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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87화 (87/308)

87화

보석으로 이루어진 디아도스의 눈에 처음으로 이채가 띠어졌다.

헬파이어를 가른 실체는 눈앞에 있었다.

거대한 새의 등에 올라탄 세 명의 남녀.

디아도스는 그중 얼음의 창, 글라체스를 들고 있는 건우를 호기롭게 바라보았다.

“……그렇군. 네놈이 이 시대 인류의 희망이군.”

건우는 허공에 몸을 던졌다.

[역중력 마법을 시전합니다.]

그리고 허공에 몸을 띄워 디아도스에게 다가가 답했다.

“인류의 희망? 틀렸어.”

꿈틀.

디아도스가 거슬린다는 기색을 보일 때, 건우는 말을 이었다..

“난 너희들의 절망이야.”

말하기가 무섭게 그의 전신에서 금빛의 마력이 발산됐다.

[회귀의 링을 시전합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합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테두리의 링이 그대로 게이트를 휘감았다.

쩌적!

그 순간 던전 입구를 메우고 있던 결계가 그대로 수복됐다.

키에에엑!

갑작스럽게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진군 중이던 언데드 군단은 진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네놈.”

[치유의 유람을 시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디아도스에게 상처 입은 S급 헌터들에게 치유의 요람을 사용했다.

“뭐, 뭐야? 이건?!”

“화, 화상이 사라져 가고 있어.”

“가, 갑옷도 다시 복원되고 있는데.”

그들은 믿기지 않는지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기도 했다.

테오도르는 건우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빠, 빨리 가세하자!”

그때 언제 다가온 건지, 시엘 타이히가 일어서려는 그들을 막았다.

“어머, 안 돼. 다시 화상 입는다.”

“시, 시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에게 몹시 놀란 듯 보였다.

레이라가 디아도스와 대면하고 있는 건우를 보며 물었다.

“시, 시엘 저 남자는 대체 누구야?”

시엘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한국의 히어로야.”

“히, 히어로?”

그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봤다.

***

힘을 방출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마냥 건우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뚝.

지금까지 오리하르콘 이상의 강도를 선보이던 글라체스가 녹아내렸다.

6서클 이상의 마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헬파이어를 베었기 때문이다.

디아도스는 그 정도로 강한 마법사였다.

<아크리치, 디아도스>

-등급: ★★★★★★

-설명: 강함을 추구하다 외도의 길을 택한 비정한 리치, 인류를 기만하고 멸망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능력치

체력: 0 공격력: 34000 방어력: 20000 마력: 12120

시스템을 통해 그 힘은 여실히 증명됐다.

저 수치는 일전에 만난 최초의 6성급 몬스터, 시조룡 에르모스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체력이 0인 건, 라이프 베슬 때문이겠지.’

라이프 베슬.

그것은 리치의 영혼이 담겨 있는 보석이나 아티팩트를 의미했다.

리치는 생명의 근본인 이것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결코 죽지 않는다.

주륵.

긴장감에 손에서는 절로 땀이 흘렀다.

그러나 건우는 구태여 티를 내지 않았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오히려 손에 쥐어진 글라체스를 원래 형체로 복원시켰다.

“……네놈 뭐하는 녀석이지?”

그 힘을 목격한 디아도스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건우를 노려봤다.

쿠구구구구.

몸에 분출되는 검은 마력은 당장이라도 건우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 대답 이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이야.”

“뭐지?”

콰앙!

그의 반문에 건우는 무서운 속도로 디아도스에게 접근했다.

어느새인가 그 손에는 트윈헤드 오우거 건틀렛이 장착되어 있었다.

“뭐, 뭐야?!”

갑작스런 기습에 디아도스는 당황했다.

그는 재빨리 모든 것을 산화시키는 부정의 저주를 건우의 앞에 내세웠다.

빠직!

손에 착용한 건틀렛은 분명 잿더미로 산화됐다.

덥석!

하지만.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건틀렛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복원되어 그의 얼굴을 꽉 움켜쥐었다.

디아도스가 방심한 틈을 타 건우는 그가 나왔던 게이트로 그를 밀어 넣었다.

