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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64화 (164/308)

164화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말이 이런 때, 쓰이는 건가?

“……대체 무슨 소리야?”

갑작스런 국적 변경 소식에 당사자인 타냐는 크게 당황했다.

한순간, 머릿속에는 무심코 넘겼던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러다가 무언가 깨달았는지 건우를 쳐다봤다.

일찍이 위기를 타파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우가 그렇게까지 늦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면?

‘충분히 일리 있어.’

싱긋.

그녀의 추측이 들어맞았는지 건우는 타냐의 시선을 등진 채, 각성자 부대에게 말했다.

“그렇게 됐대. 이제 조국의 자산이라는 개소리는 그만 지껄이고 꺼지시지.”

“……네놈!”

상당히 분했는지 그들은 강력하게 적의를 표출했다.

근래에 아틀란티스 게이트 공략전에서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려고 했으나.

그들의 조국은 파르데비아의 외교력에 밀려 크게 수모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평소라면 다소 무례를 저질렀을 지도 모르지만.

이 세계에서는 암묵적인 금기어가 있다.

-파르데비아와 척을 지지 마라. 그들을 배척하는 것은 곧 세상에 고립되는 것을 의미하며, 빛과 활로를 잃고서 어둠 속을 헤맬 것이다.

이 말은 파르데비아가 내민 경고문이 아닌…….

파르데비아의 영향력을 알고 있는 경제학자가 남긴 명언이었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출의 기업이자, 가문이며, 어떤 곳에서는 국가라고 칭하기도 했다.

또한 파르데비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오르비스는……

가문 내의 사람들에게는 가주라고 불리며 대외적으로는 총수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이는 정치 체계부터 사회계급까지 현대사회와 크게 달라 반영된 부분이다.

이런 특이한 문화에 오죽하면, 능수능란한 외교관들도 적응을 못하고 애를 먹기까지 했다.

빠득!

각성자 부대의 간부, 탕커민은 이를 갈며 건우를 쳐다봤다.

‘이 녀석의 뒤에 파르데비아가 있다.’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사태가 너무 커졌다.

양성소는 박살 난 데다, 그동안 공들여 키운 각성자들을 모조리 잃을 판국이다.

어떻게 해야 되지?

죽을 걸 알면서도 저 괴물한테 총구를 들이밀어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하는 찰나.

삐리리리.

그의 가슴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그는 다급하게 통화에 응하며 등을 뻣뻣이 세웠다.

상층부에서 온 전화였다.

그에게 떨어진 지시는 무척이나 간단명료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철수해.

뚝.

통화는 그것을 끝이었다.

탕커민은 믿기지 않는 듯 벙찐 표정을 지었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용무 없으면 가 본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

중국외교부.

암암리에 진행된 만남은 어느 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외교부 최고책임자, 왕루는 고뇌가 깊은 표정으로 누군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은발의 홍안을 지닌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가 고풍스런 정장을 입은 채, 그와 이야기를 막 끝낸 참이다.

후룩.

오르비스는 한숨을 돌릴 겸, 오룡차를 홀짝 들이켠 뒤, 입을 뗐다.

“우리 국민의 인명구조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기억하겠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빠득!

왕루는 기가 막힌 나머지 저도 모르게 이빨을 갈고 말았다.

대외 외교적으로 봤을 때, 큰 결례가 아닐 수 없었지만, 오르비스는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 외교는 그의 압승이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입담이 오고가는 외교의 장.

칼을 안 빼 들었을 뿐이지.

입담 하나로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전장에서 오르비스는 승리했고.

어떤 이득도 취하지 못한 왕루는 패배한 개 그 자체였다.

급작스럽게 전용기를 끌고 날아온 오르비스와 그는 5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불편한 화제로 이야기 좀 나누고자 왔습니다.

만남의 초반.

악수를 하며 건네는 오르비스의 말은 곧 협박으로 이어졌다.

그는 제일 먼저, 프로젝트 [정령왕의 계약자]의 기밀 문건과 거기에 자행된 학대실험 자료를 왕루에게 보여 주었다.

자료의 실체를 모를 리 없던 왕루는 크게 당황했다.

오르비스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인권을 유린당하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상부의 뜻을 무시하고 멋대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니. 많이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왕루가 모를 리 없었다.

이 모든 책임을 프로젝트 최고책임자인 윙윙과 마오에게 떠넘겨라.

그러면 이 사실만큼은 세계에 공표하지 않겠다.

-아이들의 상태는 위중하다고 들었습니다. 치부라고 생각되신다면, 파르데비아의 국민으로 받아들여 제가 돌보겠습니다.

오르비스는 거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대화를 하는 동안, 왕루가 할 수 있던 것은 무조건 수긍하는 길밖에 없었다.

만약, 여기서 오르비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지난번처럼 마정석을 통한 자원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유린당했을 뿐인 건가?’

화를 삭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사리 되지 않았다.

그런 왕루를 보며 오르비스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습니까?”

“하하하.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했지요.”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밖까지 배웅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기밀로 만난 건데, 만난 게 탄로 나면 곤란하니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시죠.”

다시 한번 악수가 이루어진 후.

오르비스는 그대로 문밖으로 나섰다.

그가 떠나고 남은 자리는 적막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슬쩍.

왕루는 무심코 테이블 위에 올라와있는 꽃병을 쳐다봤다.

탁자에는 은은히 검은빛을 띠는 튤립이 아름다운 색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오르비스가 처음 왕루와 대면할 때, 내놓은 선물이기도 했다.

선물은 이것 외에도 많았지만.

