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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28화 (28/308)

28화

콰앙!

수많은 건우의 환영이 주변을 혼란으로 뒤덮었다.

건우의 실체를 분간하지 못한 가고일들은 환영을 뒤쫓다가 건우의 펀치에 박살 났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이후 건우는 파죽지세로 가고일들을 휩쓸었다.

‘엄청나게 쓸 만한데.’

건우는 손에 착용하고 있는 건틀렛을 보며 감탄했다.

게다가 마법과 같이 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 건틀렛>

-등급: 노멀

-설명: 트윈 헤드 오우거의 한이 맺혀 있는 건틀렛. 트윈 헤드 오우거 특유의 마력발산 성질로 마력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

-내구도 85/100

*근력 50상승, 공격력 120 상승.

우우우우웅!

설명대로 건틀렛은 굶주린 것처럼 마력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하나, 용인의 혈족 타이틀 효과로 마력 소모량부터 시작해 마력량까지 대폭 개선된 건우에게 있어서 그것은 약간의 낭비에 불과했다.

콰앙!

그때 상급 가고일이 뒤에서 기습을 가했다.

덥석!

즉각 등을 돌린 건우는 그대로 가고일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빠지지직!

그리고 힘을 가하는 것으로 균열이 가는 머리.

하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이어 볼을 발동했습니다.]

화르르륵! 콰앙!

손아귀로 집약된 극도의 화력이 단숨에 머리를 터뜨렸다.

돌 부스러기가 흩날리고, 주변에는 파괴된 가고일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다 끝난 건가?”

-그 대사 죽기 딱 좋으니까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

어째 유독 공감이 간다고 할까?

건우는 슬쩍 주변을 살펴봤다.

“아직 전멸하지는 않았네. 그런데 왜 공격하지 않는 거지?”

건우는 아직까지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가고일들을 노려봤다.

세이비어가 간단명료한 결론을 내렸다.

-그건 아마 우리가 맨 밑에 도달해서 그럴 거다.

“…….”

확실히 그 말대로 건우는 골짜기 지층에 발을 디딘 상태였다.

그리고 눈앞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는 통로가 있었다.

-오오오오오오

저릿저릿!

불길하고 흉흉한 오라에 건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꽤 강한 놈이 있나 보네.”

가고일이 더 이상 접근하지 않는 것도 아마 보스몹의 영향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세이비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

-거미 때처럼 들쑥날쑥 나한테 영향을 주는구나. 이번에도 내 힘은 미력하게 작용할 게다.

“적어도 트윈헤드 오우거 이상이라는 거네요.”

건우는 오우거 건틀렛을 탈착하고 크루엘의 마검을 꺼내 들었다.

-가기 전에 잠깐.

“뭔데요?”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건우는 맥이 빠진 표정으로 반지를 살펴봤다.

-만약 위기에 빠지면 웃어.

이건 무슨 소리일까?

건우가 황당한 표정으로 답했다.

“웃으면서 죽으라고요?”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요?”

-넌 대체로 기분 나쁘게 웃을 때, 머리가 잘 굴러가잖아. 기발한 발상을 해서 적을 상대할 때도 웃고.

“……저 그런 사이코패스 아닙니다.”

-거짓말 마라, 이놈아. 내가 몇 번이나 봤는데.

건우는 입을 샐쭉 내밀었다.

“뭐 일단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니 새겨듣겠습니다.”

-대답부터가 삐진 말투잖아. 이놈아!

세이비어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만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통로의 막바지.

골짜기 맨 끝자락에는 거대한 암반지형이 둘러싸고 있었다.

눈앞에는 좀처럼 식별하기조차 어려운 어둠이 깔려 있었다.

찌릿찌릿!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전신을 바늘처럼 두들겼다.

‘여기에 보스 몹이 있는 건가?’

긴장으로 몸이 굳어가려는 찰나. 건우의 귀걸이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니제르의 귀걸이가 위협을 경고합니다.]

“……?!”

눈을 부릅뜬 건우는 즉각 등을 돌렸다.

그르르.

괴기한 울음소리.

