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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76화 (176/308)

176화

고된 훈련은 건우에게 이제는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그리고 현재.

스킬 숙달, 아티팩트 정비 및 활용까지 모두 마쳤지만.

유독 마지막 관문만은 쉽사리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몸에 무럭무럭 치솟는 마력은 머리 위로 써클처럼 회전했다.

우우웅.

그것은 몸속에 있는 마나 생성기관을 새로 생성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그너스의 마나 연공식은 오롯이 이 기관을 생성하기 위해 고안된 마나연공기법이었다.

마나 기관.

그것은 드래곤이 지니고 있는 드래곤 하트처럼 살아 숨 쉬는 장기 같은 것이었다.

생성하는 데만 성공하면, 드래곤과 마법 승부를 견줄 정도로 강력한 기관이었지만.

문제는 역사에서 이 기관을 생성한 인물은 단 한 명.

바로 세이비어밖에 없었다.

대다수의 가주들은 이 경지에 도전해 보기 전에 숨이 끊어졌다.

그 말은 이그너스의 역사에서 6성 이상을 성취한 자는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사실 이렇게 어렵다면, 진작에 이 심법의 맥이 끊어지기도 마련이지만.

그나마 이 계보가 멸망할 때까지 끊어지지 않은 것은 가문 내에서 세이비어가 은밀히 꿈을 통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좌절하는 건, 세이비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시간 동안, 누구 한 명도 자신의 비전을 전수받지 못했으니.

마음 같아서는 직접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차이트가 부여한 제약 때문에 그는 오랜 시간 차이트의 계약자를 만날 때까지 홀로 가문의 흥망성쇠를 지켜봐야 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그너스는 결국 역사에서 지워졌다.

좌절하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기적이 발현됐다.

낯선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 후손, 바로 건우가 눈앞에 버젓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

절망에 굴하지 않는 그 눈빛에 이그너스의 마지막 가주, 로한 이그너스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봤다.

‘세상에 네놈만큼 질긴 놈도 없을 거다.’

그가 다시 한번 자신의 앞에 등장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영혼임에도 불구하고 세이비어는 전율이 들끓었다.

이그너스의 혼이 다시 살아났다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건우의 투지와 의기에 감동했다.

괜스레 쑥스러워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건우가 자랑스러웠다.

‘차이트는 내 영생의 마지막을 이 녀석을 위해 남겨 둔 걸지도 모르겠어.’

억겁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절망과 고뇌에 빠져 있던 세이비어는 이제야 자신의 본분을 자각했다.

자신의 임무는 성불이 아닌, 건우를 키우기 위한 것임을…….

구태여 이 확신에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웅.

지금 이 순간에도 건우는 귀신같이 세이비어의 재능을 흡수해 마나 기관의 발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콰직!

하지만 어째서인지 건우는 성공을 막바지에 두고 번번이 기관 생성에 실패했다.

뭉개진 마나는 금싸라기처럼 던전 저편으로 흩날렸다.

그 광경에 세이비어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쉽군.’

어째서 기관 생성에 실패했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정답은 가르쳐줄 수 없다.

이그너스 7성의 경지는 완전기억능력과 관계없이 자신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힘의 방향성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세이비어와 같은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법은 없었다.

‘네놈이 나를 능가하는 용이라고 믿는다.’

이 재능이 어떻게 개화될까?

어쩌면 몇 년,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세이비어는 언제든지 기다릴 자신이 있었다.

“젠장!”

문제는 초조해하고 있는 건우였다.

건우는 방금 전까지 구현하고 있던 마나 연공법을 기억으로 샅샅이 살피며 문제가 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심력을 기울였다.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는 그 모습에 세이비어는 결국 맥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이만 쉬거라. 더 이상 진전이 되지는 않을 게다.

“그럴 수는 없…….”

건우가 단호한 표정으로 거부의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하여간 저 고집은.’

세이비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냈다.

-이제 지혜 왔으니, 슬슬 씻고 밥 준비해야지.

“그렇죠. 그게 제일 중요하죠.”

수련이야 뭔 상관이랴.

건우는 즉각 가부좌를 풀고 현실 귀환을 준비했다.

-……못 말리겠구먼.

세이비어는 허허 혀를 차며 허탈한 웃음을 내비쳤다.

***

“후우, 시원하네.”

