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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22화 (122/308)

122화

S급 헌터와의 혈투.

긴장을 불러일으킨 숨 막힌 전투는 건우 진영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니, 정확히는 더 싸울 여력이 있음에도 중국과 러시아 연합 팀은 철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러시아 팀의 타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려 S급 힐러 한 명과 리더인 드미트리를 잃었다.

중국 팀은 가까스로 전력을 잃지는 않았으나.

마법사, 첸이 마력고갈증상으로 인해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절박하기 그지없는 상황.

대낮의 전투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도주밖에 없었다.

추격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건우는 구태여 쫓지 않았다.

기록관인 노엘과 실라를 챙기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밤이 되었다.

파티원들과 옹기종기 모여 모닥불을 쬐고 있던 권정아는 무심한 표정으로 카레를 끓이고 있는 건우를 보며 말했다.

“너랑 같은 팀이라서 진짜 다행이다.”

“갑자기 왜요?”

건우의 반문에 대답을 하는 것은 테오도르였다.

“만약 당신을 적으로 만나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꿇을 겁니다.”

“나도.”

타냐 역시 크게 공감했다.

-드미트리를 죽일 때, 너의 사이코 같은 면모를 보고 바짝 쫀 거잖아.

쓸데없는 세이비어의 부연 설명에 건우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적이라도 도의를 지킨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요.”

“하긴. 사이코 같은 놈들한테 사이코같이 응대해 줘야지.”

권정아는 실없이 웃으며 숟가락으로 카레를 푹 떠 입에 넣었다.

“……?!”

그러자 그녀를 따라 카레를 맛본 모두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리리스는 충격을 받은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노엘과 실라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산해진미를 맛본 그들이 카레 정도로 놀라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요리 좀 잘해.”

“자, 잘하는 정도가 아닌데요. 이참에 헌터 때려치우고 주방장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급여는 지금 버는 것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드릴게요.”

“일 없다. 꼬맹아.”

건우는 피식 웃으며 사양했다.

쀼루퉁.

리리스는 자연 볼을 부풀리며 카레를 먹기 시작했고.

세이비어는 가증스럽다는 듯 건우를 질책했다.

-네 솜씨 아니잖아. 이 사기꾼 같은 놈.

“요리는 내가 했으니, 내 솜씨 맞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양심에 찔렸는지 그는 뒤늦게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카토블레파스 고기 진짜 사기네.’

때마침 인벤토리에 지난번에 정육한 고기가 있어 카레 재료로 써본 것뿐인데.

카레의 풍미가 한 층 더 깊어질 뿐만 아니라 식감도 훨씬 좋아졌다.

왁자지껄.

건우는 떠들썩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노엘과 눈이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소룡은 어디 있는 거야?”

“꿀꺽! 쿨럭, 쿨럭.”

갑작스런 질문에 노엘은 크게 당황해 카레를 식도로 황급히 넘기며 헛기침을 했다.

“하여간 칠칠치 못하기는.”

까칠한 말투와 다르게 리리스는 그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고, 고마워.”

물을 받아 든 노엘은 꿀꺽꿀꺽 들이켠 뒤, 입을 뗐다.

“……소룡 헌터는 머맨들에게 포박돼 끌려갔습니다.”

건우는 절로 속이 불편해졌다.

“어째서 남은 세 마리는 멀쩡한 건데?”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났습니다. 물과도 비슷한 색채를 지닌 거대한 인어였는데, 그 인어의 노래에 모두의 오감이 마비됐습니다.”

‘네메시스한테 걸려들었군.’

구면의 존재를 떠올린 건지, 헌터들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네메시스는 보통이라면 S급 헌터의 연계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존재지만.

물속에서 조우했을 때는 크라켄보다도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헤엄치는 속도도 자유자재.

게다가 심해를 헤엄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감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랫소리로 현혹도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수많은 머맨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녀의 기습은 S급 헌터들에게 더욱 효율적으로 먹혔다.

“그 녀석.”

권정아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했는지 주먹을 떨었다.

노엘은 모두의 눈치를 보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다행히 중국 팀의 리더, 담화린이 사안을 전개해 인어 몬스터의 몸을 묶어 버렸죠. 첸과 홍구는 그 틈을 타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고요. 소룡 헌터를 제물 삼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노엘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빠져나오지 않았으면 자신 역시 죽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죽음의 해안에서 벗어났었다.

