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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11화 (111/308)

111화

후웅!

구름을 뚫고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비행기 엔진음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항공기 꼬리 날개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항공사가 아닌 한 가문을 상징하는 심볼(Symbol)이었다.

파르데비아.

그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가문 중 하나로 손꼽히며…….

조상은 탑의 관리자였다고 일컬어진다.

혈족 대다수가 은발에 홍안의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조상 역시 은발에 홍안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기원이 어찌 됐든 이 가문은 인간사에 혁혁한 공신을 세웠다.

예시로 그들은 탑의 기술을 가져와 마정석을 신재생 에너지로 탈바꿈하여 보급했다.

그로 인해 인류는 더 이상 에너지 고갈로 인해 전쟁을 겪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사연으로 누군가는 그들을 피스메이커로 부르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마정석 재벌인 그들을 두고 그리디(Greedy:탐욕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앞과 뒤.

동전의 양면처럼 이 가문의 평가는 아직까지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었다.

사설은 무척 길었다만.

지금의 이야기는 전용기 안에서 건우가 세이비어에게 그대로 늘어놓은 설명이기도 했다.

건우의 설명을 들은 세이비어는 단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러니까 돈이 더럽게 많은 외계종족이라는 거지.

“외계 종족이라…….”

세이비어의 참신한 표현법에 건우는 말문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뭐랄까?

외계인이라고 표현하기는 뭔가 어감이 맞지 않았다.

건우는 대체할 단어를 고심하다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냥 신인류라고 치죠.”

-뭔 상관이냐.

세이비어는 벌써 흥미를 잃은 듯 보였다.

현재 그들은 전용기의 앞 칸에 있는 VIP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중간과 끝, 각각의 VIP실에 권정아와 타냐가 머무르고 있었다.

쿨쿨.

침대에서는 무척이나 지쳤는지, 춘삼이 곯아 떨어져 있었고.

건우는 책상에 앉아 모처럼 유령 상태로 현신한 세이비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2시.

피로가 몰려올 법도 했지만 건우의 눈빛은 뚜렷했다.

세이비어는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사제트는 죽었다. 이제 어깨에 긴장은 풀 거라. 녀석들도 당분간 어떤 상황인지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계속 사도들의 흔적이 나타나잖아요. 이번에 아틀란티스도 마찬가지고요.”

건우는 일전에 파르데비아의 탐사로봇이 촬영한 영상을 떠올리며 미미하게 몸을 떨었다.

7성급 재앙, 프리메라.

그 정체만큼은 건우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세이비어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것 같지만 그조차도 한정적이었다.

세이비어가 프리메라를 아는 것은 그 시체 조각과 전설 때문이었다.

시체 조각은 푸르스름한 비늘이 가득한 파충류의 꼬리 부분이었다.

-전설로는 거대 문명을 휘감아 심해로 떨어뜨린 바다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녀석은 오리하르콘의 강도에 버금가는 비늘을 가졌다는 것뿐이다. 너의 시대까지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은 건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일축됐기 때문이고.

“이번 레이드에서는 녀석의 흔적을 조사해야 하는 건 필연이겠네요. 긴장은 전혀 풀 수 없겠는데요.”

-쯧쯧, 고집하고는.

“그리고 고심은 한 가지 더 있어요.”

-뭔데 그러냐?

세이비어는 팔짱을 끼며 경청의 자세를 취했고.

건우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입을 열었다.

“사제트와 다툴 때, 회귀의 링이 깨진 거 기억나시죠?”

-아, 그 부분 말이냐?

세이비어는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

당시 아크 길드의 전 대표, 선우혁이 건우를 죽이기 위해 브렌넨의 피가 담긴 병을 건우에게 던졌다.

쩌적!

권능이 발현된 건지, 유리병은 균열이 갔고.

우웅.

건우는 피가 새어 나와 권능이 발현되기 전에 유리병을 복원하려고 했다.

콰칭!