위엄과 공포를 상징하는 날카롭게 돋은 양쪽 뿔, 그리고 흉흉한 붉은 눈동자의 주인이 건우를 향해 낫을 휘둘러 왔다.

고오오오오오오!

건우 역시 크루엘의 마검으로 맞받아쳤다.

카아아아아앙!

격철 소리가 골짜기 곳곳에 격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단 한 합으로 건우의 몸이 밀려나 암반과 충돌했다.

콰앙!

“끄응. 어디서 저런 게 굴러들어온 거야?”

균열이 간 암반에 몸이 파묻힌 건우는 힘겹게 눈을 떴다.

주륵!

상처가 생각보다 심했는지 머리에 피가 흘러내렸지만, 건우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후우우웅!

그도 그럴게.

이미 눈앞에 염소악마가 쐐기를 박기 위해 낫을 휘두르는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웅!

검은 오러가 건우의 마검을 삽시간에 뒤덮였다.

니제르 일식, 암섬. 뒤이어 사식, 우각을 연달아 펼쳤다.

카카카카캉!

상대의 엄청난 힘에 건우는 비스듬하게 힘을 흘리며 맞받아쳤다.

하지만 폭풍처럼 쏟아지는 맹공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카카카캉!

초감각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여유를 찾을 수 없는지, 건우는 정신없이 동공을 굴렸다.

휘릭!

그 와중에 염소악마가 낫을 빙그레 돌리며 일순간 살초를 거두었다.

“뭐?!”

예기치 못한 변수에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빠직! 콰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염소악마의 발굽이 건우의 복부를 걷어차 그를 10미터까지 날려 버렸다.

“쿨럭! 크아아악!”

온몸의 갈비뼈가 완전히 박살 난 건우는 괴로운 듯 신음성을 토해 냈다.

후두둑.

그러자 벌어진 입에서 죽은 피가 한가득 흘러나왔다.

-엄호하마. 부상을 치료해라.

[마력 공유를 발동했습니다.]

마력 공유를 시전하자, 건우와 염소악마 사이로 거대한 빗금이 그려졌다.

그르르르.

염소악마가 빗금을 부수려고 했지만…….

콰아아앙!

그 강도가 어찌나 거세던지 낫으로 아무리 후려치고 베어도 빗금에 서린 경계는 무너지지 않았다.

세이비어가 시전한 앱솔루트 실드였다.

그 덕에 간신히 살아남은 건우가 배에 손을 올렸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치명적인 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균열이 가고 부서진 갈비뼈는 다시 원래자리를 되찾았다.

컨디션을 되찾은 건우는 즉각 염소악마를 관찰했다.

<검은 발굽의 바포메트>

-등급: ★★★★

-설명: 시련 계곡의 최종 보스.

-능력치

체력: 4100 공격력: 1020 방어력: 8000 마력: 3880

“4성인데 왜 트윈헤드 오우거보다 더 센 건데.”

건우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바포메트를 살펴봤다.

머리 위에 표시된 문구는 평소 보던 다른 몬스터와 달리 새빨갰다.

“4성 보스 몹이 일반 5성 몹을 능가하는 건가.”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바포메트가 연거푸 앱솔루트 실드를 가르기 위해 낫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대기가 심상치 않게 요동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지지 않은 건 용했지만, 한 가지 큰 부작용이 있었다.

바로 체내의 마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이 지속되면, 건우는 마력 결핍으로 싸울 여력도 잃게 된다.

“젠장! 할아버지, 마력 공급 끊을게요.”

-아직 안 돼!

건우는 세이비어의 경고를 무시하고 마력공급을 끊었다.

후우우웅!

앱솔루트 실드가 사라지자, 바포메트가 헛스윙을 하며 균형을 잃었다.

건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니제르 사식, 우각(Wing lay)

스쳐 지나간 검은 오러가 단숨에 대퇴부를 스쳐 지나갔다.

주륵!

그러나 다리는 잘리지 않고 반쯤만 베였다.

크르르르르

바포메트는 이를 갈더니 단숨에 입을 벌렸다.

그와 동시에 대기의 마나가 요동치더니 분말처럼 입으로 집속되었다.

-피해라! 브레스다!

“미친?!”