“아까 더 세게 두들겨 팼던 거였는데.”

권정아는 분노에 몸을 떨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죽일 수 있는 S급 헌터를 구태여 끌고 간다라…… 정말 프리메라한테 제물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어.’

이때.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는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후회하냐?

그의 음성에 건우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네메시스를 죽였다면, 소룡이 납치될 일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중국 팀을 먼저 습격하고 난 뒤, 자신을 찾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몬스터를 방치한 내가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

작전 상 어쩔 수 없이 놓아준 것이지만, 건우는 저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콰앙!

바로 그때, 권정아가 양 주먹을 부딪치며 굉음을 자아냈다.

화들짝!

파르데비아 일족들은 바싹 긴장하며 넋을 놓고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놀라 양손으로 귀를 막았던 리리스가 당황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까, 깜짝 놀랐잖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얄미운 놈들 패거리지만 그래도 어린애잖아. 구하러 가야지. 당분간 강행군이다.”

“그건 리더가 정할 일인데?”

“어떻게 하실 거죠?”

타냐와 테오도르는 피식 웃으며 건우 쪽을 쳐다봤고.

건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망설일 이유가 없죠. 움직이죠.”

***

아틀란티스 진입 열흘 차.

건우 일행에게 패퇴한 러시아와 중국팀 연합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

마력이 고갈되었던 마법사들은 아직까지 마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권정아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담화린의 얼굴에는 아직까지도 붓기가 가시지 않았다.

쏴아아아아아!

그들은 어느새 중앙 섬까지 도달해 한 해저동굴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가 뭐지?”

담화린은 팔짱을 낀 상태로 거만스레 자신들을 이곳까지 유도한 사샤를 쳐다봤다.

S급 헌터이자 러시아 팀의 홍일점인, 사샤 쿠드라토프.

그녀는 다양한 마법을 구사하는 첸과 달리 원소마법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녀가 일으키는 돌풍과 눈보라 앞에서 몬스터들은 단 한 번도 접근하지 못했다.

건우 일행을 습격했던 불꽃의 소용돌이도 첸과 합성해 만든 마법.

그 위력은 어디까지나 사샤 쿠드라토프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력고갈로 호흡곤란을 겪었던 첸과 달리 사샤는 아직까지 마력의 여유가 있었다.

마력의 보유와 출력량으로 따지면 첸은 그녀 앞에서 한 수 접어야 했다.

즉 러시아 팀은 드미트리를 잃었어도 아직까지 강한 팀이다.

그 때문에 담화린이 급습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다만, 드미트리를 잃은 지금.

러시아 팀은 중국 팀의 말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피식.

그러나 사샤는 결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거슬려.’

어째서 그녀는 저렇게까지 여유로울 수 있을까?

사샤는 담화린의 질문에 답하며 동시에 그 이유도 명백하게 말했다.

“최건우 팀은 죽이는 게 불가능하잖아. 그 녀석을 죽이느니 차라리 원초적인 목적에 집중하자고. 중국은 러시아에 협력해 이 던전을 공략한다. 불만 없지?”

“배분은?”

“5:5가 맞지 않을까?”

담화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웃기지 마. 힐러 한 명과 마법사 한 명으로 너희가 우리 도움 없이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아?”

담화린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신경질을 냈다.

그러나 사샤는 조금도 물러섬 없이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힐러는 소중한 존재라고. 실제로 너희들 부상은 이쪽에서 치료해 줬잖아.”

“…….”

홍구와 첸은 할 말이 없는지 슬쩍 시선을 돌려 외면했다.

하지만 담화린은 팔짱을 끼며 고자세를 풀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배분은 7:3이다. 안 그러면 이 협력관계는 결렬이야.”

기고만장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자…….

“후우.”

사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드미트리가 없으니까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네. 미친놈이긴 한데, 왜 드미트리가 리더인지 알 것 같아. 만약 드미트리가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건데?”

“이미 죽은 놈을 두고 만약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싶지 않은데.”

스스스스스스.

