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탁하고 먹과 같은 모호한 눈동자에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 눈빛은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가치로만 판단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소룡은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뭣하고 있지? 돌아간다.”
마오의 싸늘한 음성에 소룡은 입을 열었다.
“……난 다시는 그 지옥에 돌아가지 않아.”
“지옥? 누가 네가 느낀 바를 말하라고 했지? 네놈은 조국의 재산으로서 당연히 이바지해야 될 부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군.”
“난 재산이 아니야!”
소룡은 공포를 떨쳐 내며 온몸에서 마력을 발산했다.
우웅!
어느새 소룡의 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크기의 용이 허공에 넘실거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휘릭!
소룡은 그 와중에도 춘삼의 존재를 잊지 않았는지 자신의 몸으로 가려 보호했다.
“어린애가 진짜 S급 각성자였어?!”
엄청난 위압감에 마오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같은 각성자지만 존재감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S급 변신 능력자, 소룡.
단단한 비늘을 지니고 화염까지 토해 내는 신수, 용으로 변할 수 있는 그의 무력은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마저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소룡을 보며 마오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 뿐이었다.
“주제를 모르는군. 재산이 언제부터 생각이란 걸 했지?”
“……?!”
희번득!
그 말에 격하게 분노한 소룡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그 입가에는 뼈까지 불사를 수 있는 맹렬한 화염이 쏟아졌다.
불꽃에 닿은 시설은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모했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건물 전체에 일어나며 천장에 달려 있던 조명이 전부 깨져 버렸다.
쏴아아아아.
그뿐만 아니라 소룡의 화염으로 인해 스프링클러까지 동작하며 주변에 물이 쏟아지며 순식간에 수증기가 발생했다
“……?!”
소룡은 적잖이 당황했다.
지금의 폭발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화륵!
불꽃을 가르며 튀어나온 보랏빛의 빛줄기가 소룡의 몸에 격타했다.
콰앙!
단단한 비늘로 이루어진 몸통에 가격했기에 상처는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지대에서 마오는 보랏빛 빛줄기의 실체인 채찍을 들며 피식 웃고 있었다.
“가소롭구나. 이 스승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
소룡은 맹렬한 투지가 담긴 눈빛을 선보이며 그대로 꼬리를 휘둘렀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살이 그대로 육편이 되어 터졌을 테지만…….
휘리리릭! 콰앙!
마오는 재주 좋게 소룡의 꼬리를 채찍으로 휘감아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와 동시에 반격이 이어졌다.
휘리릭!
언제 휘두른 건지, 채찍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와 소룡의 목과 온몸을 단단히 붙들어 맸다.
키에에에에엑!
소룡은 크게 포효하며 그에게 위협을 했지만.
마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명의 부하에게 명을 내렸다.
“뭣들 하고 있어? 시행해.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네놈들이 다음 실험 대상으로 색출될 줄 알아.”
“죄, 죄송합니다.”
그의 명에 바싹 긴장한 병사들은 못과 망치를 들고 소룡에게 다가갔다.
“……?”
소룡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용의 비늘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몸에 그런 게 통용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마오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해가 부족한 너에게 설명해 주마. 가끔 너 같이 너무 튼튼한 놈한테 어떤 식으로 체벌이 필요할까 줄곧 고심하다 개발하게 됐거든. 이 아티팩트는 탑의 교류자인 드워프를 이용해 만든 아티팩트지. 힘을 한 점 모아 때려 박으면 오리하르콘이 아닌 이상 꿰뚫을 수 있는 특제란다.”
콰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망치가 못을 타격했고…….
푸욱!
못은 그대로 소룡의 몸에 박혔다.
키에에에에에엑!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격통에 소룡은 눈을 부릅뜨며 괴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몸을 마오가 단단히 옥좼다.
콰앙! 콰앙! 콰앙!
망치질은 연이어 퍼부어졌다.
소룡은 격통을 견디며 이를 악물었다.
