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리커버리 마도사-63화 (63/308)

63화

“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공동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에 이두리가 불안한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보았다.

건우는 소녀를 살폈다.

많이 피곤했는지 소녀는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다시 의식을 잃었다.

“아무래도 빨리 가야겠네요.”

“네? 그,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데려가야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는지 치유의 요람이 사라졌다.

이두리는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어, 어떻게 데리고 갑니까? 이동수단도 없는데.”

“운전 잘하시죠?”

“제 나이가 몇인데, 운전을 못하겠습니까? 기똥차게 합니다.”

“그럼 됐네요.”

“……?”

이두리가 의문어린 표정을 짓자,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SUV차량에 손을 올렸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금빛 마나에 묻힌 SUV 차량으로 부서진 파편들이 모이며 저절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찌그러졌던 범퍼는 다시 펴졌고, 깨졌던 유리창 역시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최, 최건우 헌터님 이건?!”

“운전해 주세요. 지금부터 급하게 갈 겁니다.”

“네, 넵!”

세 모자를 뒷좌석에 실은 이두리는 엑셀을 밟았다

우우우웅!

‘너무 느려.’

옆 좌석에 타고 있던 건우는 즉각 스킬을 전개했다.

[헤이스트를 발동했습니다.]

부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악! 왜 이렇게 빨라!”

“브레이크 밟지 말고 무조건 밟으세요. 운전 잘하신다면서요.”

“그, 그런!”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것 같은 스릴감에 이두리는 공포에 질린 상태로 핸들을 붙들었다.

***

또 하나의 공동.

권정아를 필두로 형성된 탐색조의 움직임은 매우 활발했다.

콰앙! 콰앙! 콰앙!

서걱! 서걱! 서걱!

‘무, 무서워!’

레이드 참가에 나선 봉황 길드원들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주변에는 데스 웜들의 시체가 잔뜩 널려 있었다.

그들도 열심히 사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제일 앞에서 달려 나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권정아 와 서유라의 활약 때문이었다.

“하압!”

권정아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녀의 권압에 닿은 데스 웜들은 단 한 방에 육신이 분쇄되어 죽음을 맞이했다.

화륵!

서유라는 그런 권정아를 따라잡기 위해서 분주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건우에 의해 개선된 화조혼을 통해 이제 그녀는 불꽃을 검에 두를 수 있게 됐다.

서걱! 서걱!

그 덕에 그녀가 그린 검로를 따라 불이 붙으며 데스 웜들이 불타올랐다.

‘과연 S급이네. 난 벌써 이렇게 땀이 나는데.’

서유라는 호흡을 고르며 데스 웜을 박살 내고 있는 권정아를 쳐다보았다.

쾌활한 성격에 건강미를 내뿜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말투가 험한 경향이 있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매력이었다.

‘질 수 없어.’

서유라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된 것은 권정아의 유치한 도발에서부터 시작됐다.

1시간 전, 그녀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권정아였다.

“까칠쟁이 아가씨.”

“까칠쟁이 아가씨가 아니라 서유라예요.”

“건우랑은 그냥 잘 아는 오빠, 여동생 관계지?”

“……그런데요?”

“흐음, 그럼 나한테도 기회가 있겠네.”

찌릿!

두 여인은 무언으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참에 내기 하나 해 보지 않을래? 이긴 사람이 소원 들어 주는 걸로 말이야.”

“어떤 내기를 말하는 거죠?”

“여기서 누가 더 많이 데스 웜을 퇴치하는 걸로 어때?”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유라가 무뚝뚝하게 거절하자, 권정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신 없으면 포기하든가.”

그녀의 말에 서유라의 인내심이 무너져 내렸다.

“……그 도발 받아들이죠.”

내기가 성립된 배경은 대략 이러했다.

그래서 결과는?

콰앙!

물론, 권정아가 압도적인 우위였다.

서유라도 만만치 않은 실력으로 분발하고 있지만, 체력도 마력도 실력도 현격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정아는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급이 있는데,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녀가 마음속으로 정한 목표는 서유라의 두 배였다.

그렇게 한창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쿠구구구구.

공동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 여인은 잠시 경쟁을 잊고 진원지를 살폈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지하철이 들이닥치는 것처럼 그레이트 웜이 그녀들에게 들이닥쳤다.

