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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33화 (133/308)

133화

뚝.

정성스럽게 가꾼 머리 위로 파스타 면발이 소스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화악!

이해나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몸을 일으킨 뒤, 건우를 홱 째려보았다.

-자기가 폴짝 뛰어놓고 왜 저런다냐?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흥미 없는 눈초리로 답했다.

“심심한 가보죠.”

빠득!

‘일부러 그런 거야. 분명!’

이해나는 무심한 건우의 표정을 보며 주먹을 부릅 쥐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쌍둥이 오빠인 이해빈이 행사관계자들과 함께 다가왔다.

“해나야. 몸은 괜찮니?”

행사관계자들은 익숙한 듯 그녀를 보필하기 위해 수건 등을 가져오며 말했다.

“방으로 이동하시죠.”

“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이해나는 신경질적으로 수건을 빼앗아 소스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냈다.

“하여간.”

이해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곧 서유라와 눈이 마주쳤다.

“아 봉황 길드의 서유라 헌터시죠. 반갑습니다.”

인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으나…….

꾸벅.

서유라는 고래를 숙이며 못 본 척 인사로 답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하하하 새삼스럽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해빈은 머쓱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아크 길드의 선우진과의 약혼진행은 파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다른 혼약자를 찾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요. 저는 어떻습니까?”

찌릿!

노골적인 발언에 서유라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하지만 농담처럼 건네는 말에 진지하게 응하면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그녀 자신이었기 때문에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시대는 늘 갑작스레 변모한다.

상위 계급층 역시 그 변화는 피하 수 없다.

피라미드의 정상.

아이러니하게도 발군의 실력을 가진 헌터들은 이곳에 안착했다.

이제는 고착마저 되어가는 현실.

그로 인해 상위계급 간의 교류는 지인, 학연 등을 뛰어넘어 혼례마저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 관점에서 보면…….

태광그룹은 봉황 길드의 힘을 원한다.

그리고 이 관계를 한 번에 엮을 수 있는 방법은 혼례밖에 없다.

싱긋.

서유라는 활짝 미소를 띠었다.

농담처럼 건네는 말에는 농담으로 답한다.

“이해빈 헌터님에게는 저 말고 괜찮은 여성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 한마디에는 명백히 뼈가 서려있었다.

서유라는 이해빈의 문란한 사생활을 은근슬쩍 거론했고.

두둑!

이해빈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하하하하, 자칫하다가는 누군가 오해를 살 수 있겠네요. 저는 서유라 헌터님에게 진심으로…….”

“하아 여긴 왜 이렇게 집적거리는 사람이 많아.”

빠직!

귀에 거슬리는 한 마디에 이해빈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곳에는 건우가 테이블에 있는 음식을 접시에 담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먹을 게 없어. 먹을 게……. 다 싹쓸이해갔네.”

“푸훗!”

자연스럽게 뻔뻔한 그 모습에 서유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이해빈의 눈빛이 싸해지며 분노가 일렁거렸지만.

홱!

서유라는 작게 고개를 조아리며 건우에게 다가갔다.

“오빠 이거랑, 이거 꽤 맛있거든요.”

“아, 고마워.”

상냥하게 웃어보이던 그녀는 집게로 건우의 접시에 음식을 놓아주었다.

까드득.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해빈은 주먹과 눈에 힘을 주었다.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길을 옮기던 이해나는 그런 해빈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어라? 벌써 언론플레이 생각하는 거야?”

씨익.

흥분한 것도 잠시.

이해빈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어디까지 기고만장하는지 지켜보자고.”

***

연회가 무르익을 즈음.

단상 위에는 이해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신생 길드 연합 창설에 대한 취지와 목적에 대해 밝힐 때가 온 것이다.

이곳에 참가한 모든 헌터들은 활약이 짙은 길드의 주역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정부와 협회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번 태광그룹의 신생길드연합 창설에 호의적인 뜻을 보이고 있었다.

참가 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는 들어보기 위해 참가한 이도 있었다.

봉황 길드의 서유라 역시 이 예시에 속했다.

‘준비는 완벽해.’

다수가 주목하는 가운데, 이해빈의 음성이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졌다.

“먼저, 참가해주신 모든 헌터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번 연합 취지의 건에 대해서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삑.

발언과 동시에 그의 뒤에 있던 빔 프로젝터의 빛이 발하며 거대한 화면이 스크린을 통해 비춰졌다.

“세상에.”

스크린에 나온 사진에 다수의 헌터들이 적잖이 당황했다.

그것은 몬스터에 의해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한 헌터들이었다.

이해빈은 묵념하듯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상은 각성자들이 존귀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게이트를 넘어온 몬스터들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저희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허나! 지금 세상에 헌터는 어떤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

“…….”

좌중은 침묵을 지키며 고심에 빠지기 시작했다.

헌터.

그들은 몬스터 사냥 혹은 던전 탐사를 통해 생계를 꾸리는 각성자 무리였다.

세간에는 연예인 혹은 성공한 부호로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외를 받는 헌터가 있다면, 당연히 소외받으며 죽어가는 헌터도 있는 것이다.

이해빈은 그 점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대중은 저희를 움직이는 방패막이로밖에 여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협회는 저희를 사회의 불안요소로 취급하며 늘 경계합니다.”

실제로 각성자가 속출했고, 그에 따라 사회에 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이야 많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정부는 헌터법에 더 많은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협회는 아슬아슬하게 그 타협점을 조율하고 있었다.

콰앙!

