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28화 (128/308)

128화

블루 게이트 브레이크의 발생.

게이트를 뚫고 나온 몬스터는 상상 이상의 힘을 지닌 거대한 바다뱀이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

‘저걸 어떻게 막아?’

파르데비아의 함선에서 각 헌터들은 사생결단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각오가 무색하게…….

콰앙!

뱀의 전신은 두 쪽으로 쪼개진 채로 화염과 얼음의 상반된 속성의 대마법에 휩쓸렸다.

쿠구구구구구.

쏴아아아.

폭발의 여파로 격류가 솟구치고 대기는 수증기로 뒤덮였다.

“뭐, 뭐야?!”

“저게 말이 돼!”

각 헌터들은 난간을 붙들며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썼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이목을 한 군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선을 집중한 대상은 당연 이 바다뱀을 해치운 최건우였다.

쏴아아아.

현재, 건우는 바다에 붕붕 떠 있는 얼음덩어리 위에 서 있었다.

딛고 있는 얼음덩어리는 한때, 프리메라의 살점이었던 것이다.

꿀꺽.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활약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어.”

“우, 우리 길드로 데려올 수 있으려나.”

속닥거리는 헌터들의 소리에 함선을 지휘 총괄하던 사령관이 방송을 통해 소리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화르르르르륵! 콰아아앙!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몸이 불길로 뒤덮인 프리메라가 바닷속에서 튀어나왔다.

프리메라는 곧장 몸의 수복을 꾀하려고 했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몸과 얼어붙은 된 하반신이 합쳐지는 건 불가능했다.

쏴아아아.

오히려 수증기만 피어올라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진심으로 포효한 프리메라는 바다에 연거푸 몸을 담그고 빼기를 반복했다.

하나, 불길은 쉽사리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불꽃이 꺼질 때쯤이면, 건우가 어김없이 권능으로 헬파이어의 불길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너도 역대급 똘기 충만한 놈인데.

세이비어는 이제 소름이 돋는다는 말투로 감탄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상태가 좋지 않아요. 빨리 끝내야 돼요.”

하지만 세이비어의 평과 달리 건우의 안색은 백짓장처럼 새하얬다.

마력 고갈.

제아무리 마나스킨과 에르모스의 문장이 있어도 건우의 마력에는 한계치가 존재했다.

지끈지끈.

건우는 그 부작용으로 지독한 고통과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헬파이어의 복원을 멈추고 자신에게 복원을 전개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키에에에엑!

프리메라의 생명력이 너무 경이적이었다.

화르르륵!

불씨를 꺼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안 프리메라는 건우를 향해 단숨에 돌진했다.

격동으로 인해 지반처럼 딛고 있던 얼음덩어리가 심히 흔들렸다.

-당장 피해라!

심상치 않은 조짐에 세이비어가 소리를 내질렀으나.

스릉.

건우는 회피 대신 사인참사검 적과 청을 빼 들어 묘한 자세를 취했다.

싱긋.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국 근성 싸움이잖아요. 난 지지 않아요.”

이번이 마지막이다.

구태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사선 위에 있는 두 존재는 그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가 아닌가.

건우는 혼신의 힘을 다해 얼마 안 남은 마력을 사인참사검에 주입했다.

스스스스.

검붉은 오러와 검푸른 오러.

유대의 힘으로 인해 오러는 한층 더 강하게 발출됐다.

-키에에에엑!

프리메라는 그 빛에 반응해 가속했다.

전성기 시절보다 퇴화했어도 그것은 틀림없이 재앙이다.

문득 건우의 머릿속에서 일전 성경에서 봤던 구절들이 부분 떠올랐다.

[줄지어 선 저 무서운 이빨, 방패 사이사이로 고랑 진 등가죽에 단단한 돌인장으로 봉인한 것 같은 등]

[바람도 틈 탈 수 없도록 서로서로 맞닿아 있고 서로서로 얽혀 있으니 떨어질 리도 없다.]

[너는 그 살가죽에 창을, 머리에 작살을 꽂을 수 있느냐?]

[손바닥으로 만져만 보아라. 다시는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그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가망이 없어 보기만 해도 뒤로 넘어진다.]

[건드리기만 하여도 사나워져 아무도 맞설 수가 없다.]