바로 그 순간, 해저 동굴 주변에 검은 분말이 피어올랐다.

“이게 무슨?!”

주변이 순식간에 독기로 인해 부식되자, 중국 팀 헌터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어 러시아 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그때 어두운 동굴 저 너머로 온몸이 흥건하게 젖은 인영이 걸어왔다.

쫘악!

그는 자기 팔보다 더 거대한 크라켄의 다리를 쥐어뜯으며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방지게 어디에다 칼을 겨누는 거냐? 손목 잘리기 싫으면 집어치워. 냄새나는 잡종들아.”

담화린은 그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드, 드미트리 레보스키. 어, 어떻게?!”

놀랍게도 그들의 눈앞에 드미트리가 버젓이 서 있었다.

그는 누더기가 된 바지만 입은 채로 물에 완전히 젖은 상태였다.

입가는 살점 일부가 벗겨져 끔찍한 모습.

전신은 크라켄과 독으로 인해 흉터가 가득했지만,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

아니. 눈매는 흉포한 광기로 가득 사로잡혔으니 멀쩡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꿀꺽!

그의 살기에 첸과 홍구는 고인 침을 삼켜 넘겼다.

담화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네가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지? 크라켄은 어떻게 된 거야?”

드미트리는 한쪽 어깨를 들썩이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죽였다. 그 냄새 나는 몸뚱이에서부터 머릿속까지 파고든 다음 뇌를 터뜨려서 말이지.”

“…….”

그의 사냥 방법에 담화린은 말문을 잃었다.

대개 인간이라면 크라켄에게 잡아먹혀 그 체내에 진입을 했다면 탈주를 하기 위해 머릿속까지 파고들어서 죽인다는 발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거 챙겨. 잃어버리면 죽는다.”

드미트리는 사샤를 힐끔 쳐다보다가 한 손으로 끌고 온 자루를 던졌다.

사샤는 자루 안에 있는 내용물이 궁금한지 드미트리에게 물었다.

“뭐가 들어 있는데?”

“전리품이다. 얼마나 집어삼켰는지 몰라도 소화시키지 못한 마정석과 보석들이 가득했거든.”

“오! 잘했어. 칭찬해 줄게.”

“닥쳐! 옷이나 내놔.”

“잠깐 기다려 봐.”

드미트리의 명령에 사샤는 아공간 배낭에서 그의 장비를 찾기 시작했고, 힐러는 드미트리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드미트리는 그 상태로 목의 관절을 풀며 중국 진영을 바라보았다.

“…….”

다시금 두 진영의 관계가 팽팽해졌다.

아니, 오히려 드미트리의 존재감이 중국팀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광기를 품은 눈으로 중국팀에게 경고했다.

“레이드를 공략하기 위해 너희가 제시한 배분이 7:3이었지?”

“그, 그건. 다시 5:5로 정정하고 진행하지.”

담화린은 앗차 싶어 급히 자신의 말을 수정했다.

“이쪽이 역제안하지. 우리가 7이고 너희가 3이다.”

“아니! 그게 무슨 망발이야?!”

콰앙!

그의 황당한 제안에 다혈질인 홍구가 지면에 창을 강하게 꽂아 넣으며 분개했다.

드미트리는 표정 하나 구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나는 너희 같은 양아치가 아니야. 대신 조건 하나를 붙이지. 그 조건을 달성하면 너희는 알짤 없이 그 배분대로 몫을 나눠야 할 거야.”

“조건? 그게 뭐지?”

여기서 더 구미를 당기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건가?

담화린이 표정을 풀고 경청의 자세를 취하자, 드미트리는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건우. 그 새끼는 내가 죽인다. 그게 내가 내거는 조건이야. 그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너희 마음대로 해.”

그의 제안에 담화린은 잠시 입을 꼭 다물었다.

최건우는 이미 S급 중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존재는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너무나 큰 걸림돌이었다.

한데, 드미트리는 과연 최건우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까?

의문이 가득했지만…….

훗.

담화린은 그 어느 때보다 요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드미트리 레보스키.

크라켄마저 죽이고 살아남은 그의 광기를 보자면 아무래도 기대가 됐다.

“나쁘지 않은데.”

담화린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며 그의 제안에 수락했다.

12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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