[헤이스트를 발동했습니다.]

[역중력 마법을 발동했습니다.]

건우는 대경실색하며 단숨에 허공으로 도약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건우가 있던 자리를 검붉은 브레스가 뒤덮더니 그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대지는 빗금이 서리며 붉게 달구어졌다.

쩌저저적!

아슬아슬하게 브레스 범위에 벗어난 건우는 허공에 도약한 상태로 얼음송곳을 만들어내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허공에서 얼음 화살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보통의 몬스터라면 사지가 꿰뚫려 절명했겠지만, 과연 바포메트는 달랐다.

후우우우우! 피피피핏!

녀석은 거대한 낫을 재주 좋게 휘둘러 모조리 받아쳤다.

허공에서 보면 마치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연신 회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걱! 서걱! 서걱!

낫을 휘두르자 칼바람이 날아가 주변에 있는 암반지대를 단번에 깎아내려갔다.

“……뭐 저딴 게 있어.”

다시 지상에 착지한 건우는 어이를 넘어서 감탄했다.

깨진 얼음 파편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고오오오오오오!

녀석은 힘껏 포효를 내지르며 떨어지는 얼음 파편을 밀어냈다.

그것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바포메트의 포스를 알아본 세이비어가 건우에게 말했다.

-지능도 상당하군. 저런 게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법이다. 어떻게 할 테냐?

“어떻게 하다니요?”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힘겨울 거다.

“도망간다고요?”

건우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약하다.

약해서 도망쳤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전생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틀어 봐도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수치과 굴욕.

동료들의 목숨을 희생해서 살았다는 게 수치스러웠다.

또 자기 자신이 힘이 부족했기에 굴욕을 느꼈다.

그동안 합리적인 판단 아래, 몸을 숨긴 것이 몇 번인가?

그렇기에 갈망해 왔던 것이 무엇인가?

바로 힘이었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거듭 경험을 쌓아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금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훗날, 초래할 재앙을 어떻게 막아선단 말인가.

아니,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저벅.

마음을 가다듬은 건우는 다시 바포메트 앞에 서서 검을 들었다.

세이비어는 혀를 차며 쓰디쓴 경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혈기 때문에 이 할배랑 똑같은 꼴은 당하면 안 된다.

“…….”

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온몸에 있는 감각을 활성화시켜 바포메트를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바포메트 역시 아까와 달리 천천히 건우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건우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릉!

크로엘의 마검에 검은 오러가 휘감겼다.

우웅!

마찬가지로 바포메트의 낫도 섬뜩하게 빛을 냈다.

카앙!

이내, 두 존재 사이에서 2차 충돌이 시작되었다.

크루엘의 마검과 바포메트의 낫이 부딪치며 불똥이 요란하게 튀었다.

마주 보는 시선에서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카카카카카캉!

두 존재는 정신없이 병장기를 부딪쳤다.

건우는 아까와 달리 노도와 같은 바포메트의 힘을 모조리 흘려 넘기며 카운터를 쳤다.

격전의 여파로 바포메트의 전신에는 생채기가 가득했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반면, 건우는 아슬아슬하게 생과 사의 경계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한 방.

단 한 방이라도 제대로 일격을 허용하면 죽을 수도 있다.

점차 정신이 무아지경에 다다를 때쯤.

퍼억! 콰아아아앙!

갑작스럽게 날아온 발굽에 건우의 몸이 나가떨어졌다.

아까와는 달리 검으로 막아내 간신히 충격을 감쇄시켰지만,

저릿저릿.

건우는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나며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바포메트는 그런 건우를 조롱하듯 낫으로 땅을 긁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보다 못한 세이비어가 건우에게 말했다.

-일단 후퇴하고 전략을 다시 짜라.

“……불가능한 거 잘 알고 계시잖아요.”

건우는 가누기도 힘든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그러다가 무심코 세이비어가 했던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웃으면 뭐가 달라지려나.’

별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건우는 그 충고를 따라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움찔!

그 웃음에 반응한 걸까?

잠시지만 바포메트가 발을 멈췄다.

흉흉한 붉은 눈빛에 일순간 공포의 감정이 스쳐 지나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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