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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95화 (95/308)

95화

라스베가스 경매사건으로부터 사흘이 흘렀다.

건우의 비자는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건우는 별수 없이 마탑에 장시간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에서의 일과는 정신이 없었다.

교수들과 논쟁을 벌인다던지, 아니면 생도들한테 갑자기 인기가 많아져 종종 팔로우 맺자는 말을 듣던지.

신기한 건 미국정부나 길드로부터 아직까지 별다른 접촉이 없다는 것이다.

의외로 이 상황에 먼저 질린 건, 건우가 아니라 세이비어였다.

-그냥 미네르바 타고 확 가 버려라. 나도 이제 미국 드라마 질린다. 막장의 맛이 이렇게 없어서야. 쯧쯧

“…….”

세이비어의 귀국 목적을 오로지 한국의 막장드라마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너도 슬슬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지겹기는 한데,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점이 말이냐?

“여긴 마탑이니까 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하긴.

세이비어는 건우의 말에 동의했다.

세계의 내로라고 하는 각성자들이 모여 있는 마탑.

이곳에서는 학문이든, 전력보강이든, 인재자원이든 한국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니 이건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때때로 연구자들의 논문을 보던 중 세이비어가 천재가 있다며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식견을 넓히고 인맥을 키운다.

마탑은 이런 긍정적인 의미에 충분히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전력 보강의 시점이었다.

이것은 마탑에서 해 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 순간 이그너스의 반지에서 빛이 발했다.

[게이트를 형성했습니다.]

우웅!

건우의 눈앞으로 순식간에 회백색의 게이트가 떠올랐다.

모처럼 던전 보스로서 자신의 던전에 귀환하는 순간이었다.

***

건우는 간만에 자신의 던전에 발을 딛고 있었다.

“많이 달라졌네.”

갑작스런 힘의 상승 때문일까?

던전을 들어섰을 때 평소와 다른 위화감이란 게 풍겨 왔다.

그것뿐만 아니라 기품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건우가 들른 곳은 2계층, 얼음미궁이었다.

권좌에 앉아 잠을 취하고 있던 세피아는 건우와 마주치자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도 가만 보면 많이 심심해 보이네.”

세피아는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건우는 그 반응이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섭섭한 말을 했으면 표정에서 드러났는데, 지금은 그저 묵묵히 따를 뿐이었다.

둘은 곧장 이그너스의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의식의 제단.

그 주변으로는 바포메트 의식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마정석이 잔뜩 쌓여 있었다.

“노가다 안 하게 해 준 점에서 그 깍쟁이 아가씨한테는 진짜 고마워해야겠네.”

건우는 이 어마어마한 양의 마정석을 선물해 준 리리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세피아 준비됐지?”

세피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씩.

건우는 피식 웃으며 반지를 들어 제단의 기능을 발동시켰다.

3성에서 4성급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은 바포메트 자체와 동일했다.

[등급 상향 의식이 행해집니다.]

우웅!

주변을 둘러싸던 마정석들이 일제히 보랏빛을 남발하며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세피아의 몸이 빛으로 휘감겼다.

쿠구구구구

이어서 세피아의 전신에서 흉흉한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모든 것을 얼려 버릴 것만 같은 새하얀 냉기였다.

‘엄청나네.’

의식의 제단에서는 지금 현상으로 인해 미미하게 지진이 일어났다..

재앙이 점차 자신의 전성기를 되찾는다.

물론 충성도 시스템에 대해서는 신뢰는 하고 있었다.

다만 강해진 세피아는 건우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건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미 각오하고 있었어.’

[세피아의 등급이 3성에서 4성으로 상승됩니다.]

[세피아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됩니다.]

우웅.

의식을 진행한 지 48시간이 흘렀다.

“후우.”

이쯤 되니, 세피아의 의식을 진행하고 있던 건우의 피로도도 급격히 상승했다.

스스스스.

그리고 의식이 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스윽.

세피아의 형체가 변모됐다.

이전에는 150cm의 정도였다면 지금은 160cm으로 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몸에 착용하고 있던 빙결의 갑옷도 크게 변했다.

사아아악.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대기가 응결됐다.

[세피아의 충성도: 100퍼센트]

다행히 충성도에는 조금의 변동도 없었다.

“위급한 상황 아니면, 지혜 앞에서는 그 기운 내뿜지 마라.”

끄덕.

세피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건우는 그대로 세피아의 상태창을 살폈다.

<창빙의 군주, 세피아>

-등급: ★★★★

-설명: 이그너스 관할 얼음미궁의 최종 보스.

-능력치

체력: 3700 공격력: 2950 방어력: 8500 마력: 8200

“너 혼자만 너무 비정상적으로 세네.”

건우는 같은 4성급인 바포메트가 절로 불쌍해졌다.

세피아.

그만큼 그녀는 등급으로 측정할 수 없는 힘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꽈악!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오히려 전율에 몸을 떨었다.

세피아 그녀는 단독으로 S급 헌터에 준하는 보스였으니 그만큼 건우에게 큰 전력이 될 것이다.

***

캘리포니아의 마탑.

시간은 12시.

마탑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춘삼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메뉴판을 본 그는 결국 절규를 터뜨렸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이 정도면 희귀생물인데?’

건우는 콜라를 마시며 그 반응을 재밌게 지켜봤다.

“아직까지 먹을 만하지 않냐? 콩으로 만든 패티가 맛있다고 하더라.”

