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SSS급 용병의 회귀
- 5권 11화
국왕도 나인 테일의 말을 듣고 병력을 모두 소집했으며 그 숫자가 대략 20만 정도 되었다.
또한 신관들이 모두 소집되어 그들의 숫자가 3만 정도 되었으며, 추가로 케이른의 용병단과 다른 용병단들이 모두 모여 이룬 숫자가 1만 정도 되었다.
향원의 용병단에 비교하면 그 숫자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병력을 늘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병력의 숫자가 적었지만 그들은 정예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왕실 전속의 기사단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케이른의 용병단을 비롯해 다른 용병단들도 모두 한 실력 하는 이들이었다.
그 인원들을 모두 합치면 대략 45만이라는 병력이 모이게 되었다. 그 인원들은 지금 모두 각기 다른 곳에서 페이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들을 제외하고서도 물자도 제법 많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전쟁에 참가하는 인원들 모두에게 지급하고도 두세 번 정도는 더 지급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양의 포션과 비약들.
그것들은 페이린의 도움을 받은 연금술사들이 잠을 아껴 가며, 시간을 쪼개어 만들어 둔 결과였다.
무기나 방어구, 이런 것들을 떠나서 포션이나 비약들은 소모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부랴부랴 움직이며 포션과 비약을 잔뜩 만들어 내고 있었다.
또한 향원의 마법사들은 페이린의 지시를 받아 스크롤과 부적들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 스크롤은 근접전을 지향하는 용병들에게 최소 두세 개씩 지급이 되었다.
게다가 향원의 마법사들 중엔 부적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결계를 준비하는 인원들이 따로 배정되었다. 그 인원들은 두 달의 시간 동안 결계를 만드는 방법을 익히며 나름대로 숙달을 했다.
그렇게 대략적인 전쟁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페이린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흐음."
현재 페이린은 북쪽 지역에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은신 마법을 사용하고 자신이 기억하는 장소로 텔레포트를 하는 등 정찰을 하고 있었다.
목적은 흑마법사들의 규모와 녀석들이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는 장소나 건물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미 몇 차례나 정찰을 했었다. 정찰을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과거 녀석들이 활동하던 곳들이 대략적으로나마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기억에 의존해 그곳들을 먼저 정찰을 했었다. 결과는 그곳들에 모두 흑마법사들이 있었다. 녀석들은 여전히 흑마법을 연구하고 있었고 일부 녀석들은 마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 저건 막을 수 없는 건가?'
마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은 본래라면 10년 이상은 더 지나야 발동이 되었다. 애당초 흑마법사라는 녀석들이 이곳에서 활동을 하는 것도 10년이라는 시간은 더 지나야 했다.
하지만 신관들이 먼저 움직여 녀석들을 공격했고, 결국 녀석들은 이곳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녀석들은 이곳에 오자마자 마계로 이어지는 문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준비는 지금 손을 쓴다고 해도 막기가 힘들 정도였다. 또한 막기 위해서는 잔존하는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이 열리는 것을 막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더럽게 골치 아프군.'
마음 같아서는 곳곳으로 텔레포트를 하며 모든 녀석들을 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향원의 용병들이나 다른 용병들, 혹은 페이린과 가까이 있는 이들이 성장을 한 것처럼 흑마법사들도 과거와는 다르게 커다란 힘을 가진 상태였다.
'젠장.'
녀석들이 힘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척 간단했다.
북쪽의 추운 지역에 도착해 몸을 숨기자마자 녀석들은 흑마법을 연구했다. 한편으로는 마계로 이어지는 차원의 문을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마계의 힘을 받아 자연스럽게 강해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페이린이 과거를 뛰어넘어 강한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혼자서는 녀석들을 쉽게 쓸어버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오늘이 네놈들이 죽는 날이다.'
정찰을 마친 페이린은 아군들을 불러오기 좋은 장소로 이동했다. 미리 봐 둔 장소였는데 흑마법사들이 숨어 있는 곳과 제법 가깝기도 했으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기 때문에 방어를 하기에도 제법 괜찮은 곳이었다.
"되겠지?"
페이린은 체내의 마나를 천천히 끌어모았다. 9서클에 도달했으며 시공간 마법도 수준급이 된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있었다.
8서클까지의 마법은 페이린이 익히고 있었기에 상관없었지만 9서클의 마법은 페이린이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디안에게 배우기는 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사용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직. 지지직. 지지직!
페이린의 양손에 방대한 마나가 모여들었다. 그것은 불꽃을 일으키며 마나 특유의 푸른색의 아지랑이를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페이린은 천천히 머릿속으로 9서클의 술식을 하나 떠올렸다.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에는 텔레포트라는 훌륭한 마법이 있었다. 다만 함께 이동하는 숫자가 많아질수록 마나 소모량이 늘어나며 그 한계도 있었다.
-키이잉!
페이린이 지금 하려는 것은 텔레포트를 뛰어넘은 9서클의 마법이었다. 정확히는 시공간 마법과 9서클의 경지, 두 가지의 것이 모두 갖춰져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펼쳐져라!"
페이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대한 마나가 그의 몸에서 퍼져 나갔다. 동시에 페이린의 앞에 푸른색으로 빛나는 타원형의 문이 새겨났다.
