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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94화 (94/308)

94화

단 한 번의 기습.

그것은 여유 만만했던 야마타노 오로치의 요원들을 혼란에 몰고 가기 충분했다.

그들은 레이드에 특화되었지만 암부로도 일하는 각성자들이었다.

부로 일하면서도 그들은 레이드에 특화된 각성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목책을 잃은 어린 양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스케일이 달라.’

스가베는 건물을 통째로 베어 버린 건우의 저력에 아직까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반면 쿄지는 아예 넋을 놓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시행한 납치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쿄지는 자신의 계획을 망친 건우를 바라보다 이내 눈을 부릅떴다.

“네, 네놈은?! 경매장에서…… 아틀란티스의 열쇠를 가져간 놈.”

“가져가지 않고 내가 산거다만?”

건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였다.

“으음.”

그때 건우의 품에서 리리스가 눈을 떴다.

“……여, 여긴?!”

졸린 얼굴로 눈을 꿈뻑 뜬 리리스는 황급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복면을 쓴 야마타노 오로치 무리와 자신을 안고 있는 건우.

그녀는 대뜸 눈매를 좁히며 건우를 노려봤다.

“……광대 씨. 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대놓고 의심하는 목소리에 건우는 조금 상처를 입었다.

“뭐 하긴. 구하러 왔잖아? 세상모르게 잘 자던데.”

“자, 잔 게 아니라 기절한 거거든요!”

부끄러웠는지 리리스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진까지 다 찍었어.”

“지, 지우지 않으면, 가만 안 놔둘 거예요!”

리리스는 얼굴을 화끈 붉히며 손톱을 세우려고 했다.

“농담이야.”

맥이 빠졌는지 리리스는 곧 손목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 고마워요.”

귀 끝은 묘하게 빨개져 있었다.

그때 쿄지가 걸어오며 일본어로 중얼거렸다.

“재잘재잘 시끄럽군. 내가 만만해 보이나? 아틀란티스의 열쇠를 내놓지 않으면 너희 모두 여기서 죽이겠다.”

아까까지 겁먹은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것은 그의 뒤를 지키고 있는 야마타노 오로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형태가 다른 가지각색의 검을 꺼내고서 진을 치고 있었다.

리리스는 움찔 몸을 떨다 입을 열었다.

“저 자들 해치울 수 있나요?”

“글쎄. 내 힘으로는 조금 부족할 것 같아.”

“그런가요?”

리리스는 진지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런 리리스를 쳐다보며 건우가 슬그머니 귓속말로 말했다.

“너가 도와준다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뭐, 뭔데요?”

리리스는 고인침을 삼키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인참사검, 청색만 건네주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

진지하게 듣다 괜히 손해 봤다.

그녀는 곧 버럭 화를 냈다.

“아아아악! 당신 진짜 치사하신 거 알죠?!”

“모처럼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보면 안 되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파르르르르.

리리스는 협박 아닌 협박에 결국 한숨을 쉬며 수긍했다.

“좋아요. 넘겨드리죠. 대신 저는 절대 다치면 안 돼요. 만약 제 몸에 조금이라도 생채기라도 입으면 파르데비아의 원한을 사게 될 거예요.”

“물론이지.”

건우는 수긍하면서도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현 시대에서 파르데비아와 원한을 받는다면, 인생은 매장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리리스는 곧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들어 시동어를 외쳤다.

“아공간 오픈.”

우웅!

시동어를 외치기가 무섭게, 반지에서 사인검이 튀어나왔다.

<사인참사검-청>

-등급 : 레어

-설명 : 사인참사검-적과 세트용 아이템, 고대 오리엔트에서 장인에 손에 만들어진 명검

-내구도 70/75

*공격력 175 상승.

*세트 아이템으로 효과 발동 시, 등급은 유니크로 취급된다.

*세트 효과 발동 시, 숨겨진 효과가 발동된다.

리리스를 내려 둔 건우는 청색검을 손에 쥐며 말했다.

“꽤 보관을 잘해놨네.”

“진짜 저한테 소중한 거였다고요.”

