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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29화 (29/308)

29화

욱신!

팔, 다리 어느 부분 빠짐없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이건 필시 필패의 조짐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단지 웃는 것뿐인데, 긴장이 사라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야 퇴치할 방법이 보이네.’

[칭호가 ‘독의 여왕’으로 변경됩니다.]

칭호를 바꾸기가 무섭게 목 언저리까지 엿보이던 에르모스의 문장이 사라졌다.

대신, 크루엘의 마검이 독으로 인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어쩔 심산인 게냐!

세이비어는 당혹을 금치 못 했다.

현재, 건우가 이만큼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칭호의 힘 때문이었다.

지금 이대로 싸우면 체내의 마력이 순식간에 고갈될 것이다.

“그냥 뭐 최선을 다해보는 거죠.”

저벅저벅.

건우는 그대로 미소를 유지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고오오오오!

그러자 바포메트 역시 지면을 쪼갤 듯 발굽을 박찼다.

스릉!

휘두른 낫이 금방 건우의 목에 걸릴 듯했으나,

[일루전을 발동했습니다.]

스륵!

그 자리에는 건우를 대체한 환영만 있을 뿐이고, 낫은 애꿎은 허공만 베어 넘겼다.

?!

당황한 바포메트가 등을 돌리는 찰나.

바로 뒤에서 건우가 스킬을 전개했다.

[아이스 포그를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포그를 발동했습니다.]

스스스스스스.

순식간에 바포메트 주변이 차가운 안개로 뒤덮였다.

고오오오

쩌적!

내뱉은 숨이 자연히 응결되었다.

온몸에는 새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안개를 쫓기 위해 바포메트가 힘껏 낫을 휘저으려는 순간.

카앙!

낫의 진로를 무언가 가로막았다.

낫을 가로막은 것은 부러진 검신이었다.

푸욱!

그와 동시에 반대편으로 검날이 날아와 옆구리를 베었다.

얕게 들어왔기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다만.

스스스스스.

상처 부위로 치명적인 독이 침투하며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후웅!

응결됐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은 바포메트는 낫을 휘둘러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휩쓸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낫에는 건우의 머리카락 한 올도 닿지 않았다.

스윽!

바로 그때, 안개 사이로 건우의 신형이 엿보였다.

후우우웅!

기회다 싶었는지 바포메트가 안개 사이를 파고들며 낫을 휘둘렀다.

스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바포메트의 낫이 베어버린 건 건우의 환상이었다.

?!

피핏! 피핏! 피핏!

몸의 중심이 크게 흔들린 바포메트의 다리와 가슴 등을 마검이 베었다.

이번에도 얕은 공격이다.

하지만 상처부위로 어김없이 독이 침투했다.

독으로 인해 점차 바포메트의 전신에 미미한 경련이 일어났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격분한 바포메트가 포효를 내질렀다.

스스스스

그런 바포메트의 주변으로 수많은 건우의 환상이 맴돌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바포메트의 붉은 눈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 사냥감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는지 바포메트는 입을 벌려 브레스를 내뱉을 준비를 했다.

그러자 서서히 입 안에 마력이 밀집되기 시작했다.

쿵!

바로 그 순간 건우가 바포메트의 어깨로 떨어졌다.

?!

깜짝 놀란 바포메트의 눈동자 속으로 건우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비춰졌다.

푸욱!

건우는 가장 먼저 크루엘의 마검을 바포메트의 왼쪽 어깻죽지에 찔러 넣었다.

쿵!

힘줄까지 꿰뚫린 바포메트는 손에 쥐고 있던 낫을 놓치고 말았다.

뒤이어 건우는 왼손에 장착한 트윈헤드 오우거 건틀렛으로 바포메트의 입을 틀어막았다.

꽈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건우의 손아귀로 엄청난 마력이 밀집했다.

[익스플로전을 발동했습니다.]

?!

건우의 생각을 간파한 바포메트가 눈을 부릅떴다.

입 안에 맺혀있는 브레스는 이미 발사되기 직전이었다.

