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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64화 (64/308)

64화

각성자 교도소.

그곳의 위치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철통같은 보안.

C급 이상의 단련된 교도관들.

면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했다.

허가가 떨어져도 만나기까지 과정은 힘겨웠다.

휴대폰, 녹음기 등은 당연 지참 불가.

올 때는 눈과 귀 등을 가리고 헬기를 타고 와야 했다.

“1218번, 선우진 면회다.”

감금되어 있던 선우진은 터벅터벅 면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이 왔어.’

선우진은 히죽 웃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감금이 된 지 어언 한 달.

이 지옥 같은 곳에 5개월이나 버틸 자신이 없었다.

끼익!

하지만 문을 열고 면회실 안으로 들어선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다.

반투명한 막 너머에 있는 중절모를 쓴 중년의 사내 때문이었다.

선우혁.

아크 길드의 수장이자, 그의 아버지가 면회를 온 것이다.

“아, 아버지.”

“왔으면 앉거라. 떠들지 말고.”

분명 면회를 왔음에도 그는 신문에 눈을 두고 있었다.

선우혁은 고인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자리에 착석했다.

“지금은 네 건방진 친구가 각광을 받고 있더구나.”

선우혁은 신문이 보이게 내려 두었다.

「한국의 엘리멘탈 마스터 탄생!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 내다.」

「S급 헌터, 최건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다.」

「엄청난 공적을 이루었음에도 마음이 따뜻한 선행 기부!」

「명실상부 국내 3대 길드, 아크. 이번에 보인 행태로 자질이 의심스럽다.」

빠득!

선우혁의 앞이라 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우진은 이빨을 갈았다.

‘또 이 녀석이야.’

“쯧쯧, 못난 놈.”

늘 듣는 익숙한 타박을 듣자, 오히려 흥분이 가라앉았다.

그래도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선우진은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여기 오신 용건은 뭡니까?”

“너의 형, 유정이가 사라졌다. 너는 유정이랑 친하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혀, 형이요?!”

선우진은 눈을 부릅떴다.

“그래. 킬더스크 녀석들도 한꺼번에 사라졌다.”

킬더스크.

그들은 비공식적으로 구성된 선우유정의 팀이었다.

팀의 목적은 레이드가 아닌 각성자 사냥.

즉, 아크 길드 명성에 해를 입히는 각성자를 제거하기 위한 팀이었다.

실제로 이 팀의 성과는 혁혁해 선우혁의 마음에 들기도 했다. 타국의 S급 헌터조차 간단히 유린했으니 말이다.

선우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들인 선우진을 노려봤다.

“……그놈들이 노린 타겟. 너는 누군지 알고 있지?”

“……?!”

파르르르.

선우진은 동공을 크게 뜨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떨고 있는 이유는 아버지인 선우혁에 대한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분노였다.

어쩌면 선우유정은 살해당한 걸 수도 있다.

선우유정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금 선우진은 머릿속으로 최건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증은 없다.

오직 심증뿐.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다.

범인은 바로 최건우, 그 밖에 없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선우진은 정신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이렇게 된 걸까?

그는 자괴감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응어리진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 개자식!!’

“……눈빛이 변한 걸 보니 알고 있구나. 이실직고하는 게 좋을 거다.”

“……최건우예요.”

“역시 그렇게 된 건가?”

이미 예상이라도 했던 건지, 선우혁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하지만 그의 상태는 말 그대로 폭풍전야의 상태였다.

“그 자식이 내 자식을 죽였단 말이지. 난 그것도 모르고 그 녀석을 섭외하려 했고. 허허허허.”

꽈악!

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그의 손아귀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아버지!! 혀, 형이 죽다니요?! 정말입니까?!”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확실하진 않지. 하지만 유정이가 노렸음에도 그 녀석은 이렇게 건재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

선우진은 침묵을 지켰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단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선우유정은 패배했고 최건우는 승리했다.

승자가 패자의 생살여탈권을 가지는 법이다.

어떻게 할지는 승자의 마음이었다.

따라서 선우유정은 죽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꽈악!

선우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제가 그 자식을 죽이고 형을 찾아내겠습니다.”

“못해.”

“그 자식만큼은 제 손으로 죽이겠습니다.”

“못한다고 했다.”

분노했음에도 선우혁은 냉정했다.

그는 알고 있다.

최건우와 선우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선우유정이 할 수 없다면, 선우진은 그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아버지!!”

그럼에도 선우진은 고집을 부렸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그의 눈빛에서 두려움의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노로 인해 미쳐버린 것이다.

“눈을 치켜뜬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이냐? 네놈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냐? 그 건방진 꼬맹이처럼.”

“…….”

반박할 수 없는 진실에 선우진은 말문을 잃었다.

선우혁은 흥분을 죽이고 사실만을 거론했다.

“너희 형을 잃고 나서 이번 분기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아크가 기울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지. 아, 물론 그 꼬맹이의 입김도 한몫했지.”

선우혁은 성동구 던전 브레이크 사건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결과였다.

그들은 이득을 포기하고 손해를 선택했다.

한데,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엄청난 이득이었다.

레이드에 참가한 백석 길드와 봉황 길드의 명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협회도 그들의 공적을 인정해 그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얹어 주었다.

왈가닥이라 불리던 권정아는 장난스럽지만 박살천사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그중에서도 최건우는 한국의 히어로라고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반면, 아크 길드는 신망을 잃었다.

