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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89화 (89/308)

89화

워싱턴 D.C 미국 백악관.

내각회의실에서는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진들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거대한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만 같은 뉴욕의 풍경.

시민들은 언데드 군단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조기의 대처로 사상자는 비교적 적었다.

그래도 끔찍한 풍경인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삑!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국방부 장관은 영상을 좀 더 빨리 재생했다.

스크린에 비친 것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6성급 보스인 아크리치였다.

이름은 불명.

다만 기준에 보았던 아크리치보다 덩치는 훨씬 컸다.

특히 S급 헌터 3명을 압도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정말 기적적으로 히어로가 나타났다.

스크린에서 아크리치를 저지한 것은 다름 아닌 아시아인이었다.

국방부 장관, 맥과이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자가 바로 한국의 S급 헌터, 최건우입니다.”

“……생각보다 작군.”

참모진들 공통의 생각이었다.

인종의 차이가 아니었다.

3미터 크기의 아크리치와 비교하면 건우는 왜소한 난쟁이로 보였다.

하나, 영상 속 그의 행동은 과감했다.

그는 먼저 정체불명의 힘으로 게이트를 강제로 닫아버렸다.

“오오!”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에 참모진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다음 건우는 아이템을 꺼내 들어 던전 보스와 함께 게이트로 진입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건우는 던전 보스를 퇴치하는 데 성공했다.

맥과이어는 아직도 긴장하여 손에 땀을 쥐었다.

“저희 조국에 있는 S급 헌터들을 모두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입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

그의 말에 모두가 동요했다.

S급 헌터라고 해도 그 실력은 천지 차이.

미국의 S급 헌터들은 다른 나라의 S급 헌터들에 비해 실력이 출중했다.

즉 건우는 이들의 관점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하지만 맥과이어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외에도 그는 마탑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회원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마탑 회원의 권위가 얼마나 높은지 익히 알고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흐읍!”

좌중을 둘러보니, 몇몇은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마탑의 회원은 게이트와 탑의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진보로 이끌고 있는 박사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탑에서 넘어온 교류자들에게야 그렇게 어려운 시험은 아니지만.

지구의 인류가 회원이 되는 것은 무척이나 험난했다.

오죽하면, 인류 중 마탑의 회원이 된 자는 그 시대를 이끄는 인도자로 선택받았다고 하겠는가.

이로써 건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최상위 S급 헌터임과 동시에 마탑의 회원.

그야말로 문무를 겸비하고 있는 최고의 인재였다.

자료만으로 건우를 접했을 뿐이지만, 맥과이어는 이렇게 칭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치와 잠재 능력을 따지면 예측불가의 인재입니다.”

“흐음.”

대통령은 침음성을 흘리며 물었다.

“미국에서 그를 섭외할 수 있을 만한 길드가 있겠나?”

대통령은 사뭇 진지했다.

건우의 힘은 앞으로 이런 재해 같은 상황에서 활약을 펼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한국 길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게. 그가 미국인이 되어 준다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척!

대통령의 명에 맥과이어는 경례로 답했다.

***

디아도스를 퇴치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마탑의 기숙사에 묵고 있던 건우는 모처럼 여동생인 지혜와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간은 어두컴컴한 새벽.

시차를 계산하면, 한국은 슬슬 해가 저물 때였다.

건우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 것을 모를 리 없던 지혜는 걱정스런 어조로 물었다.

[오빠 안 졸려?]

“나야 아주 쌩쌩하지.”

건우는 대답을 하며 한 권의 서적을 읽고 있었다.

「필모어의 기록서」

필모어가 탑을 등반하던 중 겪은 일화가 가득했다.

꼼꼼히 책을 살피던 건우는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정확히 읽는다기보다 머릿속에 담아두는 행위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여정을 위해…….

유용한 정보는 매우 많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차이트에 관한 기록은 여기서도 찾아볼 수 없네.’

그렇다고 해서 증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록서를 살핀 결과, 차이트가 봉인된 장소로 추정되는 곳이 5군데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뱀은…… 당연 꼭대기에 있겠지.’

탑의 층 개수는 총 100층.

하나, 그 높이는 측정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탑이 다차원의 세계라는 것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한참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지혜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혹시 졸려?]

“아, 아니야. 미안해. 잠깐 딴생각 좀 하고 있어서.”

[또 어디 갈 생각은 아니지. 이러다 우주 대스타 되겠어?]

지혜의 윽박에 건우는 아차 싶었다.

미국에서 그가 디아도스를 퇴치하는 모습이 매스컴에서 연신 보도됐기 때문이다.

“미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의외로 그렇지 않아. 협회 사람들이 신경 써 주셔서 집에 이상한 사람들이 몰려오지도 않고.]

“후우. 다행이네.”

건우는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돌아가면 구자혁에게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튼 오빠. 이번에 집으로 돌아오면 꼭 내 얼굴 봐야 해.]

“그래. 어차피 나도 미국에서의 볼 일은 끝났어.”

둘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통화를 종료했다.

건우는 모처럼 감상에 젖어 들었다.

이제는 가족의 품에 돌아갈 때가 됐지.

하나뿐인 여동생을 챙겨 주지 못한 점도 미안했다.

달칵.

그때 춘삼이 다크서클이 낀 눈빛으로 건우의 방을 덜컥 열었다.

“……형님.”

“왜?”