“집어치우십시오!”

춘삼은 혈안이 된 눈동자로 건우를 노려봤다.

“아침, 점심, 저녁. 고기, 고기, 고기! 느글거리지도 않습니까?!”

“나도 느끼하지.”

느끼한 건 건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콜라만 홀짝이고 있지 않은가.

춘삼은 더욱 광분했다.

“이러다가 혓바닥이 기름에 절어서 죽기 일보 직전이에요!! 밖에 가서 한식을 먹으러 갑시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외모는 제일 미국인 같인 생긴 놈이 특이하네.”

“제 혓바닥은 토종 한국인의 혀입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건우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불평을 더 듣다가는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다.

출구로 발걸음을 향하는 순간,

웅성웅성.

마탑의 생도들이 떠들썩거리며 입구에 몰려 있었다.

“세상에 진짜 테오도르야.”

“그것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도 다수인데.”

시선이 주목받는 곳에는 은백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있었다.

사제복 위에 갑주를 걸친 그 모습으로 보아하니 가디언 계열의 헌터였다.

그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건우는 휘둥그레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S급.”

몸에 흘러넘치는 백색의 기운이 활화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나는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의 역량일 뿐이다.

‘저 정도면 서일도 대표님이랑 거의 비슷한 경지인데.’

역시 미국.

S급 헌터의 스케일도 남달랐다.

건우가 혀를 내밀고 있을 때, 테오도르가 건우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는 다짜고짜 건우의 손을 양손으로 붙들며 말했다.

“일전에 뉴욕에서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히어로.”

“히, 히어로요?”

낯 뜨거운 칭호에 건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신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 뭐. 이건 잠깐 놓고 이야기하죠.”

끈적끈적한 시선이 부담된 건우는 그의 손을 떼어 놓았다.

바로 뒤에서 누군가 테오도르의 어깨를 붙들었다.

“잠깐 나와 있어.”

테오도르는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뒤에 있던 남자는 앞으로 선뜻 나서며 자기소개를 했다.

“어비스 길드의 부대표, 세르게이입니다. 뒤쪽에 계신 분들은 미국 관료들이고요. 찾아온 용무는 예상되시죠?”

‘드디어 온 건가?’

건우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말했다.

“장소를 옮길까요?”

***

마탑에 마련된 응접실.

그곳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S급 헌터부터 대형 길드 임원, 그리고 정부 관료 사람까지 모여 있었다.

‘화려하게도 모여 있네.’

건우는 내심 놀랐지만 침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찾아오신 용건은 뭔가요?”

정부 관료, 랜디 크루거가 입을 열었다.

“먼저 뉴욕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건우 헌터가 아니었으면 하마터면 쑥대밭이 될 뻔했습니다. 보상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훈장수여식 이야기와 차후 활동에 대해서 긴히 논의하고자 찾아왔습니다.”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훈장은 삼가주세요. 이 이상 눈에 띠는 활동은 하고 싶지 않아서요.”

냉담한 거부였지만, 랜디 크루거는 아무렇지 않게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였기 때문이다.

“차후 미국에 같은 위기가 오면, 감당할 여력이 안 됩니다. 그 때문에 미국은 당신과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아, 그래요.”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에서 S급 헌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국이 무엇을 더 욕심이 낸단 말인가.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합중국에 와주시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겁니다.”

“그건 뭐 그렇겠죠.”

건우는 인정한다는 듯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F급 헌터였을 때의 서러움을 생각하면 아직도 피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한국 헌터 사회는 그야말로 부조리와 인맥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S급이 아니라면, A급이라도 멸시를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한국 사회였다.

진상인 아크 길드, 그리고 최근에 더욱 진상을 부렸던 강원 연합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에 비해 미국은 확실하게 사람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미국의 S급 헌터들이 자국을 떠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도 저한테 생각은 없는데요.”

“그, 그런.”

맞은편에 앉아 있던 테오도르는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랜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계약사항과 조건 등이 적힌 문건을 보여 주었다.

“만약 저희한테 와주신다면, 이 대우를 약속드립니다.”

“잠깐 한번 보겠습니다.”

문건을 받아 든 건, 건우가 아닌 춘삼이었다.

그는 집중해서 문건을 읽다가 손을 부르르 떨며 랜디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 제가 가면 안 될까요?”

“…….”

랜디는 잠시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꽈악!

건우는 춘삼의 머리를 으스러질 듯 쥐었다.

“크아아악!”

작은 소란이 끝나고 건우는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랜디가 제시한 조건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히 애국심 때문은 아니었다.

이 조건은 건우의 발목을 붙들 게 뻔했다.

그 때문에 입을 떼는 건 딱히 어렵지 않았다.

“거절하겠습니다.”

“…….”

“혀, 형님!”

랜디는 할 말을 잃었고 춘삼은 경악했다.

그가 내민 조건은 미국의 헌터 가문과 거의 동급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어디 나라에서도 해 줄 수 없는 최상급 대우였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바쁩니다. 미국에만 있을 순 없어요.”

“알겠습니다. 안타깝군요.”

랜디가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제가 섭외를 해 보고자 합니다. 저와 같이 파티를 꾸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무슨…….”

랜디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건우의 질문이 향한 곳은 그가 아니었다.

제안을 받은 이는 바로 테오도르였다.

“……네?”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침울해 하고 있던 테오도르는 깜짝 놀라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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