현재는 오직 페이린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공간과 공간을 이을 수 있는 포털이었다.
포털이 이어진 곳은 나인 테일과 용병들이 대기하고 있는 향원과, 보급을 위한 연금술사들의 공방과, 왕국군들이 모여 있는 곳. 마지막으로 케이른과 다른 용병단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총 네 개의 포털이 열렸다. 포털의 크기는 사람이 열 명 정도가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랬다.
포털이 열리자 각 포털에서 인원들이 북쪽으로 넘어왔다.
나인 테일과 백령, 파야와 넬을 포함한 향원의 용병들. 왕국군들의 정예병들과 마탑의 마법사들을 비롯한 신관의 사제들. 거기에 연금술사들이 만들어 낸 포션과 각종 비약들을 가득 실은 수레들. 마지막으로 케이른을 선두로 여러 용병단들이 북쪽으로 넘어왔다.
"모두 잘 모여 주셨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얘기하도록 하죠. 현재 적들은 저희가 이곳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또한 녀석들은 마계의 문을 거의 열어 버린 상태입니다."
페이린의 말에 모두들 숨을 죽이며 경청을 했다. 21살의 제법 어린 나이였지만 그 누구도 말에 토를 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애당초 페이린이 모든 병력을 모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며, 공간과 공간을 이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시전한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유일무이한 SSS급의 용병이었다. 그러니 페이린에게 토를 다는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우선 병력을 총 네 개로 나눌 겁니다. 한 병력은 이곳 포털을 지키고 보급 물자가 끊어지지 않는 역할을 맡아 주시면 됩니다. 그 역할은 저기 넬이 할 겁니다."
넬은 페이린과 눈을 마주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수많은 정령들을 소환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하급 정령의 수만 100명이 넘었다. 거기에 중급 정령과 상급 정령들까지 소환했다.
그 모습에 처음에는 의아했던 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정령들은 습격에 알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곳을 지키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월등히 해낼 수 있었다.
"나머지 세 개의 병력은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을 통해 흑마법사의 본거지로 침투를 할 겁니다."
페이린은 마법으로 북쪽 지역의 지형을 만들어 눈앞에 띄웠다. 허공에 떠 있는 지도를 짚으며 설명하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했다.
"저희의 목표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빠르게 이 전쟁을 끝내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마계의 문은 무조건 열리게 될 겁니다. 마계의 문이 열리게 된다면 모두 알게 될 겁니다."
페이린은 잠시 말을 멈추고 모두를 둘러봤다. 잔뜩 긴장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나인 테일마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을 하고 있었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대다수의 용병들도 지금은 모두 긴장을 하고 있었다.
"마계의 문이 열리면 곧바로 이곳으로 집결하세요. 이곳은 녀석들을 막아 내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니까요. 그러면 지금부터 녀석들을 쓸어버리러 가죠."
페이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력은 총 세 개로 나뉘어졌다.
우선 나인 테일을 주축으로 하는 향원의 용병들. 그들이 수가 가장 많고 가장 많은 힘을 가졌기 때문에 흑마법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두 번째로는 왕국군의 병력들과 마탑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도 곧바로 흑마법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동을 했다.
마지막으로 소수 정예를 지향하는 케이른을 비롯한 용병단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출발을 한 뒤 신관들은 뒤에서 보조를 하기 위해 따라갔다. 신관들 중 일부는 이곳에 남아 병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준비를 했고, 마탑의 마법사들도 곳곳에 이동 마법진을 설치했다.
향원의 하얀 여우 일족들은 백령의 지휘하에 모두 한쪽으로 모였다. 그들은 마계의 문이 열리고 난 이후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 결계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
시전 시간이 길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결계를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는 녀석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웅. 우웅.
마지막으로 페이린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와 함께 생겨나는 무수히 많은 마법진들. 그 마법진들 하나하나가 7~8서클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의 마법이었다.
"쏟아져라!!"
페이린이 외치자 수많은 마법들이 발동되었다. 아직 아군이 적진에 도착하기 전, 페이린은 최대한 많은 흑마법사를 몰살시키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그렇게 발동된 마법.
허공에서 수많은 마법진들이 제각각 빛을 발하며 크고 작은 불덩이나 얼음덩어리를 지상으로 쏟아 냈다. 거기에 날카로운 바람을 머금은 태풍이 사방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흑마법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녀석들이 은거하고 있는 건물들 곳곳이 박살 났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페이린이 쏘아 낸 마법이 신호가 되어 아군들은 세 갈래로 나뉘어 흑마법사의 본거지로 향했다. 그 아군들 중, 나인 테일과 파야를 비롯한 많은 수의 수인들은 흑마법사를 빠르게 만날 수 있었다.
아군들 중에서도 수인들의 힘은 가장 강력했으며 그 수도 가장 많았다. 그 때문에 페이린은 흑마법사가 가장 많이 숨어 있는 방향으로 그들을 보낸 것이다.
"파야. 병력을 이끌고 오른쪽으로 가렴."
"예. 알겠습니다."
나인 테일과 파야가 이끄는 수인들은 두 갈래의 길을 맞이했고 병력을 둘로 쪼개었다. 나인 테일은 왼쪽의 길로 향했고, 파야는 자연스럽게 나머지 병력과 함께 오른쪽 길로 들어갔다.