“돌아가. 디아도스. 이곳에서 네가 디딜 땅은 없어.”

“……?!”

‘이, 이놈 어떻게 내 이름을?!’

생전 처음 보는 인간에게 정체까지 발각되자, 디아도스는 한층 더 크게 놀란 듯 보였다.

그 때문에 대응이 한 박자 늦었다.

우웅!

디아도스와 건우는 순식간에 게이트로 쏙 빨려 들어갔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이후 게이트의 결계는 다시 수복되었다.

“…….”

많은 인원이 모인 가운데.

뉴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어느새 몸을 회복시킨 테오도르가 소리쳤다.

그 곁으로 레이라와 조셉이 가세했다.

“한국의 히어로, 최건우가 6성급 보스를 상대하고 있다. 우리도 저력을 보여주자고!”

“우와아아아!!”

“최건우! 최건우!”

뉴욕에 있는 헌터들은 일제히 건우의 이름을 외치며 투지를 불태웠다.

***

건우의 등장은 미국 헌터들에게 영화의 한 장면, 그 자체였다.

언데드 몬스터의 대거 유입을 차단.

그리고 6성급 몬스터와 홀로 전투를 선택하다니.

그들로서는 당연 건우의 용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네. 이러다가 조만간 세계 정복하는 거 아니야.”

도시를 채우는 함성과 외침에 춘삼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게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요.”

그 옆에서 호응을 해 주던 시엘은 피곤한 표정을 짓더니 몸을 휘청거렸다.

눈치 빠른 춘삼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읏샤! 괜찮습니까?”

“……고마워요.”

시엘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엄청 강하신 것 같았는데, 의외로 허약하네요.”

춘삼은 그녀의 상태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건우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바람의 정령왕과 계약한 계약자다.

이 세계뿐만 아니라 탑을 통틀어 정령왕의 계약자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니, 그녀의 희소성과 강함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생각을 알아차린 것인지 시엘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힘을 싸움에 쓰지 않겠다고 계약을 했으니까요. 더군다나 전투에 뒷받침할 체력이랑 마력도 없고요.”

“……뭔가 안타깝네요.”

“그런가요? 저는 도움이 돼서 나름 만족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쾅! 쾅!

하지만 그 미소와 어울리지 않게 주변은 언데드 군단 때문에 어수선했다.

“…….”

춘삼은 눈 밑에 그늘이 진 상태로 중얼거렸다.

“그, 그보다 저는 어떻게 살아남나요?”

“괜찮아요. 지켜 줄 사람은 많거든요.”

쿠어어어어어어!

멀뚱히 있는 그들을 향해 구울들이 일제히 덮쳐왔다.

“물러서 있어.”

그 순간 레이라가 손에 작은 봉 형태의 아티팩트를 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쏴아아아! 서걱!

봉 끝에 튀어나온 것은 강대한 물줄기로 아까보다 움직임이 훨씬 유연했다.

“고마워. 레이라.”

레이라는 윙크를 하고는 그대로 전투에 전력을 기울였다.

“어, 엄청나네요.”

눈앞에서 S급 헌터의 힘을 보인 춘삼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시엘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춘삼 씨는 곁에서 건우 씨를 많이 보지 않았나요?”

“많이 봤죠.”

“그는 어떤데요?”

춘삼은 잠시 눈을 감고 고심했다.

무력을 비교한다면 눈앞에 있는 S급 헌터들보다 훨씬 강한 것이 확실했다.

단지 그 강함의 척도를 무엇으로 비유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표현할 방법이 없던 춘삼은 단순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전율 그 자체, 형님의 힘은 재앙과 비견되죠.”

“재, 재앙이요.”

“네. 아마 대다수가 형님을 괄시하다가 압도적으로 깨지고 돌아갔습니다.”

춘삼의 목소리에는 건우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래요.”

대답하는 시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유는 확실히 있었다.

‘그 리치가 건우 씨보다 훨씬 강해. 압도적으로 이길 방법은 아마 없을 거야.’

