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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91화 (91/308)

91화

전시장에 놓여 있는 검은 바로 사인검이었다.

시엘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라? 조선시대 때, 만든 그 명검 맞죠?”

그러나 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조선 때, 만들어진 검 아닙니다.”

“네? 그럼…….”

“그보다 훨씬 오랜 시절에 만들어진 검입니다. 굳이 말하면 사인검의 원조격이라고 봐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녹이 슬긴 슬었어도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검이네요.”

멀리 있어서 눈치채는 게 늦었던 시엘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시대 때의 사인검은 의식용으로 만들어진 명검.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인검은 모양은 비슷했지만 명백하게 날이 서려 있었다.

문득 시엘은 의아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근데, 건우 씨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많이 봤던 물건이라서요.”

건우는 대답한고 나서 안면근육을 부르르 떨었다.

<사인참사검-적>

-등급 : 레어

-설명 : 사인참사검-청과 세트용 아이템, 고대 오리엔트에서 장인에 손에 만들어진 명검

-내구도 30/75

*공격력 170 상승.

*세트 아이템으로 효과 발동 시, 등급은 유니크로 취급된다.

*세트 효과 발동 시, 숨겨진 효과가 발동된다.

아티팩트 스펙은 지니고 있는 크루엘의 마검을 밑돌았다.

“건우씨 어디 아파요?”

사인참사검에 매료된 건우의 모습을 보며 시엘이 물었다.

“아, 아니요.”

건우가 고개를 젓자, 세이비어도 호기심이 돋았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

그의 물음에 건우는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부하가 쓰던 검이에요.”

로한으로 살던 시절 이그너스 가문에 충성을 바친 소드마스터는 대거 존재했다.

그들 대부분은 기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딱 한 명, 특이한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동양인과 같은 이목구비를 한, 용병 생활 중 로한의 눈에 띄어 충성을 맹세한 기사.

이름은 호프너로 쌍검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게 그의 특징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건우와 최후의 전장을 함께 하지는 않았다.

그때 당시에 그는 이그너스 영지의 밖에서 최후의 전투를 벌였으니 말이다.

“……호프너.”

건우는 슬픔과 추억이 담긴 눈빛으로 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추억을 산산이 무너뜨린 이가 있었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는 바로 세이비어였다.

-그 당시 너같이 모자란 놈에게 충성한 몇 안 되는 놈이 있긴 했지.

“…….”

건우는 저도 모르게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반박을 하지 못한 이유는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삐졌냐?

“……아니에요.”

대답을 하면서 건우는 고개를 홱 저었다.

이런 팩폭을 들을 때마다 건우는 의기소침하고는 했다.

전생 시절에 그는 반푼이 마법사였다.

가주가 된 것도 종말 당시 전 가주인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때문에 밑의 기사들은 진심으로 건우를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딜 가나 예외는 있는 법.

당시 건우를 진심으로 따랐던 가신이 두 명이나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카심과 호프너였다.

이 두 명은 귀족이나 기사 출신은 아니었다.

건우가 직접 발로 뛰어서 가신으로 삼은 자들이었다.

둘의 실력은 기사단 중 최강이었기 때문에 밑의 가신들은 함부로 건우를 거스를 수 없었다.

로한이 이그너스의 가주로 명맥을 유지한 것은 이 둘의 힘 때문이었다.

“오오, 뷰티풀!”

사인검의 매력에 푹 빠진 관중들이 일제히 응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27만 달러!”

“45만 달러!”

“70만 달러!”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에도 100만 달러는 안 넘기겠지.’

시중에 판매하는 레어급 아이템은 100만 달러를 넘기 어렵다.

그리고 이 중에는 사인검의 희소성에 대해 아는 사람도 현격히 적을 것이다.

응찰가가 연신 갱신될 때, 건우는 다시 팻말을 들었다.

“100만 달러!”

해머프라이스는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말했다.

“오오! 433번 손님. 이번에도 100만 달러를 불렀습니다.”

좌중은 조용했다.

‘무사히 회수할 수 있겠어.’

건우가 의기양양하게 웃는 순간, 바로 앞에 팻말이 올라갔다.

“어?”

모두의 시선이 팻말을 든 이에게 집중됐다.

은발의 홍안을 지닌 여자아이, 리리스 파르데비아였다.

그녀는 조그만 입으로 응찰가를 불렀다.

“150만 달러!”

웅성웅성.

“1, 150!”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을 때.

꿈틀.

건우가 눈썹을 까닥이며 춘삼을 노려봤다.

“야. 경매 참가 안 한다며?”

춘삼도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

“그, 그러니까 파르데비아 가문의 예산이 쓰이지 않을 뿐이지. 리리스 개인 용돈이라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요, 용돈이요? 거, 거의 제 연봉인데요.”

놀란 시엘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연봉을 밝히고 말았다.

어쨌거나 건우의 눈 밑에 그늘이 졌다.

150만 달러가 용돈?

“후우. 이래서 부자들이란?”

“혀, 형님도 부자입니다만.”

건우는 춘삼의 말을 무시하고 마음을 다 잡았다.

용돈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경매에 이런 거금은 쓰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호프너의 검을 남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번뜩!

건우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끝까지 가는 수밖에.”

“네? 형님?”

춘삼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건우의 팻말 붙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건우의 팻말은 높게 뻗어 있었다.

“200만 달러!”

쿠쿵.

“오오! 설마 파르데비아 가문이랑 한 번 해 보겠다는 건가?”

웅성웅성.

