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SSS급 용병의 회귀
- 5권 18화
세상에 존재하는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이런 기록들을 남겨 둘 이유가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들은 더더욱 남겨 둬서는 안 됐다.
게다가 여기에 있는 기록들은 본 드래곤을 소환하는 것에 대해 적힌 것도 있었다. 당연히 이것을 남겨 두면 바퀴벌레 같은 흑마법사들이 또다시 이곳으로 찾아와 발견하고 연구를 해서 다시금 본 드래곤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페이린은 책장들을 비롯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불태웠다. 또한 페이린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녀석들이 있는 건물을 모조리 박살 내버리는 이유에도 이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녀석들을 완전히 말살시키기 위해서는 녀석들은 물론이고, 녀석들이 사용한 물건이나 기록했던 것들을 모조리 없애야 했다. 그것만이 이 세상에서 흑마법이라는 것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뮤. 이따 필요하면 다시 부를게."
"꼭 불러 줘야 해. 아 참. 여왕님이 너무 무리하지 말래. 그렇게 전해 주래. 그리고 여왕님의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주래."
"알겠어."
페이린은 나뮤를 정령계로 돌려보낸 뒤 지하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불태웠다. 이곳에 남은 불꽃들은 모든 것들을 태워 버리고 나서 없어질 것이다.
"후우. 역시 바깥이 좋네."
불꽃을 내버려 둔 뒤 페이린은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 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지하로 향하는 입구에 마법을 사용해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 누구도 이곳을 찾지 못하겠지. 찾아도 별 소용이 없을 테지만."
일을 마친 페이린은 하늘로 날아가 아군들의 상황을 다시 살펴봤다.
이제 흑마법사들은 그 숫자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또한 아군들도 흑마법사들의 본거지에 거의 도달한 상태였다. 세 갈래로 나뉘었던 아군들이 모두 다시 만나 하나의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페이린의 귓가에 아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이린. 흑마법사의 본거지에 도착했어요. 다만 문제가 좀 있군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인 테일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움직이려고 할 때 페이린은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
무척이나 불쾌하며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이상한 기운.
과거에 죽을 때까지 느꼈던 그 기운.
그것을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시작된 건가......?'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그 불쾌한 기운은 마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정확히는 마기라고 부르는 기운.
그것이 현재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은 예정된 재앙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기운은 더럽게 불쾌하다니까.'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던 것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저 멀리에서 허공에 커다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의 크기는 제각각이었고 그 수는 수십 개 정도 되었다.
-페이린. 여기 이상해!
-병사들이 이상하다! 대체 이 검은 연기는!
-이쪽도 검은 연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젠장!
그와 함께 곳곳에서 아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균열과 함께 나타난 검은색의 연기.
그 마기의 기운이 아군들을 향해 해를 끼치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페이린은 곧바로 아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군들이 집결한 곳에 도착한 페이린은 재빨리 마법을 펼쳐 아군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마기를 걷어 냈다.
"모두 뒤로 물러서세요! 제가 시간을 끌 테니 마법사들은 아군들을 모두 후방으로 이동시키세요! 어서!"
페이린의 말에 마법사들이 텔레포트를 사용해 아군들을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는 동안 페이린은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막아 냈다.
마기에 오랫동안 노출되게 되면 전의를 상실해 버리게 되었다. 거기에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힘까지 갖추고 있었다. 대항을 할 방법은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쩌적! 쩌적!
페이린이 마기를 막아 내고 있는 동안 아군들은 빠르게 후방으로 후퇴를 했다. 그러는 동안 허공에 생겨난 균열들은 점점 더 커져 갔다.
-키이잉!!
잠시 후 허공에 생겨난 균열들은 모두 검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마치 아공간처럼 허공에 공간이 생겨났고 곧 타원형의 문이 곳곳에 생겨났다.
-페이린 님. 모두 후방에 도착했습니다.
차원의 문이 완전히 생겼을 때 다행히 아군들은 후방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마계의 녀석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위험한 짓이었기 때문에 아군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두 번째 작전을 이행합니다. 마법사들은 결계를 발동시켜 가고일에 대비하고, 나머지 분들은 결계를 유지하는 아군들을 지키세요. 목표는 살아남는 겁니다."
페이린의 담담한 말에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아군들은 그 말대로 행동을 했을 뿐이다.
잠시 후 차원의 문이 완전히 열렸고, 그곳을 통해 수백, 수천의 가고일들이 먼저 나타났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말기를."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은 페이린은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 * *
하늘을 가득 뒤덮은 가고일들.
어찌나 그 수가 많은지 원래부터 하늘이 새카만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키에엑!
-키에에엑!!
거기에 가고일들이 내는 날카롭게 귀를 자극하는 듣기 싫은 소리들.
그것들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그런 성가신 녀석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차원의 문이 열렸다는 뜻이었다.
'귀찮게 되었어.'
페이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맹렬히 회전을 하는 아홉 개의 서클들.
그 덕분에 방대한 마나가 페이린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그로 인해 페이린의 몸 전체에 새파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소환.'
