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SSS급 용병의 회귀
- 5권 15화
골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했다. 마법에 대한 내성은 강하지만, 오러에 대한 내성은 형편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정령과도 상성이 썩 좋지 않았다. 정령은 마법과는 다르게 자연의 힘 그대로였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그 힘은 당연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본 드래곤의 힘을 꺾을 수 있었다.
-콰앙! 콰아앙!!
-콰쾅!! 콰앙!!
넬과 함께 등장한 수백의 정령들은 페이린의 말대로 아군을 절대적으로 보호했다. 한 명도 다친 사람이 없게 했으며, 설령 다친 이들이 있다면 치료까지 해 주었다. 그와 함께 아군을 공격하는 골렘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려 나갔다.
골렘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아군을 위협할 수 있는 것들도 점차 사라졌다. 그 덕분에 마법사들은 결계를 유지하는 데 방해받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결계는 다시 정상적으로 유지가 되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파괴되어진 수많은 마법진들이 다시금 허공에 생겨났다.
"이제 전세는 역전됐어."
-키에에엑!!
본 드래곤은 자신이 만들어 낸 골렘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주변을 뒤덮는 마법진들을 보며 경악했다. 한 번 맞아 봤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두두두둥!!
아군의 마법진과 함께 페이린의 마법도 모두 준비가 되었다.
허공에 생겨난 수천 개의 새하얀 창.
그것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쏟아져라!!"
페이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마법들은 본 드래곤의 몸을 강타했다. 아무리 마법 내성이 강한 녀석이라고는 하지만 페이린의 마법은 내성이 있어도 무시하기 힘들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콰콰쾅!!
페이린이 사용한 마법은 녀석의 두 날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처음에는 별로 타격이 없어 보였지만 점차 시간이 갈수록 날개를 지탱하고 있는 뼈가 하나둘씩 박살 나기 시작했다.
-콰콰쾅!!
그와 함께 하늘을 가득 뒤덮은 마법진에서도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것들 역시 본 드래곤의 날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불과 바람과 얼음과 바위.
그 네 가지의 속성을 가진 마법들이 한데 어우러졌고 결국 녀석의 거대한 날개는 박살 나 버렸다.
* * *
-키에에엑!!
두 개의 날개를 잃어버린 녀석은 커다란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뼈밖에 남아 있지 않는 녀석이기 때문에 그 비명 소리는 너무나도 기괴스러웠다.
"시끄러워."
페이린은 마법을 사용해 녀석의 비명 소리를 아예 차단시켜 버렸다. 녀석은 비명 소리가 나오지 않자 당황하며 다시금 울부짖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페이린. 골렘들을 모두 해치웠어.
"잘했어, 넬. 이 녀석 떨어뜨릴 거니까 아래에 있는 사람들 모두 물러나라고 그래. 정령들도."
-응. 알았어.
본 드래곤이 두 개의 날개를 집중 공격받아 박살 나 버리는 동안 넬은 아래에서 골렘들을 모두 상대했다. 날개가 박살 나 버린 마당에 녀석은 골렘을 소환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본 드래곤은 드래곤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덩치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힘도 가지고 있었으며 무한에 가까운 마나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마법에 대한 내성도 상당했고 여러 가지 드래곤과 닮아 있었다.
이렇게 온몸이 뼈로 이루어진 녀석은 흑마법사가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이곳 북쪽의 산맥 곳곳을 다니며 여러 가지 연구를 했다.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다가 희생시켜 했던 연구도 있지만, 고대의 유물 같은 것들을 이용한 연구도 진행했었다. 그것들 중 하나가 바로 본 드래곤이었다.
흑마법사들은 산맥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드래곤의 뼈 일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를 했고 그것을 매개체로 드래곤을 불러낼 수 있게 되었다. 죽은 사람을 좀비로 부활시키거나 뼈를 이용해 스켈레톤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이미 죽어버린 것들. 즉,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것들은 지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시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본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지성이 하나도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본래라면 녀석의 위에 흑마법사들 여럿이 올라타서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흑마법사들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어버렸다. 지금도 아군들이 곳곳에서 녀석들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세세한 것을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을 뒤엎기 위해 급하게 소환을 했다. 또한 녀석에게 명령을 내려야 할 흑마법사도 본래라면 함께해야 하지만 페이린이 억지로 녀석과 함께 텔레포트를 해서 후방으로 이동해 버린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키에에엑!!
"칫. 그새 풀어 버렸나. 뭐, 상관없어. 네 녀석은 곧 죽을 테니까."
-키에에엑!!
"시끄러워. 이만 내려가자. 공중전도 좋지만 난 지상이 더 좋거든."
페이린은 두 개의 날개를 잃고 버티는 녀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녀석의 위로 텔레포트했다. 녀석은 그것도 모르고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페이린을 찾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모두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녀석의 등 위에 사뿐히 올라탄 페이린은 두 손에 마나를 모아 가만히 녀석의 등 위에 올렸다. 잠시 후 녀석의 등 위에 새파란 마나가 일렁거리며 마법진이 하나 생겨났다.
'그래비티!'