아마 진정한 의미로 오르비스가 내놓은 선물은 이것일 것이다.

참고로 검의 튤립의 꽃말은 ‘당신을 저주합니다.’였다.

콰앙! 쨍그랑!

더 이상 수치와 굴욕을 감당할 수 없었던 왕루는 꽃병을 그대로 바닥에 집어던졌다.

“빌어먹을! 젠장! 가만두지 않겠어! 오르비스! 최건우!”

콰앙! 콰앙!

분노를 한껏 표출하던 그는 주먹으로 연신 테이블을 내려쳤다.

“고정하십시오.”

보다 못한 비서들이 그를 만류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왔다.

***

중국 내에 위치한 파르데비아의 대사관.

안에 위치한 의료실에서 검진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은 거대한 방에 마련된 침실을 보며 상당히 당황했다.

누우면 푸근할 것 같은 침대와 새하얀 이불.

은은히 풍겨 오는 좋은 향이 익숙하지 않았다.

“저녁 먹을 때까지 낮잠 자는 거다. 중간에 깨면 혼난다.”

거기에 따뜻한 시녀장의 말에 아이들은 더욱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눈을 뜨면 또 지옥이 펼쳐지지 않을까?

그런 염려였다.

“후우, 애들을 돌보는 건 힘드네요.”

곁에서 이를 보고 있던 리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에 어이가 없는지 건우는 그녀를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어린애잖아.”

찌릿!

리리스는 건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또 저를 놀리시네요. 이번에 저한테 은혜를 입은 것에 대해 감사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

피식.

말과 동시에……

[게이트를 형성했습니다.]

건우의 반지가 반짝 빛나며 네메시스가 마리오네트 형태로 빠져나왔다.

“……너는?”

곁에 있던 소룡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크기와 눈빛이 확연히 다르지만, 분명 낯익었기 때문이다.

꺄르르르르.

소룡이 반가웠는지 네메시스는 소룡의 주변을 빙그레 돌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쇄액!

그러다가 단숨에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웅성웅성.

“이건 뭐야?”

네메시스의 형체를 보고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씨익.

-아아

네메시스는 입꼬리를 올리다 곧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아름다운 선율.

마치 한 폭의 이불에 감싸인 것 같은 기묘한 느낌에 휩싸인 아이들은 스륵 눈꺼풀을 감더니 새근새근 잠에 취하기 시작했다.

“저 소환수는 자장가 부르는 게 특기인가보군.”

타냐의 평에 건우는 자랑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자장가 외에도 할 줄 아는 거 많아.”

실제로 네메시스의 능력은 전투에 특화된 다른 층계보스들보다 더 많은 응용력을 선보였다.

타냐는 곧 네메시스에 흥미를 끊고 건우와 리리스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멋대로 내 국적변경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 질지 이야기 들어 볼까?”

홱!

건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아무 대책도 없었던 거였냐!!”

어이가 없던 타냐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삐질.

건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세이비어에게 물었다.

‘도망갈까요?’

-지금 도망치면 영원히 도망쳐야 될 걸.

세이비어의 조언에 건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리리스가 입을 열었다.

“타냐 래퍼드. 당신이 걱정하고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 손은 써놓았어요.”

“……이야기를 들어 봐도 될까?”

타냐는 의미심장하게 눈매를 좁히며 리리스를 쳐다봤다.

본격적으로 대화하기 전.

리리스는 건우에게…….

“이걸로 저한테 빚진 거예요.”

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팔짱을 껴 보였다.

“그래. 나중에 천 배, 만 배 갚을게.”

“그럼 저는 그녀와 이야기를 해 보니 당신은 당신 동생한테 가보세요. 지금 따로 마련된 방에서 무언가 긴히 작업 중인 것 같은데요.”

“이 자식이 쉬라는 말은 듣지 않고.”

그녀가 말한 이가 춘삼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한 건우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리스는 피식 웃어 보였다.

“너무 애틋하게 바라보는 거 아닌가?”

타냐의 말에 리리스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가끔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귀엽지 않나요?”

“사람답다는 느낌은 들기는 하지.”

타냐는 그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다뱀을 토막 내는 강인한 모습과 달리 가끔 보이는 어수룩한 모습은 갭이 너무 커 진귀한 재미를 주기도 했다.

웃는 것도 잠시.

리리스는 곧 화제를 전환해 타냐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에 중국에 벌인 사태가 생각 이상으로 커서 미국에서도 당신을 감쌀 수만은 없었을 거예요.”

리리스의 말을 묵묵히 듣는 타냐와 달리 소룡은 귀가 축 늘어졌다.

타냐가 그렇게 고군분투했던 이유를 떠올리면 결국 자신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리리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래서 짜낸 묘책이 이참에 당신을 파르데비아로 국적을 바꿔버리고 관료로 임명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되면, 아버지는 파르데비아의 국민인 당신과 아이들을 비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용병활동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한테는…….”

“물론 당신이 운영하던 고아원도 파르데비아로 옮기는 절차를 진행 중이에요.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사안이니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이기도 해요.”

“……?!”

신속한 일 처리에 상당히 놀랐는지 타냐는 눈을 부릅떴고.

리리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급박하게 일을 처리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당신과 그 주변의 것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째서 사과하는 거지?”

피식.

리리스는 얄궂게 웃으며 은발을 뒤로 넘겼다.

“앞으로 제대로 일에 힘쓰게 할 테니까요. 기껏 S급 헌터를 데려왔는데, 잘 활용해야죠. 밥값은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어요?”

잠시 서로를 마주 보던 두 여인은…….

“푸훗.”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16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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