페이린은 빛의 정령 나뮤와 검의 정령 셀리온을 모두 소환했다. 계약을 맺은 정령은 두 명뿐이었지만, 두 정령들은 쉽게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이들이었으며,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셀리온. 지상으로 내려오는 녀석들을 모두 베어 버려."
페이린은 아공간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 셀리온에게 주며 말했다. 이 많은 녀석들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셀리온을 검의 형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셀리온에게 준 검은 과거 소드 마스터라 불리던 케이잭이 사용했던 명검이었다.
그와 수련을 하면서 그 검이 있는 곳에 대해서 들었었다. 전쟁을 준비하는 기간에 페이린은 케이잭의 검을 찾아 두었고, 현재는 그것을 셀리온에게 주었다.
검의 정령이 최강의 소드 마스터였던 자의 검을 쥐게 된다면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나뮤. 저 녀석들은 네 힘과 상극이야. 그러니까 여기서만큼은 맘껏 날뛰어."
페이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많은 가고일들이 지상을 향해 내려왔다. 녀석들은 무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단한 피부를 비롯해서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이 녀석들의 무기였다.
그것을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온 녀석들은 페이린을 노리고 공격을 해 왔다.
-서걱! 서걱!
하지만 페이린에게 닿기도 전에 셀리온에 의해서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생을 마감해 버렸다.
셀리온이 쥐고 있는 명검에는 은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휘감겨 있었다. 거기다가 페이린은 셀리온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보조 마법들을 걸어 주었다. 그 덕분에 셀리온은 지상에 내려온 가고일들을 가볍게 상대했다.
-키에에엑!!
셀리온에게 자신들의 동료가 죽어 나가는 것을 본 가고일들은 머릿수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숫자가 많다는 점을 이용하면 셀리온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셀리온은 정령이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죽음에 근접한 피해를 입으면 강제로 정령계로 소환이 될 뿐,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셀리온은 가고일에게 쉽게 당할 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덤벼드는 가고일들을 계속해서 베어 내고 있었으며, 반면 녀석들의 모든 공격은 셀리온의 머리카락 하나 건들지 못했다. 또한 페이린의 방대한 마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강한 힘을 낼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셀리온은 마치 날개가 달린 것처럼 수많은 가고일들을 빠르게 베어 냈다.
-키이잉!!
셀리온이 한참 가고일들을 베어 버리고 있는 동안 나뮤도 움직였다. 나뮤 역시 페이린의 방대한 마나를 받고 있어 평소보다 힘이 넘치는 상태였다
가고일들은 마계의 생명체였다. 돌처럼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녀석의 두 눈동자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날개까지 달고 있어 잡기가 쉽지 않았으며 손톱과 발톱은 찢어 버리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런 녀석이라 하더라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페이린만이 소환을 할 수 있는 빛의 정령.
빛이라는 속성은 마계에 사는 이들 모두에게 상극이었다.
나뮤는 페이린에게서 받은 마나를 폭발시키며 찬란한 빛을 만들어 냈다. 그 빛줄기는 아군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악한 것들을 지워 주며 상처를 치료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키에에엑!!
그와 반대로 마계에 사는 이들. 가고일 같은 녀석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뮤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빛줄기들.
그것이 사방으로 퍼지며 가고일들의 몸 곳곳을 꿰뚫었다.
-퍼억! 퍼억!
-쿠웅!!
나뮤에 의해서 몸이 꿰뚫린 가고일들은 힘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을 했다. 지상에 떨어져서도 살아 있는 녀석들은 나뮤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셀리온에 의해서 모두들 목숨을 잃어버렸다.
'나도 시작을 해 볼까.'
페이린은 나뮤와 셀리온이 가고일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을 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지금 이렇게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녀석들은 아군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일부라고 표현을 했지만, 수천에서 만에 가까운 녀석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지금, 그 일부의 숫자들도 천 마리 이상이 되는 무지막지한 숫자였다.
그 많은 숫자들이 아군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는데 페이린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넬을 비롯해서 나인 테일 님까지 있으니까. 마법사들에 결계도 있으니 저 정도의 숫자는 막을 수 있겠지.'
아군이 잘 버티리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린은 마법을 사용했다.
페이린의 마나를 매개체로 생겨난 마법진들.
크고 작은 마법진들은 제각각 다른 색으로 환히 빛나고 있었다. 그 마법진들이 벌써 수십, 수백 개가 생겨난 상태였다.
-키이이잉!!
제각각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그 마법진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마나를 머금고 있었다. 가고일들도 본능적으로 그것이 위험하다고 판단을 했는지 페이린을 향해 덤벼들었다.
"어딜!"
페이린이 마법을 시전하는 동안 나뮤가 그의 곁을 지켜 주었다. 페이린의 곁에서 나뮤는 수없이 많은 빛줄기들을 만들어 냈다. 그것들이 페이린을 노리며 달려드는 가고일들의 몸 곳곳을 꿰뚫었고 대다수의 녀석들은 지상으로 추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