예상치 못한 반전에 관중들의 시선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제일 위에 있는 건우.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리리스 파르데비아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녀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건우를 흘깃 노려봤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외쳤다.

“250만 달러!”

“오오! 250만까지 올랐습니다!”

예상치 못한 검의 가격이 천정부지 솟구치자, 해머프라이스는 흥분했다.

이것이 바로 경매의 맛이다.

때때로 물건의 값보다 상대를 찍어 누르고 힘을 과신하는 것도 경매의 또 다른 재미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어느 순간 경매에 집중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 둘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었다.

건우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시 팻말을 들어 올렸다.

“300만.”

빠직!

건우에 대한 리리스의 심정이 성가시다에서 분노로 변했다.

***

경매 시작 전.

가주의 명으로 경매에 참석한 리리스는 단 하나의 아티팩트에 매료된 상태였다.

사인참사검-적.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동양문화를 사랑했다.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아주 열성적인 팬이었다.

삼국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

문화재부터 사극 드라마까지 모조리 사랑했다.

그뿐이랴, 그녀는 한국의 모 아이돌 팬덤의 회장까지 일임한 적이 있었다.

물론 자주 활동을 하지 못해 퇴출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있어서 동양문화는 신비 그 자체였다.

그 때문에 취미도 오리엔트에서 만들어진 아티팩트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이번 라스베가스에서 전시된 사인참사검을 봤을 때, 그녀는 눈을 반짝 빛냈다.

7살 때, 사인참사검-청을 선물 받은 이후로 두 번째로 본 아티팩트였다.

타인에게 그 물건은 필요 이상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리스에게 사인검은 다르게 와 닿았다.

그녀는 형제검이라고 하는 이 검들을 빨리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소망을 깡그리 짓밟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광대 문양의 가면을 착용하고 있는 남자였다.

리리스는 덜덜 떨리는 음색으로 다시 응찰가를 높였다.

가격을 올리는 폭도 최대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까지 올라간 참이었다.

“500만 달러!”

광대가면은 망설임 없이 곧장 팻말을 들어 올렸다.

“600만!”

파르르르.

“으으으으으으으윽!”

리리스는 분한 건지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파르데비아는 이 경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경매에 참여했을 뿐, 따라서 가용할 수 있는 돈은 현격히 적었다.

그녀에게 허용된 마지노선은 600만 달러였다.

보다 못한 여비서가 급하게 리리스를 말렸다.

“아, 아가씨. 이제 그만하시는 게.”

그러나 리리스에게는 포기할 마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야! 돈 좀 꿔줘. 다음 달에 갚을게.”

휙!

마야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저, 전 아가씨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거지. 그 외에 사적인 부탁은 들어 주지 말라고 가주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으으으으윽! 나중에 두고 봐. 마야.”

리리스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광대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조롱하는 듯 고개를 까닥이다 응찰가를 불렀다.

“700만.”

“네 700만까지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해머 프라이스는 주변을 살펴봤다.

“축하드립니다. 433번 손님께서 또다시 낙찰에 성공했습니다.”

탕! 탕! 탕!

해머 프라이스는 해머를 크게 두들겼다.

일반 경매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쉽다고 떠나갔고, 경매품들은 정산이 이루어진 뒤 주인에게 전달되거나 배송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그때 멍하니 경매장을 쳐다보던 리리스가 성큼 발을 옮겼다.

“아가씨 어디 가십니까? 이제부터 진짜 중요한 경매인데.”

마야는 당황했다.

파르데비아가 경매에 참석한 이유는 바로 그들 가문에서 이번에 내놓은 경매품 때문이었다.

“저 남자한테 다시 사인검을 가져오겠어.”

“…….”

리리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은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집념으로 불이 붙은 상태였다.

***

일반 경매 종료 후.

시엘은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정령의 봉인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건우 씨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을 게요.”

좋아하는 저 표정을 보니, 건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은혜는 그만 갚으셔도 됩니다.”

솔직히 뉴욕 사태 때 그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디아도스를 퇴치하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반대쪽에서 춘삼은 건우의 의외의 면을 보고 감탄을 늘어놓고 있었다.

“형님. 의외로 사치스럽게 돈 쓰네요.”

“어쩔 수 없었어. 소중한 거거든.”

건우는 현장에서 낙찰받은 사인검의 검신을 어루만졌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어서인지 녹이 서려 있고 검날도 많이 상했지만 상관없었다.

다시 옛 모습을 갖추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형님이 만족했으면 저도 괜찮습니다.”

건우의 만족한 표정에 춘삼 역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만 돌아가죠?”

“네? 이제부터가 진짜 이벤트인 것 같은데?”

주변 경매장을 둘러보니, 대다수의 관객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남은 인원은 고작 해 봐야 30명 내외였다.

“왜 저렇게 빠져나간데?”

“경매에 참가하려면 1억의 자릿세를 내라고 하네요.”

“그럼 가자.”

겨우 경매 구경을 위해 한 사람당 1억이나 쓰는 것은 솔직히 오버였다.

뚜벅.

바로 그때 대여섯 명의 무리가 건우 일행을 둘러쌌다.

“……왜, 왜들 그러시죠?”

시엘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뚜벅.

그들은 묵묵히 길을 만들 뿐이었다.

이어 그들 사이로 어린 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리스 파르데비아였다.

그녀는 위풍당당하게 건우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건우의 질문에 리리스는 건우가 들고 있는 사인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다시 저한테 파세요.”

대뜸 없는 요구에 건우는 별생각 없이 대꾸했다.

“싫은데.”

9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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