욕실에서 빠져나온 건우는 어깨에는 커다란 타월을 두르고 반바지만 입은 채 거실로 나왔다.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거실로 나오니 적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춘삼은 근래 사업과 건우의 부탁을 받고 회사와 자택, 그리고 건우의 집을 정신없이 오고가고 있는 중이었다.

쉬는 시간 없이 일을 시키는 게 미안했지만.

춘삼의 도움이 없다면, 탑에 진입하는 시기가 딜레이 될 수도 있었다.

집이 휑한 모습을 보던 건우는 저도 모르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심심하네.”

콰앙!

하지만 그 감정에 제대로 젖어들 사이도 없이 부엌 근처에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심하지는 않겠네.”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

데구르.

바닥에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이다 캔과 콜라 캔이 굴러 와 건우의 발치에 와 닿았다.

식탁에서는 세피아와 네메시스가 마리오네트 상태로 대립 중에 있었다.

네메시스는 으드득 이를 갈며 사이다를 품에 안고 있었다.

반면, 세피아는 콜라를 홀짝이며 발로…….

우드득.

빈 사이다 캔을 찌그러뜨리고 있었다.

“……뭐하냐? 너희”

건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건우가 수련하는 동안, 층계보스들은 부엌으로 와서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주제는 ‘콜라가 맛있냐? 사이다가 맛있냐?’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주제로 다투고 있는 거다.

이제는 이 풍경이 익숙한지 케이론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캔으로 탑을 쌓고 있었다.

바포메트는 멍 때린 표정으로 누가 이기든 상관 없다는 듯 두 층계보스의 갈등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골 때린 놈들이구먼.

세이비어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끄응.”

건우는 이마를 매만졌다.

절로 춘삼이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갈등 상황을 유일하게 해소할 수 있는 건, 춘삼의 욕을 부르는 행동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바쁜 관계로 건우는 차선책을 썼다.

“케이론 말려 봐.”

척!

케이론은 절도 있게 예를 갖추며 탁자에 올라왔다.

나름 층계보스 중에서 가장 지혜로우니 무난하게 일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때.

달그락.

케이론은 대뜸 맥주 캔을 올려놓았다.

세피아와 네메시스는 동시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케이론을 노려봤다.

히끅.

케이론은 취했는지 헤롱헤롱 몸을 비틀거리다가…….

풀썩!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잠에 빠졌다.

“누가 술 마시래! 네가 취하면 어쩌자는 거야!!”

발끈했는지 건우는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푸하하하하하하.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세이비어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기왕 화를 낸 김에 건우는 이번에는 네메시스와 세피아를 쳐다봤다.

“너희 앞으로 이런 시시한 걸로 다투면 두 번 다시 못 마시게 할 줄 알아!”

네메시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세피아는 위화감을 느꼈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일순간 그녀들의 반응에 마음에 약해지려고 할 때.

이번에는 멀뚱히 있던 바포메트가 탁자에 다른 캔을 올려놓았다.

?

건우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맥콜이었다.

꺼억!

바포메트는 거하게 트림을 했고.

“…….”

모두가 넋을 놓으며 말문을 잃었다.

***

시끌벅적한 소란이 끝나고 저녁시간이 찾아왔다.

상에는 불고기, 굴비구이, 나물무침 등 건우가 푸짐하게 차려놓은 한식상이 가득했다.

“현모양처인데. 이 자식.”

나물을 집어 입에 넣던 권정아는 분하다는 듯 말했다.

한식이 입에 맞았는지 리리스는 그 맛에 감탄하며 건우에게 질문을 건넸다.

“다시 권유해 보는데, 제 주방장 생각 없어요? 평생 저만을 위해서 요리하는 거예요.”

“거절할게.”

낭만 없이 리리스의 제안을 자른 건우는 지혜를 보며 말했다.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어?”

“일단 어울리지 않는 그 앞치마부터 벗어 줘. 오빠.”

지혜는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건우가 입고 있는 꽃무늬 앞치마를 지적했다.

“내가 예뻐서 산건데, 왜 오빠가 입고 있는 건데?”

“이것밖에 없더라고. 빨아서 걸어 둘게.”

“그냥 내버려 둬. 으음. 맛있어!”

지혜는 피식 웃으며 불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는 눈을 반짝였다.

푸욱.

