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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40화 (140/308)

140화

……여기는 어떻게?

눈앞에 나타난 건우의 존재에 리보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동요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는 막강한 범죄조직인 미믹의 보스다.

이런 일에 경거망동 휘둘릴 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그는 거만스레 팔짱을 끼며 건우를 노려보았다.

“……네 녀석이 최건우군. 알케미스트와 워리어는 어떻게 했지?”

건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패러사이트에 감염시켜서 미믹 아지트를 습격하게 만들었지. 요 며칠 동안 연락 안 되지 않았어?”

“네놈?!!”

리보탄은 흥분한 듯 희번덕 눈을 뜨더니…….

콰앙!

그대로 몸을 일으켜 진각을 밟았다.

쩌저저저저적! 콰아앙!

평화로웠던 난간지대에 온통 균열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붕괴됐다.

후웅!

리보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건우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에 실린 마력, 아니 그 이전에 순리가 깃든 주먹이 건우를 위협했다.

[앱솔루트 실드를 발동했습니다.]

리보탄의 전면에는 앱솔루트 실드가 구현됐지만…….

콰칭!

그는 단숨에 실드를 박살 냈다.

덥석!

그나마 위력이 감퇴된 탓에 건우는 그의 주먹을 가까스로 붙잡을 수 있었다.

‘아파라.’

하마터면 손목이 돌아갈 뻔했지만 건우는 내색하지 않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 힘에 대응하는 듯 리보탄의 근육이 울퉁불퉁 터질 것처럼 팽창했다.

꽈드드드득! 콰앙!

건우는 결국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풀어 주어야 했다.

스스스스.

리보탄의 전신에서는 거무튀튀한 힘이 흘러나왔다.

건우는 그 말도 안 되는 괴력의 진원지가 리보탄이 손목에 착용한 팔찌라는 것을 눈치챘다.

“흐음. 네 힘이 아니구나. 그것도 칠대마왕의 유산인가?”

“마몬의 권능, ‘등가교환’이다. 소유하고 있는 금을 바친 만큼 나에게 힘을 주지.”

“많이도 갖다 바쳤나 보네.”

건우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100레벨에 도달한 뒤, 근력승부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건우였는데, 그를 압도하다니.

-스케일을 보니 광산 크기의 황금을 갖다 바쳤겠구나.

“아, 아까워라.”

건우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리보탄에게 손길을 뻗었다.

[파이어 볼을 발동했습니다.]

[파이어 볼을 발동했습니다.]

[파이어 볼을 발동했습니다.]

순식간에 도깨비불처럼 생성된 파이어 볼이 동시다발적으로 리보탄을 급습했다.

화르르륵!

슈우우욱!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거세게 타오르던 불길은 리보탄의 목걸이에서 피어오른 푸른 화염에 묻혀 그대로 사라졌다.

리보탄은 전신에 푸른 화염을 두르며 이야기했다.

“마법은 물론 인간의 혼까지 태워 버리는 사탄의 권능, 사탄 블레이즈.”

“아, 진짜 성가시게 하네.”

예상치 못한 강함에 건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재차 다음 마법을 시전했다.

[사이클론을 발동했습니다.]

후우우웅!

건우의 손에서 빗어진 거대한 소용돌이는 단숨에 리보탄의 몸을 감싸 갈기갈기 찢으려고 했다.

사탄 블레이즈는 거센 바람에 실려 위로 솟구쳤다.

건우의 강대한 마력을 단숨에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스팟!

하지만 사탄 블레이즈를 걷어 낸 상태에서도 건우의 공격은 무산됐다.

모습을 드러낸 리보탄의 몸은 인간의 연약한 살갗이 아닌 단단한 강철처럼 변모해 있었다.

이번에는 그의 왼쪽 귀걸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외형을 포함해 몸의 구성을 원소 단위로까지 바꿀 수 있는 레비아탄의, 변형. 크크크크 세상에 추켜세워 주는 너라고 해도 날 절대 못 이겨!”

콰앙!

리보탄은 그대로 발을 박차 건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흐아아압!”

온몸에 푸른 염화와 가시를 돌출하는 공격이 주변 지대를 휩쓸며 건우를 위협해 왔다.

맞으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즉사에 가까운 타격을 입는다.

-피해라!

그것을 인지한 세이비어가 다급하게 비명을 내질렀지만.

콰앙!

건우는 피하지 않고 리보탄의 손목을 잡아챘다.