리리스는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는 듯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적색도 꺼내 들어 양손에 나란히 손에 쥐었다.

두 개의 검은 이미 크게 훼손당한 상태였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호프너.’

이윽고 건우의 양손에 금빛의 기운이 발출됐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금빛에 젖어든 사인검이 복구되어 이내 전성기 시절의 빛을 발했다.

“다, 당신 설마?!”

리리스는 믿기지 않는 장면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세트아이템 효과‘유대의 힘’이 발동됩니다.]

<유대의 힘>

-공격력, 내구도가 두 배로 상승한다.

우웅!

건우는 곧 검신에 검은 오러를 두르기 시작했다.

치익!

이어서 두 검을 맞대고 부딪치자, 그 크기가 불꽃 형태로 증폭됐다.

“…….”

야마타노 오로치는 건우의 힘에 점차 전의를 상실했다.

못 이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라를 위해서 이 검을 놓을 수 없었다.

건우는 검을 휘두르기 전, 마지막 경고를 가했다.

“항복하는 게 좋을 거야.”

쿄지는 실성한 듯 몸을 떨며 외쳤다.

“웃기지 마! 여기서 우리가 무너질 것 같으냐? 너야말로 마지막 경고다.”

“아가씨.”

“왜요?”

“눈 감아. 이다음 장면은 내가 보여 주고 싶지 않거든.”

리리스는 눈매를 좁히며 따지고 들었다.

“……당신은 절 얼마나 애로 보고 있는 건가요?”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아?”

“정말이지.”

리리스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궁금하거나 칼부림이 무서워서라도 실눈을 뜰 법도 한데, 리리스는 온전히 건우를 믿고 있는 듯 보였다.

건우는 야마타노 오로치 일행을 보며 말했다.

“유언은?”

그의 말에 스가베를 비롯한 야마타노 오로치 일행이 동시에 외쳤다.

“죽어어어엇!!”

건우는 눈매에 힘을 주며 사인검을 교차했다.

니제르 육식, 섬전양익.

서걱! 콰아아아앙!

이색의 검격이 날개처럼 활개 친 순간, 야마타노 오로치 일행은 세상과 그대로 작별을 고했다.

***

시간은 아직 캄캄한 저녁이었다.

리리스는 건우에게 업혀 납치됐던 장소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니시마 쿄지는 일부러 놓아주었다.

외교 문제로 처리하겠다는 리리스의 말 때문이었다.

“이제 스스로 내려와서 걷지 그러냐?”

건우의 말에 리리스는 오히려 건우의 목을 꽉 붙들어 맸다.

그녀는 아직 건우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절 구할 수 있었으면서 일부러 사인검을 받으려고 시간 끈 거죠?”

“저, 정말 우연이라니까.”

말과 달리 건우는 양심이 찔린 터라 말을 더듬었다.

리리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 광대 씨. 혹시 뭐 원하시는 거 있어요? 절 구해 주신 보수로 드릴게요.”

“일 없다.”

리리스는 볼을 뾰루퉁 부풀렸다.

“빨리 말 안 하면 목 졸라 버릴 거예요.”

‘구해 줘도 귀찮게 하네. 아 그러고 보니 마정석 재벌이라고 했지.’

“순도 A급의 마정석 32000개 정도.”

리리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해요?”

‘애한테 뭘 요구하는 건지. 원’

건우는 피식 자조 어린 웃음을 지었다.

저도 모르게 세피아의 등급 상향을 위한 마정석 개수를 말해 버렸다.

“농담이니까 신경 꺼라.”

“…….”

리리스는 입술을 샐쭉 내밀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가씨!”

다수의 인원과 대기하고 있던 마야가 달려왔다.

건우는 리리스를 내려 주었고, 마야는 그대로 그녀를 껴안았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더 늦었더라면 가주님께서 연락하려고 했습니다.”

“그랬으면 아예 가출을 선택했을 거야.”

생각만 해도 끔찍했는지 리리스는 파르르 떨었다.

건우는 문득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딸 찾겠다고 인공위성부터 시작해서 핵잠수함까지 움직이실 분이니까요.”