헌데, 그 앞을 가로막고 익스플로전을 시전하다니, 그야말로 자멸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건우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버티면 내가 이기는 거고. 버티지 못 하더라도 넌 죽는다.”

폭발직전.

건우는 체내에 있는 마력 전부를 트윈헤드 오우거 건틀렛에 불어넣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이내 익스플루전과 브레스가 충돌하며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앙!

골짜기 전체를 메울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쩌거거거거거거걱!

건우의 건틀렛이 균열이 일더니 가루처럼 분쇄되려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복원으로 인해 쪼개진 파편들이 다시 회수되며 강제로 원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부서지고 복원되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크아아아아악!”

건우는 손아귀가 타들어가고 부서지는 고통에 비명을 토해냈다.

격전의 지대는 완전히 초토화되어 잿더미가 되었다.

“허억, 허억!”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힘겹게 숨을 토해냈다.

전신의 근육은 찢어질 것 같았다.

다리는 덜덜 떨려 일어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치이이이이익!

정면에는 모락모락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바포메트가 서있었다.

숯검댕이가 된 녀석의 몸은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두 쪽 팔이 날아가고, 머리의 반은 그대로 날아가 한쪽 눈만 뜬 채, 건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오오

건우는 건틀렛을 해체하고 크루엘의 마검을 손에 쥐었다.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될 시간이다.

하지만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니제르 삼식, 월광(Moon light)

검게 치솟은 직선의 검격이 단숨에 바포메트의 가슴을 꿰뚫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의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전직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직업, 재생의 마도사가 부여됩니다.]

“재생의 마도사라…… 아, 전생이랑 다를 것 없잖아.”

예상은 했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이 없다고 할까?

건우는 실없이 웃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얻은 수확은 이게 그나마 제일 괜찮겠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바포메트의 뿔을 주워들었다.

부러지기는 했지만, 두들겨보니 가볍고 단단한 금속과 같았다.

<바포메트의 뿔>

-등급 : 레어

-설명 : 재료아이템, 마력의 원천이라고 불리며 그 강도는 아다만티움과 비견된다고 전해진다.

-내구도: 25/25

“재료아이템이라, 뭘 만들지는 나중에 고심해봐야겠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인벤토리에 바포메트의 뿔을 넣었다.

왠지 모르게 요긴한 무기가 탄생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미리 준비했던 포션을 꺼내들어 마셨다.

포션의 효과로 피로가 순식간에 해소됐다.

고갈됐던 마력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건우가 어느 정도 컨디션을 되찾자, 세이비어는 그제야 말을 건넸다.

-수고했다. 봐라, 내 충고 들으니까 자다가도 떡이 더 하나 생기잖아.

“그건 뭐.”

부정하고 싶었지만 건우는 마땅히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세이비어의 충고대로 웃는 순간, 기묘하게도 바포메트를 잡을 수 있는 기책을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세이비어는 괜히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그럼 전직 퀘스트도 끝났고 이만 나가볼까?”

집으로 복귀하려는 찰나.

또르르르.

바포메트의 몸에서 무언가 떨어지더니 건우의 발치에 닿았다.

주먹만 한 유리구슬이었다.

“이건?”

건우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구슬을 주워들어 관찰했다.

[시련계곡의 던전 코어]

-등급 : ?

-설명 : 시련의 계곡을 이루고 있는 핵심 코어, 이제 곧 소멸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내구성 5/100

“흐음. 던전 코어라.”

공략을 완료한 보스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아이템, 코어.

이 물건은 건우뿐만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종종 발견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던전 코어가 천천히 소멸되는 것만 목격한다.

스스스스

지금 건우의 손에 쥐어진 던전 코어도 역시 금방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씨익!

건우는 고심이 지켜보다 입을 방긋 올렸다.

만약, 이 코어를 복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때마침 전직한 참이니 복원의 숙련도도 엄청나게 올랐을 것이다.

“재밌겠는데.”

건우는 손아귀에 마력을 밀집해 스킬을 시전했다.