“형님 비자 막혔다고 하는데요. 당분간 못 떠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

건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내일이면 룰룰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참이었는데,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춘삼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뉴욕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서 신변조사를 더 해야 된다는 명분인데 그건 조금 우스운 핑계인 것 같고, 어떤 것 때문에 그런 건지 아시겠죠?”

건우는 이마를 매만지며 그 답을 내뱉었다.

“너무 튀게 행동하기는 했지.”

그러다가 고심에 빠졌다.

어차피 이런 명분으로는 일주일 이상 발을 묶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당분간 관광이나 해야 될 판국이네.”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에 춘삼이 제안을 해 왔다.

“형님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라스베가스에서 경매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떨까요?”

“경매?”

춘삼은 슬쩍 입을 열었다.

“사실 암시장 같은 건데, 여기 마탑 회원들도 종종 몰래 간다고 하더라고요.”

“흐음.”

건우는 슬쩍 춘삼을 흘겨보았다.

의심하고 있다. 그것도 대놓고.

당황한 춘삼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혀, 형님! 설마 제가 이 미국 땅에서도 사기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여기가 너의 홈그라운드가 아닐까 생각하기는 했지.”

“으윽!”

춘삼은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뚝뚝.

그때 방문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덜컹.

가까이 있던 춘삼이 문을 여니, 시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춘삼 씨도 있었네요?”

“박사님? 이 야심한 시각에 어인 일로 오신 겁니까?”

그녀는 활짝 웃으며 컵라면을 들어 보였다.

“잠도 잘 안 오고해서 건우 씨와 라면같이 먹으면 어떨까 싶어서요. 아까 문자 보내니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요?”

“…….”

이번에는 춘삼이 건우를 흘깃 엿봤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건우도 조금 당황했다.

“뭐야 인마. 그 눈빛은? 순수한 의도를 엉뚱한 쪽으로 왜곡하지 마.”

“의심을 하다니요? 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귀국해서도 지혜 씨한테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야, 이 자식이!”

약점을 걸고 넘어가자, 건우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둘의 묘한 심리전을 지켜보던 시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어요?”

그녀의 순진무구한 눈빛에 춘삼은 끙 소리를 내며 말문을 열었다.

“내일 형님이랑 암시장 경매에 가자고 제가 제안해 봤거든요.”

“아, 거기요.”

시엘은 춘삼이 말한 곳을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거기라면, 저도 가 볼 참이었는데, 같이 가요.”

“네?”

엘프가 암시장을 간다?

어울리지 않는 그림에 건우는 조금 당황했다.

그 시선을 눈치챈 시엘이 쑥스러운 듯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말했다.

“이것저것 실험에 필요한 재료를 구해야 하다 보니, 미국만 오면 자주 가게 되더라고요.”

“…….”

춘삼과 건우는 할 말을 잃었다.

***

미국의 슬럼가.

과거 어둡고 퇴폐한 이 골목에서는 늘 약물과 살인 등이 흉흉하게 일어났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다.

어째서냐면 이곳은 더욱 흉악한 자들의 아지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마인.

각성자 중에서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고, 범죄에 가담한 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현재 이 슬럼가에는 마인들이 넘쳐 났다.

질서가 없는 듯 자유분방한 것 같으나 이곳에서는 어떤 거래나 범죄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약물 거래부터 모든 범죄 활동은 마인들의 허가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마인들이 결성한 길드, 블랙 라이언의 활동구역이기 때문이다.

뚜벅.

그리고 지금 이 거리에서 한 남자가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그의 인상은 대체적으로 병약해 보였다.

게다가 왼팔은 소매가 너덜너덜하기까지 했다.

즉 이 거리에서 그는 딱 좋은 먹잇감이다.

실제로 그리 생각했는지 여느 때처럼 블랙 라이언의 길드원들이 남자에게 접근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야?”

“보니까 꽤 곱상하게 생겼는데, 재밌게 놀아볼까?”

두 명의 D급 마인들이 접근한 순간,

쇄액!

남자는 오른손에 쥐고 있는 뼈로 이루어진 완드를 들이댔다.

사아아아악!

완드 끝에는 사악한 기가 결집돼 있었다.

꿀꺽!

마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로브 사이에서 드러난 그의 눈빛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스, 스컬 헤드?!”

“비, 빌 라이언 스코필드?!”

마인들은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완드를 보고 그의 정체에 대해서 간파한 듯 보였다.

“시, 실례했습니다.”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제트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사제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크레이지 캣은 어디 있지?”

“크, 크레이지 캣이라니?! 킹을 폄하하지 마십시오.”

마인은 급하게 사제트에게 공손해졌으나, 호칭에 대해서는 정정을 요구했다.

“난 지금 너희들 기분에 맞출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아.”

콰앙!

사제트는 그대로 스컬헤드로 마인의 머리를 내려쳤다.

머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력에 그는 저만치 날아가 머리에 한가득 피를 흘리고 있었다.

“……?!”

당황한 마인들은 일제히 사제트를 향해 살의를 표출했다.

“……멈춰. 그러다가 니들 숨통이 끊어진다.”

팽팽한 긴장 가운데, 골목 어귀에서 느슨한 발걸음과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이는 의외로 왜소한 키를 가진 백인남자였다.

적금발에 초점이 바라진 왼쪽 눈과 흉터를 가진 사내.

그 역시 이곳 가운데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네로 시저.

이 구역, 바로 블랙 라이언의 수장이었다.

랭크는 S등급.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였다.

9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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