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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70화 (70/308)

70화

강원도 춘천.

게이트 공략을 마친 건우는 시내를 거닐며 통화 중에 있었다.

[더 이상 안되겠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춘삼이 한창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유는 마리오네트로 지내고 있는 케이론과 세피아로 인해 겪는 고초 때문이었다.

이쯤 되니, 건우는 춘삼의 엉뚱한 근성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냥 잘 지내볼 생각은 없냐?”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한낱 인형 따위한테 무릎을 꿇다니요?

“무릎 꿇으라고 한 적은 없다만.”

-으윽! 형님은 제 굴욕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춘삼은 분노를 곱씹으며 말했다.

“어쨌든 잘 지내니까 다행이네.”

-어디가 잘 지내는 겁니까! 형님. 지금까지 제 얘기는 듣기는 한 겁니까?

“잔말 말고 미국 갈 준비나 해.”

-그거 진심이었습니까?

“응. 준비 가능할까?”

-형님 라이선스를 이용하면, 전용기를 구해서 1/10 가격에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무리예요.

“왜?”

-TV 못 보셨습니까?

“조금 바빴거든.”

퀘스트 던전을 공략하는데 대략 이틀 정도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은 바포메트 등급 상향에 걸린 시간이었다.

춘삼은 차분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재수 없게도 인천공항에 게이트가 나타나서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지금 정비하고 운영 재개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릴 거예요. 최소 2주 걸립니다.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말했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아무쪼록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근데, 형님.

“왜?”

-춘천 NC백화점에 위치한 뉴튼 베이커리의 슈크림 빵이랑 튀김 소보루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합니다.

“근데?”

-지혜 씨가 꼭 먹고 싶다고 하는 걸 제가 통화 중 들었습니다.

“그럼 사갖고 가야지.”

대답을 마친 후, 건우는 묘하게 기분이 찝찝했다.

사야 되기는 하는데, 왜일까?

교묘하게 이 얍삽한 놈한테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씩 웃어 보였다.

‘뭐 수고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통화를 마친 건우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때 반지에서 세이비어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안 됐구나.

“뭐 어쩌겠어요?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그동안은 다른 준비를 하면 되는 거죠.”

-그래. 아직 시간은 남아 있기는 하구나.

어째 세이비어의 음성 속에서 반가운 기색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어이쿠, 이것 참 눈치가 빨라졌구나. 사실은 말이다. 시간이 되면 말이다.

오늘따라 세이비어가 말을 참 길게 끌었다.

“빨리 답해 주세요.”

-허허허, 백문이 불여일견이잖냐. 드라마 관광 코스 좀 돌 수 있을까?

“…….”

-허허허허허

말해놓고도 쑥스러웠는지 세이비어는 웃음을 터뜨렸다.

***

어쩌다가 강원도에서 세끼를 먹으며 보내게 됐지만 건우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춘천에 위치한 NC백화점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쨍그랑!

화륵!

10층 규모의 거대한 백화점에서 폭발 소리가 나더니 유리창이 깨져나갔다.

“꺄아아아악!”

곳곳에서는 도로 교통이 마비됐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백화점 바깥으로는 군인들과 헌터들이 모여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경계선을 이루고 있었다.

“…….”

건우는 허망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이비어도 기가 막혔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가는 날이 장날이냐? 왜 하필 이따구냐? 그냥 갈 거냐?

“슈크림 빵을 포기하고 갈 수는 없죠.”

건우는 이글이글 눈을 불태우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주변을 경계하던 이등병이 건우에게 달려왔다.

“자, 잠깐 여기로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왜 군인이 있는 거지?’

분명 각성자들이 널려 있는 거로 보아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일 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건우가 은은히 마력을 드러내며 말했다.

“헌터입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 그렇습니까?!”

이 상황은 예상치 못했는지 이등병은 쭈뼛쭈뼛 말하기 시작했다.