투지를 꺼뜨리지 않는 그 눈빛에 마오는 대견한 듯 칭찬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하하, 옳지. 계속 건방지게 째려보라고. 근사한 물건으로 제련할 때까지 두들겨 줄 테니.”
콰앙! 콰앙!
못은 연신 소룡의 몸을 깨부수며 깊숙이 박혔다.
고통을 감내할 체력이 떨어진 건지, 소룡은 슬며시 눈꺼풀이 깜박 움직이더니…….
스르르르르.
그대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시간을 끌게 하고 있군. 최건우가 오기 전에 빨리 간다.”
마오는 기절한 소룡의 몸을 끌어안아 부하들에게 건네줬다.
바로 그 순간.
“……기다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오는 이맛살을 구기며 등을 돌렸다.
타닥, 타닥.
수증기와 불꽃으로 가득 찬 실내에서는 춘삼이 머리에 피를 한가득 흘린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굴복을 모르는 푸른 눈빛에 마오는 호기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지? 그 눈빛은? 죽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파르르르.
그의 싸늘한 말투에 춘삼은 몸이 절로 떨려왔다.
같은 각성자라지만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다.
눈앞에 있는 마오는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막강한 각성자라는 것을…….
“후우.”
그 두려움을 심호흡으로 떨쳐 내며 폐부가 찢어질 정도로 소리쳤다.
“애 내려 두고 당장 꺼져! 이 개새끼야!”
“……네놈도 교육이 필요하겠군.”
스윽.
춘삼은 그를 비웃으며 가운뎃손가락을 버젓이 들어 보였다.
“대가리에 깡통 찬 놈들이 누구를 교육시킬 생각인데?”
콰직!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오의 주먹이 춘삼의 안면에 적중했다.
잔혹한 폭력에 춘삼은 상처가 벌어져 피가 한가득 쏟아졌다.
금방이라도 동공을 잃을 듯 흰자위가 드러났지만.
까득!
춘삼은 위아래 이빨을 까득 깨물며 의식을 잃지 않고 가까스로 버텼다.
“버텨?”
예상외의 상황에 마오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고통을 견디기 싫어 항복을 하거나, 기절하기 일쑤였다.
춘삼은 힘겹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후후 우리 크레이지 처키 4종 세트보다 약해 빠졌네. 그걸 주먹이라고 하고 쳐 자빠졌냐?”
“재밌군. 게임이라도 해 볼까?”
마오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이빨로 깨물어 벗은 뒤…….
콰앙!
그대로 춘삼의 복부를 후려쳤다.
엄청난 충격에 춘삼의 허리가 크게 젖혀졌다.
복부가 꿈틀거리며 무언가 쫘악 찢겨져 터진 느낌이다.
춘삼은 그로테스크한 감각을 못 이기고 토혈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우웨에에엑!”
마오는 모호한 먹색의 눈동자로 춘삼을 쳐다보며 말했다.
“잘못했다고 살려 달라고 빌 때까지 때릴 거다. 까분 만큼 근성 있게 버틸 자신은 있겠지?”
“쿨럭, 쿨럭!”
춘삼은 연신 피를 내뱉으며 마오의 다리를 꽈악 붙들었다.
파르르르
그 몸은 미미하게 공포로 떨고 있다.
지금에 와서야 잘못했다고 빌 생각인 걸까?
한껏 희열이 깃든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고 있을 때, 춘삼이 말했다.
“……좆 까. 개새끼야!”
“오냐! 죽을 때까지 한 번 해 보자고!”
마오는 인상을 왈칵 찌푸리다가…….
콰앙!
그대로 축구공을 차듯 춘삼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두둑.
하지만 흥분이 좀처럼 주체가 되지 않는지, 정갈하게 입고 있던 목의 단추 두 개를 그대로 쥐어뜯으며 사력을 다하려 했다.
“그, 그만 하십시오!”
“이러면 애써 벌인 작전이 무산됩니다.”
보다 못한 그의 보좌관들이 마오의 양팔을 붙들었다.
여기서 춘삼의 생명이 끊기다가는 최건우의 진노를 사게 된다.