이해빈은 그대로 단상을 내려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그런 장기말 취급을 하며 온갖 수모와 모욕을 견뎌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창설된 신생 길드연합은 그런 불합리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단체임을 세상에 입증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스윽.

그의 발언에 이해나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저희가 그 불합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준비된 시나리오인 건지, 이해빈은 근엄한 표정으로 선포했다.

“게이트가 출현했을 때, 연합에 소속된 헌터들이 게이트 공략을 일제히 거부하는 겁니다.”

쿠구구구.

충격적인 발언에 헌터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그래도 우리 이득을 위해서인데.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웅성웅성.

이해빈은 그 반응에 힘입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처음에는 당연 비난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변화를 위한 복잡한 과정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태광을 전격적으로 믿어주십시오!”

짝짝.

이해빈의 발언을 지켜보며 이해나는 박수를 쳤고.

그녀와 안면이 있는 헌터들 역시 눈치를 보다 손뼉을 마주치며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그리고 박수소리가 그칠 무렵.

스윽.

서유라가 손을 들며 입을 뗐다.

“이의를 제기해도 될까요?”

“말씀해주시죠.”

“방금 발언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헌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수직업이에요.”

현대의 병기는 몬스터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그것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헌터밖에 없는 것이다.

이해빈은 일찌감치 이러한 질문을 예상했는지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헌터들은 특수한 경우에 따라 게이트 공략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법에 위반되는 사항도 아닌 범위에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걸까요?”

“그건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봉황 길드는 협회와 정부 지침에 따라 앞으로 활동을 해주시면 그만입니다. 연합 참가는 어디까지나 자유입니다. 헌데, 좀 아쉽군요. 대형 길드에서 어느 정도 권리를 포기해야 이 연합이 가능할 텐데…… 봉황 길드는 내려놓기 좀 어려운가 보군요. 이해는 합니다.”

울컥!

서유라는 주먹을 쥐며 분개했다.

졸지에 봉황 길드를 소인배들이 가득한 무리로 폄하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분개해서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주변에서는 일제히 서유라를 주목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지네들은 잘 먹고 잘 산다 이거지.”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서일도 대표만 없으면 무너지는 길드 주제.”

“아니야. 어쩌면 정부랑 협회의 개일 수도 있어. 서일도 대표도 협회장, 구자혁이랑 친구 사이라며.”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러한 대응에 익숙지 않은지 서유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아 그러면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사이구나.”

이해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갈등 분위기를 확산 및 봉황길드에 대한 소문까지 날조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결국 서유라가 화를 못 이기고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스윽.

곁에 있던 건우가 손을 들었다.

“뭐죠?”

예상치 못한 인물의 거수에 이해빈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건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한마디 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이해빈이 경청하겠다는 자세를 취하자…….

저벅저벅.

건우는 그대로 단상 위까지 걸어왔다.

“?!”

의외의 전개에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것은 이 모임을 주최한 이해빈과 이해나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마이크 좀 빌릴 게요.”

그러자 이해빈이 살짝 물러섰고 건우는 마이크를 검지로 탁 때렸다.

우웅!

둔탁한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장내에 울려 퍼졌고, 모두의 시선이 건우에게 주목됐다.

“최건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1번째로 S급 라이센스를 취득한 헌터죠.”

발설 직후, 니제르의 귀걸이에 심겨진 안면인식방해 마법이 깨졌다.

그와 동시에 장내가 일제히 건우의 존재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최, 최건우?!”

“어떻게 지금까지 못 알아봤지?!”

건우는 주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헌터에 대한 부당한 대우, 그리고 불합리함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오, 오빠.”

건우의 첫 발언에 서유라는 심히 동요했다.

반면, 자신들의 의견이 힘을 얻었다고 생각했는지 이해빈과 이해나 남매의 입꼬리에는 절로 웃음이 걸렸다.

“나름 F급 헌터로 산전수전을 겪었거든요. 완전기억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업계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터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죠.”

“…….”

어느 순간,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건우의 말에 경청하기 시작했다.

“저는 딱히 영웅도 정의감에 취해 움직이는 사람도 아닙니다. 헌터 역시 생계를 꾸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주창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죠. 하지만…….”

스윽.

건우는 이해빈과 이해나를 한 번씩 훑어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두 남매 분들은 그 불쌍한 헌터들을 이용해 불합리한 짓을 저지르지 않으셨던가요?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얼굴에 침을 뱉거나,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 힐러들을 추행하거나, 급여도 7개월 넘게 밀려 헌터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만든 적도 있었죠. 그때는 여동생 얼굴을 볼 낯이 없었는데…….”

“?!”

건우의 폭로에 이해빈과 이해나의 얼굴이 송두리째 뭉개졌다.

당황한 이해빈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건우에게 소리쳤다.

“지금 어디서 막말을 내뱉는 겁니까?!!”

건우는 고개를 추켜세우며 곧장 반박했다.

“모두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당신의 만행에 제가 항의를 하니, 이해빈 헌터님은 미친 새끼라고 하며 동전을 얼굴에 집어던졌죠. 이번 달 급여니 주워가라고. 기억 안 나세요? 제가 그 일로 태광이랑 엮는 것은 되도록 피해왔는데.”

싱긋 웃으며 내뱉는 건우의 발언에 이해빈은 이빨을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건우는 날카롭게 눈매를 세우며 말을 내뱉었다.

“그런 분들이 정의감에 찬 발언을 내뱉으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네요.”

13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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