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56화 (156/308)

156화

게이트의 등장.

마정석에 의해 변화되는 에너지 정책.

중국은 급속도로 변해가는 변화의 흐름을 놓쳐 발전이 다소 늦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리스크를 메울 정도로 중국에는 자원이 가득했다.

바로 인재라는 자원이…….

각성자는 각 나라에 5만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은 삼십만 내외라는 엄청난 각성자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 인적 자원자를 한껏 활용해 다시금 세계의 정상을 노렸다.

그로 인해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수많은 프로젝트가 여러 이유로 폐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하나 존재했다.

[정령왕의 계약자(Contractor of Spiritual King)]

정령친화력을 가진 각성자를 이용해 단숨에 정령왕을 계약자로 삼기 위한 계획.

만약, 이 기밀정보가 누설이라도 되어서 교류자가 봤다면, 틀림없이 비웃었을 계획이다.

정령왕과 계약한다는 것은 기연 중의 기연.

탑에서도 계약에 성공한 경우는 극도로 드물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엘이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의 계약자지만.

그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는 교류자 외에는 건우가 유일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자신감으로 이 계획을 진행한 것일까?

그것은 시엘이 마탑에서 발표한 한 논문이었다.

[토착 정령의 생태보고서]

시엘은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며 지구에 머물고 있는 정령과 몇 번 접해 왔다.

그런 그녀가 말했다.

지구에 머무는 토착 정령은 정령왕을 뛰어넘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논문의 근거는 명확했고.

그 이론에 중국 정부 관료의 눈에 띄었다.

탑에 머물고 있는 정령왕과 계약이 불가능하다면?

그에 준하는 토착정령을 찾아내 계약하게 하면 된다.

잘만 이용한다면, 기후를 조작하는 막강한 군사력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것이 바로 프로젝트 [정령왕의 계약자]였다.

호텔 카지노장.

오락실에서 나와 카지노장에 있는 바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건우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어떤 얼간이가 논문만을 근거로 그딴 미친 계획을 실행하는 거야?”

누가 봐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빠져서는 안 되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정령왕과 계약할 정도의 친화력을 가진 각성자.

두 번째는 정령왕과 버금가는 토착정령의 존재 유무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이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우연과 우연이 맞아떨어져야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소룡의 이야기만 들어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왜냐하면, 그 정도의 친화력을 가진 각성자가 숭산 쪽에 수용되어 있거든.”

“뭐라고?”

조금 놀랐는지 건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구에 있는 각성자 중 정령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이는 마정석 재벌인 오르비스도 못 찾아낸 귀한 인재였다.

한데, 중국이 정령사를 데리고 있다니…….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타냐는 위스키 한 잔을 입에 머금으며 이야기를 마저 했다.

“소룡 역시 각성자로 갇혀 있다가 자질과 센스를 발견하고 훈련을 거쳐 S급 각성자로 인정받아 아틀란티스 공략팀에 참가한 거야. 공략에 성공하면, 소룡에게는 수용소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구금 해제를 약속했지.”

“…….”

일순간 건우의 마음이 싸늘해졌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되는 도리와 예절이란 게 있는 법이다.

한데, 어린아이를 상대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제안하다니…….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악의 실체일 뿐이다.

이미 이런 이야기가 익숙한 건지, 세이비어는 태연했지만, 건우는 고심하다 가까스로 입을 뗐다.

“……타냐.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말해.”

타냐의 쿨한 승낙에 건우는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만약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제아무리 최강의 S급 용병이라고 해도 상대는 각성자를 군인으로 보유하고 있는 집단.

더군다나 몬스터보다 각성자와의 사투가 더 익숙한 조직이다.

설사 이런 막강한 장애물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난제가 뒤를 이어 폭풍처럼 덮칠 것이 뻔했다.

설사 그 수많은 아이들을 구제한다고 쳐도, 차후 중국이 어떤 식으로 보복을 해 올지, 미국은 또 그녀를 어떻게 내동댕이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그녀의 행위는 무리한 행위였다.

그러나 그 질문에 타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했다.

“……그래도 갔을 거야. 그리고 너는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

그녀의 답변에 건우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볼을 긁적이다 말했다.

