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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93화 (93/308)

93화

경매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해머프라이스조차 긴장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1억 200만 달러. 더 없습니까?”

아니, 정확히는 일본 측 대표, 니시타 쿄지를 쳐다봤다.

“…….”

겨우 100만 달러 차이지만 니시타 쿄지는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애써 부른 1억 100만의 금액조차 자신의 사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더 이상은 무리였다.

쿄지가 눈을 감은 순간, 해머프라이스가 힘껏 외쳤다.

“네. 1억 200만 달러! 433번 손님.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모두가 박수로 낙찰자를 축하해 주었다.

역대급으로 펼쳐진 이벤트 경매는 이것으로 종료됐다.

사람들이 모두 경매장을 떠나며 건우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리리스는 자신의 볼을 꼭 꼬집었다.

아픈 걸 보니, 역시 꿈은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딱 한 마디의 문구만 스쳐 지나갔다.

……미쳤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리리스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건우에게 말했다.

“제, 제정신이세요? 이번 경매참가 조건은 알고 계시는 거예요?”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S급 헌터 네 명 이상 파티를 맺을 수 있는 팀만 가능하다며.”

“그, 그게 가능하다고요?”

“가능하니까 내가 이런 미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겠지.”

“…….”

스스로도 미친 짓임을 자인하고 있으니 리리스는 도리어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뒤에서 춘삼이 건우의 어깨를 꽉 짚었다.

“혀어어어어엉님!!”

춘삼은 말을 끌며 원망과 울분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저 얼굴에 피눈물을 그려 넣으면, 딱 전설의 고향에서 나올법한 서양 귀신의 형상이었다.

“…….”

D급 헌터 주제에 이 순간, 진심으로 S급 헌터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건우는 태연한 척, 춘삼에게 물었다.

“……지출 가능하지?”

“가능하죠. 형님 전 재산의 80퍼센트까지 갖다 썼는데!!”

“세상에 건우 씨. 돈 그렇게 많았어요!”

시엘은 의외라고 느꼈는지 작게 입을 벌리며 감탄하고 말았다.

“빚진 거 아니면 됐어.”

엄청난 금액을 불렀지만, 건우는 후회하지 않았다.

열쇠 하나에 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썼다.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은 맞다.

하지만 건우는 단순히 아틀란티스 순찰만을 목표로 열쇠를 구매한 게 아니다.

건우는 울상을 짓고 있는 춘삼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울지 마라.”

“크윽. 형님 때문에 우는 거잖습니까.”

춘삼은 진심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시엘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건우는 그런 춘삼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걱정 마라. 이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야. 아마 지금 지출한 금액의 100배는 거둬들일 수 있을 거다.”

“배, 백 배요?”

춘삼은 귀를 쫑긋거렸다.

……100배.

한화로 약 11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아이고, 형님! 제가 이래서 형님을 믿고 따르는 겁니다.”

털썩!

춘삼은 무릎을 꿇고 건우에게 넙죽 절을 했다.

어느 순간 그의 눈물은 증발돼 사라졌다.

“…….”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현상에 시엘과 리리스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

경매 종료 후.

건우는 가장 먼저, 시엘과 춘삼을 급히 마탑으로 보냈다.

혹시나 꼬리를 밟힐까 싶은 마음이었다.

이동수단은 당연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였다.

‘이걸로 안심할 수 있겠네.’

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시대에 미네르바보다 빠른 것은 로켓을 제외하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건우는 리리스와 함께 라스베가스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직 사인검에 대해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쁘네.’

건우는 은연중 눈앞에 펼쳐진 베네치아 호텔의 야경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었다.

반면 리리스는 한참 동안 멀뚱히 건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가만히 입을 뗐다.

“그 가면 아직까지 쓸 참이에요.”

“이곳에서 얼굴 드러내서 좋을 일은 없잖아.”

건우는 확인 차, 가면을 꼭 눌러썼다.

“그래서 사인검 저한테 파실 생각은 없는 거예요?”

“오히려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인데?”

“후우.”