“뭣?!”

당황한 리보탄은 믿기지 않는 눈길로 건우를 쳐다봤다.

제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몸이 산산이 으깨질 판국이건만.

어찌 된 일인지 금광에 휩싸인 건우의 손은 칠대 마왕의 권능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건우는 나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별것 없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더욱 세차게 발휘된 권능에 의해 리보탄의 몸이 금광에 휘감겼다.

화륵!

그러자 영원히 불타오를 것 같은 사탄 블레이즈가 그대로 사그라졌다.

뿐만 아니라 전신에 돌기처럼 생성된 가시 역시 땅이 꺼진 것처럼 사라졌다.

“이, 이것 놔!”

당황한 리보탄은 마몬의 권능을 사용해 건우의 악력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보다 한 발 먼저 건우의 남은 손이 그의 팔찌에 스킬을 부여했다.

[소유권을 부여했습니다.]

소유권이 부여된 마몬의 팔찌는 리보탄의 의지를 거부했다.

그 증거로…….

파지지지지직!

지금 리보탄의 손목에서 번뜩이는 결계는 손목을 잘라 내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주었다.

쿵!

“끄아아아아아악!”

결국 리보탄은 양쪽 무릎을 꿇으며 절규를 내뱉었다.

“다음은 사탄의 목걸이.”

[소유권을 부여했습니다.]

건우는 사정을 봐주지 않고 연이어 소유권 스킬을 부여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죽을 만큼의 고통이 두 부위에서 일어나자, 리보탄은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워했다.

“크아아아아악! 살려 줘!! 제발!”

그 모습을 보며 건우는 무뚝뚝한 눈빛으로 주시할 뿐이었다.

“……너 교류자지.”

“크아아아아악! 맞아! 원하는 건 다 실토할 테니까. 제발 부탁해!”

“얼마나 오래 살았지?”

“이, 잊어먹었어. 그렇게 까마득한 세월은 손으로 꼽을 수 없어.”

“지금의 용모는 레비아탄의 권능으로 변모한 건가?”

“끄으으으으으윽!”

그 질문만큼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는지 리보탄은 입을 꼭 다물었다.

“대답하지 못하는 건, 긍정으로 봐야 되겠군.”

히죽!

건우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악마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먼 옛날, 한 기사의 시종으로서 살아갔던 놈이 있었어.”

“끄으으윽! 그, 그건?!”

진심으로 놀랐는지 리보탄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우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낯선 동방 대륙에서 버려져 있던 걸, 한 기사가 거둬들였지. 한데, 그 녀석은 전쟁 중에 자신이 모시는 기사를 버리고 적에게 가담해 열어 줘서는 안 될 관문을 열어 줬지. 그것도 모르고 너만 믿던 주인은 죽어 버렸어. 어때, 아주 배은망덕한 놈이지?”

때는 이클립스.

종말에 맞서 싸운 동방의 기사는 한 줌의 희망을 쥐고 최전방에 나섰다.

패배가 확실시된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에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 뒤에는 그가 지켜야 될 모든 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한 명의 배신자로 인해서 무산이 됐다.

관문을 열고 쳐들어온 수많은 재앙들은 인류를 학살했고, 기사는 문을 닫기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비극으로 끝나는 기사담.

애석한 이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에 펼쳐진 한 기사의 이야기였다.

“끄으으으으윽! 웃기지 마! 난 그런 적 없어!”

리보탄은 눈을 파르르 떨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덥석!

건우는 그의 귀걸이를 매만졌다.

[소유권을 부여했습니다.]

또 하나의 아티팩트의 주인이 뒤바뀌면서 레비아탄의 권능이 리보탄을 거부했다.

스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수려한 그의 외모는 점점 등이 솟은 꼽추로 변모했다

외모 또한 흉측하게 일그러져 이전의 형체는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아아, 보고 싶었어.”

건우는 활짝 웃으며 그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귓가에 한마디를 남겼다.

“너도 그렇지? 노티어.”

오싹!

고막에 전해지는 음성에 리보탄은 벌벌 떨었다.

노티어.

그것은 까마득한 옛날, 그가 쓰던 본명이었기 때문이다.

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덜.

리보탄은 처음으로 통증이 아닌 공포로 인해 몸을 떨었다.

추악한 시절의 과거를 아는 자가 나타났다.

어째서?

어째서 그는 정확히 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거지?

