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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14화 (114/308)

114화

“…….”

예언을 전해 들은 각국 헌터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뜻 보면 심히 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쯧.”

그들의 속내를 엿본 건우는 혀를 찼다.

‘지금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니잖아.’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자기 국가의 안위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오르비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아직 세간에 공표하지 않는 건, 혼란을 전파하는 걸 막고 싶은 취지였습니다. 저는 예언에서 언급한 심해가 이번에 발견된 아틀란티스라고 판단했습니다.”

“……?!”

그 말을 기점으로 각 파티의 리더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냐? 제대로 당했다고 얼굴에 써져 있구나.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답변을 내놓았다.

“말 그대로 대재앙이잖아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애써달라면서 S급 헌터를 집결시키면 나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몇 없겠지.

“제아무리 파르데비아 가문이라고 해도 S급 각성자까지 보유할 수는 없죠.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 S급을 모아서 해결도 쉽지 않을 거고요.”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었을 거다.

각 국가에서 S급 헌터를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점을 이용해 국가가 스스로 나서게 한다면?

단합이 잘 이루어진 S급 헌터 파티가 스스로 집결하게 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여기 있는 모두 아틀란티스의 유산이라는 미끼에 낚인 일종의 대어들이었다.

-푸하하하하, 저 양반 대단한데. S급 헌터란 대어들을 이렇게 쉽사리 낚고 말이야.

내막을 파악한 세이비어는 가슴을 젖히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파르데비아의 혈족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과 동행하며 따라나서야 되는 것은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어떤 보복이 따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됐다.

그 때문에 리리스의 표정도 한층 어두워졌다.

스윽.

건우는 그런 리리스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조곤조곤 한 마디를 남겼다.

“……괜찮아. 누가 됐든 해야 될 일이었어.”

“…….”

그러자 리리스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건우의 시선은 오르비스를 향해 있었다.

‘여기서 끝일 리가 없지.’

채찍과 당근.

사람을 이렇게까지 구슬렸다면, 그는 반드시 이번에 마련한 미끼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건우의 예상대로 오르비스는 당근을 내놓았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탑의 기술을 통해 심해의 던전이 아틀란티스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입장 방법까지 말이죠.”

“으음.”

건우는 무심코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방법이나 경위까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가능한 방법이라면 건우 역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

그에게도 상태창이 보이는 걸까?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결론이었다.

싱긋.

그때, 오르비스가 활짝 웃으며 자신의 말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 입으로 단언해 드립니다. 아틀란티스에서는 여러분이 예상한 것 이상의 보상이 잠들어 있습니다. 만약 던전을 공략하고 보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파르데비아의 이름을 걸고 그에 준한 보상을 약속드리죠.”

스윽.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건지 드미트리 레보스키가 손을 들었다.

“어떤 보상을 약속할 수 있지? 소수지만 이건 국가단위의 예산이 들어간 중대한 경쟁이라는 것 당신도 알고 있겠지.”

오리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이죠. 음 이건 어떨까요? 만약 합당한 보상을 취하지 못했을 시 저는 마정석을 에너지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공략한 팀에게 전수하겠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모두의 눈이 탐욕으로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이 시대를 지배한 것은 다름 아닌 에너지다.

세계는 에너지 가공 기술을 터득하지 못해 전면적으로 파르데비아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한데, 그 파르데비아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약속까지 했다.

이번 레이드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훗.”

각국의 S급 헌터들은 계산을 마쳤는지 씨익 웃음을 지었다.

***

연회가 끝난 후.

여독을 풀 겸 권정아와 타냐는 수영복을 입은 채, 풀장에 있었다.

첨벙!

풀장에 몸을 던진 권정아는 머리를 이마 뒤로 넘기며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후하아. 정말인지 살벌했어. 너도 들어올래?”

팔락!

타냐는 선탠 베드에서 잡지를 읽으며 말을 건넸다.

“사양할게. 그보다 너는 리더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리더. 아 건우 말하는 거구나. 글쎄 원래 그러던 놈이라서 별로 아무렇지도 않던데.”