페이린의 시동어와 함께 마법이 발동되었다. 시전된 마법은 중력의 영향을 더욱더 강하게 받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뚜두둑! 뚜둑! 쿠우웅!!
-키에에엑!!
어찌나 강력한 마법인지 녀석의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녀석은 그제야 페이린이 자신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항을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쿠우웅!!
결국 녀석은 페이린의 중력 강화 마법을 이겨 내지 못하고 바닥에 추락을 했다.
-키에엑!!
바닥에 떨어진 녀석은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애를 썼다. 드래곤의 뼈로 소환된 녀석이기 때문에 막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어딜!"
-쿠우웅!!
하지만 페이린이 더 빨랐다. 페이린은 녀석이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중력 마법을 더욱더 강하게 걸었다. 그 때문에 녀석의 등을 감싸고 있던 뼈들은 모두 금이 가거나 심한 곳은 박살이 나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곳도 있었다.
"휴우."
결국 거대한 본 드래곤은 페이린의 마법에 의해 다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녀석은 몇 번이나 다시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뒤늦게 자신은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페이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네가 노려보면 어쩔 셈인데?"
페이린은 허공에 가만히 손짓을 했다. 그러자 수많은 매직 애로우가 생겨났다. 방대한 마나를 머금고 있는 그것은 본 드래곤의 몸 곳곳을 강타했다.
'소환.'
마법을 퍼부으면서 페이린은 셀리온을 소환했다. 그런 뒤 곧바로 검의 형태로 바꿔 손에 쥐었다.
-키이잉!
은빛의 검에 새파란 마나가 휘감기며 오러 블레이드가 완성되었다. 짙은 파란색과 은빛이 어우러진 오러 블레이드는 점차 하얗게 변하더니 이내 검 전체가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한 오러 블레이드였다.
'순수한 마나로 이루어진 오러 블레이드라고 했었지, 아마?'
케이잭은 그것을 '순수한 마나'라고 표현을 했다. 페이린도 그것을 반박하지는 않았다. 검신 전체를 뒤덮고 있는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는 조금의 티끌도 묻지 않은 순수한 마나였으니까.
"이제부터는 제가 이 녀석을 처리하도록 하죠. 여러분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세요. 그리고 넬은...... 음. 정령들을 각지로 보내서 내가 올 동안 아군을 지원해 줘. 마법사들과 같이 가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응. 맡겨 줘, 페이린."
"그래. 그럼 다녀올게."
말을 마친 페이린은 곧바로 주변에 시공간 마법을 사용했다.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하나로 합쳐 또 다른 시간이 흘러가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라면 네 녀석이 날뛰어도 아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지."
페이린은 일부러 아군과 동떨어진 공간을 만들었다.
아무리 두 날개를 잃어버렸고 중력 마법을 걸어 둬 하늘을 날 수가 없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본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은 마계를 제외하고 흑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것들 중 가장 귀찮은 녀석이었다.
어지간한 녀석이라면 지금의 페이린이 가진 힘으로 충분히 박살 내버릴 수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 버린 지금이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녀석은 쉽게 이길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과거보단 낫지.'
과거에 무수히 많은 희생을 치러서 녀석을 없앨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페이린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페이린도 녀석을 혼자서 상대할 수가 없어 아군의 힘을 빌렸다. 미리 준비해 둔 결계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마법들이 없었더라면 녀석의 두 날개를 박살 내버리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키에에에엑!!
"오냐. 내 힘을 다해서 널 죽여 주마."
페이린은 빠르게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걸 수 있는 보조 마법들은 모두 걸어 둔 상태였다. 그 때문에 분명 페이린은 달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텔레포트를 한 것처럼 곧바로 녀석의 눈앞에서 나타났다.
-서걱! 서걱!
페이린은 녀석을 향해 검을 마구 휘둘렀다. 마구 검을 휘두른다고는 하지만 그 위력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나하나의 검격에는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가 담겨 있었다.
-콰아앙! 콰앙!!
그렇지만 녀석도 만만치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를 뛰어넘는 것을 검에 두르고 휘두르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게 베어 버릴 수가 없었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온몸에 방어 마법을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페이린의 검이 녀석의 몸에 부딪칠 때마다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파파팟!
게다가 녀석은 방어만 하고 있지 않았다. 무한에 가까운 그 마나를 이용해 무수히 많은 뼈를 만들어 냈다. 그 뼈는 하나같이 날카로웠으며 페이린이 자주 사용하는 매직 애로우처럼 주위를 가득 뒤덮었다.
그 날카로운 뼈들은 조각조각 나뉘더니 수천 개를 넘어섰다. 그것들이 페이린을 향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칫."
페이린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잘게 나뉜 뼈와 비슷한 크기의 매직 애로우들을 만들어 냈다. 작은 크기라고 할지라도 위력만큼은 본래 사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콰앙! 콰아앙!!
본 드래곤이 사용하는 날카로운 뼈들로 이루어진 공격과 페이린의 매직 애로우가 부딪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과 함께 크고 작은 충격파가 생겨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하아!!"
그 충격파에 흔들리지 않고 페이린은 녀석을 향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녀석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