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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40화 (40/308)

40화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 꼬인 걸까?

“허억, 허억, 허억!”

숨을 헐떡거리는 춘삼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봉황 길드 무도 수련장.

검술사범에게 단단히 오해를 산 건우와 춘삼은 강제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입 잘 터는 춘삼이 오해라고 해명해도 검술사범은 들어 주지 않았다.

무인의 옹고집이라고 할까?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건우와 춘삼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현재, 도복을 입은 춘삼은 검을 들고 타격대를 연신 후려치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동작으로만 횟수가 500회가 넘어가고 있었다.

“초보치고는 자세가 괜찮게 나오는군. 소질이 있어.”

“소질 없습니다. 저의 주특기는 몸을 움직…….”

“어허, 외국인이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이번에 횡베기를 해 볼까?”

춘삼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검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추어코…….”

“허허, 처음이라 도망가고 싶은 마음 다 이해한다네. 그래도 나만 믿어.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금방 위를 노릴 수 있어.”

“그러니까 그게 아니…….”

“자, 자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면, 100회 더 추가할 걸세.”

“크윽! 으아아악!”

타앙! 타앙! 타앙!

춘삼은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서 너의 상성을 만나는구나.’

건우는 춘삼을 측은하게 쳐다봤다.

뭔가 학창시절, 공부하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앉혀서 공부를 시키는 느낌이다.

‘그래도 나름 괜찮네.’

건우는 타격대에 목검을 휘두르며 무도장 주변을 살폈다.

검술훈련을 하고 있는 문하생에게서 미미하게나마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전부 각성자였다.

게다가 훈련물품으로 쥐고 있는 목검부터 시작해 타격대까지.

모두 각성자를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다.

‘저녁 약속은 앞으로 두 시간 뒤니까 그때까지 견학 겸 수련이나 해 볼까?’

호흡을 고르며 건우는 목검으로 세차게 타격대를 때렸다.

타앙!

타앙!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약 10여 분이 흐를 때쯤.

문하생들이 차츰 타격대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뭔가가 목검으로 후려치는 것 같지가 않은데?”

“이 소리. 대표님이 휘두를 때 나는 소리랑 비슷하지 않아?”

웅성웅성.

사람들은 어느덧 건우에게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휘익! 타앙! 휘익! 타앙!

건우는 신경 쓰지 않으며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타격대 사이로 검술사범이 얼굴을 드러냈다.

휙!

건우는 머리카락 한 끗 차이로 검을 멈췄다.

“자네. 꽤 검을 만져 본 느낌이군.”

“네. 헌터 일을 하다 보면, 검은 만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허허, 과연 헌터였군. 혹시 우리 애들에게 한 수 가르쳐줄 수 있을까?”

“가르쳐 주다니요?”

검술사범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련을 해 달라는 얘기지.”

“그거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때마침 건우도 이들의 실력이 궁금했던 참이다.

잠시 후.

보호 장비를 갖춰 입은 건우는 봉황 길드의 문하생과 눈을 마주쳤다.

규칙은 일반 검도 시합과는 다른 철저한 실전 위주의 대련방식이었다.

“시작!”

“흐랍차!”

구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봉황 길드의 문하생이 검을 휘둘렀다.

첫 일격은 종단 베기.

홰액!

건우는 가볍게 몸을 젖혀 피한 뒤, 목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움찔!

타앙! 타앙!

그다음 목검을 좌우로 휘둘러 머리통을 가격했다.

“커, 커헉!”

모두 유효타인지 봉황 길드 문하생은 그대로 쓰러졌다.

대결 시간은 총 합쳐야 1분도 되지 않았다.

“…….”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봉황 길드의 사람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검술사범은 심하게 동요했다.

“허허허. 시, 실력이 제법이군. 저 친구가 온 지 얼마 안 되는 D급 각성자거든. 한 번 더 가능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모처럼 의욕이 생긴 건지, 건우는 검을 꼿꼿이 세웠다.

휘익!

검술 사범은 등을 돌려 문하생들에게 조곤조곤 말했다.