“하아, 한국 사람들은 신경이 쇠심줄로 만들어졌나?”

“아니. 그냥 우리가 특별한 것뿐이야.”

유쾌하게 웃는 권정아의 모습을 보며 타냐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내가 본 리더는 신념이 바로잡힌 인간이야. 아군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적에게는 무서울 만큼 잔혹하고, 무엇보다 유능해. 자신이 쟁취하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몸을 사리지 않아.”

“의외로 높게 평가하는구나.”

“사실이니까.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한 저의가 뭔데?”

“……리더는 각 국가의 헌터 파티에 도발과 경고를 날렸어. 너처럼 단순한 무대포도 아니고 대뜸 그럴 이유는 없지.”

“또 시비 거냐?”

권정아는 주먹의 관절을 풀며 기합을 모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냐는 눈매를 좁히며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리더는 도발을 날리면서 우리를 습격한 적을 탐색한 거야.”

“너한테만 이야기해 줬냐?”

권정아가 서운하다는 어조로 말하자, 타냐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내 추측이야.”

“근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

“왜냐하면 리더의 발언으로 적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했으니ᄁᆞ.”

대답과 함께 타냐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실로 소름이 돋칠 정도로 매혹적인 미를 뽐냈다.

“누군데?”

권정아는 귀를 솔깃 세우며 풀장을 빠져나와 타냐에게 다가가 물었다.

“리더가 입을 열 때까지는 비밀.”

그러나 타냐가 완고한 기세로 나오자, 권정아는 즉각 타냐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언니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라~”

“어, 언니?”

갑작스런 권정아의 애교에 타냐는 크게 당황해 표정이 구겨졌다.

평소라면,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굽힐 것 같지 않은 권정아가 느닷없이 애교를 펼치다니…….

반짝반짝.

심지어 눈을 빛내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크흠. 가, 가르쳐줄 테니까 일단 떨어져.”

타냐는 얼굴을 홱 붉히며 권정아를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팀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건우는 야외에 따로 마련된 수련장에서 있었다.

복장은 검정 민소매 셔츠에 추리닝 바지로 꽤 조촐한 편이었다.

두 손에는 사인참사검, 적과 청이 각각 들려 있었다.

안쪽에서는 춘삼이 안경을 고쳐 쓰며 건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형님. 내일모레면 레이드인데, 푹 쉬지 왜 이 시간까지 수련합니까?

“여러모로 내가 많이 부족하거든.”

발설 직후.

스팟!

건우는 허공에서 넘실넘실 떨어지는 잎사귀들을 베어 버렸다.

파앙! 파앙! 파파파파파팟!

두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그 모습에 춘삼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건우가 뽐내고 있는 무위는 기품이 느껴진 검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기품 뒤에는 무시무시한 힘이 실려 있다.

파륵.

검압에 쇄도당한 돌부스러기들은 모두 모래로 쪼개져 날아갔다.

또한 대기를 휘젓는 검압에 공기의 흐름이 뒤바뀌며 강렬한 소용돌이가 주변에 넘실거렸다.

‘저게 어딜 가서 부족하다는 거야?’

자고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춘삼은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건우에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형님 출출한데, 컵라면 한 끼 어떻습니까?”

“그거 좋지.”

파파파팟! 쇄액!

거칠게 몸을 회전시키던 건우는 두 자루의 검을 가까스로 허공에 멈췄다.

쩌적 콰아아아앙!

몰아닥친 검압에 훈련용으로 비치된 바위가 산산이 부서졌다.

“어후.”

그 광경을 보며 춘삼은 절로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저런 인간을 두고 과거에 사기를 쳤단 말인가.

몸이 쪼개지지 않는 게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라면이나 끓이자. 커피포트는 프론트에 가서 물어보면 되려나?”

춘삼은 과거 흑역사를 가슴에 묻어 두며 로비로 향했다.

***

“흐흐흠.”