분명 이 순간, 건우는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으리라.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안 좋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엘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속마음을 감췄다.

***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헬파이어의 여파로 건물의 유리창은 흐물흐물 녹아 있었다.

열기로 인해 아직까지 후끈거려 언데드조차 이곳에는 아직 접근하지 못했다.

그 건물의 옥상에서 사제트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디아도스를 끌고 간 남자의 정체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광대. 한국의 S급 헌터, 최건우.”

그는 분명 아크 길드에 있어 원수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우연이 겹친 건가?”

그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최건우.

어떻게 자신의 계획을 간파하고 단숨에 이곳까지 도달한 걸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딱딱.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부딪치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뭐 디아도스라면, 가볍게 처리하겠지.”

까득.

그리고 초콜릿 포장을 까 입에 넣더니,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써.”

평소에 달게만 느껴지던 초콜릿이 유난히 쓰게 느껴졌다.

***

[망자의 전장]

그곳은 뼈와 무덤이 가득한 어두컴컴한 던전이었다.

쿠구구구구.

건우는 무덤 한복판에 둘러싸여 있었다.

쿠워어어어어.

맞은편에는 디아도스를 필두로 언데드들이 몰려 있었다.

모두 건우에 의해 뉴욕에 진입하지 못하고 남은 망자의 군단이었다.

놀랍게도 이곳에 있는 망자의 군단은 뉴욕에서 날뛰는 군단보다 10배는 더 많았다.

디아도스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빠득 이를 갈았다.

“네놈. 잘도 저질러 주었겠다. 네놈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건지 스스로 알겠지?”

디아도스의 엄포에도 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윽.

그저 지천에 깔려 있는 언데드 군단을 보며 혀를 찰뿐이었다.

“이 사람들은 다 너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겠지.”

“크크크크, 그렇다면 어쩔 거지?”

건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뱀은 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거지?”

“크크크크, 너희뿐만이 아니다. 탑의 모든 인류도 포함돼 있지. 우선순위가 너희인 것뿐이다.”

“미안하다는 생각은?”

디아도스는 어처구니가 없어 비웃고 말았다.

“너희는 개미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죽이나?”

그 말에 건우는 싱긋 웃어 보였다.

“내 입장에서도 너희는 개미라서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뭐?”

디아도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네까짓 게 나한테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 거냐?!”

그는 거대한 마기를 분출하며 분개했다.

얼핏 봐도 전력은 압도적으로 디아도스가 우위였다.

하지만 왜일까? 이 불안한 감정은.

‘웃고 있어?’

그때 건우가 미소를 유지한 채, 조용히 말했다.

“나와라. 세피아.”

[게이트를 형성했습니다.]

이그너스의 반지가 빛을 발하며 허공에 거대한 게이트가 형성됐다.

스스.

게이트 너머에서 천사가 강림하는 것처럼 세피아가 빠져나와 건우의 앞에 착지했다.

“세, 세피아?!”

낯익은 동료와의 재회에 디아도스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은 말도 안 되게 퇴화한 터라 디아도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네놈. 뭐하는 짓인지 모르지만 이미 늦었어!!”

디아도스는 자신의 뒤로 세 체의 헬파이어를 생성했다.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스스.

이윽고 게이트 너머에서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이 빠져나왔다.

회귀의 링에 둘러싸여 봉인돼 있는 그것은 과거에 건우가 봉인했던 마법이었다.

아이스 에이지.

과거,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간 재앙 중 하나였다.

“마, 말도 안 돼?!”

아크리치인 디아도스가 그것을 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건우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회귀의 링은 건우를 중심으로 10미터 반경에 펼쳐졌다.

준비를 마친 건우는 디아도스에게 선언했다.

“이게 내가 너희에게 주는 공포다.”

순간 아이스 에이지를 둘러싼 회귀의 링이 사라졌다.

딱!

그와 동시에 세피아가 손가락을 퉁기자,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콰아아앙!

쩌저저저적!

아이스 에이지가 발동되고, 쏟아져 나온 새하얀 빙결이 파도처럼 지상을 덮쳐버렸다.

8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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