“산개하세요!”

서유라의 명에 봉황 길드원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격돌까지 3초 남은 시점.

권정아는 전신의 마력을 주먹에 밀집시켰다.

이윽고 그레이트 웜과 권정아가 충돌했다.

콰앙!

권정아는 제일 먼저 그레이트 웜의 머리에 일격을 날렸다.

권압의 파장이 원형으로 겹치며 날아갔다.

쩌걱!

그레이트 웜의 머리를 감싼 갑각이 쪼개졌다.

놀라운 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잠시뿐이기는 했지만, 권정아는 그레이트 웜을 멈춰 세우는 데 성공했다.

끼익!

그러다 그레이트 웜의 궤도를 틀었다.

콰앙!

그레이트 웜은 옆에 있는 암반에 머리를 박았다.

그녀를 지켜본 모두가 일제히 넋을 놓았다.

상대는 무려 4성급 보스였다.

게다가 그 크기로 인해 단독으로 상대하기 불가능했다.

주변에는 당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세, 세상에!”

“여, 역시 괴력난신.”

우득! 우득!

권정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먹을 풀었다.

“대어가 스스로 미끼를 물려고 왔네. 아 물론 난 미끼가 아니지만.”

스스스스스스

그레이트 웜은 꿈틀 몸을 움직이며 독기를 피워 냈다.

그 순간, 서유라가 길드원들에게 외쳤다.

“엄호하세요!”

우웅!

그녀의 명에 따라 봉황 길드원들이 마법을 시전했다.

A급 힐러를 중심으로 주변의 독 안개를 큐어 마법으로 정화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서포터 마법사들은 권정아에게 가호를 선사하며 그녀의 능력을 대폭 상승시켜 주었다.

“땡큐!”

콰앙!

의욕에 불이 붙었는지 권정아는 건틀렛으로 그레이트 웜의 머리를 강타했다.

쩌저저적!

마치 바위에 균열이 일어난 것처럼 그레이트 웜의 머리에 체액이 잔뜩 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권정아는 연달아 그레이트 웜과 공방전을 벌였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그녀의 우세였다.

“마무리다!”

권정아는 건틀렛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어 균열이 간 머리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콰지지지지직!

그레이트 웜의 머리는 찢어발겨져 후두둑 흐트러졌다.

권정아의 스킬, 어스 스매쉬 효과로 인해서였다.

“……끝난 건가?”

권정아가 고양감에 취해 있을 때, 서유라의 눈에 무언가 포착됐다.

꿈틀.

그것은 머리가 터져 움직여서는 안 될 그레이트 웜의 몸체였다.

쿠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공동이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권장아를 비롯해 길드원들이 일제히 당황했다.

“뭐, 뭐지?”

“사냥은 이미 끝났는데.”

‘설마?!’

그 순간, 서유라는 불안한 낌새를 눈치챘다.

서유라는 급하게 권정아에게 소리쳤다.

“피하세요! 지금 잡은 건 꼬리예요!”

“무슨?!”

콰아앙!

그 순간.

천장의 암벽이 부서지며 거대한 벌레의 머리가 권정아를 덮쳤다.

크기는 아까보다 4배 이상 컸다.

권정아는 다급하게 습격범위에서 벗어났다.

쿠구구구구.

그러자 머리를 드러낸 그레이트 웜은 그대로 터널을 가로질러나갔다.

‘도망갔어!’

서유라는 눈을 부릅떴다.

저 커다란 그레이트 웜이 권정아에 대한 공포로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하지만 안심할 일도 아니었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유라는 봉황 길드원을 향해 소리쳤다.

“막아요! 저대로 출구로 나가면 또 민가가 엉망진창으로 뒤집힐 거예요!”

타닷!

서유라와 같은 판단을 한 건지, 권정아는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과연 S급의 도약은 달랐다.

분명 한 발 뒤처졌음에도 그녀는 단숨에 그레이트 웜의 머리를 맨손으로 붙들어 밀어냈다.

치지지지지직!

팔, 어깨 등이 그레이트 웜의 독기가 깃든 숨결에 노출되어 장비가 녹아내렸다.

“크윽! 가게 둘 수 없어.”

권정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밀어냈다.

콰콰콰콰쾅!