안 들킬 자신은 있지만 혹여라도 후환을 샀다가는 감당치 못할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래. 지켜야 될 선은 지켜야겠지.’
마오는 빠득 이를 갈다가 춘삼을 향해 조롱의 한마디를 남겼다.
“힘도 없으면서 큰 소리 친 배짱은 인정해 주지. 그래봤자 쓸모없는 짓이었지만.”
까닥, 까닥.
대답할 기력도 없는지 춘삼은 가운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다만 입모양은 분명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와봐. 개새끼야.
“미친 새끼를 상대하고 있었군.”
흥이 식었는지 마오는 그대로 등을 돌려 자취를 감췄다.
***
호텔에 벌어진 느닷없이 일어난 폭발은 의문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벌어진 소동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다행히 사태는 잘 수습이 됐다는 방송 보도가 나왔지만.
어째서일까?
“왜, 왜 떨림이 멈추지 않는 거야.”
“아, 아까보다 더 무서운데.”
사람들은 대기를 통해 전달되는 분노의 감정에 몸을 떨어야 했다.
진원지는 바로 타냐의 방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
그곳에는 건우가 거의 반이 죽어 간 춘삼을 보며 살기가 피어오른 눈빛을 띠고 있었다.
간신히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치유의 요람을 시전해 상처는 수복이 되고 있었지만.
날뛰지 않으면 이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춘삼이 눈을 떴다.
“혀, 형님.”
“……왜?”
건우는 평소와는 다른 싸늘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춘삼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중얼거렸다.
“쓸모없는 놈이라 죄송합니다. 약해 빠져서 그 어린애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크윽!”
춘삼은 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건우는 물었다.
“그게 왜 네 잘못인데?”
“……그냥 다 제 잘못인 것 같아요.”
“쓸데없는 말 늘어놓으면 맞는다. 닥치고 자고 있어. 눈 뜰 때면 다 해결되었을 테니까.”
“하, 하지만.”
[슬립 마법을 시전했습니다.]
건우는 강제로 춘삼을 재운 뒤, 앞머리를 이마 뒤로 쓸어 넘겼다.
바로 앞에는 전투복장을 갖춰 입은 타냐가 있었다.
전투 때 입은 상처는 건우가 치유해 주어 흔적도 남지 않았다.
그녀 역시 건우 못지않게 분노하고 있었는데, 초점이 모호한 눈동자는 지체 없이 상대를 죽이겠다는 신념이 담겨 있었다.
국제 범죄자가 되든 말든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였다.
그 와중에 그녀는 건우에게 할 말을 잊지 않았다.
“고마워. 가족을 구하는 데 협조해 줘서.”
“아, 그거랑은 상관없이 이번엔 내 개인적인 원한이 먼저야.”
건우는 메모리 리딩을 통해 춘삼에게 위해를 가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마오라는 놈은 내가 죽인다.”
머릿속에서 그동안 적을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건우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을 잊지 않았다.
스윽.
건우는 타냐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이들이 다소 상처를 입더라도 우선 구하는데 주력해. 내가 회복시켜 줄 테니까.”
“그거 무척이나 든든하네.”
휘릭!
말을 마친 타냐는 두 자루의 검을 빙그레 돌려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근데, 리더. 녀석들의 본거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는데?”
그녀의 말에 건우는 주머니에서 PDA를 꺼내 들었다.
“춘삼이가 마오 녀석의 바짓단에 추적 장치를 부착했어. 내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거나 이거라도 붙이려고 안간힘을 냈겠지.”
“우수한 참모를 뒀네.”
“참모가 아니야. 동생이야.”
“……그렇다면, 녀석들은 더더욱 용서할 이유가 없겠군.”
“애초에 난 쓰레기를 용서해 주는 방법은 몰라.”
우드득.
건우는 주먹의 관절을 쥐었다 피며 결심을 다지며 발을 옮겼다.
준비는 끝났다.
뒤통수를 맞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번에는 저쪽이 파멸해야 할 차례다.
15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