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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90화 (90/308)

90화

슬럼가에서 두 강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사제트는 살벌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반면, 블랙 라이언의 수장인 네로 시저는 그저 싱긋 웃고 있었다.

견원지간.

둘의 모습을 보면 자연 개와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

“으으으으.”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했던가.

블랙 라이언의 마인들은 둘의 기싸움에 주눅이 들어 뒷걸음질을 쳤다.

먼저, 입을 뗀 건 네로 쪽이었다.

“오랜만이야. 꼴이 말이 아니네. 차라도 들겠어?”

사제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됐어. 동창회라도 온 줄 알아?”

“정말 무슨 일이 있었구나. 네가 이렇게 흥분한 건 처음 봐.”

여유로워 보였지만 네로는 진심으로 놀란 상태였다.

미국의 유명한 헌터 가문인 스코필드.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 빌라이언은 세상사에 무관심했다.

오롯이 어떤 목표를 위해 자신의 연구에 몰두할 뿐이었다. 그 실험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헌터관리국에게 의문의 습격이라도 당한 건가?”

“그 녀석들로는 내 저택에 타격은 줄 수 없어.”

“그래?”

네로의 마음속에서 호기심이 증폭됐다.

뉴스에서 봤을 때, 스코필드의 대저택은 미사일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게이트 너머에서 온 몬스터들이 현대의 병기가 통하지 않는다.

스코필드 대저택도 마찬가지였다.

비유를 하자면 스코필드 대저택은 견고한 요새였다.

“분명 집에 콕 박혀 있을 때, 기습을 당한 거겠지.”

“치잇.”

“……진짜냐?”

정곡을 찔렀는지 사제트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네로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도와줄까?”

그 말투는 교활한 고양이 같았다.

“크윽!”

사제트는 굴욕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과거에 인류를 멸망시켰던 공헌자인 자신이 어쩌다가 이런 하찮은 인간에게 수모를 겪는단 말인가.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생각을 하면 할수록 건우에 대한 증오가 커져만 갔다.

그는 증오를 곱씹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도움을 받으러 왔다면, 큰 오산이야.”

“그럼 뭐 때문에 날 찾으러 왔을까?”

“날 이 꼴로 만든 녀석의 처리를 맡기기 위해서 왔다.”

“그게 누군데?”

“뉴스에서 떠들썩한 건방진 코리아인이다.”

휘익!

사제트의 말을 알아들은 네로는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That‘s fantastic!”

그는 사제트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가 마음먹고 전력으로 덤빈다면, 자신조차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그에게 치명상을 상처를 입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놀란 건 놀란 거고 그는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의뢰일 것 같은데?”

네로는 싱긋 웃었고, 사제트는 스컬 헤드로 땅을 두 번 두들겼다.

우웅!

그의 바로 앞으로 거대한 아공간이 형성되며 스켈레톤이 우르르 쏟아졌다.

“우워어어어어!”

블랙 라이언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뉴욕 사태 이후로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언데드에 대한 공포증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네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엄살 부리지마. 격 떨어지게.”

“됐다. 어중이떠중이한테 일을 맡기러 온 건 아니니까.”

스켈레톤들은 자신들이 들고 온 보물 상자를 열어젖혔다.

끼익!

안에는 금은보화를 비롯해 달러들이 한가득 있었다.

사제트는 입을 열었다.

“선불로 2000만 달러를 지불하지. 일을 성공하면, 8000만 달러를 더 얹어 주지.”

아공간 너머에서는 구울을 비롯해 스켈레톤들이 보물 상자를 싣고 잔뜩 줄을 섰다.

“우와아아아아아!”

블랙 라이언의 길드원 일동 눈을 부릅떴다.

스켈레톤과 구울 무리의 숫자는 무려 200구가 넘었다.

저들이 지키고 있는 보물 상자의 금액을 총 합산하면 1억 달러 정도 될 것이다.

네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만약 내가 저 언데드들을 부수고 돈을 착취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기는 어려울 거야.”

꿈틀.

“뭐, 뭐야? 뱀.”