둘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서로의 주장만 고집할 뿐,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쪽 엄청 고집불통이신 거 아시죠?”

리리스는 한숨을 쉬며 거리의 벤치에 앉았다.

건우는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누구 한 명이 고집을 꺾으면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을래?”

리리스는 찌릿 건우를 노려봤다.

“제가 어린 앤 줄 아세요?”

“암만 봐도 애 맞는데?”

“애 아니에요!”

“거기 가만있어. 저기서 아이스크림 사 올 테니까.”

“……자, 잠깐!”

건우는 그대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바로 곁에서 리리스를 호위하던 마야가 그녀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아가씨. 그만 귀가하셔야 합니다. 가주님께서 걱정합니다.”

“그치만 나 갖고 싶단 말이야. 사인검.”

리리스는 뾰루퉁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홱 저었다.

‘하여간.’

마야는 쓴웃음을 지으며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위이이이잉!

그리고 그 순간 라스베가스 전체에 긴급재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긴급 상황! 현 지대 근처에서 3성급 게이트 출몰. 브레이크 사태가 퍼질지 모르니 시민들은 긴급히 이 지대에서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웅성웅성.

평화로운 축제에 찬물이 끼얹는 순간이었다.

동요한 시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대규모로 이동했다.

“아가씨. 떨어지지 마십시오.”

마야 역시 호위들과 함께 리리스를 둘러싸며 이동을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파앙! 파앙!

리리스 일행 주변으로 연막탄이 터졌다.

“콜록, 콜록 이, 이건 뭐야? 마야! 마야? 어디 있어?”

리리스는 기침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퍼억! 퍼억! 퍼억!

리리스를 감싸고 있던 경호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건 마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복부에 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가해진 기습 때문이었다.

“아, 아가씨! 도, 도망치세요!”

“마, 마야!”

리리스는 혼란스러웠다.

경호원들은 모두 모두 A급의 뛰어난 실력자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들이 당하다니,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야!”

리리스는 곧 마야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발을 박찼다.

타악!

연막 너머에서 날아온 손날이 그녀의 목을 살짝 내려쳤다.

“마, 마야.”

리리스는 그대로 기절했다.

안개 너머로는 검은 복면을 한 각성자가 리리스를 조심히 안아 들었다.

“타켓 A 생포했습니다.”

[철수해.]

그들은 수화기 너머에서 명령이 흘러나오자, 쏜살같이 사라졌다.

“아, 아가씨. 아가씨!!”

마야는 피를 울컥 토하며 절규했다.

콰앙!

그러다 도로를 힘껏 때리며 이를 갈았다.

“젠장!”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애를 썼다.

스스스스.

그때 금빛 마나의 무리가 요람의 형태를 띠더니 그녀를 비롯한 경호원들을 가두었다.

“이, 이건.”

적의 함정인가 싶어 마야가 이를 악물며 일어서려는 찰나.

“다쳤으면 그냥 얌전히 누워 있어요.”

안개 너머로 광대가면을 쓴 건우가 양손에 아이스크림 컵을 들며 등장했다.

빠득!

그녀는 이를 갈며 화를 냈다.

“농담하지 마!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이거 풀어! 난 한시라도 빨리 아가씨를…….”

건우는 그녀의 말은 듣지 않고 투덜거렸다.

“내 참 무슨 아이스크림 한 컵에 9달러나 해. 더럽게 비싸네.”

급박한 와중에 긴장감을 뚝 떨어뜨리는 한마디였다.

“…….”

게다가 1억 달러를 펑펑 쓰고 다니는 남자가 저런 말을 하니 너무 쪼잔해 보였다.

할 말을 마친 건우는 조심스럽게 마야의 품을 뒤졌다.

“뭐, 뭐하는 짓이냐?”

당황한 마야는 얼굴을 붉혔다.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어느새 건우의 손에는 그녀의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그, 그게. 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거 네가 쓴 스킬이지. 빨리 풀어!”

이성을 되찾은 마야가 버럭 화를 냈으나, 건우는 무시하고 그녀의 핸드폰 패턴을 풀어냈다.