“아…….”

스케일이 너무 엄청나서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마야는 건우를 보며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뭐 됐어요. 보상은 충분히 받았으니까요.”

건우는 진심이었다.

옛 동료의 검을 찾은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건우가 등을 돌리려는 순간 리리스가 말했다.

“원한다면,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통해 마탑으로 보내드릴 수 있는데요?”

움찔!

건우는 등을 돌리며 물었다.

“가, 갑자기 마탑이 왜 나올까?”

리리스는 팔짱을 끼며 오히려 반문했다.

“제 입으로 이야기할까요?”

의기양양하면서도 오만한 자세, 그러면서도 기품을 지키고 있는 모습.

아무래도 그녀는 건우의 정체에 대해서 간파한 듯 보였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그 모습이 얄밉기 그지없었다.

씩.

가면 안쪽에서 건우는 피식 웃고 있었다.

“난 아직 할 일이 있어서 여기 남을 생각이야.”

“그래요? 아쉽네요. 그럼 여기서 작별인 건가요?”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해. 조만간 근사한 팀을 꾸려서 갈 테니까.”

“언제든지 환영할게요.”

리리스는 활기차게 웃어 보였다.

잠시 후, 리리스는 세 자리 이상의 호위를 받으며 라스베가스를 빠져나갔다.

한편 건우는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삐리리.

그런 건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지만 건우는 이 번호의 주인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번호는 구출활동을 통해 연락했던 리리스의 번호였기 때문이다.

삑!

건우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즉각 통화에 응했다.

[아직 그 자리에 있나요? 광대 씨.]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한 사람의 번호를 알아내는 것쯤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어서요.]

‘역시 정체가 발각됐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때문에 연락한 건데?”

[아무래도 당한 것도 있고 은혜도 갚아야 돼서 한꺼번에 하기로 했어요.]

“그게 무슨?”

말을 하기가 무섭게, 거대한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트럭이 건우의 앞에 정차했다.

“헤이!”

컨테이너 문 쪽에서는 트럭 운전수가 느닷없이 건우에게 손짓으로 오라고 했다.

‘……뭐지?’

건우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도 리리스가 계속 말을 걸어왔다.

[당신은 오늘 큰 실수를 했어요. 첫째, 절 너무 어린애 취급을 했다는 점. 둘째, 사인검을 얻기 위해 치졸한 수법을 썼다는 점. 셋째, 저에게 은혜를 입게 한 점이에요.]

“세 번째는 실수라고 하기 뭐하지 않나?”

트럭 운전수는 건우에게 컨테이너 문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도와달라는 건가?’

건우가 컨테이너 잠금장치를 풀자, 트럭 운전수는 당기라며 신호를 주었다.

“원, 투, 쓰리!”

끼익!

그리고 문을 잡아당긴 순간, 안에 있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뭐, 뭐야?!”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그것들은 모두 마정석이었다.

그것도 순도 A급.

“서, 설마!”

수화기 너머에서는 리리스의 소악마 같은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당신이 원하는 마정석 32000개. 현장에서 모두 조달받기로 한 거니까 알아서 수습하세요. 그럼 다음에 뵙기로 하죠.]

삑!

그렇게 통화는 종료됐다.

“야!”

어처구니가 없던 건우는 버럭 소릴 내질렀다.

-은원관계는 확실한 게 좋지. 허허허허. 어린 게 참 요망하구나.

“에휴.”

건우는 이마를 매만지며 컨테이너에 있는 마정석을 마법으로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Thank you!”

트럭운전수는 건우에게 엄지를 추켜세우며 떠나갔다.

건우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마정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귀염성 없는 꼬맹이야.”

-그건 아마 동족혐오 때문일 게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말이에요?”

-성격을 보니, 사람 약 올리는 게 딱 너랑 비슷하구먼.

“……저 삐질 겁니다.”

-삐지던지.

“방에서 TV 빼달라고 할 겁니다.”

-내가 잘못했다.

“…….”

왜일까?

어째서인지 전혀 사과가 사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9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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