사제트가 스컬헤드를 한 번 두들기자, 선착금이 든 보물 상자를 제외하고 검은 뱀이 나타나더니 보물 상자를 둘둘 말았다.

“이 녀석들은 내 주술과 정제된 독에 길러진 뱀이다. 맹약을 깨면 즉각 물 거다.”

“흐음. 하지만 이거로는 부족한데?”

“그럴 줄 알았어.”

아공간 너머로 또 다른 상자 더미를 들고 언데드가 튀어나왔다.

끼익!

그들은 직접 상자를 뜯어 안을 보았다.

네로는 상자 안의 물건을 알아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레이즈?”

“팔든 말든 알아서 해. 레이즈는 물론 S급 헌터를 죽일 수 있는 다른 독도 가득 있어.”

“……이 정도면 네가 직접 그 건방진 코리안을 죽여도 될 텐데.”

“난 처리하라고 했지. 죽이라고 한 적은 없어.”

“무슨 소리지?”

“너희들은 그 자식을 이 미국 땅에 붙들어 매는 거다. 최대한 말이지.”

“호오, 도망칠 생각이군. 너.”

네로는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마쳤다.

사제트는 생각 이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는 한국의 S급 헌터 최건우를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사제트는 이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스코필드를 재건하는 게 아니라 미국 땅에서 영영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한 눈초리에 사제트는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여전히 눈치가 빠르군.”

네로는 한쪽 손을 허리에 얹으며 말했다.

“외견은 이래 보여도 내 나이가 50줄이라고. 그런 걸로 내 눈을 현혹시킬 수는 없어.”

사제트는 혀를 차며 저도 모르게 그를 타박했다.

“내 나이는 너의 100배를 넘어섰다. 꼬맹아.”

“허세에 허세로 받아치는 거냐? 뭐야? 애처럼, 난 농담이 아니라고.”

“믿든 말든 네 마음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크레이지 캣? 너 말고도 미국에 마인들은 잔뜩 널려 있어.”

“좋아. 별로 어려운 의뢰도 아니니까.”

“그럼 가보겠다.”

“어디로 갈 생각이지? 앞으로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야지.”

“알 것 없다.”

사제트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네로가 사제트의 등을 보며 말했다.

“만약, 내가 그 S급 헌터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건데?”

사제트는 잠시 발을 멈추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보수의 두 배를 더 얹어 주지.”

“2, 2억 달러?!”

블랙 라이언의 길드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네로도 마찬가지였다.

“그 약속 잊지 마라. 빌라이언.”

“그 이름은 버렸다. 내 이름은 사제트다. 똑똑히 기억하거라.”

“그러지, 사제트. 이쪽이 어감이 더 낫군.”

“그게 원래 이름이니까.”

스스.

다시 발길을 옮기던 사제트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샹들리에가 아름답게 일렁거렸다.

그 아래로 파티용 가면을 쓴 각성자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곳은 라스베가스의 암시장.

하지만 어두운 표현과 달리 이곳은 거대한 파티장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턱시도에 광대 가면을 걸치고 있던 건우는 맥이 빠졌는지 한숨을 쉬었다.

“괜히 긴장했네. 유치하게 뭐하고 있는 건지…….”

“호호, 익숙해지면 재미있어요. 여기서는 제 정체를 모르니까 긴장을 안 해도 되고요.”

“…….”

건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시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복장은 여성용 핏의 턱시도였다.

또한 얼굴에는 파티용 가면을 착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뾰족한 귀와 나부끼는 금발은 여전히 눈에 띄었다.

‘누가 봐도 엘프잖아.’

한껏 지적을 해 주고 싶었지만 건우는 그냥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경매장 쪽으로 다가갔다.

-이런 연회는 오랜만이구나.

“그러게요.”

세이비어는 모처럼 감상에 취해 있었다.

-아내를 이런 곳에서 만났었지. 쩝. 너는 약혼자가 없었구나.

“뭐 그렇죠.”

건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인류가 종말 되던 중인 로한 시절에는 내일이란 희망을 꿀 수 없었다.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가족을 만드는 건 사치였다.