하지만 유리병을 휘감던 회귀의 링이 깨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었기에 건우는 아직까지도 그때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제아무리 고민해 봐도 회귀의 링이 깨졌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런 건우에게 세이비어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답은 네가 일전에 사제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냐?

“답이요?”

건우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이 한 말을 떠올렸다.

[브렌넨의 힘은 결코 칠대마왕의 힘을 앞설 수 없어.]

A권능과 B권능이 마주칠 시.

A권능이 먼저 발현되었어도 그보다 상위인 B권능을 발현하면 결과적으로는 B의 권능이 먼저 드러난다.

인과역전의 현상.

당시 건우는 브렌넨의 힘이 완전히 해방되기 전에 벨페고르의 권능을 발휘해 폭발의 대부분을 얼음미궁으로 전송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점을 감안하다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건우는 믿기지 않는 듯 인상을 홱 찌푸렸다.

“차이트의 권능보다 브렌넨이 앞선다는 건가요?”

-거의 정답에 근접했다.

“무슨 말이에요?”

건우는 당최 세이비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자 세이비어는 머리를 긁는 시늉을 하며 답했다.

-웬일로 전생시절의 바보의 모습이 엿보이는구나.

“으윽!”

분통이 터졌지만 건우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정중히 답을 요청했다.

“답을 가르쳐 주십시오.”

-헤헤, 요놈아. 오늘은 내 승리다.

세이비어는 콧대를 세우며 얄궂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안 가, 곧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야기 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너의 권능이 브렌넨의 권능을 밑돌아서 생긴 현상이다.

“네? 저의 권능이라니요?”

건우는 이해가 가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했다.

소지하고 있는 권능, 복원은 차이트의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 능력은 정확히 말하자면 차이트로부터 파생된 너의 고유능력이란 거다. 나의 능력도 마찬가지고.

“어째서 그게 가능한 거죠?”

-차이트는 다른 신들과 달리 격이 없어. 대개의 신이 수직적인 관계를 요구한다만. 차이트는 자신과 놀아줄 수평적 관계의 계약자를 원하지. 그 조건에 부합한 우리는 차이트의 권능의 씨앗을 받아 파생된 권능을 갖게 되지.

“그렇게 따지면 일전에 세피아의 아이스 에이지도 복원의 권능으로 막았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이죠.”

-그건 세피아가 너의 부하가 되면서 권능의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역전됐기 때문이지.

“…….”

건우는 눈매를 좁히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유리병을 복원시키지 못한 건, 건우의 권능이 브렌넨의 권능에 밀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 사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세이비어는 그 결론을 직접 내뱉었다.

-지금의 너로서는 7성급은 무리다.

세이비어의 냉담한 평가에 건우는 의기소침한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어 보였다.

“단순히 더 강해지면 된다는 거네요.”

-쓸데없이 긍정적이기는.

그들은 서로 훈훈하게 웃어 보였다.

쿠구구구구.

그러다 문득 두 사람의 표정이 살벌해졌다.

그것은 어떤 기척 때문이었다.

위잉.

미미하게 귀를 자극하는 소리.

그리고 대기를 잔잔하게 떨게 만드는 마력의 파동.

마력 감지에 예민한 S급 헌터들은 일제히 눈을 뜨며 반응했다.

타냐, 권정아, 건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창문을 살펴보았다.

꿈틀.

구름 사이를 거칠게 헤엄치는 기다란 기척.

세 사람은 동시에 같은 단어를 읊조렸다.

“용?”

콰앙!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기다란 용은 항공기를 기다란 몸으로 옭아맸다.

쿠직! 콰드드득!

똬리를 틀면서 죄는 압박에 기체가 통째로 뭉개지기 시작했다.

용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입가에 물고 있던 화염을…….

화르르륵!

그대로 기체에 난사했다.

콰아아아앙!

기체는 그대로 폭발해 새빨간 홍염에 휘감겼다.

***

상공 35000피트.

허공에서 넘실대는 홍염의 굴레를 바라보며 신수인 용 위에 있던 남자가 가슴을 젖히며 크게 웃어젖혔다.