“쑥스럽지만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네.”

“뭐 그렇지.”

머쓱했는지 두 사람은 술을 홀짝 들이켰다.

애정이나 호감을 갈구하기 위해서 도우려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는 지금 내뱉기에는 너무나 유치한 단어가 아른거렸다.

……친구니까.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생사의 경계를 함께 넘고, 거기서 보여 준 의리에는 결코 거짓은 없었다.

괜스레 쑥스러웠던 건우는 급히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나저나 녀석들은 너가 이곳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 텐데, 왜 습격하지 않는 걸까?”

타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왜냐하면, 이 호텔은 치외법권 지역이거든.”

치외법권.

그것은 외국인이 자신이 체류하고 있는 국가의 법률과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권리이다.

보통은 국무를 수행하는 외교사절에게 베푸는 특혜로 재판권, 행정권, 이동권에 대해서 금제나 제재를 가할 수 없다.

‘각성자에게도 적용되는 건 들어 본 적 없는데.’

뉴스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소식에 건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들어 보는데, 혹시 그 사실도 기밀이야.”

타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위험 등급 각성자들을 한곳에 머물게 하려는 심산이야. 혹여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몰래 침투한다면, 그게 더 골치 아플 테니까.”

“아.”

건우는 그제야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타냐 래퍼드.

겉보기와 달리 그녀는 과거에 마인으로서의 화려한 범죄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마인이었던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인의 신분으로 용병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향한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다.

그 때문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되도록 치외법권 지역에서 머물도록 특혜를 허용하는 것이다.

“각성자들의 세계는 심오하네.”

“심오할 건 없어.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저쪽에서는 날 건드릴 수 없어. 나와 소룡은 여기서 아직 어떤 일도 벌이지 않았으니 그들도 우리를 쉽사리 억압할 수 없지.”

“쩝.”

그녀의 말을 듣던 건우가 혀를 찼다.

“왜 그러지?”

타냐의 물음에 건우가 심기가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담화린이 리더로 있던 중국팀 녀석들이 상식 있게 우리를 대한 적이 있던가?”

“…….”

타냐는 일순간 답을 하지 못했다.

일전에 그들은 경쟁자를 하루 빨리 축출하기 위해 파르데비아로 넘어가 있던 비행기를 급습했다.

그들은 시작부터 정당한 경쟁이 아닌 비겁한 급습으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것이다.

건우는 그 발상을 근거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타냐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습격할 수 있는 이유야 말이 되든 안 되든 붙이면 그만이야. 급하면 사람은 무슨 짓을 벌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말이 끝마치기 무섭게…….

콰아아아아아앙!

호텔 전체에 큰 폭발과 함께 조명이 모조리 깨져 암흑이 찾아왔다.

“꺄아아아악!”

호텔 내부에서 카지노를 벌이거나, 유흥을 즐기고 있던 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악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쿠구구구구.

밑단의 구조물이 통째로 사라졌는지 건물 자체가 기울고 있었다.

“미, 미친 이거 뭐야?!”

“으아아아악!”

사람들은 기우뚱 거리는 지반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미끄럼틀을 타듯 한쪽 벽에 쏠렸다.

건우는 즉각 손을 들어 올렸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발동했습니다.]

쿠구구구구구.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던 호텔 건물은 건우의 힘에 의해 가까스로 원래 자리를 되찾아갔다.

신중을 기울여 복원을 사용하던 도중.

“설마?!”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는 다급한 표정으로 타냐를 쳐다봤다.

“소룡과 춘삼이 찾아서 데리고 와! 타냐!”

“알았어.”

타앗!

건우의 생각을 간파한 타냐는 즉각 발을 박차 로비 쪽으로 빠져나왔다.

바로 그 순간.

느닷없이 거대한 구의 형태를 이룬 철퇴가 그녀를 급습했다.

카앙!

위기일발의 상황에서도 타냐는 당황하지 않고 두 자루의 단검을 들어 공격을 맞받아쳤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기척을 지켜보고 있던 덩치의 남자가 휘파람을 불며 입을 뗐다.