“형님 여기서 뭐 합니까?”

건우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춘삼이 다가왔다.

“그냥 멍 때리고 있었다. 넌 뭐 하냐?”

“폐기 처리될 아티팩트를 공짜로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너도 참 대단하다.”

이 와중에도 잔머리를 굴리다니.

나중에 어떻게 될 재목인지 심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성과는?”

춘삼은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쩨쩨한 것들이 보안이라고 해서 안 가르쳐 주네요.”

“당연한 거지. 뭐.”

씨익.

“그래도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춘삼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건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성과가 뭔데?”

“이번 경매품을 사들이기 위해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거든요. 그 중에서 파르데비아 가문이 참석한다고 하더라고요.”

“파, 파르데비아?!”

건우는 아주 잠깐 숨을 멈췄다.

파르데비아.

이 일족은 어느 나라의 소속도 아니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작고 풍요로운 섬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여기서 첨단 시설을 비치해 전투기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이 혈족의 조상은 탑의 관리자로 그들은 관리자의 예언을 믿었다.

그 덕분에 인류는 몇 차례의 위기를 넘기고는 했다.

게다가 이 일족은 마정석을 신세대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 발전장치까지 개발했다.

또 마정석을 잔뜩 보유한 마정석 재벌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강대국에서 이들은 각별한 취급을 받는다.

최소 국빈급의 대우였다.

건우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경매품 사기는 틀렸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상대는 무한의 자원을 가진 재벌가문이었다.

춘삼은 그런 건우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아, 파르데비아 가문은 이번 경매에 참석하지 않아요.”

“그럼?”

“소문으로는 엄청 희귀한 아티팩트를 이번 경매에 내놓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춘삼은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건우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듣자 하니, 각 나라의 재계와 정계 인사들도 이 경매에 참석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각 나라의 관료들까지 호들갑을 떠는 걸까?

궁금증이 절로 솟아났다.

그때 한 무리가 건우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은발, 홍안의 여인이 주변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나이로 봤을 때는 13살 정도의 어린 소녀였다.

“진짜네.”

그 무리를 훑어본 건우는 춘삼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은발에 홍안.

그것은 파르데비아 일족을 상징하는 외모 특징이었다.

몇 번 언론에 보도도 됐기 때문에 건우도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다.

리리스 파르데비아.

그리고 우아한 외모와 맞지 않게 악명을 지니고 있었다.

건우는 그 별명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상최강의 귀염성 없는 꼬맹이.”

***

암시장의 경매가 시작됐다.

음지에서 열리는 그 특성답게 흉악한 아티팩트가 거래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장에 비치된 아티팩트는 정령의 봉인구였다.

시엘이 눈을 반짝이며 팻말을 들고 힘껏 외쳤다.

“3, 3만 달러!”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6만 달러!”

“10만 달러!”

하지만 곧바로 그녀가 제시한 금액은 모래처럼 묻히고 말았다.

“아아아.”

가격은 어느새 87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시엘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건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팻말을 들었다.

“100만 달러.”

“뭣?!”

갑작스럽게 금액이 대폭 증가하자 관중의 시선이 건우에게 쏠렸다.

진행을 담당하고 있던 해머프라이스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네! 이번 경매의 최고가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100만 달러! 더 제시하실 분 있습니까?”

웅성웅성.

사람들은 모두 주저했다.

여윳돈은 남아 있지만 수정구가 주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433번 손님께서 정령의 봉인석을 100만 달러에 낙찰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건우는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시엘에게 말했다.

“선물로 드릴게요.”

“건우 씨.”

지잉.

그녀는 감동한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보았다.

‘어차피 마탑 예산인데, 괜찮겠지. 뭐.’

얼마 전 건우는 마탑의 회원 등록 후 분기별 예산 200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어떻게 쓰는지는 개인의 자유였다.

이윽고.

다음 전시상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장에 놓여 있는 물건은 예리한 예기를 띤 검이었다.

“……저 검은?”

낯익은 검의 형체에 건우는 눈매를 좁히며 관심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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