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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25화 (25/308)

25화

이른 아침, 토요일.

건우는 TV를 시청하며 연신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기 급급했다.

이유는 하나.

TV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이 전부 자신과 관련 있었기 때문이다.

[F급 헌터에서 S급 헌터까지 험난한 시련을 이겨 내고…….]

틱!

[인성 갑, 11번째 S급 헌터, 최건우의 출현.]

틱!

[S급 루키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의 S급 헌터들이 경계하고 있다?]

틱!

[광신교에 살해당할 뻔한 헌터들. 최건우 헌터의 구제에 감동을 받다.]

지혜는 마냥 신기한 듯 말했다.

“오빠, 진짜 S급이었구나.”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겠니?”

그 말을 하며 건우는 사건의 원흉을 노려보았다.

멀찍이 있는 소파에서는 금발벽안의 무척 잘생긴 남자, 박춘삼이 있었다.

와그작, 와그작.

현재 그는 거실 테이블에 놓인 감자 칩을 연신 씹으며 TV 시청에 몰두하고 있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예 자기 집으로 착각할 정도로 편해 보였다.

“……너 안 나가냐?”

“에이, 형님 섭섭하게 왜 그러십니까? 어제 다 이야기해놓고.”

“…….”

파직!

건우는 지혜가 안 보이는 곳에 두었던 전기 파리채를 들어 올렸다.

“…….”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춘삼은 건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아직 덜 맞았냐?

파르르.

몸 곳곳이 미미하게 떨렸지만, 춘삼은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어쭈.”

“오빠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건우는 한숨을 쉬고 전기 파리채를 손에 놓았다.

“후우.”

그제야 춘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건우가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때 TV에서 흘러나온 음성에 건우가 고개를 들었다.

왈칵!

건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화면에서는 그동안 잠시 존재를 잊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선우진.

레이드 도중에 몇 번이고 건우에게 심술을 부리던 인물.

그뿐만이 아니다.

가장 최악인 건, 건우를 비롯한 동료들을 보스의 먹잇감으로 던져두고, 자기 살길만 급급해 도망갔다는 것이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그는 놀랍도록 살가운 표정으로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저랑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서로 죽마고우라고 할 정도로 친했어요. 던전에서는 어쩌다가 그런 봉변을 당해서 서로 헤어지게 됐는데…….]

그때, 춘삼이 건우를 힐끔 보며 물었다.

“형님 저 쓰레기랑 친구입니까?”

“친구는 개뿔이. 악연 중의 악연이다.”

건우는 TV를 끄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외투를 몸에 걸쳤다.

“오빠 오늘 쉬는 날인데, 나가게?”

“응. 쉬는 날이 한산하니까 지금 보자고 하더라고.”

“어디로 가는데?”

“헌터 협회……!”

그는 말을 내뱉다가 아차 싶었다.

스윽!

언제 쫓아온 건지, 그의 옆에는 박춘삼이 떡하니 있었다.

“넌 왜?”

“매니저로서 곁에서 형님을 보필해야죠.”

버리고 갈까? 데리고 가야 할까?

건우는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가서 이상한 소리 하면 죽인다.”

안 보이는 데서 사고 치는 것보다 차라리 눈앞에 두는 게 마음이 편했다.

”알겠습니다!”

둘이 현관문으로 나서자, 지혜가 인사를 건넸다.

“오빠 잘 갔다 와. 춘삼 씨도요.”

미끈!

당황한 춘삼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지, 지혜 씨. 로베르토라니까요.”

“오빠가 로베르토라고 부르면 그렇게 부를게요.”

영영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춘삼은 허탈한 표정으로 지혜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그동안 신세 졌습니다.”

덜컥.

건우는 현관문을 열며 춘삼에게 외쳤다.

“빨리 와라. 춘삼아.”

“자, 잠깐만. 같이 가요. 형님.”

춘삼은 허둥지둥 신발을 신으며 건우를 쫓아갔다.

***

한국 헌터 협회 본부.

우웅!

