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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92화 (92/308)

92화

건우의 냉정한 답변에 리리스는 당황했다.

“시, 싫다고요?”

굳이 두 번이나 확인해 볼 필요까지야.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싫은데.

…………싫은데.

일순간 건우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리리스의 얼굴은 어느새 붉게 상기돼 있었다.

‘창피하겠지.’

건우는 내심 반성했다.

애도 아니고, 아무리 조건반사였다 해도 정중하게 거절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차갑게 말해서 미안. 그럼.”

건우는 그대로 무리 사이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자, 잠깐!”

리리스는 크게 소릴 지르며 건우의 발을 멈춰 세웠다.

“왜?”

그녀는 파르르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을 뗐다.

“그 사인검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은데, 당신한테는 하등 쓸모가 없어요.”

“그걸 네가 무슨 근거로 판단하는 건데?”

“그 검은 사실 형제검이에요. 당신은 남은 한쪽 검을 죽었다 깨나도 못 찾을 테니, 그냥 나한테 넘기세요.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이 산 두 배 가격에 살게요.”

리리스는 진지했다.

경매가 아닌 이상, 그녀는 파르데비아 가문의 예산을 어느 정도 융통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녀가 꺼낼 수 있는 마지막 비장의 수였다.

스윽.

건우는 허리를 굽혀 리리스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싫다고 말했잖아. 이 아가씨야.”

역시 돌아오는 답변은 냉혹했다.

“…….”

두 번째 거절.

고백한 것도 아닌데, 리리스의 얼굴은 민망함에 홍시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주변에 있던 호위들은 은연중 모른 척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천하의 리리스가 이렇게 당하다니.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에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게 그들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건우는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리리스의 말에 흥미로운 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검이 세트란 점을 알고 있고, 다른 쪽 검은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들어 보면, 청색검은 네가 가지고 있나 보네.”

“그, 그렇다면요?”

리리스는 긴장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건우의 심리전에 말려든 것이다.

“그걸 나한테 팔아줬으면 좋겠는데.”

“당신도 사인검을 원한다는 말이죠.”

그 말에 리리스는 여유를 되찾고서 웃어 보였다.

상대 역시 사인검에 대해서 간절하기는 매한가지라면, 결코 상대가 협상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 못 넘겨줄 것 같은데요.”

“흐음.”

건우는 고심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이 고집불통 아가씨에게 남은 사인검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때 리리스의 뒤에서 호위를 서고 있던 마야가 말을 걸어왔다.

“……아가씨. 이제 경매가 시작됩니다.”

리리스는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떻게 할래요?”

“계속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럼 저랑 좀 더 같이 있어야겠네요.”

리리스는 마야를 돌아봤다.

“이 사람들도 경매에 참가시키세요. 가능하죠?”

“네, 가능합니다.”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자릿세는 특별히 제가 내드리죠.”

리리스는 오만함이 똘똘 뭉친 눈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그런다고 검은 안 팔 거야.”

“괜찮아요. 당신은 결국 저한테 납득하고 검을 넘길 테니까. 자, 그럼 가 볼까요?”

리리스는 성큼성큼 VIP석으로 향했다.

그녀의 뒷모습이 들뜬 것을 눈치챈 시엘은 싱긋 웃고 말았다.

“어머, 제법 귀여운데요.”

반면 춘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저 아가씨. 엄청 당돌합니다. 딱 봐도 고집불통이라서 형님 곁을 떠나지 않고 팔라고 물고 늘어질 게 뻔합니다.”

건우는 가면 안쪽에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귀염성 없어.”

***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됐다.

방금 전까지 경매를 진행하고 있던 해머프라이스는 의상부터 남달랐다.

몸의 핏을 쫙 맞춘 검은 턱시도에 선글라스.

얼핏 봐도 이벤트에 맞춰 엄청 힘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경매 참가자는 서른 명 안팎.

조그맣게 말해도 들리는 거리에 있었지만, 그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오후 경매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번 경매는 이벤트 중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르르륵!

무대 위에서는 바니걸 복장을 한 여성들이 카트를 굴리며 다가왔다.

“이번 경매품은 바로 이거입니다.”

팔락!

해머프라이스는 카트를 덮은 휘장을 손수 집어 던졌다.

카트에는 유리관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유리관 안에는 4개의 푸른색 열쇠가 진열되어 있었다.

“오오!”

반짝이는 광택과 푸른 돌의 재질이 아름다운 빛깔을 자아내고 있었다.

미관과 형체만으로도 그것은 보통 아티팩트가 아니라는 것임을 사람들은 인식할 수 있었다.

“……저건 뭐예요?”

-나도 모르겠구나.

놀랍게도 열쇠는 건우와 세이비어도 모르는 아티팩트였다.

‘상태창으로는 보이겠지.’

건우는 눈에 힘을 주고 열쇠를 살폈다.

“마, 말도 안 돼.”

그러고는 화들짝 몸을 일으켰는데, 반응으로 보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깜짝 놀란 춘삼과 세이비어가 동시에 물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왜, 왜 그러냐?

“…….”

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해머프라이스가 크게 입을 열어 열쇠에 대해 소개를 했다.

“여러분들 놀라지 말아주십시오. 이 열쇠는 놀랍게도 아틀란티스 대륙을 탐사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오오오오오!”

아까 참석한 인원보다 적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환호성은 아까보다 더 컸다.

“아, 아틀란티스?!”

“소문이 진짜였단 말인가?”

“역시 저건 우리 국가에서…….”

소문대로 각 국가에서 온 정계와 경제계 인사들이 수군덕거리기 시작했다.

세이비어는 일전에 TV에서 접한 지식을 일컫기 시작했다.