“아, 아프지. 좀 편하게 해 줄까?”

딱!

건우가 손가락을 퉁기는 순간.

[소유권 양도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리보탄을 괴롭혔던 통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소유권 양도.

그것은 건우가 소유권을 부여한 귀속 아티팩트를 다른 이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이었다.

정확히는 소유권에 파생된 스킬이기 때문에 소유권의 스킬 종류 중 한 가지라고 보는 게 맞으리라.

일전에 건우는 이 스킬을 이용해 서일도가 크루엘의 마검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적이 있었다.

“이익!!”

자유의 몸으로 돌아온 리보탄은 즉각 건우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해 권능을 사용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진심으로 당황했다.

‘궈, 권능을 쓸 수 없어!’

건우는 친절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효력을 가진 아티팩트 같은 경우는 내가 권한을 주어야 돼. 너는 권능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노티어.”

다시 한 번 옛 이름을 듣는 순간, 리보탄, 아니 노티어는 눈의 초점이 꺼졌다.

파르르르르.

하지만 전신에 스며든 공포는 지워지지 않는지 턱을 달싹이며 입을 열었다.

“너, 너 ,너, 넌 누구야?!”

“로한 이그너스. 너의 주인 호프너가 모시던 군주다.”

“……?!”

차디찬 답변에 그는 눈을 부릅떴다.

“거짓말?! 그 멍청이는 진작 죽었어!”

그리고 전력으로 부인했다.

발악하는 그 모습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난 일일이 배신자 새끼를 납득시킬 생각은 없는데.”

“으아아아악!”

섬뜩한 건우의 눈빛에 노티어는 지면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콰앙!

건우는 도망가려는 그의 무릎 안쪽을 산산이 으깨 부숴 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악!”

노티어는 눈물을 쏟으며 절규했다.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 어차피 다 죽었잖아. 그런 썩어빠진 세상에서 뭐 어쩌라는 건데?”

그의 항변에 건우는 더욱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혼자 도망갔으면 됐지. 호프너는 그것조차 이해할 정도로 아량이 깊은 기사였다. 네놈은 배신의 대가로 살아남아 힘을 받고 용모를 바꾸고, 미믹이란 집단을 통해 마왕의 권위에 도전까지 하려고 했어.”

노티어는 이번에도 세차게 부정했다.

“아니야! 내 말을 들어 줘. 내 말을 들으면 다 납득하게 될 거야.”

저벅.

건우는 애원하는 그 손길을 무시하며 스쳐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를 형성했습니다.]

우웅.

노티어의 발밑으로 게이트가 형성됐고…….

“크아아아악!”

노티어는 추락하듯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

“허억, 허억.”

노티어가 게이트를 통해 진입한 곳은 가고일이 날아다니는 어떤 골짜기였다.

“사, 산 건가? 후우.”

그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살피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쿠웅!

안정은 허락하지 않는 듯 등 뒤에서 거대한 그늘이 덮쳐왔다.

홱!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노티어는 그늘의 실체와 눈을 마주친 순간, 온몸이 경직됐다.

그곳에는 악마가 존재했다.

위엄과 공포를 상징하는 날카롭게 돋은 양쪽 뿔.

흉흉한 붉은 눈동자.

큼지막한 손에는 언제든 목을 싹둑 잘라 버릴 것 같은 거대한 대낮이 쥐어져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히익! 사, 살려 줘!!”

악마의 끔찍한 포효에 노티어는 괴성을 내지르며 손을 휘저었다.

두두두두둑.

순간 노티어의 오른팔은 뼈와 가죽이 천천히 오려지며 토막이 났다.

“크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이었지만 공포가 고통을 마비시킨 덕분인지, 다행히 다리가 움직였다.

얼굴이 온통 눈물과 콧물로 젖어든 노티어는 도망을 치다 곧 눈앞에 보이는 또 다른 게이트를 발견했다.

후웅.

차디찬 한기가 느껴졌지만 저 악마한테 죽는 것보다 고통은 덜 하겠지.

‘저, 저기로 도망가야 돼.’

우웅.

그런 생각으로 노티어는 게이트를 통과했다.

멈칫!

그 모습을 확인한 산양의 악마는 발굽을 지면에 끌며 몸에 제동을 걸었다.

홰액!

그러고는 자연스레 등을 돌렸다.

사냥감의 최후는 구태여 확인해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그보다 성정이 훨씬 지독한 층계 보스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14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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