전망이 보이는 유리 엘리베이터 안에서 건우는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질문 좀 해도 될까요?”

앞에서 안내하고 있던 협회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마든지요.”

“S급의 기준은 마력량으로만 측정하는 게 아니었던 건가요?”

“그것 가지고만 평가하기에는 비상식적으로 강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 강함의 측정 기준은 어떻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마력은 A급이지만, 단신으로 5성이상의 몬스터를 잡는다든지, 마력이 아닌 다른 규격 외의 힘을 선보이든지. 보통 둘 중 하나입니다.”

“마력 외의 힘이라는 건, 대체 누가?”

“오늘 아침 TV 인터뷰에서 나왔을 거예요. S급 7위, 표지훈 헌터예요. 힘의 부류가 아직도 무엇인지 알 수 없어요.”

“흠.”

건우는 TV에 나온 표지훈의 인상을 떠올렸다.

키는 건우보다 크고 ‘형만 믿어?’라는 인상을 가졌다고 할까?

외면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때 기회를 틈타 춘삼이 직원에게 물었다.

“그럼 형님은 어떤가요?”

“최건우 헌터는 일반 S급 측정 기준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돼요.”

“에이.”

춘삼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F급에서 S급으로 재각성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최초예요.”

“오!”

춘삼이 다시 봤다는 표정으로 건우에게 엄지를 추켜세웠다.

“에휴.”

춘삼 특유의 마이페이스에 건우는 이제 대답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잠시 후.

협회장 사무실.

구자혁 협회장과 건우는 나란히 마주 보다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최건우 헌터.”

“저야말로 영광이죠. 말은 편하게 놓으셔도 됩니다.”

구자혁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하지. 하하 자네 참 융통성이 있군. 마력량도 통상 S급의 배 이상이라고 들었네.”

“과찬입니다.”

건우는 내심 고심에 잠겼다.

만약 측정기에 마력량을 체크할 때, ‘용인의 혈족’ 칭호를 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가늠이 잘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S급 이하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구자혁 협회장의 비서가 특수 제작된 케이스를 열어 테이블에 놓았다.

건우의 라이선스였다.

“이 라이선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정보나 공공시설은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네. 서바이벌에 합격한 만큼 기준의 S급들과 다른 특례를 갖게 된 걸세.”

“감사합니다.”

라이선스를 받아 든 건우는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구자혁은 그런 건우를 보며 침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네가 행방불명될 때 벌어진 일 전부 사실인가?”

건우는 눈을 반쯤 뜨며 답했다.

“소명은 이미 다 했습니다만. 협회장님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티비에서 나온 선우진 말이 개소리인 것쯤은.”

“…….”

구자혁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건우는 행방불명될 때 있던 일을 모두 소명했다.

그 와중에 선우진의 악행도 분명 알렸으나 협회에서는 알고도 묵인했다.

“힘이 부족해서 미안하군.”

구자혁은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크 길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대 길드.

만약 그 한 축이 무너지면 협회에서는 그 몫을 모두 떠안아야 했다.

때문에 협회 입장에서는 아크 길드와의 충돌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점은 건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과 잘 지내볼 생각은 당연 없겠지?”

건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딱히 복수가 목적은 아닙니다만, 대가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구자혁은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배포가 크구먼.”

건우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앞으로 기대하고 지켜보셔도 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구자혁에게 꾸벅 인사를 건넨 뒤,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탕.

문이 닫히고 건우가 사라지자, 구자혁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아주 화끈한 친구구먼.”

그의 곁에 있던 비서, 김유미가 말했다.

“괜찮겠습니까? 최건우 헌터와 아크 길드 간 마찰이 빚어질 텐데요.”

“저 강단 있는 눈빛을 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김유미는 솔직하게 답했다.

“……아니요.”

“자네 생각은 누가 이길 것 같나?”

“아크 길드의 압승입니다.”

김유미는 냉정하게 그렇게 판단했다.

애초에 소수가 다수를 상대로 승리를 취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상대는 국내 굴지의 삼대 길드 중 하나인 아크.