부여하는 스킬은 ‘소유권’

코어를 복원하는 도중 생길 혹시 모를 위험한 사태를 대비해둔 보험이었다.

[시련계곡의 던전 코어에 소유권을 부여하셨습니다.]

[시련계곡의 던전 코어가 최건우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스킬을 시전한 건우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전직해서 그런지 스킬 쓰기 훨씬 수월하네.’

예전에는 스킬을 쓰면 조금씩 답답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자신의 팔, 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이것만 봤을 때, 필시 전생의 힘을 되찾은 게 분명했다.

“그럼.”

건우는 잇따라 호흡을 몰아쉬며 스킬을 시전했다.

우웅!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금빛의 마력이 일제히 코어에 몰려들었다.

시간이 역행되며, 갈라지고 깨졌던 파편들이 모두 코어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평소와 비교했을 때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는 것처럼 느렸다.

“……말도 안 돼!”

그 사실에 건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과거 로한 시절의 힘을 회복했음에도 이 정도라니.

건우는 전생까지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놀랄 부분은 거기만이 아니었다.

우우우웅웅!

코어가 요구하는 마력량이 아까보다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 진짜 바포메트 상대할 때보다 더 많이 쓰네.”

건우는 혀를 차며 급히 칭호를 변경했다.

[칭호가 ‘용인의 혈족’으로 변경됩니다.]

스스스스스

그와 동시에 등부터 시작해 목 언저리까지 에르모스의 문장이 새겨졌다.

칭호 버프로 몸에서 샘솟는 광대한 마력을 곧바로 코어에 주입했다.

우우우우웅!

코어는 점차 금빛으로 발하며 내구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5, 10, 17…… 80]

내구도가 정점에 이르자, 점차 변화가 찾아왔다.

먼저 주변지형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뒤에 바닥에 쪼개져 있던 가고일들의 조각조각이 모이며 점차 복원됐다.

쿠직!

가장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건우를 괴롭혔던 바포메트의 수복이 시작됐다.

먼저 두 팔이 붙었으며 없어진 절반이 날아간 머리에도 서서히 살점이 달라붙었다.

꿀꺽!

생각 이상의 변화에 건우는 고인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만약 몸을 완전히 수복한 녀석이 공격하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렸나.’

뒤늦게 후회했지만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건우는 도박을 감행하기로 하고, 코어에 더욱 마력을 주입했다.

[97…… 98…… 99, 100]

완전한 결집을 이룬 유리구슬은 금빛으로 발광했다.

그와 동시에 건우의 눈앞으로 시스템창이 연달아 생성됐다.

[시련계곡의 코어를 복원했습니다.]

[시련계곡과 이그너스의 영지가 결합됩니다.]

[2계층 던전의 보스가 되었습니다.]

[카리스마 스텟이 생성되었습니다.]

[던전 결합의 밸런스 조정으로 시련계곡의 던전 보스, 바포메트의 등급이 한 단계 다운됩니다.]

“뭐?!”

당황하기가 무색하게 시련계곡의 코어가 이그너스의 반지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그러자 완전히 수복된 가고일 역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바포메트가 완전히 제 모습을 되찾았다.

격이 한 단계 떨어져서 그런지 양쪽의 뿔이 훨씬 작아졌다.

덩치 또한 작아졌다.

무엇보다 흉흉했던 붉은 눈동자에는 더 이상 살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보스에게 경의를 다하는 충직한 부하의 모습이었다.

머잖아 바포메트 역시 반지로 빨려 들어갔다.

“…….”

눈앞에 벌어진 놀라운 현상에 건우는 말문을 닫을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스템 메시지는 연달아 던전에서 울려 퍼졌다.

[좀처럼 이룰 수 없는 경이적인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2계층 던전의 보스로 격이 상승됐으므로 직업의 재조정이 이루어집니다.]

마치 로딩을 하듯 눈앞에서 퍼센티지가 갱신되기 시작했다.

띠링!

동시에 눈앞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가 나타났다.

[재생의 마도사에서 시간의 어릿광대로 2차 전직을 하셨습니다.]

3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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