“하하하하! 이걸로 경쟁상대는 줄어드는 건가?”

신수 위에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 명의 인간이 서 있었다.

그들은 거칠게 움직이는 용의 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서 있었다.

이것만 봐도 심상치 않는 강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방심하지 마. 저래 보여도 모두 S급이야.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어.”

남자보다 작은 여인이 조용히 경고를 남겼다.

“살아 있으면 뭐해? 땅바닥도 없는 곳에서 어쩔 건데.”

남자는 흥 소리를 내며 비행기가 폭발한 곳을 지켜보았다.

우웅.

“어라?”

시간으로 치면 고작 해 봐야 1초.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갑작스럽게 생성된 금빛의 링이 폭발로 빗어진 홍염의 굴레를 둘러쌌다.

그 뒤, 두 개의 링이 중첩되더니 폭연이 점차 사라지고 기체가 부서진 상태로 붕 떠 있었다.

쿠구구구구.

폭연이 걷혀지고 나니 거기에는 압도적인 마나의 출력이 세 개나 퍼져 나왔다.

제일 먼저 권압으로 폭염을 밀어내고 있던 권정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꼬리 부근에는 타냐가 검은 나이프를 빙그레 돌리며 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머리 부근에 있던 건우가 오른손으로 회귀의 링을 제어하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항공기를 완전히 복원시킬 수 있었지만.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늦게 복원하는 중이었다.

믿기지 않는 그 모습에 습격자들은 당혹을 금치 못했다.

“oh my god.”

“저건 대체 무슨 능력이야.”

당황한 그들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대응에 취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건우의 오른손이 용에게 향했다.

[역중력 마법을 발동했습니다.]

허공을 휘젓고 다니던 용은 그대로 몸이 경직됐다.

용의 전신은 건우의 마력에 휘감겨 금방이라도 딸려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용 역시 상당한 힘을 가졌는지 건우의 힘에 힘겹게나마 저항하고 있었다.

스릉.

화가 단단히 났는지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사인검, 적과 청을 꺼내 들었다.

중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권정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야, 뭐 하게?”

“예절 교육시켜 줘야 되지 않겠어요.”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건우는 그대로 허공에 몸을 던졌다.

후우우우웅!

건우는 역중력 마법을 시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자살을 하기 위해서 뛰어든 것도 아니다.

추락 직후에도 건우는 검을 휘두를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용과 거리가 50미터에 이를 즈음에는…….

희번뜩!

건우는 두 자루의 검에 그대로 힘을 전개했다.

사아아아악!

니제르 이식, 사편.

검붉은 참격과 검푸른 참격이 독니를 꽂으려는 뱀처럼 용의 몸을 가로질렀다.

-크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비늘이 잘려나가며 허공에 용의 피가 흩날렸다.

건우가 그대로 숨통을 끊기 위해 재차 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순간.

카앙!

용의 몸에 올라탄 사내가 대검으로 일격을 막아 냈다.

“아아, 이 녀석 정말 위험한 녀석이잖아.”

건우는 허공에 검을 던지더니…….

콰직!

그의 안면에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아악!”

주륵.

남자는 그대로 용의 몸 위로 밀려 날아갔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 한 발작을 딛는 순간.

스윽.

어느새 두 명의 인영이 건우를 견제하고 있었다.

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영어로 말해 주었다.

“어떤 목적으로 온 건지 대강 짐작은 된다만, 먼저 방아쇠를 당겨 주면 고맙지. 죽일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준 거잖아.”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

쩌적.

그와 동시에 건우의 주변에 얼음송곳들이 하늘을 메울 정도로 생성됐다.

파직!

그리고 그 끝에는 사람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전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

적들은 일제히 숨을 참으며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켜 넘겼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건우는 한국말로 냉담하게 선언했다.

“지옥으로 떨어져라. 피라미들아.”

발설 직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뇌전이 맺힌 아이스 미사일이 용의 몸에 퍼부어졌다.

11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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