레비아탄에 대한 성경의 묘사.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프리메라는 그 묘사에 참 부합한 존재였다.

건우는 마지막으로 두 구절을 떠올렸다.

[그 겉옷 앞자락을 누가 헤칠 수 있으며 겹으로 입은 그 갑옷을 누가 젖힐 수 있느냐?]

[누가 그 턱을 버릴 수 있느냐?]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 구절에 대해 답을 내뱉었다.

“내가 한다.”

발설 직후, 양손에 든 사인참사검을 들어 올린 건우는…….

쇄액!

내리찍듯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평소의 기합과 달리 발출된 검기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화르르르르르륵.

-키에에에에엑!

반면 격동하는 프리메라는 곧장 건우를 집어삼킬 듯 집채만큼 큰 입을 벌려 건우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안 돼!”

파르데비아 함선에 있는 모두가 경악했다.

여기서 건우가 죽으면 그 뒤는 끔직한 절망이 펼쳐질 것이다.

충돌까지 고작 1초.

프리메라의 이빨과 건우의 몸이 닿을락말락할 때였다.

멈칫.

승리를 자부할 수 있는 시점에서 프리메라는 거짓말처럼 몸을 멈췄다.

화륵.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었던 불길도 사그라졌다.

시꺼멓게 타오른 비늘, 그리고 미간 사이에 붙어 있는 드미트리의 몸으로 프리메라는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지?”

“최건우.”

“하하하하. 한때, 대륙을 침몰시킨 내가 패배했다라……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 재밌구나. 네 녀석.”

프리메라는 광기와 분노가 가득 찬 눈동자로 건우를 노려보았다.

“네놈의 승리다. 축하의 의미로 이 몸이 소멸되기 전, 네놈의 소원을 들어 주지.”

건우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럼 얌전히 꺼지고 드미트리를 끄집어내줄래?”

그러고는 인격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것도 재밌겠군.”

프리메라는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스스.

곧장 눈을 떴을 때는 프리메라의 인격은 사라지고 드미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건우!!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프리메라! 다시 싸워! 이 녀석을 죽여 버려!!”

드미트리는 손아귀를 뻗어 독분말을 퍼뜨리려고 했지만.

스스스.

더 이상 그 손에는 어떤 것도 잡히지 않았다.

“어, 어째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드미트리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퍼석!

그와 동시에 프리메라를 포함한 드미트리의 전심에 빗금이 서렸다.

“……니제르 7식. 무참(Vanishing Ripper).”

“뭐?!”

“이렇게 말하면 어려우니까 그냥 공간 베기라고 생각하면 돼.”

쩌적! 쩌저저저저적!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프리메라의 비늘이 와장창 깨지며 빛줄기가 길게 이어졌다.

빠드득!

드미트리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분노를 터뜨렸다.

“네 녀석 처음부터 끝까지 날 기만하는 거냐!! 어째서 지금 이 기술을…….”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답했다.

“적한테 필살기를 쉽게 보이면 쓰나?”

말과는 달리 무참은 한 번 사용하면 며칠 동안은 사용할 수 없다.

건우는 이전에 네메시스를 사냥할 때 무참을 사용한 후, 이제야 가까스로 무참을 쓸 수 있게 된 것뿐이었다.

우연과 행운이 겹친 결과였지만.

구태여 티를 낼 이유는 없었다.

밝혀도 아쉬운 것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는 네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 눈에는 그냥 힘에 눈이 먼 쓰레기로밖에 보이지 않아.”

“네까짓 게 뭔데 나를…….”

건우는 그의 말에 신경 끄고 자신의 할 말을 계속 뱉었다.

“진짜 미친놈은 네가 아니라 바로 나거든.”

“무슨 헛소리야?!”

드미트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장난스럽게 말하는 건우의 말은 진심이었다.

모두가 미쳐갈 때, 오지 그만이 미치지 않고 홀로 끝까지 남아 싸웠었다.

그렇기에, 그는 가장 미친놈이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 모든 게 건우에게 부합되는 말이었다.

싱긋.

어느새 입가는 장난꾸러기처럼 피식 올라가 있었으나 눈동자는 매우 싸늘했다.

“결국 네 최후는 주제도 모르고 입만 나불거리는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네.”