S급 헌터만 해도 무려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력 면에서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구자혁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다소 의외의 것이었다.

“난 조금 생각이 달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유미의 반문에 구자혁은 천천히 입을 뗐다.

“정점에서 태어난 놈이 가장 무섭다고 착각하는 놈들이 있지만, 사실 밑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점에 오른 녀석만큼 무시무시한 건 없지. 뭐 지켜보게. 제법 재미있을 거야.”

“…….”

추측성이 다분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김유미는 쉽사리 반박할 수 없었다.

서글서글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그는 냉혹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어떻게 이 남자가 협회장 직위에 올랐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슬쩍 구자혁의 눈을 살폈다.

깊은 그 눈동자 속에는 마력이 일렁이고 있었다.

스티그마.

상대를 꿰뚫어 보는 마안이다.

한편, 구자혁은 진지한 눈빛으로 고심에 잠겼다.

‘그건 대체 뭐지?’

스티그마로 건우를 관찰했을 당시, 그는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

건우의 전신에는 광채를 발하는 금빛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그 농도가 다른 헌터들에 훨씬 짙었다.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다.

건우는 분명 스티그마에 반응하며 한순간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의 곁으로 노인의 형상을 한 마력이 갑작스럽게 생성됐다.

그것은 마치 의지를 갖춘 것처럼 구자혁의 마안에 간섭했다.

세기는 장난을 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난생처음 겪은 일에 구자혁은 당황했고, 결국 힘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슬쩍 손을 펴니 식은땀이 흥건히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긴장했군. 재밌어.’

구자혁은 앞으로 벌어질 일이 무척 기대됐다.

‘대체 뭘 보신 거지? 그냥 대화만 한 건데, 왜 이렇게 긴장한 거지.’

김유미는 내심 궁금했지만,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얄궂게도 이 남자는 자기 혼자만 아는 재미에 푹 빠져 살기 때문이다.

***

협회장 사무실에서 빠져나온 건우에게 곧장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저 양반 가슴 째보면, 능구렁이 백 마리가 득실거릴걸.

“그러게요. 마안 능력자는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긴장했어요.”

건우는 피식 웃으며 머릿속으로 구자혁과 겨루는 상상을 해 보았다.

승패는 쉽사리 가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저쪽 역시 아직 숨긴 패가 많이 있을 터였다.

‘앞으로 더 강해져야겠어.’

주먹을 쥐고 마음을 다질 때, 1층 로비에서 춘삼이 달려왔다.

“혀, 형님. 큰일 났습니다. 기자들이 인터뷰해 달라고 떼쓰고 있어요. 스카우트하려는 길드도 넘쳐 나고요.”

“또 네 짓이냐?”

“억울합니다!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뭐 됐다. 쫓아와라.”

“네.”

건우는 당당하게 현관문을 나섰고, 춘삼은 급히 쫓아 나섰다.

춘삼의 말대로 현관문에서는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건우를 섭외하려는 길드까지 쫙 깔려 있었다.

찰칵찰칵!

“최건우 헌터. 한 말씀만 해 주시죠?”

“아크 길드의 선우진 헌터와 인연이 깊다는데, 아크 길드에 들어갈 예정인가요?”

폭풍처럼 쏟아지는 질문을 듣던 건우는 마지막 질문에 귀를 쫑긋 세웠다.

때마침 선우진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필시, 아크 길드에서 섭외하기 위해 그를 보냈을 것이다.

‘지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허세 부리는 거겠지. 낯짝 뻔뻔한 새끼.’

얼추 각을 잡은 건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마음 절대 없고요. 선우진이랑 친구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개소리는 작작해라. 선우진.”

“…….”

그의 말에 취재현장은 싸늘해졌다.

선우진의 표정은 뭉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표정에는 ‘네까짓 게 감히!’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건우는 선우진에게 다가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뭘 봐. 꺼져.”

“크윽!”

건우의 압박에 바싹 겁을 집어먹은 선우진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그리고 건우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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