그러다 건우의 손맛을 평생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에 빠져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 지혜야.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오빠 내 허락도 없이 갑자기 장가가면 안 된다.”

지혜의 발언에 리리스와 권정아가 서로를 쏘아봤다.

“상대가 있어야 가지.”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러자 맥이 빠졌는지 권정아와 리리스는 한숨을 쉬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그나저나 오빠 오늘은 막장드라마 안 보네.”

“지겹잖아. 왜 만날 재벌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고부간의 갈등밖에 안 보여 주냐고.”

“맞아. 남자주인공은 항상 재벌인 이유는 또 뭔지.”

권정아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웬일이래?’

말과는 달리 건우는 슬쩍 이그너스의 반지를 쳐다보았다.

오랜 수련으로 분명 드라마를 보지 못했을 텐데.

이 드라마 광이 어째서 드라마를 보지 않는 것인가.

‘무슨 일이에요? 어디 아픈 것도 아닐 텐데.’

세이비어는 슬픈 어조로 이유에 대해 답했다.

-오늘 최종화에서 주인공 죽는 모습을 보니 착잡해서 더는 못 보겠더라고.

“아.”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착이 가는 드라마일수록 그 결말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지기 마련.

그 때문에 상당히 명작임에도 최종화를 못 보는 사람은 의외로 많았다.

“그러면 리리스 아버지가 나오는 채널을 볼까?”

지혜의 제안에 리리스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TV에서까지 보기 싫은데요.”

“뭐 어때? 우리는 슈퍼 리치이자 국가 총수를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라고.”

권정아는 자연스럽게 리모컨을 집고 TV를 켰다.

채널이 여러 번 전환되더니, 곧 잠실 풍경과 함께 오르비스와 한국의 각 길드장이 모여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1위와 3위의 귀환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고 했었지.’

건우는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TV시청에 집중했다.

1위와 3위.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탑에 우선적으로 등반한 선배로서 나름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화면에 비친 아나운서 역시 흥분을 감출 수 없는지 장황하게 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무려 3년, 3년 동안의 긴 공백을 깨고 국내 랭킹 1위, 김임규 헌터와 3위인 정태환 헌터가 귀환한다고 통보 했는데요. 교류자와 파르데비아의 오르비스 총수는 그 귀환날짜를 오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예언대로 잠실에 위치한 탑의 게이트가 발동하며 게이트가 개방됐는데요. 잠시 후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잠실에 위치한 거대한 마나스톤들이 일제히 부유하며 신비한 기운을 발출하고 있었다.

특정 시기에 게이트에 형성되는 이곳은 교류자의 기술이 접목해 언제든 의지대로 게이트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어째서인지 탑의 게이트가 스스로 개방됐다.

두 사람이 출현한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게이트.

혹시 모를까 싶은 재난에 대비해 각 길드는 전력을 갖추며 개방하고 있었다.

잠시 후.

스스스스스.

게이트에서 인기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드디어 게이트 건너편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얼굴을 비추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모두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때.

스스.

게이트 너머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달그락, 달그락. 끼익.

먼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두들긴다.

그다음 고물이 돼버린 갑주와 그것을 입고 있는 스켈레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뒤에는 또 한 구의 스켈레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몬스터?!”

현장에 나와 있는 모두가 당혹스러움에 눈을 부릅떴다.

“아니야. 저건…….”

마안으로 스켈레톤을 살펴본 구자혁은 눈을 부릅뜨며 당황했다.

“저건 1위와 3위야!”

웅성웅성.

믿을 수 없는 그의 말에 모두가 동요하는 눈빛으로 스켈레톤을 쳐다볼 때.

스켈레톤은 턱을 달싹이며 한마디를 외쳤다.

“……인.간.은. 인간은 멸망한다!!”

절망에 빠진 외침이 군중을 매체를 타고 전파됐다.

와르르르.

자신의 사명을 마쳤는지 스켈레톤은 다시 뼛조각으로 분리돼 바닥에 떨어졌다.

[메인 페이즈, ‘플레이어 선별’이 발동했습니다.]

[일주일 뒤, 모든 인류는 플레이어로 선정돼 서로 죽고 죽이는 잔학극을 펼칩니다. 살아남은 인류는 플레이어가 되어 탑을 등반합니다.]

절망적인 문구가 적힌 시스템 창을 오르비스와 건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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