빠득빠득!

전신에 근육을 꿈틀거린 드미트리는 더 이상 모욕을 견딜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최건우!!”

결국 언성을 높이며 건우의 목을 향해 힘껏 손아귀를 뻗었지만.

쩌걱!

콰콰콰콰콰!

동시에 드미트리와 프리메라의 몸이 양 갈래로 쪼개지며 그대로 붕괴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의 최종보스, 프리메라를 쓰러뜨렸습니다.]

[보상으로 베놈 플레이트 아머가 주어집니다.]

“오랜만에 레벨업인가.”

눈앞에 배열된 상태창을 정리하던 중…….

또르르르.

발치까지 굴러온 구슬을 발견하고는 손으로 그것을 집었다.

-이번에도 코어냐?

상태창으로 정보를 확인하던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조금 의외네요. 이그너스 때랑 똑같아요.”

-무슨 소리냐?

“곧 알게 될 거예요.”

우웅.

그때, 자욱한 수증기 너머로 항공모함에서 떠오른 전투기가 엿보였다.

아마 건우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오르비스가 파견한 것일 거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조금 기다려 달라고. 그래도 걱정할지 모르니 메시지는 남겨 두고 갈까.”

***

광란의 밤이 지나 다시 노을이 떠올랐다.

일출로 시야 확보가 가능하게 된 함선들은 엉망진창이 된 현장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

그중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프리메라의 사체였다.

몇 차례고 파괴된 중 마침내 좌우가 갈라지며 쓰러진 프리메라.

사체에서는 아직까지도 독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속이 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색을 담당한 헌터들 중에는 구토를 하는 이도 몇몇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권정아는 다시 한 번 그 크기에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세상에 진짜 이렇게 큰 걸 혼자 잡았다고. 그레이트 웜보다 훨씬 큰데.”

“어쩌면 이 몬스터는 6성급이었을지도 몰라.”

타냐의 평가에 테오도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뉴욕에서 본 아크리치. 그 이상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지만 건우 씨가 해치운 덕분에 확인할 길은 없어졌네요.”

그들의 말에 리리스는 염려스런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래서 그 무시무시한 것을 사로잡은 헌터는 어디 있을까요?”

“글쎄.”

권정아 역시 걱정이 되는 듯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던 타냐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왜?”

모두의 반문에 타냐는 검지로 프리메라의 사체를 가리켰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비늘에는 건우가 새겨 놓은 듯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24시간 뒤에 복귀합니다. 먼저 철수해 주세요.]

***

아틀란티스 수정궁의 저편.

뚜벅.

모든 것이 산산이 와해된 이 폐허더미에 건우는 다시 발을 내밀었다.

세이비어는 피식 웃으며 건우에게 물었다.

-여기서 시작할 참이냐?

“맞아요. 그럼 슬슬 시작할게요.”

대답을 마친 건우는 손에 쥐어진 던전 코어에 금빛 마력을 집약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퍼센티지가 100에 도달해 갈수록.

쿠구구구.

수정궁에 있던 모든 것이 복원된다.

부서지고 파훼된 모든 구조물, 그리고 최종보스까지…….

쏴아아아.

허공에 넘실거리는 물방울들이 곧 집합을 이루며 아름다운 형체를 이루었다.

아름다운 여인의 상반신에 물고기의 하반신.

바로 네메시스였다.

습격했을 당시의 붉게 빛을 발하던 그녀의 눈빛은 이제 정순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 눈빛에는 건우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세이비어는 네메시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흠, 리리스. 그 꼬맹이가 말했던 오염된 수호령은 바로 이 녀석이었구나. 너와 같이 모든 것을 빼앗긴 피해자였군.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신의 열매를 풍작 할 수 있는 신비의 대륙, 그리고 그곳의 모든 것을 어미처럼 보호하고 감쌌다고 하더라고요.”

띠링.

말을 마친 순간, 시스템 메시지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유산, 심해 정원을 복원했습니다.]

[심해 정원과 이그너스의 영지가 결합됩니다.]

[5계층 던전의 보스가 되었습니다.]

[던전 결합의 밸런스 조정으로 던전 보스, 네메시스의 등급이 한 단계 다운됩니다.]

12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