“설마하니 신참에게 깨질 생각은 아니겠지? 이대로 가다가는 도장 간판 뺏길 수도 있어.”

“…….”

그 말에 문하생들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다음은 너다.”

“알겠습니다!”

지목을 받은 문하생은 보호 장비를 걸치고 건우의 앞에 섰다.

한편 간신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춘삼이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비장하게 나가떨어지겠군.”

***

해질녘.

건우와 저녁 약속을 잡은 서유라는 한참 거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개량된 생활 한복을 입은 그녀는 얼굴을 발그레 붉히고 있었다.

봉황 길드에서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경악할 일이었다.

늘 지급된 전투복만 입고 있는 그녀가 치마를 입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그녀가 치마를 입는 모습은 합성 사진이 아니면 볼 수 없다고 하겠는가?

호흡을 고르던 서유라가 곧장 밖으로 나갔다.

약속 장소로 갔지만, 아직 건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길이 넓어서 헤매고 있는 건가?”

통화를 시도하니, 받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삐리리.

그때 그녀의 스마트폰의 벨 소리가 울렸다.

반색하며 수신자를 확인한 서유라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응. 무슨 일이야?”

-어머, 뭐야? 그 대놓고 실망하는 목소리는?

수화기 건너편의 여인의 이름은 마연희.

서유라와는 아카데미 동급생으로 차석으로 졸업한 우등생이었다.

클래스는 마법사.

주특기는 물을 다루는 마법이었다.

“미안. 건우 오빠가 아직 도착 안 해서.”

-혹시 차인 거 아니야?

“…….”

마연희의 말에 서유라가 심히 동요했다.

-왜 이렇게 민감해? 농담이야. 호호, 그렇게 그 최건우 헌터가 좋은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어라? 아닌데. 통화도 잘 안 하던 애가 두 시간 넘게 통화했었잖아.

“그, 그랬었나?”

서유라는 모른 척 무덤덤하게 말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마연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선우진하고 비교하면?

그러자 서유라가 진심으로 혐오의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어머, 완전 빠져들었나 보네.

“계속 그렇게 놀리면 끊는다.”

-미안, 미안. 근데, 거기 너희 집이잖아. 길드 사람들이 안쪽에서 기다리게 하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네.”

일리 있는 의견에 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워낙 넓어서 접객실이 따로 있을 정도니 말이다.

“고마워. 한번 찾아볼게.”

전화를 끊은 서유라는 마연희의 충고에 따라 집 곳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던 중 특이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웅성웅성.

예상치도 못하게 무도 수련장에 봉황 길드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우당탕! 콰앙!

바로 그때, 보호 장비를 한 문하생 하나가 문밖까지 튕겨나갔다.

안쪽으로는 검술사범의 호통이 이어졌다.

“다음!”

“하아아아압!”

웬일로 평소보다 의욕이 샘솟는지 봉황 길드 문하생이 열띤 기합을 풍기며 한 남자 앞에 섰다.

이윽고 두 사람의 검이 서로 교차했다.

이번 문하생은 무려 B급의 각성자로 검에는 엄청난 힘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

그가 어떤 동작을 채 갖추기도 전에 그의 몸 곳곳을 목검이 치고 지나갔다.

타타타탁!

타격음이 미묘하게 늦게 울려 퍼졌다.

털썩.

봉황 길드 문하생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저 검술은?!”

낯익은 광경에 서유라는 눈을 둥글게 떴다.

“이익!”

검술사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의 목은 다음을 외치기 위해 핏대가 도드라졌다.

“다…….”

서유라는 급히 소리쳤다.

“잠깐만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등장에 봉황 길드 사람들이 떠들썩하기 시작했다.

“우와! 아, 아가씨가 치마를.”

“누, 눈 부셔!”

“와아 접근도 못하겠네.”

서유라는 귀 끝이 뜨거웠지만 무시하고 검술사범에게 다가갔다.

그 역시 서유라의 모습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아, 아가씨.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어째서 제 손님이 여기 있는 거죠?”

“소, 손님이라니요? 저분은 이번에 새로 온 문하생으로…….”

그의 곁에 있던 춘삼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그러니까 문하생이 아니라니까요. 나 참.”

