손오공의 뒤로 공간도약에 성공했다.

스윽.

손오공은 진작 건우의 기척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건우를 쳐다보며 나른하면서도 분노가 실린 어조로 말했다.

“영광으로 알아라. 네놈은 천상계를 우롱한 이 제천대성을 진심으로 노하게 만들었다.”

손오공은 차갑게 말을 내뱉으며…….

콰앙!

건우의 복부에 힘껏 주먹을 갈겼다.

건우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손오공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빠직! 콰앙!

결과는 손오공의 압승이었다.

단 한 방에 베놈 플레이트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며 건우는 그대로 500미터 가까이 밀려났다.

“쿨럭!”

충격과 함께 내상을 입었지만 건우는 복원을 전개해 즉사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주제도 모르는 것한테 절망을 선사해 주겠다.”

손오공은 머리칼에 털을 송두리째 뽑아 후하고 부는 순간…….

스륵, 스륵, 스륵.

머리카락의 개수만큼 어마어마한 수의 손오공의 분신들이 건우를 에워쌌다.

족히 천은 넘어 보이는 분신의 숫자.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며 건우를 압박해 왔다.

“반역을 저지른 대가를 받아라.”

스륵.

어느새 머리 위에 떠오른 모래시계의 모래는 밑바닥까지 완전히 가라앉았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건가?’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한 마디를 내뱉었다.

“좆까.”

빠직!

“죽어라!”

주변에 있던 분신들의 여의봉이 동시다발적으로 집채만큼 커지며 건우를 압살하기 위해 내뻗어졌다.

공간의 공백조차 메우는 일격.

‘버틴다!’

건우는 심장의 태엽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시동어를 내뱉었다.

“나의 영혼은 꺾이지 않는다.”

스스스스.

순식간에 몸의 상처와 갑주는 복원이 됐지만 과연 이 일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임전태세로 전의를 끓어올리는 순간.

데엥.

제천대성과 최건우.

두 사람의 귓가에 묘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명운역전이 발동했습니다.]

희망 같은 시스템창의 문구가 생성됐다.

스륵.

그와 동시에 건우의 몸은 게이트에 잠기며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움찔!

건우에게 일격을 내지르려는 손오공들은 일제히 몸이 경직됐다.

사삭!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마치 억겁의 세월을 맞이한 것처럼 그의 털은 완전히 새하얗게 탈색돼 날아가기 시작했다.

부풀어 올랐던 근육은 점차 수축돼 삐적 말라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뭐야!! 크아아아아악!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자, 손오공은 극심히 노해 건우를 노려보았다.

척.

건우는 대답하는 것 대신 힘겹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다음에 보자고.”

스스스스스.

이내 건우의 몸은 이 공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약이 바짝 오른 손오공은 공간 전체에 함성을 내질렀다.

분명 상태는 탈진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기세가 완전히 위축되지 않았다.

스륵.

바로 그때, 그의 귓가에 누군가 속삭였다.

“대단하지. 내 자식은?”

“이 목소리는?!”

손오공은 믿기지 않는 듯 거칠게 팔을 휘저으며 등을 돌렸다.

그곳에는 금발의 머리를 한 어린 미소년이 얄궂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위엄 있는 신격 앞에서 그 모습은 너무나 유약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신격으로 따지자면, 저 어린 소년이 훨씬 위의 격인 존재였다.

손오공은 빠득 이를 갈며 말했다.

“네놈은 어딘가에 봉인돼 있을 터인데. 차이트.”

“그랬나? 잘 모르겠는데.”

차이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유지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너는 시간의 부조리에 세월을 강탈당한 거야.”

“허튼 소리! 난 불노불사의 존재다!”

“확실히 불노불사는 존재하지만 불멸의 존재는 없어. 알잖아.”

툭.

차이트는 익살맞게 웃으며 팔꿈치로 손오공의 명치를 치며 말했다.

“앞으로 내 자식들의 행보를 기대해. 분명 재밌을 거야.”

“차이트!!”

손오공은 절규하듯 크게 내지르며 차이트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

스스스스.

하지만 차이트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차이트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으아아아아아악!”

손오공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곳곳에 비명을 내질렀다.

***

우웅.

가까스로 손오공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우는 차원 어딘가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세이비어는 건우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었으나.

스륵.

건우의 눈꺼풀은 이미 반쯤 감겨 있는 상태였다.

체력도 마력도 모두 탕진한 터라 숨조차 쉬기 버거울 정도였다.

“하하하, 해냈어요.”

하지만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성공시켰다는 것에 뿌듯해하고 있었다.

-이 멍청아. 지금 그렇게 좋아할 때야?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제일 밑이면 돼요.”

건우는 힘겹게 호흡을 몰아쉬며 다시 의식을 집중했다.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마법 스킬이 소멸됩니다.]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아티팩트 일부가 소멸됩니다.]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이그너스의 반지 효력이 대부분 봉인됩니다.]

그동안 배워 왔던 대부분의 것이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콰앙!

그리고 입고 있는 베놈 플레이트와 코트도 내구도가 소모되며 완전히 부서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괜찮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아깝기는 했지만 건우는 미련을 두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잃더라도 최하층으로 가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최하층.

그곳에는 분명 차이트의 다섯 가지 흔적 중 하나가 존재했다.

이 여정은 뱀의 음모를 저지하는 것과 동시에 차이트를 찾는 여행이다.

이게 과연 3년 안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건우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곧 만나러 간다. 차이트.”

***

탑의 시스템이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그 결과, 탑 내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 들이 당혹을 금치 못했다.

경제, 정치, 문화.

그 모든 것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기반에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탑 내 최상층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했다.

코어를 지키던 제천대성, 손오공은 빈사 상태가 되어 기력회복에 들어갔고.

침입자와 대치한 관리자들은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침입자의 행적도 인상착의도 밝힐 수 없다.

제약의 법칙이 부가되기 전 들었던 것은 그가 고화력의 마법을 퍼붓는 플레이어정도라는 거다.

소문은 신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퍼졌다.

그 소식에 칠대마왕은 모처럼 재밌는 소식이라며 웃음을 터뜨렸고.

남은 신들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신에 버금가는 플레이어도 벌이지 못한 일을 이제 막 탑에 진입한 신출내기가 벌인 거다.

꿈틀.

그 사실에 가장 분노한 기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로 뒤덮인 괴이하면서도 긴 그림자.

똬리를 트기 시작한 그것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밑에 있는 관리자를 노려보며 명을 내렸다.

-찾아라. 찾는 즉시 죽여라. 그것은 교란자다.

무고한 세월 동안 버젓이 자리를 지키던 탑의 규칙이 단 한 명의 교란자로 인해 뒤집히는 것을 그는 용납하지 못했다.

18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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