“휘익! 아주 화끈하게 생긴 누님이네. 죽이기에 아까워.”

“그래? 난 널 죽여도 아쉬울 건 전혀 없을 것 같네.”

스팟!

타냐는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다 스산하게 움직여 남자의 목에 검을 내찌르려고 했다.

“어이쿠!”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남자는 몸을 갸우뚱 기울이며 그녀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앙!

이어서 그가 들고 있던 철퇴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타냐에게 다가왔다.

카카카카카카캉!

마치 전기톱과 부딪힌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서는 맹렬하게 불똥이 튀겼다.

푸욱! 푸욱!

철퇴에 부착된 가시가 타냐의 살점 곳곳을 찌르며 강렬하게 압박해 왔다.

엄청난 통증이 뇌리를 정복했다.

하지만 그보다 그녀를 놀라게 만든 것은 덩치의 암살자가 지닌 역량이었다.

‘S급?!’

느닷없이 이런 거물이 어디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철저하게 준비했구나!’

분한 마음에 그녀는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었다.

콰앙!

결국 그녀는 남자의 공격에 밀려 등이 벽과 충돌했다.

“크크크크, 마인 출신이라고 해서 긴장했더니 별것 없네.”

이대로 끝장을 낼까?

고심했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작전이 우선.

아니, 그 전에 진짜 경계를 해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로비 안쪽 도박장을 슬쩍 쳐다보던 남자는 폭풍처럼 쏟아지는 황금빛 마력의 정수에 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진짜 몬스터가 날뛰기 전에 피하는 게 상책이지.”

스슥.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남자는 그림자처럼 기척을 감췄다.

쿠구구구.

부서진 벽에서 잔해물들이 뭉텅이로 떨어졌다.

입에 피를 물고 있던 타냐는 아무 말 없이 분노를 곱씹고 있었다.

***

후룩.

건우와 타냐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근처에 마련된 시설에서 춘삼과 소룡은 컵라면을 후룩 들이켜고 있었다.

“맛있어.”

“그럼 짜샤. 언제 먹어 봐도 질리지 않는 게 이 한국 컵라면의 매력이라고.”

소룡은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리우면서도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애들이 먹어 봤으면 좋겠다.”

“갇혀 있는 아이들 말하는 거냐?”

“응.”

측은지심이 들었지만 춘삼은 일부러 활짝 웃어 보였다.

“걱정 마. 짜샤. 형님이 꼭 구해 줄 거야.”

“춘삼은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까지 믿을 수 있는 거야?”

소룡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건우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봤던 어른들 중에서 정직한 이가 없었고, 모두 이해타산적인 인물들밖에 만나지 못해 머리가 혼란스러울 뿐이다.

최근 들어서는 건우를 비롯해 타냐, 춘삼을 만나니 매번 당혹스러우면서도 가슴이 애잔해졌다.

춘삼은 피식 웃으며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답했다.

“다 믿는 건 아니다. 그래도 건우 형님은 나 같은 하찮은 놈을 받아줄 정도로 배포가 큰 남자거든. 그러니 믿을 수밖에 없고, 언젠가부터 형님의 신념을 배신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졌어.”

“그렇구나.”

소룡은 이해가 된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순간.

뚜벅.

어두운 인기척이 그들의 뒤를 급습했다.

“응?”

춘삼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콰앙!

그림자의 주인은 춘삼의 머리를 붙들고는 그대로 탁자에 얼굴을 처박았다.

쩌적! 콰아앙!

나무탁자는 단숨에 균열이 가 깨져 버리며 애써 끓인 컵라면이 바닥에 흥건히 쏟아졌다.

우득.

남자는 초점이 모호한 차가운 눈동자로 춘삼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쓸데없이 정을 베풀지 말아라. 그동안 주입했던 사상을 제멋대로 흔들면 안 되지.”

슬쩍.

그러고는 소룡을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하찮은 감성에 빠져들 줄이야. 다시 처음부터 교육이 필요하겠군. 소룡.”

사내와 눈이 마주친 소룡은 동공의 이채가 크게 흔들리며 중얼거렸다.

“마, 마오.”

15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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