춘삼은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들이부었다.

“이렇게 으리으리하게 큰 성에 탕비실까지 있을 줄이야. 좀 의외네.”

방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춘삼은 양손에 컵라면을 들고 총총 걸음을 옮겼다.

꼬르륵.

그 순간 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춘삼은 고개를 갸웃했다.

배가 고픈가?

출출한 건 맞지만 내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춘삼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꼬르륵!

북도를 걷다 보니 나오는 중앙계단에서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어린 소년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어디서 심하게 상처를 입었는지 전신에는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가출이라도 했나?’

자세히 살피니 수상한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동양인의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는데, 눈동자는 황동색을 띠질 않나.

의상은 중화권 영화에서 늘 보던 강시랑 비슷했다.

‘저 애 뱃속에서 난 소린가?’

불편한 심정이 들었던 춘삼은 소년에게 컵라면을 내밀며 물었다.

“먹을래?”

주륵.

소년은 대답 대신 군침을 흘려 보였다.

“에이씨. 먹어, 먹어. 형님한테는 나중에 갖다 주면 되지.”

잠시 후.

후루룩.

춘삼은 중앙계단에 쪼그려 앉아 소년과 컵라면을 들이켜고 있었다.

궁내 관리자가 봤더라면 대경실색하며 야단을 쳤겠지만, 춘삼이 국물 하나라도 남길 리는 없었다.

“근데 넌 이름이 뭐냐?”

소년은 우물 우물거리며 입을 뗐다.

“……소룡.”

“뭐 이소룡?”

“그냥 소룡.”

“그나저나 꼬맹이가 왜 잠도 자지 않고 바깥에 돌아다녀? 성이 넓어서 길이라도 잃어버린 거야?”

소룡은 고개를 저었다.

“린이 보고 싶지 않다고 꺼지라고 해서…….”

“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 것 같은데?

눈치가 빠른 춘삼은 머릿속에서 전구가 점등된 느낌을 받았다.

“설마 그 린이 중국 팀의 리더, 담화린?!”

끄덕.

“그 눈매 이렇게 삐죽 올라가고 중국의 킹코브라라고 불리는 그 아줌…….”

스멀스멀.

말에 매듭을 지으려는 찰나.

춘삼은 전신이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그곳에는 간소한 중국풍 의상을 입고 있는 담화린이 서 있었다.

“누가 킹코브라라고? 아니, 언뜻 아줌마라고 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히끅!

춘삼은 딸꾹질을 하며 모른 척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와중에 소룡이 다 먹은 컵라면도 자신이 직접 회수했다.

“거기 너!”

담화린은 살기를 방출한 순간, 춘삼은 쭈뼛쭈뼛 몸이 굳었다.

과연 S급.

지니고 있는 포스부터 남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녀는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경고를 남겼다.

“오늘은 그냥 눈 감고 넘어가 주겠지만, 소룡한테는 더 이상 접근하지 마.”

이건 애착? 아니면 집착일까?

춘삼은 머릿속에 일순간 혼란이 찾아왔지만.

이 말만은 꼭 전해 두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실 거면, 다친 아이한테 함부로 독설을 퍼붓거나 굶기시면 안 되죠.”

춘삼의 답변을 기점으로 담화린의 눈매가 살벌해졌다.

“하아, 말귀를 못 알아듣네.”

“리, 린 그만해.”

소룡이 뒤늦게 만류했지만.

“넌 입 닥치고 있어.”

춘삼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담화린의 동공과 흰자위의 색깔이 서로 뒤바뀌었다.

검은자위에 하얀 동공.

일명 사안(蛇眼). 이 세상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마안 종류 중 하나였다.

그 시선에 노출된 춘삼은 온몸이 경직됐고, 담화린은 춘삼을 향해 발을 옮겼다.

바로 그 순간.

싸아아아!

온몸을 휘감는 살기가 비처럼 전신을 강타했다.

화들짝!

깜짝 놀란 담화린이 등을 돌리니, 그곳에는 건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11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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