“아, 유라 왔구나. 미안. 어쩌다가 이렇게 과열이 됐네.”

그때, 건우가 보호 장비를 벗으며 서유라에게 다가왔다.

서유라는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쑥스러운 듯 깍지를 꼈다.

“오, 오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 광경에 봉황 길드 일동이 경악했다.

저 살갑게 웃는 처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잘 지냈지. 미안. 진짜 많이 바빴거든.”

“TV에서 확인했어요. 완전 탑스타던데요.”

“듣는 스타한테 실례지.”

“몸 움직이느라 많이 배고프시죠? 안내할게요.”

건우가 서유라의 등을 쫓으려는 찰나.

“자, 잠깐!”

검술사범이 땀을 삐질 흘리며 서유라의 앞을 막아섰다.

“왜요?”

서유라는 검술사범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오들오들.

그래. 역시 이래야 서유라지.

나이 차이, 성별 가릴 것 없이 서유라와 눈이 마주친 문하생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저런대?”

뒤에서 그 미묘한 광경을 지켜본 건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떨리는 것은 검술사범 역시 마찬가지.

그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서유라에게 말했다.

“아, 아가씨 손님께 큰 무례를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한데, 일이 좀 커졌습니다.”

“일이 더 커지다니요?”

반문하기가 무섭게 무도장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저릿저릿.

무도장에 몰려와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며 문밖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봉황 길드의 대표, 서일도가 서 있었다.

“아, 아버지?! 여기는 왜?”

놀란 서유라가 서일도를 불렀다.

“누가 우리 도장 간판을 부수려고 한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오게 됐지. 허허.”

찌릿!

뒤늦게 검술사범이 호들갑 떤 것을 눈치챈 서유라가 그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흐읍?!”

숨이 턱 막혀 온 검술사범은 그녀의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리 그래도 바쁘신 아버지까지 부르는 건 아니죠.”

“죄, 죄송합니다. 저 청년이 하도 실력이 좋아서 분통이 터지는 바람에.”

“변명은 됐어요. 아버지께는 사범님이 해명하세요.”

“……네. 면목 없습니다.”

그때 서일도가 피식 웃으며 서유라와 건우에게 다가왔다.

“뭔가 사소한 오해가 생겼나 보구나. 뭐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 허허. 한데, 자네가 그렇게 강하다며?”

서일도는 건우를 향해 도발적인 시선을 날렸다.

서유라는 즉각 건우의 앞에 섰다.

“아, 아버지. 이분은 제 손님이에요.”

서일도는 눈매를 지그시 좁혔다.

평소와 달리 아름답게 자신을 치장한 딸을 보니, 마음이 어째 뒤숭숭했다.

‘이 남자 때문인가?’

서일도는 건우를 향해 전의를 불태웠다.

“자네가 이번에 새로 S급으로 등극한 최건우 헌터 맞지?”

“네. 맞습니다.”

인정하기가 무섭게 지금까지 효력을 발휘하던 인식저해 마법이 깨졌다.

문하생들은 일제히 경악하며 소리쳤다.

“세상에 진짜 S급 헌터 최건우네.”

“왜 지금까지 눈치 못 챈 거지.”

“와! 완전 대박!”

소란스러웠지만 그 속에서도 서일도의 말은 뚜렷하게 건우의 귀에 들려왔다.

‘혹 시간이 괜찮다면, 식사 전에 검을 나눌 수 있을까 싶네만.’이라고.

당황한 서유라가 말을 더듬었다.

“아, 아버지 농담이 좀…….”

반면, 건우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상대해 주시면 영광이죠.”

S급과 S급이 격돌한다.

“오오오오오오!!”

그 화제만으로 주변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소동을 틈타 박춘삼이 본성을 발휘했다.

“자, 자. 이런 건 내기를 해야 제맛입니다. 자 누가 이길지 판돈! 삼만 원부터.”

일순간 건우의 눈 밑에 그늘이 졌다.

‘저 자식.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서일도에게 양해를 구한 뒤,

우드득.

주먹 관절을 풀며 춘삼에게 다가갔다.

4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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