“패, 패턴을 어떻게?!”

“아까 손 모양 보고 읽은 것뿐이에요.”

건우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통화목록을 뒤지다 피식 웃었다.

“깍쟁이 아가씨(Fox lady)로 저장한 게 리리스인가보네요.”

“너, 너!!”

마야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했다.

“이건 몸 다 나으시면 드세요.”

건우는 바닥에 내려 둔 아이스크림을 가리킨 뒤, 발걸음을 옮겼다.

“어, 어디 갈 생각인 거야?”

“깍쟁이 아가씨 구하러 갑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시고 쉬고 계세요.”

대답을 마친 건우는 그대로 연막 너머로 사라졌다.

***

라스베가스 근처.

니시타 쿄지는 아지트로 삼은 폐건물에서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해, 해냈다.”

그의 눈앞에는 놀랍게도 어느 나라에 가든 국빈급 대우를 받는 파르데비아 일족이 있었다.

뒤에는 리리스의 경호원들을 제압한 A급 헌터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일본 정부의 음지에 숨어 있는 암부였다.

조직명은 야마타노 오로치.

전부 A급 헌터로 구성된 정예부대였다.

그리고 그들을 통솔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관료인 니시마 쿄지였다.

야마타노 오로치를 통솔하는 리더, 스가베는 걱정스런 어투로 말했다.

“괘, 괜찮겠습니까? 잘못했다가는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쿄지는 버럭 화를 냈다.

“그냥 돌아갔다가는 내가 작살이 나! 국익에 도움도 되지 않는 쓸모없는 개 취급을 받겠지.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상관없나?”

“…….”

스가베는 고개를 수그렸다.

지금 와서 돌이키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는 것이다.

삐리리.

바로 그때 리리스의 핸드폰이 울려 퍼졌다.

“크흠.”

쿄지는 최대한 목소리를 다듬으며 전화를 받았다.

“……누구지?”

[어째서 아가씨를 납치했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쓸데없는 짓은 삼가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분이 누군지 아신다면.]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젊은 남성의 것이었다.

침착하고 낮고 굵은 음성.

분위기는 무척 차분했다.

쿄지는 애써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

“요구 조건이 있다. 조건을 수락해 준다면, 무사히 너희들의 아가씨를 풀어 주지.”

[요구 조건이 뭡니까?]

“아틀란티스의 열쇠, 그리고 게이트의 좌표다. 이 두 개만 넘겨준다면, 아이한테는 해코지할 일은 없을 거다.”

[그건 이미 경매에 매진됐습니다. 없는걸 어떻게 만들어냅니까?]

“그렇다면, 협상 결렬이군.”

[다른 조건을 제가 제시하겠습니다.]

‘진작 그랬어야지.’

쿄지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조건이 뭔가?”

그러나 이어진 상대가 내뱉은 말은 그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3초 안에 아가씨를 풀어 주십시오. 무시하면 제재에 들어가겠습니다.]

“…….”

허세인가? 진실인가?

쿄지는 갈팡질팡하며 스가베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스가베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눈치껏 수신호로 가르쳐 주었다.

“훗.”

여유를 찾은 쿄지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해 볼 수 있으면 해 봐. 네놈들의 아가씨가 시신이 돼서 돌아갈 줄 알아.”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뭐?!”

예상치 못한 단호한 말에 쿄지가 눈을 부릅뜬 순간,

후웅! 서걱!

예리한 풍압이 건물을 반 토막으로 통째로 썰어 버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야마타노 오로치 인원 두 명은 팔, 다리 등의 신체가 토막 났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부상자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쿠구구!

이윽고 건물이 무너져 내릴 기미를 보였다.

“피, 피해!”

당황한 야마타노 오로치 일행이 머뭇거리는 순간이었다.

우웅!

무너져 내린 잔해물 더미들이 금빛의 링에 휘감기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갈라진 틈새 사이로 광대가면을 쓴 건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게 무슨??!”

건우는 느긋하게 리리스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이러면 게임은 끝난 건가?”

9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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