-아틀란티스라면? 잃어버린 신비의 대륙을 말하는 게냐?

“……맞아요.”

-에끼,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라. 요놈들.

세이비어가 비웃으려고 하는 찰나, 건우는 진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사실이에요.”

-뭐야?!

세이비어는 경악했고 건우는 다시 한번 상태 창을 살폈다.

<아틀란티스의 열쇠>

-등급 : 유니크

-설명 : 바닷속에 가라앉은 거대한 대륙, 아틀란티스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

-내구도 5/5

“…….”

주변에 침묵이 감돌자, 해머프라이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 갔다.

“경매를 진행하기에 앞서, 파르데비아 가문에서는 3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해머프라이스는 검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첫째, 열쇠를 구매하신 분께서는 S급 헌터 4명을 겸비한 파티를 갖추고, 반드시 파르데비아 가문 출신의 자제와 같이 레이드를 동행해 주셔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탐사 기록은 파르데비아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맡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곧 두 번째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둘째, 아티팩트와 유물에 관한 것은 당연 열쇠를 구매한 분께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건 맞지만, 열쇠가 4개가 있는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60일 후에 동시에 던전으로 진입합니다. 그 시간 동안 레이드 전력을 갖추신 분들께서는 파르데비아 가문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묵을 수 있습니다. 비용은 물론 파르데비아에서 전부 지원합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건우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할 거면, 구태여 경매를 하는 이유가 뭐지?’

누가 봐도 파르데비아는 돈이 아쉬워서 경매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아틀란티스에 관한 정보 그 자체인 게 분명했다.

해머프라이스는 이내 세 번째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세 번째, 경매에서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부른다고 해도 열쇠는 한 국가에서 두 개 이상을 구매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묘안이다.

설명을 다 들은 세이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요?”

-우리조차도 몰랐던 아틀란티스라면 분명 탑과는 긴 시간 동안 접촉 없이 그 문화를 보전했을 테니까. 분명 특별한 유산이 있을 게다. 모두 그걸 원하는 게야. 만약 실력이나 재력 순으로 열쇠를 분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국이 독점했겠죠.”

미국은 4팀 이상의 구성원을 전부 S급으로 꾸릴 정도로 강대한 나라였다.

-특정 국가에 힘을 몰아주면,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게 뻔하지. 파르데비아 가문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매라는 방식을 채택한 거지.

“아.”

건우는 그제야 이 경매의 내막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해머프라이스는 거듭 설명을 이어 나갔다.

“자, 그럼 본격적인 경매를 하기 전에 파르데비아 가문에서 수중 탐사 로봇을 보내 살핀 아틀란티스의 풍경입니다.”

중앙에 놓여 있는 거대한 스크린으로 심해에 있는 게이트가 엿보였다.

조금 뿐이기는 했지만, 영상에는 관중을 매료시키기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고대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게다가 곳곳에는 형형색색 빛나는 마정석까지 있었다.

분명 순도가 아주 높은 마정석일 것이다.

“……저건.”

건우는 그중 눈에 띄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해룡의 문양이 곳곳에 새겨진 신전.

그곳에는 얼핏 용 같은 것이 있었다.

콰앙!

그 순간 탐사용 로봇이 파괴됐다.

영상 시청을 마친 사람들의 반응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아주 흥미로워.”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들은 소년, 소녀라도 된 것처럼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속은 국가의 잇속을 챙길 심산으로 가득했다.

“할아버지. 아까 그건 뭐였죠?”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묵묵히 입을 다무는 것으로 보아 세이비어는 그 실체를 똑똑히 알아본 듯싶었다.

“……대답해 줘요.”

건우의 진중한 요구에 세이비어는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7성급 재앙, 프리메라의 허물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그 영상 가지고 판별하는 건 무리다.

“…….”

뜻밖의 사태에 건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럼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0만 달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경매 시작에 맞춰 사람들은 불티나게 응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

경매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각 나라와 정재계 인사들은 어떻게든 열쇠를 낙찰받기 위해 지지부진 애를 썼다.

하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대외적인 행사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암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매다.

그 때문에 투명한 예산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강대국은 역시 남달랐다.

처음 열쇠를 낙찰 받은 국가는 미국.

낙찰가는 2억 100만 달러.

한 화로 2400억 원을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지정된 예산을 약간 초과했지만 구매자는 아까워하지 않았다.

노심초사 마지막까지 경매를 끄느니 차라리 구매해놓고 안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두 번째 열쇠를 낙찰 받은 국가는 중국.

그리고 세 번째 열쇠를 낙찰 받은 국가는 러시아였다.

낙찰가는 각각 1억 8000만 달러, 1억 6200만 달러였다.

남은 열쇠는 하나뿐.

강대국과 경쟁에 지친 이들은 도중에 경매를 포기했다.

이제 남은 유력한 국가는 일본밖에 없었다.

‘이제야 최소가로 낙찰 받을 수 있겠군.’

일본에서 파견을 온 니시마 쿄지는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에게 온 예산은 중국과 러시아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까지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앞의 세 국가를 제외하면, 일본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은 나라는 없다.

니시마 쿄지는 팻말을 들며 외쳤다.

“1억 100만 달러!”

“아! 역시 남은 건 일본밖에 없나.”

사람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들려왔다.

해머프라이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1억 100만 달러 나왔습니다. 자, 다음 없습니까?”

‘없어. 빨리 두들기기나 해.’

니시마가 승리의 여유를 뽐내려는 찰나,

스윽!

바로 앞에서 팻말이 올라가며 예상치 못한 가격이 튀어나왔다.

“1억 200만 달러!”

왈칵!

일순간 승리에 젖어 들었던 니시마 쿄지의 얼굴이 볼품없이 무너졌다.

9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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