“2, 2성급 던전이 브레이크된 참입니다. 지금 백화점에서 홉고블린이 미칠 듯이 몰려와서 수습 중에 있습니다.”

건우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해가 안 되는데요. 겨우 2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됐는데, 왜 수습이 안 되는 거죠?”

“그, 그게…….”

이등병이 입을 열려는 찰나.

“당신 지금 뭔데 끼어드는 거야?”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마력의 낌새로 볼 때, 최소 B급이었다.

“저도 헌터입니다만.”

“빠져. 여긴 강원연합이 처리할 테니까.”

“아.”

건우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수도권에는 무난하게 레이드를 치를 수 있는 각성자들이 있다.

하지만 지방 쪽은 사정이 달랐다.

지방에는 인력 부족으로 다양한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강원도는 중소형 길드가 연합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강원연합이다.

연합의 주체는 충무길드.

강원도의 B급 이상의 헌터들은 모두 이 길드에 밀집하고 있다.

레이드를 치를 때는 당연 충무 길드원들이 참가해야 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충무 길드원들은 강원도에 있는 중소길드들에게서 보수 상당 부분을 레이드 참가 수수료 명목으로 뜯어갔다.

한마디로 헌터가 헌터에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헌터가 부족해 군인까지 동원되는 긴박한 상황.

정작 여기서 제일 강자인 충무 길드원은 작전에 참가하지 않고, 하청 길드가 일을 끝낼 때까지 감시하고 있었다.

말만 연합이지, 하는 짓이 시정잡배랑 다를 게 없었다.

충무 길드원은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건우에게 말했다.

“알아들었으면 꺼져.”

저벅저벅.

건우는 그를 무시하고 그대로 백화점에 진입했다.

“야! 지금 내 말 안 들려?!”

“제가 저기에 꼭 가봐야 돼서요.”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 가긴 어딜 가!”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야 돼서요.”

“…….”

그 말을 들은 이등병과 충무 길드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장난치나?! 썩 꺼지지 못해!”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충무 길드원이 주먹을 내질렀다.

파앙!

하지만 주먹을 내지르기도 전에 허공에 파공성이 퍼져 나갔다.

“커, 커헉!”

흰자위만 남은 그는 휘청거리다……

주륵.

쌍코피를 흘리고는 철푸덕 쓰러졌다.

건우는 그의 품을 뒤져 휴대폰을 집고는 이등병에게 말했다.

“작전에 참가할 멤버가 빈혈로 쓰러졌네요.”

“아.”

이등병의 표정은 당혹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분명 충무 길드원이 건우에게 달려드는 상황까지는 목격했다.

한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청난 소리와 함께 길드원이 기절했다.

슬쩍.

이등병은 건우의 주먹을 살펴봤다.

뚝뚝.

그의 손등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처가 없는 것으로 보아 타인의 것으로 추정됐다.

“…….”

눈 밑에 그늘이 진 이등병은 저도 모르게 다리를 벌벌 떨었다.

건우는 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봤음을 강요했다.

“빈혈로 쓰러진 거 보.셨.죠?”

“네, 네 봤습니다. 틀림없이 빈혈로 쓰러졌습니다.”

이등병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건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겠네요. 지금부터 제가 작전에 참가할 겁니다. 이의 없으시죠?”

“아, 혹시 누구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건우는 라이선스를 들어 신분을 확인시켜 주었다.

“……?!”

라이선스를 받아 그의 정체를 확인한 이등병이 기겁했다.

“S, S급 헌터?! 최, 최건우!!”

“보고는 알아서 해 주세요. 재난상황이라 급하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충성!”

이등병은 저도 모르게 건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건우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백화점 입구로 향했다.

***

NC백화점에 진입한 건우는 세이비어의 진지한 말을 들어야 했다.

-슈크림을 지켜라. 이건 너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건우는 무척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해지셨어요.”