아크 길드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일이었다.

추락한 신뢰를 다시 쌓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우혁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눈에 독기를 품으며 선우진에게 말했다.

“……아크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싹!

광기가 섞인 그 눈빛에 선우진은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래도 꿋꿋이 그 시선을 감당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선우혁은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이제야 쓸 만한 눈빛을 짓게 됐구나. 형의 원통함을 씻어 주고 싶은 게냐?”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선우혁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김 변호사를 불러 이곳에서 꺼내 주마.”

“……감사합니다.”

선우진이 꾸벅 인사했지만, 선우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말을 마저 했다.

그것은 의외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오는 즉시 미국으로 건너가라.”

“미국이라니요?!”

출소해서 바로 최건우에게 원수를 갚으라고 할 줄 알았더니만.

선우혁은 천천히 설명했다.

“스코필드. 거기라면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다.”

“…….”

사뭇 진지한 눈빛과 구체적인 방안. 선우진은 선우혁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침묵을 지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강해져서 네 형의 원수를 처단하는 거다. 날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라.”

“믿음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벽을 지고 살아온 두 부자가 비틀린 광기로 똘똘 뭉치는 순간이었다.

***

쨍쨍한 햇볕이 도로를 후덥지근하게 달구었다.

집까지 거리는 앞으로 500미터.

건우와 춘삼은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언덕길을 오르는 참이었다. 큰 집으로 이사한 만큼 도로도 언덕진 곳이 상당히 많았다.

식재료가 잔뜩 담긴 봉투를 든 춘삼이 투덜거렸다.

“형님. 왜 꼭 차가 없을 때 이렇게 많이 사가는 거죠?”

건우는 빙과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답했다.

“어쩔 수 없잖아. 지혜 부탁인데 불만 있냐?”

“어쩔 수 없는 진리였군요. 그렇다면 그냥 가야죠.”

그렇게 답하며 춘삼은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을 내뱉었다.

세간에서는 건우를 한국의 히어로라고 칭송해 주고 있지만, 춘삼의 눈에는 여동생이라면 껌뻑 죽는 시스터 콤플렉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피라미드 상하 관계로 둔다면, 최지혜 그녀가 맨 꼭대기에 있었다.

그다음은 당연 건우.

그리고 그다음으로…….

춘삼은 무의식적으로 크레이지 처키 3종 세트를 떠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밑에 깔려 있는 게 바로 자신이었다.

“헉?!”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린 피라미드 계층 구조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인형보다 못할까.’

하지만 어째 기분이 불안 불안했다.

그때 건우가 정면을 보고는 움찔 발을 멈췄다.

그 앞에는 ‘한국의 영웅, 최건우~♡’와 같은 오글거리는 멘트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있었다.

불안을 감지한 건우가 말문을 뗐다.

“……춘삼아.”

“부르셨습니까?”

“나 먼저 간다.”

“네?”

타앗!

[역중력을 시전하셨습니다.]

지면에 발을 뗀 건우는 단숨에 담벼락 사이를 넘어갔다.

그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꺄아아아악! 건우 오빠!”

“건우 형님 사인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혀, 형님!! 우와아아아악!”

춘삼은 그대로 인파에 휘말렸다.

***

콰앙!

널따란 현관문을 박차며 춘삼이 들어왔다.

그의 전신에서는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마를 비롯해 몸 전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허억, 허억.”

사람들이 건우를 찾기 위해 그를 집요하게 쫓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춘삼은 바로 앞에 있는 집을 두고 1시간이나 우회해서 집에 들어와야 했다.

“형님! 어떻게 절 버리고 튈 수 있습니까?!”

춘삼은 거실을 항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거실에는 건우가 없었다.

“아, 춘삼 씨 오셨어요.”

대신 지혜가 앞치마를 한 채,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광경이 익숙한지 지혜는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수고하셨어요. 많이 더웠죠? 여기 드세요.”

“가, 감사합니다.”

춘삼은 그대로 음료 캔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푸하, 살 것 같네. 가 아니라 형님 어디 갔습니까?”

“정원 쪽에서 지금 수련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춘삼은 다시 쌍심지에 불을 피우며 현관에 발을 디뎠다.

멈칫!

그러다가 거실에 펼쳐진 괴이한 광경을 보고는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소파에 앉아 캔 콜라를 홀짝이는 세피아.

쿠션에 머리를 눕히며 대자로 누워 자고 있는 바포메트.

장난감 화살로 과녁을 노리고 있는 케이론.

춘삼은 저도 모르게 중세 귀족과 노예의 생활을 떠올리고 말았다.

물론 귀족은 저 쪼그만 마리오네트들이며.

노예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내가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데, 놀고 있다 이거지.’

한순간 춘삼의 눈 밑에 그늘이 졌다.

그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지혜에게 말했다.

“지혜 씨.”

“네.”

“잠시 자리 좀 비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네.”

지혜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순순히 그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지혜가 자리를 비우자, 춘삼은 거침없이 거실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이그너스의 층계 보스들은 자연히 춘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춘삼이 대뜸 바포메트가 베고 있는 쿠션을 번개처럼 낚아챘다.

콰앙!

뒤통수와 바닥이 부딪친 바포메트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퍼억!

춘삼은 그대로 들고 있는 쿠션을 세피아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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