발끝에 힘을 주니 지반이 어지럽게 패이기까지 했지만, 그레이트 웜은 속도가 조금 둔해질 뿐이었다.

민가까지 이제는 코앞이었다.

장비가 다 녹아내린 와중에 권정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 시간에 막을 수 없어!’

이대로 다시 한번 성동구에는 재앙이 초래되는 것인가.

부와앙!

바로 그때.

맞은편 길에서 SUV 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그레이트 웜을 앞질렀다.

휘릭!

그 SUV 차량에서 건우가 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

깃털 같이 부드럽게 날아온 건우는 권정아의 목덜미를 붙들었다.

“내 참 꼴이 그게 뭡니까? 교대입니다.”

“어? 어?”

말하는 것과 동시에 건우는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권정아는 거스를 수 없는 힘에 SUV 차량까지 날아갔다.

끼에에에엑!

또 다른 적의 출현에 그레이트 웜은 아가리를 벌려 단숨에 건우를 집어삼켰다.

“……?!”

예상치 못한 사태에 권정아는 눈을 부릅떴다.

***

그레이트 웜의 입안은 넓었다.

그리고 매스꺼운 독기가 서려 있어 숨 쉬기가 불편했다.

끼기기긱!

그레이트 웜의 이빨은 단숨에 건우를 씹으려고 했지만 실드에 가로막혀 무산된 참이었다.

“지독하네.”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말했다.

-아주 신이 제대로 났구나.

씨익.

건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음껏 날뛸 수 있잖아요!”

쿠구구구구구구!

건우는 전신의 마력을 힘껏 발출했다.

몸 주변에는 황금빛의 마나가 마법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후우우웅!

이번에 준비하는 마법은 전신의 마력을 모두 끌어올린 극대마법이었다.

“대가리가 두 개든 세 개든 상관없어. 전부 부숴 버리면 되니까.”

건우는 양손을 교차해 그대로 마력을 쏘아냈다.

[사이클론을 발동했습니다.]

서로 얽히고설킨 금빛의 마력은 곧 거대한 회오리바람으로 변질됐다.

***

부와아아앙!

거대한 SUV 차량이 마침내 공동을 빠져나왔다.

차 지붕에 올라탔던 권정아는 운전을 하고 있는 이두리에게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른 사람들을 대비시키세요!”

“늦었습니다! 지금은 우선!”

이두리가 의견을 말하는 찰나.

콰아아앙!

공동 저편으로 그레이트 웜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악!”

근처 피난소에서 진료를 받고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비명을 내질렀다.

권정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표정은 건우에 대한 미안함과 분노로 가득했다.

‘그 바보 진짜 소화된 건가?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쿠직!

바로 그때, 귀에서 심상치 않은 이명이 와 닿았다.

쿠직! 쿠직! 쿠직!

‘부서졌어.’

그것은 무언가 부서지고 있는 징조였다.

쿠직! 쿠직!

소리는 점차 커져 갔고 권정아는 곧 소리의 실체를 파악했다.

그녀의 시선은 그레이트 웜을 향하였다.

“……안쪽부터 파괴되고 있어.”

그레이트 웜은 공포와 고통에 질려 거칠게 몸부림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우웅!

몸을 크게 움직이기는 순간, 단단한 갑주가 깨지며 회오리바람이 삐져나왔다.

이후 파괴는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콰드득!

난잡하게 삐져나온 회오리바람은 그레이트 웜의 갑주와 살점을 통째로 으깨 부숴 버렸다.

그 기류는 점차 강해지더니,

콰콰콰콰콰콰쾅!

꼬리 끝부터 시작해 몸이 갈려 나갔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그레이트 웜이 몸을 꿈틀댔지만.

콰앙!

이내 머리까지 회오리바람에 갈려 사라졌다.

조금만 더 움직였더라면 성동구는 수습불가의 피해를 입으려던 참이었다.

체액과 살점이 허공에 흐트러지는 와중에,

후웅.

건우가 사뿐히 지면에 착지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으윽. 징그러워.”

자신이 일으킨 일임에도 불구하고 건우는 손가락을 접었다 피며 혐오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건우를 보며 권정아는 넋을 놓았다.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당황을 금치 못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시민, 헌터, 협회 직원들이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우와아아!”

그들의 반응은 영웅에 대한 환호와 칭송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6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