-지혜가 먹고 싶다는데, 못 먹어서 서운한 얼굴을 보고 싶은 게냐?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세이비어 역시 지혜에게 많은 정이 든 것 같았다.

건우도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그리고 그는 서슴없이 발을 옮겼다.

1층 플로어.

그곳은 보석과 명품 가방 판매 브랜드 매장이 널려 있었다.

키익! 키익!

몸에 번쩍번쩍한 보석을 두른 홉고블린들은 건우를 목격하고는 달려들었다.

상대는 기껏해야 1~2성급 몬스터.

마법도 검도 쓸 가치도 없었기에 주먹과 발로만 공격을 가했다.

콰직! 콰직! 콰앙!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고블린들은 미처 접근하지도 못하고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키익?

1층에서 중구난방 날뛰던 고블린들의 이목이 단숨에 건우에게 집중됐다.

건우는 혐오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쓰레기들이 왜 여기서 주인 행세야?”

파직!

손아귀에서 용서 없는 징벌의 철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체인 라이트닝을 시전했습니다.]

일순간 건우의 주변에서부터 푸른 번개가 스쳐 지나갔다.

낙뢰에 버금가는 일격.

멍하니 있던 고블린들은 숯검댕이가 되어,

바스락.

그대로 잿더미로 돌변해 사라졌다.

-마나 연공식이 5성에 도달하니까 위력이 비교도 되지 않게 늘어났구나.

“저도 실감하고 있는 참이에요.”

그간 훈련의 성과에 뿌듯한 듯 건우는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건우도 그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던 건지, 길 안내 표지판으로 놓인 거대한 라이트 패널로 향했다.

라이트 패널에는 백화점의 내부구조가 간략하면서도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그럼.”

건우는 충무 길드원들에게 빼앗은 휴대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꼭 눌렀다.

***

백화점 5층, 의류코너.

키익! 키익!

그곳에도 역시 홉고블린들이 무리를 이루며 헌터들과 교전을 이루고 있었다.

홉고블린은 2성급 몬스터.

단일 개체로서 잡기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지만, 떼로 몰려 있으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기에 모여 있는 대다수 헌터들은 E~D급 헌터.

한마디로 어중이떠중이들이었다.

카앙! 카앙!

그들은 고군분투 사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크악!”

결구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젠장!”

강원연합 소속, 오룡 길드의 부대표인 김민은 지금의 사태에 격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개새끼들! 언제까지 지켜볼 생각이야.”

아무리 그들이 하청이라고 하지만 이쯤 위기에 몰리면, 충무 길드도 나서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부당하게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겠는가.

“그 자식들한테 당연한 걸 바란 게 문제지.”

옆에 있는 동료의 타박에 김민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너가 무너지면 순식간이다.”

“……알고 있어!”

현 상황이 밀리지 않는 건, 그나마 C급 헌터인 김민이 버텨주고 있어서이다.

우웅.

바로 그때, 그의 가슴팍에서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신자를 확인한 김민은 버럭 화를 내며 통화에 응했다.

“대체 지원은 언제 올 겁니까!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지 아십니까?”

[지금 이 휴대폰 주인이 빈혈로 쓰러져서 제가 대신 통화하게 됐습니다.]

“……당신 누구야? 지금 상황이 장난으로 보여?”

[갑작스럽게 통화 드려 죄송합니다. S급 헌터, 최건우입니다.]

“뭐?! 지금 무슨 장…….”

김민이 이맛살을 구기며 화를 내려고 할 때, 건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넌지시 한 마디를 던졌다.

[김민 씨 이기고 싶죠?]

“…….”

기분이 묘했다.

단지 한마디를 들은 것뿐인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제 지시대로 따라 주세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야기나 들어 보자.”

김민의 진지한 추궁에 건우는 호흡을 고르고는 입을 뗐다.

[일단 작전명은 ‘슈크림을 지켜라.’입니다.]

“장난하냐?!”

김민은 하마터면 휴대폰을 던질 뻔했다.

7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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